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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아주버님은 한참이 지나서야 안정을 취하셨다.

허태준은 내심히 아주버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리고 정리해 둔 옷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아주버님은 사람을 시켜 차를 내오게 한 뒤 허태준한테 가득 따라줬다.

“양시에서 올해 주인님께 보낸 새 찻잎입니다! 주인님은 한 번밖에 마시지 못했지요...”

아주버님은 흥이 나서 소개하시다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눈가까지 빨개졌다.

허태준은 한입 마셨다. 진하고 쓴맛이 혀끝을 맴돌았다가 목을 넘길 때 단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이 강한 술이나 커피보다는 차가 더 은은하여 좋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차를 물 마시듯 했다.

“주인님은 차가 마음을 정화한다고 하셨지요.”

아주버님은 흐느끼면서 손을 가슴에 얹고 말했다.

“주인님이 그렇게 가시고 이 차를 한 주전자 한 주전자씩 마셔봤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프답니다.”

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의 빛은 저물어갔다.

그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에 다 마셨다. 혀끝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심장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아픔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주버님의 말씀은 옳았다. 차는 좋은 차였다.

그는 빈 잔을 탁자에 놓았다. 아주버님은 금세 찻잔에 가득 따랐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주인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하지만...”

아주버님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가시다니. 저녁에 태서도련님과 식사를 하실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시더니 이렇게...”

허태준의 눈꺼풀은 뛰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허태서가 왔었어요?”

“태서도련님이 업무보고를 하러 왔었습니다.”

아주버님은 말했다.

“매달 오십니다. 원래는 월초에 오셨었는데 이번에는 보름을 늦으셨네요. 그것도 주인님이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서 재촉하니 그제야 왔습니다.”

허태준은 허태서가 매달 할아버지를 뵈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YT그룹을 허태서한테 넘겨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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