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설은 급히 떠났다.허태준이 심유진을 깨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은설을 뛰기까지 하였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뜀박질을 멈추었다.그녀는 오늘 검진을 예약했지만 그건 오후였다.심유진과 허태준 몰래 나온 것은 오늘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일한 지 어언 10년이란 시간 동안 하은설은 비록 많지는 않지만, 꽤 인맥을 쌓았다.하은설은 허택양이 경찰서로 잡혀갈 때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입원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하은설은 또 사람을 붙여 사건을 맡은 경찰에게 부탁해 면회를 신청했다.허택양이 잡히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그가 상처를 입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은설이 허택양의 온몸에 감긴 붕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너무 놀라 한참이나 넋이 빠졌다.허택양의 이런 꼴은 누구한테도 위협이 되지 못 된다고 생각한 경찰은 둘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병실 밖을 지키고 서 있었다.허택양의 모습이 믿기지 않은 하은설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그녀의 두 눈은 시종 크게 떴고 물방울이 맺히기도 했다.“당신...”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고 한참이나 지났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았다.허택양은 다리가 부러져 의사가 진통제를 놓아 현재 간신히 눈을 뜨고는 있으나 여전히 의식이 흐릿했다.그는 안간힘을 쓰고 나서야 하은설의 모습을 알아보고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은설?”“저예요!”하은설은 급히 대답했다.가까이 다가가자 하은설은 그의 창백한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러 상처로 얼룩덜룩했고 입술은 여러 군데 터져 피딱지가 앉았다.“당신 괜찮아요?”하은설이 물었다.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라 자신에게 상처를 줬어도 그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는 하은설의 가슴은 너무나도 아파왔다.“내가...”허택양이 눈을 감았다 뜨며 온몸의 힘을 끌어와 힘겹게 말을 이었다.“미안해...”그 말에 하은설의 눈물이 떨어졌다.“괜찮아요!”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그의 석고
하은설은 멈칫했다.“무슨 뜻이에요?”허택양은 눈을 뜨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사실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하은설은 가슴이 떨려왔다.그녀는 허택양이 말할 사실이 두 사람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밀려왔다.그들이 어젯밤 서재에서 한 얘기를 그녀는 전부 들었다.그래서 하은설은 모든 사실을 알기 위하여 한시라도 빨리 허택양과 만나려고 했다.“허태준은 나의 사촌 형이야. 우리의 아버지들은 친형제지.”하은설은 돌연 머리가 하얘졌다. 허태준과 허택양, 같은 성을 지니고 그렇게도 닮아 있었으나 그녀는 두 사람을 연관시키지 않았다.“그...래서요?”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옷자락을 세게 잡았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회사는 내 친 형에게 물려졌어. 그 후로 허태준은 우리 형제에게 앙심을 품고 여기저기서 우리 형제를 깎아내리고 해치려고 했지.”허택양은 순간순간 비통함을 내비쳤다.“그래서 허태준은 내가 너와 연인이 된 것을 알고 나에게 일부러 약을 먹이고 네 앞에서 바람을 피운 것처럼 보이게 했어... 은설아, 나를 믿어줘. 나는 너에게 진심이야. 너에게 상처를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어!”그는 흥분했는지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격렬한 기침 소리로 온몸은 진동했고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하은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조심해요!”하은설은 허택양을 다독이고 싶었으나 혹여나 자신이 아프게라도 할까 봐 한 켠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한참이나 지나서야 허택양의 기침은 잦아들었고 말을 이어갔다.“온몸의 상처도... 허태준이 한 짓이야... 허태준이 심유진을 멀리하라고 경고했어. 하지만...”그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하은설을 바라보았다.“내가 N 시티에 남아있는 이유는 너야. 그리고 또 ...”그의 시선은 하은설의 배로 향했다.“우리의 아이를 위해서야. 은설아, 사랑해. 나는 너랑 우리 아이와 함께 살고 싶어. 우리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은설은 한 손으로 허택양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허태준의 약혼녀는 하은설이 아니었다.