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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허태준은 하은설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

다만 하은설이 오늘 겪은 일들의 분노가 심유진에게 불똥이 튈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허태준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요.”

심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오늘... 당신도 수고했어요.”

허태준은 잠시 심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일찍 쉬어요.”

**

심유진은 간이침대를 하은설에게 가까이 끌어당겨 그 위에 앉으며 하은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하은설이 깨면 어떤 반응일지 몇 번이나 상상했다.

자신을 때릴까? 욕할까? 자신과 철저히 인연을 끊을까? 아니면 자신과 죽으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밖은 서서히 밝아졌다.

**

하은설은 꿈을 오랫동안 꾸었다.

꿈속에서 하은설은 별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보았다.

예쁜 꽃무늬 치마를 입고 양 갈래를 딴 여자아이는 눈을 초롱초롱 뜨며 하은설을 엄마라고 불렀다.

하은설은 매우 행복했다.

하은설이 빨리 걸어가 여자아이를 안으려고 할 때 아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은설은 미친 것처럼 주위를 맴돌며 아이를 찾았다.

주위는 온통 하얀색이었고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가 하은설을 맴돌았다.

“엄마!”

“엄마!”

“엄마!”

기쁜 소리, 슬픈 소리, 분노의 소리가 하나씩 울려왔다.

“어디 있어?”

하은설이 절규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만 들렸다.

“엄마!”

“엄마!”

“엄마!”

하은설은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뛰며 울부짖었다.

“나와!”

“빨리 나와!”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온통 하얀색이었다.

하은설은 너무 오래 뛰어 힘들었는지 땅에 주저앉았다.

여자아이의 부름 소리도 함께 사라졌다.

새하얀 공간 속에서 여전히 일정한 걸음 소리가 울렸다.

그건 구둣발 소리였다.

딱.

딱.

딱.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반짝반짝한 검은색 구두가 하은설의 눈에 들어왔다.

매우 익숙한 구두모양이었다. 허택양에게서 자주 봤었던 구두였다.

“은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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