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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허태준이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밤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거실은 어두웠다.

심유진과 하은설은 아마 잠에 들었을 것이다.

허태준은 슬리퍼로 바꿔 신고 심유진을 깨지 않게 하기 위해 거실에서 잠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서재를 지나가자마자 등 뒤에서 빛이 들어왔다.

“어디 가는 거예요?”

심유진은 서재에서 나오며 물었다. 긴 머리카락은 위로 높게 묶었고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흔들렸다.

그녀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허태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심유진의 소리에 허태준은 다시 걸어갔다.

“잠든 줄로 알아서 거실에서 자려고 했어요.”

허태준이 말했다.

“일하고 있었어요.”

심유진은 문서를 보다 지친 눈을 비볐고 말투에는 피곤함이 어려있었다.

“들어가서 먼저 씻어요. 컴퓨터 끄고 나도 들어갈게요.”

허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를 넘어 서재의 큰 책상에 옮겨졌다.

그가 떠날 때만 해도 비었던 책상이 지금은 온갖 문서로 가득 찼다. 그녀의 컴퓨터는 켜져 있었고 화면은 재무제표가 자리 잡았다.

“그래요.”

허태준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려고 할 때 심유진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씁...”

심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

“손이 왜 이렇게 차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몸이 항상 차가운 것은 알았지만 지금의 온도는 정상범위가 아니었다. 마치 얼음 속에 담긴 듯한 온도였고 또 마치 매서운 바람을 맞은듯하기도 했다.

허태준은 재빨리 따스한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밖이 너무 추워서 얼었어요.”

그는 담담히 말했다.

“샤워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심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비록 그녀가 오늘 밖에 나가보지는 않았어도 안과 밖의 기온 차가 크다 한들 이렇게까지 춥진 않을 것이다.

“왜요?”

그가 물었다.

“또 무슨 일 있어요?”

심유진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담배 피웠어요?”

허태준의 몸에서 담배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았지만, 심유진의 코가 워낙 예민한지라 조금만 가까이 와도 그녀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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