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1009 챕터

제521화

“우정이 첫 번째야.” 심유진이 당부했다. “일등 못해도 상관없어.”두 남성은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면서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엄마, 우리 방해하면 안 돼.” 별이가 경고했다.“그래 방해 안 할게.”심유진이 몸을 돌려 가려는 시늉을 했다.“둘이서 놀아. 난 갈 테니까.”“아니.”허태준이 얼른 심유진을 붙잡았다. 심유진은 그 순간 발을 헛디뎌 허태준의 몸에 부딪쳤다. 허태준은 얇은 운동복을 입고 있었기에 단단한 근육이 오늘따라 유달리 두드러졌다. 심유진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얼른 몸을 일으켜 허태준과 거리를 두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몇몇 학부모들이 심유진을 놀렸다.“방금 무슨 드라마인 줄 알았어.”심유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별이는 가장 처음으로 캥거루 뛰기 게임을 하러 갔다. 쌀포대기 안에 다리를 넣고 50m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가족을 단위로 참가하는데 릴레이로 뛰는 형식이었다. 허태준은 이미 뛰는 순서를 정해놨다. 별이가 첫 번째 심유진이 두 번째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뛰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이런 순서로 뛰었다. 그들과 함께 시합을 한 가족들은 대부분 유치원대반 아이들이었다. 그러니 별이는 그 사이에서 딱히 우세가 없었다. 하지만 별이는 승부욕이 매우 강했기에 시작할 때 뒤로부터 두 번째였지만 이를 악물고 뛰어 종점에 도착했을 때는 일등과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별이에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래서 심유진은 한 박자 늦게 출발을 하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세 명의 엄마들에게 밀려 뒤로 가게 되었다. “엄마 파이팅!” 별이가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심유진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열심히 뛰었다. 심 유진은 운동신경이 좋지 않았기에 조금만 격렬한 운동을 하면 바로 숨이 찼고 온몸이 쑤셨다. 하지만 그건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심유진은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기대 찬 별이에 눈빛을 보며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곧 3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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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심유진을 감싼 채 허리를 숙이며 심유진에게 물었다. “다쳤어요?” 차갑기만 했던 목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났다. 걱정 어린 그 눈빛에 심유진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였다. “아니요.” 분명 스킨십도 없고 오글거리는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 주위에만 핑크빛 기류가 가득한 것처럼 보여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 달달함에 푹 빠져들었다. “아빠, 우리 질 것 같아!” 별이의 외침에 허태준은 그제야 시합에 집중했다. 허태준이 그러고 있는 사이 이미 여러 명이 반환점에 도착해 있었다. 아마 허태준이 죽을힘을 다해 쫓아도 꼴찌는 면하지 못할 것이다. 심유진이 얼른 길을 트고는 허태준을 응원했다. “파이팅!”허태준은 순간 심유진의 그 순수한 미소를 보며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태준이 재빨리 뛰어나갔다.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심판도 놀랄 정도였다. 허태준은 아빠들 중 가장 마른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반환점을 돌고 앞에 사람을 초과했다. 그 흥미진진한 장면에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허태준을 응원했다. 하지만 그전에 차이가 너무 났었기에 뒤로부터 두 번째 순서로 종점에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허태준을 존경에 찬 눈길로 봤다. 성적이 안 좋아서 별이가 실망할까 봐 걱정했는데 별이는 기뻐하며 허태준의 다리를 감싸안았다. “아빠 진짜 최고야!”허태준도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심유진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허태준에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응원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이었다. “최고였어요.” 심유진이 진심으로 허태준에게 말했다. 허태준은 처음으로 조금 쑥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아니에요.” 심유진이 휴지를 내밀면서 말했다. “땀 좀 닦아요.” 허태준이 휴지를 받으려는데 작은 손 하나가 그를 막았다. “엄마가 닦아줘야지!” 별이가 자연스럽게 애정행각을 하는 다른 부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봐봐, 다른 엄마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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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허태준은 사실 바라고 있었지만 심유진의 낯빛을 보고 나서 별이처럼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허태준은 얼른 휴지를 건네받고 대충 닦고는 휴지를 뭉쳐서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휴지가 완벽한 포물선을 던지며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주위사람들은 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심유진도 그의 신기한 묘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 나 농구는 언제 가르쳐줄 거야?” 허태준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주말에 별이 쉴 때.” “약속한 거다!” 별이가 기뻐하며 허태준과 손가락을 걸었다. 심유진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첫 게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허태준과 별이는 심유진을 데리고 거의 모든 게임에 다 참가했다. 심유진은 처음에 시합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흥을 깰 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같이 열심히 했다. 