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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간병인은 허태준의 부탁에 따라 아침을 들고 병실로 들어설 때 두 여인이 얼싸안고 우는 기괴한 장면을 마주했다.

간병인은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다가 결국 낮게 기침을 한두 번 했다.

심유진과 하은설은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둘만 있을 때 우는 모습은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을 알자 두 사람은 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뒤 돌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간병인은 매우 눈치가 빨랐다.

두 아가씨가 이렇듯 체면을 차린다면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처럼 그들에게 한 눈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침을 가지고 왔어요.”

간병인은 쇼핑백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하은설에게 물었다.

“은설 씨, 씻을래요? 제가 부축 해줄게요.”

하은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괜찮아요, 잠시 자리 비켜 주실래요?”

간병인은 목을 한번 끄덕이고는 나가 버렸다.

하은설은 이불을 들추며 내려가려 했다.

심유진은 재빨리 달려와 하은설을 부축했다.

하은설은 그런 심유진을 째려보며 말했다.

“나 그 정도는 아니야.”

일반 사람들은 유산 수술을 하고 난 후 걷지를 못한다. 더구나 하은설은 어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기에 더욱 무리를 하면 안 되었다.

심유진은 하은설이 입술을 깨물며 아픔을 참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무게가 쏠리게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

“됐어, 너무 무리하지 마.”

하은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

한바탕 울고 난 뒤 심유진과 하은설은 겉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심유진은 자신과 하은설간에 마음의 벽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 벽은 바로 하은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였다.

그러나 그 둘은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점심은 허태준이 집에서 가져왔다.

다시 허태준을 만나게 되자 하은설은 마음이 불편했다.

하은설은 이미 어제 허택양의 진짜 모습과 모든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기에 허태준을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허태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가 총을 쥐었을 때의 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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