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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허태준의 약혼녀는 하은설이 아니었다.

‘허태준의 약혼녀가... 언제 허택양에게 납치를 당한 거지?’

뜻밖의 소식이 하은설을 자리에 굳게 만들었다.

“잠시만요...”

한참후 정신이 돌아온 하은설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할게요.”

경찰은 그렇게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하은설은 사무실을 힘겹게 빠져나와 복도의 구석에 등을 대고 심유진의 번호를 눌렀다.

“은설?”

심유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검사 끝났어?”

“아직.”

하은설은 목소리가 떨려왔다.

“나...”

하은설은 심유진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허택양이 병원에서 자신에게 한 얘기가 생각나 머뭇거렸다.

하은설은 자신과 심유진의 몇 년간의 우정이나 허태준의 됨됨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허 씨 형제들의 불화설은 국내 여러 매체에서 폭로되어 허택양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더구나 하은설은 여러 차례 허태준이 자신의 적수에게 무자비하게 복수를 하는 등 백화점에서의 폭력적인 수단을 익히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심유진은 당연히 허태준의 편을 들 것이다. 자신이 캐묻는다 한들 경찰과 같은 대답만 돌아올 것이다.

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자 심유진은 다급해졌다.

“너 왜 그래? 어디야? 찾으러 갈게!”

“난 괜찮아!”

하은설은 다급히 대답했다.

“나 그냥... 무서워. 유진아...”

하은설은 살살 떠보았다.

“내가 만약 이 아이를 유산하지 않으면...”

심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머릿속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왜?”

심유진은 평정심을 찾고 하은설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이가 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

하은설은 고래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고 심유진이 믿을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머릿속은 바빴다.

“아이의 아빠가 쓰레기라 하더라도 나는 마음이 아파... 그리고 너도 별이의 친아빠가 강간범인 줄 알고 낳은 거잖아?”

심유진은 하은설이 이 얘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은설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었기에 아무런 반박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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