사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심유진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어른들은 그 선물에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심유진네 가족은 경쟁상대가 매우 적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 그들은 1등을 따냈다. 별이는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해 보였다. 심유진은 별이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하은설과 자신의 앞에서는 항상 철든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허태준과 함께 있을 때만 별이는 정말로 아이가 되어있었다. 보통의 아이처럼 고집도 부리고 울기도 하고 떼도 썼다.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심유진은 순간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1등 상품은 일본 7일 여행상품권이었다. 비행기표와 호텔, 가이드 서비스와 관광지 입장권까지 포함된 상품권이었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재력을 가진 부모라면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여행계획을 세우는 건 쉽지 않으니 확실히 가치 있는 선물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심유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돈을 드릴 테니까 그 상품권을 저한테 주시는 건 어떠세요?” 사실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심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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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심유진은 별이 앞에 앉아 별이의 손을 잡고 차분하게 얘기했다.“엄마는 그렇게 긴 휴가를 낼 수 없어. 그러니 이 상품권을 그냥 낭비하기보다 다른 친구한테 선물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하지만 별이가 입을 삐쭉거렸다.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 일이 바쁘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이는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 했다.“난 가고 싶어.”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심유진은 입을 꼭 다물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별이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짧았기에 다른 아이들은 다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닐 때 별이는 집에서 영화나 보고 책이나 읽었었다.“그러면 이렇게 하자.”심유진이 별이와 협상을 하려고 했다. “이건 일단 양보하고 나중에 엄마가 휴가를 써서 이틀 동안 놀고 오자. 어때?”이틀은 7일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별이는 이 정도만 돼도 심유진이 많이 양보해 준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 삼촌은?”“삼촌은 안 가.”심유진은 말을 하며 허태준 쪽을 바라봤다. 허태준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눈이 부셨고 자신과 많이 동떨어진 사람 같아 보였다. 언짢은 과거가 없었다 하더라도 심유진은 그와 가까이할 생각 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유진의 의견은 별이에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상품권은 삼촌이 따온 거야.”별이는 심유진의 의견에 반대했다.“삼촌 허락도 안 받고 다른 사람한테 준 것도 모자라서 여행 갈 때 데리고 가지도 않는 거야? 난 엄마한테 실망했어.”별이의 진지한 표정에 심유진은 마음이 뜨끔 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그럼 삼촌한테 물어볼게.”심유진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허태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다 흩어진 뒤에야 심유진은 별이를 데리고 그쪽으로 갔다. 허태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가 여행 상품권을 다른 친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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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별이는 여전히 실망한 것처럼 보였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밤 허태준은 심 유진네 집에서 자지 않았다. 더 이상 핑계를 대면서 그 집에 있으면 심유진이 조금 짜증을 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때는 심유진이 다시 자신을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 허태준이 없으니 심유진은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하지만 또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별이는 기분이 안 좋은 것이 표정에 확 드러났다. 계속 삼촌을 보고 싶어 하면서 잠이 들 때까지도 심유진이 세 번이나 재촉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 하루 종일 호텔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심유진은 서재로 가서 밀린 업무를 완성했다. 일을 마치니 새벽 세 시가 되어 있었다. 심유진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서재에서 나오다가 하마터면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코코가 서재 입구에 누워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코코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편안한 감정이 들었다. 심 유진은 코코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면서 물었다.“솜이는?”말을 마치자마자 케이지 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 솜이가 보였다. 케이지의 문이 닫히지 않았기에 코코가 뛰어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솜이는 심유진의 목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살짝 움직였을 뿐 힘없이 누워 있기만 했다. 아마 자신이 어제 잘못을 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별이는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도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고양이들은 병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었다. 심유진은 솜이를 탓하지 않았지만 허태준은 굉장히 미안한지 고양이들을 다시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심유진이 그를 막았다. 