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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심유진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발끝을 돌리자마자 멈춰 섰다.

대문밖 바닥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 등을 벽에 대고 다리를 구부리고 있었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어깨는 축 처졌다. 퇴폐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를 본 순간 그 암담한 눈동자에는 빛이 났다.

허태준은 바닥을 짚고 일어나 그녀의 곤혹스런 시선속에서 큰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상쾌한 민트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넓은 가슴과 튼실한 팔뚝은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체온이 상승하게 하였다.

허태준은 그녀의 몸이 으스러질 듯 세게 안았다.

그의 떨림을 느끼자 심유진은 그를 밀어내려는 충동을 참고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왜 그래요?”

그녀는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허태준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시트러스 향을 맡았다. 몸속의 초조함과 답답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그녀를 놔주기 싫었지만 놔주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출장?”

그는 그녀의 뒤에 있는 캐리어를 보았다.

“아니요.”

심유진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별이를 미국에 보내려고요.”

그녀는 영문없이 가슴이 떨렸다. 그래서 말을 마치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허태준은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이초동안 멍하니 있다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물었다.

“왜?”

그의 반응은 심유진의 생각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그녀는 슬그머니 숨을 돌렸다.

“들어가서 얘기해요.”

**

열몇 시간의 장거리 비행에 심유진은 피곤함에 찌들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잔 내리고 단숨에 반 잔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

“늦었는데 조금만 마셔.”

그는 말했다.

심유진은 머그컵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습관이 되어서요.”

심장은 찌릿해났다.

허태준은 그녀가 몇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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