‘허태준의 약혼녀가... 언제 허택양에게 납치를 당한 거지?’뜻밖의 소식이 하은설을 자리에 굳게 만들었다.“잠시만요...”한참후 정신이 돌아온 하은설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친구에게 전화할게요.”경찰은 그렇게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하은설은 사무실을 힘겹게 빠져나와 복도의 구석에 등을 대고 심유진의 번호를 눌렀다.“은설?”심유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검사 끝났어?”“아직.”하은설은 목소리가 떨려왔다.“나...”하은설은 심유진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다.하지만 허택양이 병원에서 자신에게 한 얘기가 생각나 머뭇거렸다.하은설은 자신과 심유진의 몇 년간의 우정이나 허태준의 됨됨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허 씨 형제들의 불화설은 국내 여러 매체에서 폭로되어 허택양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더구나 하은설은 여러 차례 허태준이 자신의 적수에게 무자비하게 복수를 하는 등 백화점에서의 폭력적인 수단을 익히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심유진은 당연히 허태준의 편을 들 것이다. 자신이 캐묻는다 한들 경찰과 같은 대답만 돌아올 것이다.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자 심유진은 다급해졌다.“너 왜 그래? 어디야? 찾으러 갈게!”“난 괜찮아!”하은설은 다급히 대답했다.“나 그냥... 무서워. 유진아...”하은설은 살살 떠보았다.“내가 만약 이 아이를 유산하지 않으면...”심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머릿속에는 경고음이 울렸다.“왜?”심유진은 평정심을 찾고 하은설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아이가 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하은설은 고래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고 심유진이 믿을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머릿속은 바빴다.“아이의 아빠가 쓰레기라 하더라도 나는 마음이 아파... 그리고 너도 별이의 친아빠가 강간범인 줄 알고 낳은 거잖아?”심유진은 하은설이 이 얘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하은설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었기에 아무런 반박도 하
허태준은 심유진보다 머리 하나가 컸기에 가까이에서 머리를 들어 올려 그와 대화하기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산부인과 병원에 남자가 가서 뭐 하게요?”허태준은 의기양양하게 반박했다.“아내와 같이 가는 남자도 없나요?”“그럼 당신은 아내와 같이 가는 건 가요?”심유진이 되물었다.“그럼요.”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눈가에는 짙은 웃음기가 섞였다.심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얼굴을 붉혔고 화를 내며 그를 밀쳤다.“아무튼 안 돼요!”허태준은 반쯤 물러났다.“그럼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요. 안 들어가면 되죠?”심유진이 다시 거절할까 봐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사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돼서 그래요.”이 말에 그녀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하은설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심유진은 그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래도 안 돼요.”심유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완강한 표정을 지었다.“집에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그 둘은 그렇게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였다.고집이라면 허태준도 심유진에게 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녀를 이길 필요가 없었다.“그래요.”결국 허태준은 한 걸음 물러났다.“빨리 돌아와요, 도착하면 전화하고요.”**하은설이 심유진과 만나기로 한 곳은 병원 근처의 한 카페였다.하은설은 창가에 앉아 두 손으로 뜨거운 아메리카잔을 들고 창밖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심유진은 빠르게 하은설을 찾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앞에서 흔들었다.“뭘 보는 거야?”하은설은 시선을 거두고 힘겹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빨리 왔네.”심유진은 하은설의 맞은켠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이렇게 비밀스럽게, 꼭 얼굴 봐야 한다고...”심유진이 오기 전 몇 번이나 마음을 먹고 시뮬레이션을 한 하은설이었다.그녀는 용기를 내 심유진에게 말했다.“사실 나 오전에 병원에 가지 않았어... 병원 예약은 오후야...”“응?”