심 유진은 고양이들을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별이가 고양이들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솜이가 자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심유진은 사료로 소미를 유혹하며 케이지 안에서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솜이가 먹고 있을 때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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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별이와 하루 종일 놀고 집에 돌아오자, 허태준은 무음 모드로 돌려놓은 핸드폰을 꺼냈다.스크린에는 십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전부 부모님이 거신 전화였다.그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크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기분을 조절한 후 전화를 걸었다.허아주머니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물으셨다.“태준아 오늘 뭐하러 갔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회사랑 집에도 사람이 왜 없고?”허태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고객 만나러 갔습니다.”허아주머니는 그러려니 했다.허태준은 물었다.“무슨 일이세요?”거리감은 허아주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오늘 그들이 임 변호사를 만났다고 하는구나. 네 할아버지 유산분배에 관해서 말이다...”허아주머니는 멈추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니 할아버지가 생전에 유언을 수립하지 않아 그들이 강하게 나오는구나...보기가 안좋았어.”허태준의 예상속 일이었다.심지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갔다.“마지막까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허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태준아—”허아주머니는 화제를 돌렸다. 허태준도 정신을 가다듬었다.“나랑 니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그들과 싸울 힘이 없다. 더군다나 매년 그룹에서 나오는 보너스도 우월한 생활을 유지할수 있게 할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유산을 포기하려 한다. 평정함과 맞바꿀 겸. 하지만 니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할 것 같구나. 유산에는 네 몫도 있으니 말이다.”“포기하시려면 하세요.”허태준은 태연했다.YT그룹은 그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삼분의 일의 YT라니?“저는 딱 한 가지 요구가 있습니다.”그는 핸드폰을 꽈악 잡고 말했다.“할아버지의 한옥은 저를 줘야 합니다.”할아버지의 한옥은 몇십억을 하였지만 YT그룹의 주가에 비하면 그렇게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곳은 할아버지가 한평생을 살던 곳이었고 할아버지의 모든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집이었다.허태준은 허씨사람들이 그곳을 파괴하는 것을 원치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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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허아주머니는 말했다.“다 해결되었다.”상속프로세스를 밟으면 한옥은 곧 허태준의 것이 된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 가족이 어제 비밀리에 협상을 한것 같더구나. 네 셋째 삼촌이 5% 주가와 할아버지의 기타 부동산을 가지기로 했고 나머지는 전부 둘째 삼촌한테 준다고 했더구나.”허할아버지가 그룹 내에 보유하신 주가는 56%였다. 셋째 삼촌이 5%만 가져가는 것은 허태서가 제일 많은 주가를 보유해 총재의 위치에 안정적으로 앉아있는 것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은 시종 내부적으로 투쟁을 했다. 셋째 삼촌이 이렇게 큰 희생을 하다니 둘째 삼촌 집안에서는 어떤 보장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둘째 삼촌 집에서 어떠한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다.허태준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계획을 진행시킬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허태서의 직위는 변하지 않기에 그도 걱정할 것이 따로 없다.오후에 그는 한옥으로 갔다.할아버지의 후사가 끝나자, 여기도 예전의 썰렁함을 되찾았다.허태준은 문어구에서 문을 한참 두드렸다. 한 하인이 땀을 흘리면서 달려왔다.“도, 도련님!”하인은 거친 숨을 쉬면서 말했다.허태준은 이상하게 여겼다.“아주버님은요?”한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아주버니께서 늘 하시던 일이다. 여기로 찾아오는 손님은 다들 귀한 손님이었기에 허할아버지보다 한자리 아래인 집사, 아주버님이 손님을 맞이해야 빈틈이 없었다.하인은 슬픈 기색을 보였다.“아주버님은... 짐을 싸고 계십니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무슨 짐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본가로 내려간다고 합니다.”하인은 말했다.“주인님이 가셨으니, 집도 비었고 저희들도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집사도 간다고 하니... 에구!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겠네요!”허태준은 황급히 문턱을 넘어 아주버님 방으로 왔다.“아주버님, 계세요?”문은 끼익 소리를 내고 열려다. 아주버님은 천천히 나왔다.“작은 도련님?”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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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아주버님은 한참이 지나서야 안정을 취하셨다.허태준은 내심히 아주버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리고 정리해 둔 옷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아주버님은 사람을 시켜 차를 내오게 한 뒤 허태준한테 가득 따라줬다.“양시에서 올해 주인님께 보낸 새 찻잎입니다! 주인님은 한 번밖에 마시지 못했지요...”아주버님은 흥이 나서 소개하시다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눈가까지 빨개졌다.허태준은 한입 마셨다. 진하고 쓴맛이 혀끝을 맴돌았다가 목을 넘길 때 단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이 강한 술이나 커피보다는 차가 더 은은하여 좋았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차를 물 마시듯 했다.“주인님은 차가 마음을 정화한다고 하셨지요.”아주버님은 흐느끼면서 손을 가슴에 얹고 말했다.“주인님이 그렇게 가시고 이 차를 한 주전자 한 주전자씩 마셔봤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프답니다.”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의 빛은 저물어갔다.