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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괜찮아.”

하은설은 말을 마치고 그녀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처녀 귀신’처럼 유유히 주방으로 갔다.

심유진은 그 자리에서 30초 동안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의문을 품고 방으로 돌아왔다.

‘왜 하나같이 오늘 이렇게 이상하지?’

**

심유진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침실의 메인 등을 끄고 어둑한 헤드램프를 켰다.

욕실의 물소리가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 불이 꺼졌다. 그리고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그 소리가 차츰 심유진에게로 가까워졌다.

“오늘 샤워가 빨리 끝났네요?”

심유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허태준은 결벽증을 앓고 있는 탓에 매번 30분 이상 샤워를 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서재에서 나와 지금까지 총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이 이렇듯 유심히 관찰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임기응변으로 손쉽게 대답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이미 씻었어요. 지금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피곤해서 빨리 자려고요.”

“그래요.”

심유진은 그의 말을 쉽게 믿었다.

허태준은 이불을 들추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심유진은 하나의 뜨거운 살결이 자신의 등을 단단히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자신의 품 안에 가두었다. 오른손은 그녀의 허리를 넘어 손깍지를 꼈다.

허태준은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매혹적인 장미 향기가 그의 코를 뚫고 들어왔다.

이러한 친밀함을 그는 잊을 수 없었고, 또한... 놓고 싶지 않았다.

“만약 당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우리를 허락하지 않으면...”

허태준의 낮은 음성이 심유진의 귀를 감쌌고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민감한 살결을 간지럽혔다.

심유진의 몸은 순간 긴장되었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침묵이 계속되자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되물었다.

“아까...뭐라고 했어요?”

심유진의 음성은 그녀의 몸처럼 굳었다.

허태준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처음의 충동이 지나자, 그는 다시 물어볼 용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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