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들은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호텔 어디를 가나 조수를 데리고 다녔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경각성을 늦추지 않았다. 매일 밤 문과 창문점검을 여러 번 했고 밤에는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곤 했다.심유진의 머리는 점점 아파났다.그녀는 이러다가 정신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혹시 이것이야말로 심씨 일가의 진정한 목적인가?그녀의 정신상태는 허태준과 육윤엽이 제일 먼저 알아챘다.육윤엽은 매일 각종 이유를 대 그녀를 만나 그녀의 상황을 돌려서 묻곤 했다. 그녀가 고민과 번뇌에 대해 얘기할때 위안을 주기도 했다.허태준은 조급해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별이도 떠났으니, 그녀와 만날 정당한 핑계가 없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그녀의 집에 들락거리면 그녀는 바로 그를 쫓아낼 것이다.“어떻게 해야 하지?”그는 여형민한테 물었다.여형민은 진작에 대구에서 돌아왔다. 그래서 매일점심마다 허태준의 사무실에 가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곤 했다.“방법은 세 가지나 있어.”여형민은 손가락 세개를 들었다.“첫째, 심유진한테 고백하여 그녀를 당당히 관심하는 것—너 같은 겁쟁이는 절대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지.”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허태준은 예리하게 그를 노려보았다.여형민은 못본척 하고 계속 말했다.“둘째, 업무로 자신을 마비 시키는 것. 보이지 않으면 걱정도 되지 않는 법. 심유진이 어떻든 너랑 상관이 없는 거야.”허태준은 노려보기조차 지겨웠다.“됐어. 닥쳐.”“아직 안끝났어—”여형민은 입을 삐죽했다.“사람이 이렇게 인내심이 없어?”“안 들어도 알 것 같아. 다 쓸데없는 얘기지.”허태준의 주의력은 눈앞의 문서에 집중되었다.그는 대뇌가 단락이 되어 여형민의 의견을 물은것이라고 생각했다—여인에 대해서 여형민이나 자신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는데.“세번째 방법은 무조건 효과가 있을 거야.”여형민은 그의 앞에 다가섰다. 허태준이 듣든 듣지 않든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은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가끔 폭로된 직장내 성희롱, 바람을 핀 스캔들에 대해서 대중은 혀를 내둘렀지만, 이 업계내에서 이런 일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희열엔테의 남자 연예인들이 저지른 제멋대로인 행동은 대중의 상상밖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해조차 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더우기 이 연예인들중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움으로 입소문을 탄 남자도 있었고 청순하고 밝은 이미지의 남자도 있었으며 무던하고 착하기로 소문난 남자도 있었다.이미지가 바닥나고 팬들을 기만하고 낯짝이 두껍다는 등...각종 악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네티즌들은 이 사람들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청원을 했다.산하 연예인들한테 이렇게 큰일이 터지니 희열엔터도 책임을 지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음탕소굴, 마약소굴...각종 타이틀들이 붙었다. 경찰서에서도 전문팀을 구성하여 희열엔터 내부에 들어와 더 깊은 조사를 펼쳤다.조사에 응하기 위하여 희열엔터의 정상적인 운영은 중지될 수밖에 없었고 모든 연예인들은 일을 멈추고 서의 부름을 기다렸다.이번 일의 영향은 너무 커 각 업계에서 희열엔터와 계약을 해지했고 계약을 맺고 제작팀에 들어간 배우들도 제작팀에서 퇴출당했다.며칠내에 희열엔터는 위약금만 얼마를 물었는지 모른다. 일부는 물어내지 못해 업계가 재촉을 했다고 한다.누가 봐도 희열엔터는 망하기 직전이다.하지만 심훈은 악으로 버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고 파산신청도 아직 하지 않았다.몇십년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해 온 사영은이 이 시점에 돌연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아마도 심훈이 곤경에 대한 일종의 타협으로 보인다.심유진은 각종 미디어에서 한편의 연속극을 본 듯 했다.그녀는 희열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불안했다. 예전보다 더 긴장해졌다.심씨 일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들이다.그들이 구덩이에 더 깊게 빠질수록 그녀가 위험을 맞이할 확률은 더 높았다.하지만 그녀는 잘못 생각했다.심씨 일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
일부러 그와 거리를 벌리려는것이 아니다. 그녀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했다. 그녀는 지금 일을 하는 중이고 허태준은 호텔에 온 손님이었다.“어서 들어가세요. 여선생님도 오래 기다리셨어요.”허태준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당신은?”그는 턱을 치켜들고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그의 눈빛은 평온스러웠고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었다.“저는 돌아가서 업무를 봐야 해요.”심유진은 그의 팔을 스치면서 떠나려고 했다.허태준은 손을 뒤로 한 채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그녀의 팔은 가늘어 뼈밖에 남지 않은 듯 했다. 그가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마른 것 같았다.그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래서 손에는 저도 몰래 힘이 들어갔다.심유진은 아파서 숨을 들이켰다.“먼저 밥을 먹어.”