그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에 다 마셨다. 혀끝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다.하지만 심장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아픔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아주버님의 말씀은 옳았다. 차는 좋은 차였다.그는 빈 잔을 탁자에 놓았다. 아주버님은 금세 찻잔에 가득 따랐다.“사실 알고 있었습니다...주인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하지만...”아주버님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가시다니. 저녁에 태서도련님과 식사를 하실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시더니 이렇게...”허태준의 눈꺼풀은 뛰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허태서가 왔었어요?”“태서도련님이 업무보고를 하러 왔었습니다.”아주버님은 말했다.“매달 오십니다. 원래는 월초에 오셨었는데 이번에는 보름을 늦으셨네요. 그것도 주인님이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서 재촉하니 그제야 왔습니다.”허태준은 허태서가 매달 할아버지를 뵈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YT그룹을 허태서한테 넘겨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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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더군다나 그는 지금 허태서를 의심할 뿐 할아버지의 죽음이 허태서가 초래한 것이라는 것을 단정 지을 수 없었다.허태준은 차를 또 한잔 마셨다. 그리고 핑계를 대고 한옥을 떠났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여형민에게 전화를 했다.“형사팀에 고중동창이 있다고 했었지? 도움이 필요해.”**오후에 심유진은 호텔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VIP고객의 컴플레인을 받았다.그 고객은 유난히 까다로워 그녀가 처리하기까지 두시간이나 걸렸다.그녀는 황급히 유치원에 갔다. 별이는 다른 두 아이와 함께 교실에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심유진을 보자 담임선생님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별이더러 가방을 챙겨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별이어머님, 잠시 얘기 좀 할까요.”담임선생님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심유진의 마음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별이는 망연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같지는 않았다.심유진의 마음속의 의혹은 더 커져만 갔다.“유선생님, 무슨 일이시죠?”그녀는 물었다.담임선생님은 그녀를 데리고 조금 더 멀리 가서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오늘 어떤 낯선 남성분이 별이를 데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어머님의 친구라면서요.”심유진의 눈앞에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허태준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별이의 담임선생님은 허태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낯선 남성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별이를 데리러 온 “친구”라면 허태준 외에 여형민밖에 남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며칠동안 여형민과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가 출장해서 돌아왔는지도 잘 몰랐다.“별이는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합니다.”담임선생님은 보충하여 말했다. 심유진은 여형민도 아니라고 확신했다.“그 사람은 어머님과 별이의 이름을 알고 어머님의 직업도 아세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답니다. 어머님과 연락도 닿지 못했고 해서 별이를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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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담임선생님은 심유진더러 먼저 가라고 했다. 그리고 영상이 나오는대로 보내준다고 했다.심유진은 별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그녀는 무서웠다.담임선생님이 얘기한 그 남자...그녀는 아직 직접 보진 못했지만 예감이 들었다—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예감.“유선생님이 그러는데 오늘 어떤 아저씨가 데리러 왔다면서?”심유진은 별이한테 물었다.“네.”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서 따라가지 않았어요.”“참 잘했어!”심유진은 웃으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그녀와 하은설은 별이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방범에 관한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 이제 와서 보니 효과는 상당했다.“앞으로도 엄마가 다른 사람보고 널 데리러 가게 하면 미리 유선생님한테 전화를 할거야. 엄마가 유선생님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와도 따라가면 안돼. 허삼촌이랑 여삼촌이라도 안 돼. 알았어?”“네...”별이는 얼굴을 찌푸렸다.“왜 허삼촌과 여삼촌도 안돼요?”“엄마가 걱정되기 때문이야.”심유진은 옆의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심유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파일을 받았다.사진 속 남자의 얼굴은 그나마 선명했다. 심유진은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 사람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친구라고 하면서 별이를 데려가려 했다.아무리 봐도 납치미수였다.하지만 누구한테라도 실질적인 상해는 입히지 않았기에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어영부영 끝날 것이다.심유진은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그녀는 이 일을 하은설한테 얘기했다. 두 사람은 결국 별이를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별이쪽이 힘들 거야.”하은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별이는 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 그리고 널 떠나지 못해.”“나도 언젠가 돌아갈거야.”심유진은 별이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별이가 미국에 가게 되면 그녀도 따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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