심유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은설은 심유진의 화를 예상하기는 했으나 이렇게나 크게 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녀는 놀라 손을 떨어 잔의 커피가 반이나 쏟아졌다.따뜻한 히터를 튼 카페에서 하은설은 얇은 티 한 장을 입었다. 뜨거운 커피가 위에 쏟아지자 아이보리색 티에는 보기 싫은 커피 얼룩이 배였다.하은설은 한숨을 내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하은설은 티슈를 들어 분풀이하는 것처럼 박박 얼룩을 닦았다.까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손님들도 다 떨어져 앉았기에 이쪽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직원이 돌아다니며 간혹 눈길을 줄 뿐이었다.하은설이 울자 심유진은 바로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화가 남아 있었다.“왜 울어?”심유진의 말투는 여전히 경직되었으나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들었다.하은설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심유진은 강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몸을 소파에 기대었다.“나랑 얘기하고 싶다며?”심유진이 물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얘기해? 아니면 이런 방식으로 취하하게 만들겠다는 거야?”하은설의 동작은 그녀의 말에 멈추고는 손에 든 티슈를 꽉 쥐며 말했다.“그 뜻 아니야.”이런 방식으로 심유진이 취하하게 만들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허택양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네가 만약 양심이 있다면 경찰서로 가서 취하해.”“허택양이 아무 잘못이 없다?”심유진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그래, 결국 다 내 잘못이네.”하은설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네 잘못이란 말이 아니라...”“그만해!”심유진은 하은설의 말을 끊었다.“내 말은,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네가 허택양이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된 거야.”“진실?”하은설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지만 이미 그녀가 숨기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경악과 의혹은 찾을 수 없었다.“그럼 지금 알려줘, 진실이 무엇인지.”심유진은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한참이 흐른 후에 결심한 듯 입을 뗐다.“허택양은 허태준의
“뭐라고?”하은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택양씨가... 너를 쫓아다녔다고?”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얼마 없어. 원래 쓰던 카카오톡 계정도 이미 쓰지 않아서 그 사람이 나에게 보낸 메세지도 너에게 보여줄 수 없어. 믿든 믿지 않든 네 마음대로 해.”하은설은 아무 말도 없었다.심유진은 내심 실망한 내색이었다.심유진은 그녀와 자신의 오랜 우정이 두 달 만난 쓰레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허택양이 너에게 접근한 건 너한테 첫눈에 반해서가 아니야. 목적을 가지고 너한테 접근한 거야. 너를 이용해 나와 태준 씨를 무너뜨리고 YT 그룹과 자신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야.”심유진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으나 하은설의 귀에는 그렇듯 거슬렸다.“네가 어떻게 택양 씨가 나한테 첫눈에 반하지 않은 걸 알아? 네가 어떻게 그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하는지 알아? 심유진, 너무 오만 떨지 마. 모든 게 너를 둘러싸고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하은설은 화가 나 눈이 새빨개져 말을 쏟아냈다.심유진은 그녀의 말에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하은설을 뚫어지게 보았다. 가슴이 울렁거렸다.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하은설이었으나 왜 이렇게 낯설단 말인가.하은설은 심유진에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너의 그 오만한 판단으로 우리를 갈라지게 하려는 거야? 택양 씨의 바람도, 감옥에 들어간 것도 다 네가 계획한 거지. 그럼, 다음은? 또 뭘 계획할 건데? 지금 나한테 다 알려줘, 마음 준비라도 하게!”심유진은 참았던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억울함이 물방울로 변하여 떨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못했다.“인정해, 허택양의 바람은 내가 사람을 불러서 시킨 일이야.”이렇게 된 마당에 심유진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이것 말고는 허택양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한 적 없어. 그가 너를 납치한 것도, 나를 납치한 것도 모두 사실이야. 그날 밤 만약 태준 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허택양에게 이끌려 한국으로 갔을 것이고,