허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거절할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심유진은 겁이 날 지경이었다.그는 거의 강제적으로 그녀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왔다.여형민은 전혀 의아하지 않아 했다. 그저 웃으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배달을 온 웨이터는 몇분후에 도착했다.세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밥을 먹었다.허태준은 부단히 심유진의 접시에 음식을 집어 올렸다. 산을 이룰 지경이었다.아마 장기간동안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않은 탓인지 심유진의 식사량은 현저히 줄었다. 그녀는 하루에 한끼로 버틴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그녀는 몇술 뜨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다 먹었어요.”허태준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그가 집어준 음식을 심유진은 거의 다치지 않았다.“더 먹어.”그는 명령을 했다.심유진은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못 먹어요.”그녀는 자신이 먹다 남은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허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업무용 휴대폰이었다.전화가 온 것은 낯선 번호였다.허태준은 짜증을 내면서 꺼버렸다. 하지만 대방에서는 다시 전화를
”밥은 다 먹어.”허태준은 드디어 젓가락질을 그만뒀다. 하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은 당혹스러웠다.“따님이 납치 되었다구요!”그녀는 중복했다.“어떻게 밥이 넘어갈수가 있어요?”그녀조차도 허아리를 증오하는 방관자조차도 가슴이 타들어 가는데 허아리의 아버지로써 지금 허태준의 태도는 너무 차가웠다.“그 애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허태준은 담담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심유진은 멈칫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허태준이 어떻게 아냐고?허태준은 끝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흘끔 보고 받았다. 그리고 스피커를 켰다.“허태준씨?”전화기너머에서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주토박이 말투로 무섭게 쏘아대 잘못 건드리면 안될것 같았다.허태준은 대답했다.“그런데. 무슨 볼일이라도?”그 사람은 허태준의 아무 일도 아닌 듯한 태도 때문에 분노를 하였다. 상대방은 목소리를 더 높이면서 물었다.“딸을 돌려받고 싶지 않아?”그의 물음에 반응이라도 하듯 허아리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살려줘요! 아빠! 무서워요!”허아리가 아무리 생각이 많은 아이라 해도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다. 그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떨렸다.심유진은 눈을 감았다.그녀는 허아리가 당하게 될 고문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묵묵히 기도를 하였다. 허아리가 허태준이 얘기한 것처럼 무사히 돌아오기를.“얼마면 되는데?”허태준은 돌려 묻지 않았다.“이백억! 현금!”납치범은 당당히 요구를 제기하였다.허태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줄 수는 있는데 가져갈 수 있겠어?”이백억현금이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납치점은 소리가 없어졌다.한참 후 그는 말했다.“기다려!”그리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여형민은 소리 내서 웃었다.“바보아냐?”허태준도 전화를 놓고 비웃으면서 말했다.“이런 돈도 아껴야 하다니 한평생 그저 그렇게 살겠네.”심유진은 못 알아들었다.“누구요? 무슨 돈을 아껴요?”허태준은 그녀의 질문
“돈 낼 준비 하라고 할까?”여형민이 물었다.“응.”허태준은 이 문제에서 망설이지 않았다. 여형민은 바로 일어나서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쳤다.“이제 안심이 돼요?”허태준이 심유진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제가 아리를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잖아요.”허태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하면서도 그 깊은 눈은 여전히 심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따뜻한 눈빛에 심유진은 또 한 번 흔들렸다. 심유진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전 계속 안심하고 있었어요.”심유진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허태준의 시선이 심유진을 떠나 그녀의 앞에 놓여 있는 접시로 향했다. “이제 밥 잘 먹을 수 있겠어요?”심유진이 멈칫했다. 허태준은 자신이 밥을 다 먹지 않으면 굉장히 신경 쓸 것 같았다. 이쯤 되니 심유진은 그냥 억지로 접시를 들고 몇 숟가락 뜰 수밖에 없었다. 허태준은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심유진은 아직 일이 남아 있었기에 여형민 방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심유진이 떠나자 허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허태준이 직접 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전화번호 알아볼 필요 없어요. 허아리를 납치 한 사람은 원재예요.”사실 허태준은 이미 그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했고 통화녹음도 몇 번이나 들었기에 목소리를 듣자마자 원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심유진이 이 사실을 눈치채게 할수는 없었다. 원재의 뒤에는 심훈이 있기에 이로 인해 심유진이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됐다. “유진 씨 친구인척 별이를 데리고 간 그 사람?”