“술 마실래요?”심유진은 바닥의 술들을 품에 끌어안고 허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허태준은 그녀의 품에서 양주들을 빼앗고 맥주를 남기며 대답했다.“당신은 이거 마셔요.”“저기요!”심유진은 원래도 기분이 안 좋은 데다 거하게 술을 마시려던 계획조차 허태준에 의해 흐트러지자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심유진은 급하게 팔을 뻗어 술을 빼앗으려 했다. 허태준은 몸을 비틀고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살짝 손가락으로 튕겼다.“말 들어요.”허태준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아니면 맥주도 없을 줄 알아요.”심유진은 재빨리 맥주를 몸 뒤에 숨기고 빼앗긴 양주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켰다.“알았어요.”**심유진은 소파에 털썩 앉아 한 손으로 맥주캔을 쥐고 한 손으로 허태준이 구운 닭다리를 쥐었다.“나 지금 너무 슬퍼요.”그녀가 닭다리를 뜯자 입술은 기름 범벅이 되었다.허태준은 미간을 구기며 그녀에게 몸을 숙여 입술의 기름을 닦아주었다.“네?”허태준은 인내심있게 뒤의 말을 기다렸다.“허택양은 진짜 음산한 놈이에요!”심유진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쳤다.“네.”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으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은설이... 이...”비록 가슴속은 화로 일렁거렸지만 하은설을 욕보이는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됐어요!”심유진은 고개를 젖혀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비어진 맥주캔을 그녀는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허태준은 새 맥주캔을 따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허태준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행동으로 허택양 때문에 심유진과 하은설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허태준은 매우 단순한 남자여서 여자 간의 ‘복잡한’ 우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멋대로 끼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은 알고 있었다.커플 사이, 부부 사이에 끼지 않듯이 말이다. 그들의 사이가 다시 좋아졌을 때 양쪽의 욕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그리하여 허태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관여하지 않았다. 심유진이 술을 마시려 하면 술을 주고 밥을 먹겠
“감옥에 들어간 후에는 이미 늦는다고요!”심유진이 맥주캔을 바닥에 집어 던지자 그녀의 몸이 적셔졌다.허태준은 머리가 더욱 아파왔다.술주정뱅이 본인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어 맥주캔을 들어 연거푸 술을 마셨다.“은설이가 지금 그놈에게 세뇌당하고 있다고요! 알아요?”심유진은 몸을 돌려 닭다리를 집었던 손으로 허태준의 옷깃을 집어 들었다. 하얀색의 셔츠는 기름으로 얼룩진 손자국이 남았다.“은설이가 세뇌당하고 있어요!”심유진은 옷깃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은설이가 나를 믿지 않아요. 나더러 거짓말쟁이래요. 내가 역겹대요!”하은설이 내뱉은 말들을 되짚으며 심유진의 가슴은 찢길듯이 아팠다.허태준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심유진의 어깨를 누르며 냉정해지라 말했다.“허택양이 은설 씨에게 뭐라고 했나요?”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믿겨요? 허택양이 은설이한테 내가 일부러 그들을 갈라놓았다고 말했어요. 지금 은설이는 그놈을 믿고 저를 믿지 않아요. 나더러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취하하라고 하지 않나, 허택양의 아이를 낳겠다고 하지 않나!”심유진은 말하면서 억울했는지 손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는 허태준의 품으로 안겨 왔다.심유진의 두 팔은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고 두 손으로 그의 셔츠 밑단을 쥐었다.허태준은 자신의 옷의 참혹한 상태를 생각하려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한숨을 쉬고 그녀를 안아 나지막이 토닥였다.“울지 마요. 내가 허택양을 죽여 줄게요.”“안돼...꺽!”심유진은 그의 가슴켠에서 트림을 하자 알코올 냄새가 올라와 허태준의 코를 찔러왔다.“살인은 안 돼요!”심유진은 그를 경고해 왔다.“이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에요. 살인은 안 돼요. 아니면 감옥에 잡혀 들어간다고요!”허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좋아요, 사람은 죽이지 않을게요.”허태준은 그녀의 말을 따랐다.허태준은 더 이상 봐줄 수 없어 허리를 숙여 심유진을 안아 들고 집안의 커다란 욕조에 집어 던졌다.“뭐 하는 거예요!”심유진의 청바지는 그가 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