”그럼 돈은 예정대로 준비해?” 여형민이 본론으로 돌아왔다.“원재가 납치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바로 경찰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허태준이 그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돈 준비하라고 했어?” 여형민이 놀라서 되물었다. “네가 허락했잖아!” 사실 여형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거금을 들여 허태서의 아이를 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허태준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심유진이 옆에 있으니까 한 말이잖아.”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차가운 인상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눈치챌 줄 알았는데.” 여형민을 바라보는 허태준의 눈빛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형민은 욕이 튀여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다시 전화해서 준비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통화를 마치고 여형민이 물었다. “범인 잡으러 가라고 할까?” “아니.” 허태준이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면서 손가락으로 휴대폰 모니터를 톡톡 두드렸다.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일단 내버려 둬.” 여형민이 호기심에 허태준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별이?” 허태준은 별이와 문자를 나누고 있었다. 여형민은 그 문자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눈을 흘겼다. “유치하다 정말.” 별이는 글을 아직 다 못 뗐기에 대부분 음성통화 아니면 간단한 글들로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허태준은 지금 이모티콘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눈을 뜬것 같았다. 허태준은 별이와 각종 이모티콘을 서로 보내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형민이 질책하는 사이 허태준은 또 별이에게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전송했다. “네가 뭘 알아.” 허태준은 목소리마저 전보다 따뜻해진 것 같았다. 여형민은 그런 모습이 정말 적응이 안 됐다. “그래, 내가 모르는 걸로 치자. 근데 이렇게 미뤄도 되는 거야? 원재가 허아리한테 손이라도 대면 어떡해.” “내가 무서울게 뭐가 있어.” 허태준의 얼굴에 또 한줄기 서늘함이 비꼈다. “허아리는 걔 친아빠가 걱정하겠지.” 여형
얼마 지나지 않아 최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원재 위치 파악했습니다. 따님이 같이 있어요.” 원재는 허아리를 데리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저택에서 지내고 있었다. 주위는 다 논밭이었고 이웃집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숨기 좋은 장소였다. 최준은 그 주위에 잠복해 있으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수고가 많아요.” “아닙니다. 제가 해야 되는 일인걸요.” “아, 그리고 어르신 일은…” 허태준이 멈칫했다. “네?” “어르신 시신을 태우는 바람에 부검을 못 해서 사인이 뭔지 조사하지 못했어요. 도와드리고 싶지만 심증만으로는 조사를 하지 못하거든요. 허태서에 관해서도 개인적으로 인맥을 동원해서 조사해 봤는데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딱히 의심 가는 행동을 한 것도 없었고요. 그래서…” 뒤에 무슨 말이 따라올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 할아버지의 죽음이 허태서와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증거가 없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허태서를 망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어쩌면 할아버지는 영원히 억울함을 품은채 잠드실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태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켰다. 또 영화팀이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호텔을 예약했다. 심유진은 관례에 따라 팀장을 데리고 인사를 드리러 갔다. 이미 식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상황이었고 다들 술을 한두 잔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시끌벅적했다. 심유진은 겨우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가장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로 갔다. “유진 씨, 어서 와!” 전감독이 심유진을 보고는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며 심유진을 자신의 옆으로 끌고 왔다. “나랑 조감독이 다음 영화도 경주에서 찍을 건데 그때도 이 호텔로 올 테니까 할인 해줘야 돼?” “그럼요.” 심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도연 감독과 조강민 감독은 부부였다. 조강민은 꽤나 유명한 감독이었는데 찍는 작품마다 시청률이 높아서 많은 배우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했다. 조강민은 전
심유진은 사영은의 이런 과거는 처음 들었다. 사실 사영은이 한때는 잘 나가는 배우였다는 건 중학교 2학년때에야 알았었다. 그날 점심에 선생님 교무실에 시험지를 가지러 갔었다가 선생님들이 사영은 얘기를 하는 걸 우연히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과학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었기에 컴퓨터는 사치품이나 다름없었고 휴대폰도 전화나 문자만 가능했었다. 그러니 TV와 신문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영은이 연예계를 떠났던 이 몇 년 동안 그녀의 자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집안사람들은 심유진을 신경 쓰지 않는 데다가 또래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사영은을 잘 몰랐었다. 나중에 나이를 먹고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심유진은 한 번도 일부러 사영은을 검색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 인터넷에 성형 안 한 연예인이라던가 무보정 시대에도 살아남았었던 연예인 등등 기사가 뜰 때면 사영은은 항상 그중에 속해있었다. 심유진은 전도연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그냥 웃기만 했다. 전도연은 전세가 역전됐다는 기분에 취해서인지 점점 더 흥분해서 말했다. “우리 조감독이 그래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지.” 전도연은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조강민을 살짝 흘겨봤다. “유진 씨한테만 얘기해 줄 테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마요. 글쎼 저 사람이 저렇게 시원시원하게 생겼어도 속이 엄청 좁다니까. 사영은이 자신을 욕했던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이제야 속이 시원한가 봐.” 전도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기에 조강민의 귀에도 들어갔다. “당신도 참…” 조강민은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뭐라 할 수가 없어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부끄러워하지 마요. 어차피 사영은 씨 거절한 감독들이 수두룩해.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회사에 인사까지 하고 다닌다 하더라고. 사영은 씨는 쓰지 말라고.” 사영은이 이렇게까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건 처음 알았기에 심유진은 조금 놀랐지만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사영은이 얼마나 권력을 좇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