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와 하루 종일 놀고 집에 돌아오자, 허태준은 무음 모드로 돌려놓은 핸드폰을 꺼냈다.스크린에는 십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전부 부모님이 거신 전화였다.그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크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기분을 조절한 후 전화를 걸었다.허아주머니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물으셨다.“태준아 오늘 뭐하러 갔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회사랑 집에도 사람이 왜 없고?”허태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고객 만나러 갔습니다.”허아주머니는 그러려니 했다.허태준은 물었다.“무슨 일이세요?”거리감은 허아주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오늘 그들이 임 변호사를 만났다고 하는구나. 네 할아버지 유산분배에 관해서 말이다...”허아주머니는 멈추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니 할아버지가 생전에 유언을 수립하지 않아 그들이 강하게 나오는구나...보기가 안좋았어.”허태준의 예상속 일이었다.심지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갔다.“마지막까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허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태준아—”허아주머니는 화제를 돌렸다. 허태준도 정신을 가다듬었다.“나랑 니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그들과 싸울 힘이 없다. 더군다나 매년 그룹에서 나오는 보너스도 우월한 생활을 유지할수 있게 할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유산을 포기하려 한다. 평정함과 맞바꿀 겸. 하지만 니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할 것 같구나. 유산에는 네 몫도 있으니 말이다.”“포기하시려면 하세요.”허태준은 태연했다.YT그룹은 그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삼분의 일의 YT라니?“저는 딱 한 가지 요구가 있습니다.”그는 핸드폰을 꽈악 잡고 말했다.“할아버지의 한옥은 저를 줘야 합니다.”할아버지의 한옥은 몇십억을 하였지만 YT그룹의 주가에 비하면 그렇게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곳은 할아버지가 한평생을 살던 곳이었고 할아버지의 모든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집이었다.허태준은 허씨사람들이 그곳을 파괴하는 것을 원치 않았
허아주머니는 말했다.“다 해결되었다.”상속프로세스를 밟으면 한옥은 곧 허태준의 것이 된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 가족이 어제 비밀리에 협상을 한것 같더구나. 네 셋째 삼촌이 5% 주가와 할아버지의 기타 부동산을 가지기로 했고 나머지는 전부 둘째 삼촌한테 준다고 했더구나.”허할아버지가 그룹 내에 보유하신 주가는 56%였다. 셋째 삼촌이 5%만 가져가는 것은 허태서가 제일 많은 주가를 보유해 총재의 위치에 안정적으로 앉아있는 것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은 시종 내부적으로 투쟁을 했다. 셋째 삼촌이 이렇게 큰 희생을 하다니 둘째 삼촌 집안에서는 어떤 보장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둘째 삼촌 집에서 어떠한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다.허태준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계획을 진행시킬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허태서의 직위는 변하지 않기에 그도 걱정할 것이 따로 없다.오후에 그는 한옥으로 갔다.할아버지의 후사가 끝나자, 여기도 예전의 썰렁함을 되찾았다.허태준은 문어구에서 문을 한참 두드렸다. 한 하인이 땀을 흘리면서 달려왔다.“도, 도련님!”하인은 거친 숨을 쉬면서 말했다.허태준은 이상하게 여겼다.“아주버님은요?”한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아주버니께서 늘 하시던 일이다. 여기로 찾아오는 손님은 다들 귀한 손님이었기에 허할아버지보다 한자리 아래인 집사, 아주버님이 손님을 맞이해야 빈틈이 없었다.하인은 슬픈 기색을 보였다.“아주버님은... 짐을 싸고 계십니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무슨 짐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본가로 내려간다고 합니다.”하인은 말했다.“주인님이 가셨으니, 집도 비었고 저희들도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집사도 간다고 하니... 에구!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겠네요!”허태준은 황급히 문턱을 넘어 아주버님 방으로 왔다.“아주버님, 계세요?”문은 끼익 소리를 내고 열려다. 아주버님은 천천히 나왔다.“작은 도련님?”허
아주버님은 한참이 지나서야 안정을 취하셨다.허태준은 내심히 아주버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리고 정리해 둔 옷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아주버님은 사람을 시켜 차를 내오게 한 뒤 허태준한테 가득 따라줬다.“양시에서 올해 주인님께 보낸 새 찻잎입니다! 주인님은 한 번밖에 마시지 못했지요...”아주버님은 흥이 나서 소개하시다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눈가까지 빨개졌다.허태준은 한입 마셨다. 진하고 쓴맛이 혀끝을 맴돌았다가 목을 넘길 때 단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이 강한 술이나 커피보다는 차가 더 은은하여 좋았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차를 물 마시듯 했다.“주인님은 차가 마음을 정화한다고 하셨지요.”아주버님은 흐느끼면서 손을 가슴에 얹고 말했다.“주인님이 그렇게 가시고 이 차를 한 주전자 한 주전자씩 마셔봤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프답니다.”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의 빛은 저물어갔다.그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에 다 마셨다. 혀끝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다.하지만 심장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아픔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아주버님의 말씀은 옳았다. 차는 좋은 차였다.그는 빈 잔을 탁자에 놓았다. 아주버님은 금세 찻잔에 가득 따랐다.“사실 알고 있었습니다...주인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하지만...”아주버님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가시다니. 저녁에 태서도련님과 식사를 하실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시더니 이렇게...”허태준의 눈꺼풀은 뛰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허태서가 왔었어요?”“태서도련님이 업무보고를 하러 왔었습니다.”아주버님은 말했다.“매달 오십니다. 원래는 월초에 오셨었는데 이번에는 보름을 늦으셨네요. 그것도 주인님이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서 재촉하니 그제야 왔습니다.”허태준은 허태서가 매달 할아버지를 뵈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YT그룹을 허태서한테 넘겨주었
더군다나 그는 지금 허태서를 의심할 뿐 할아버지의 죽음이 허태서가 초래한 것이라는 것을 단정 지을 수 없었다.허태준은 차를 또 한잔 마셨다. 그리고 핑계를 대고 한옥을 떠났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여형민에게 전화를 했다.“형사팀에 고중동창이 있다고 했었지? 도움이 필요해.”**오후에 심유진은 호텔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VIP고객의 컴플레인을 받았다.그 고객은 유난히 까다로워 그녀가 처리하기까지 두시간이나 걸렸다.그녀는 황급히 유치원에 갔다. 별이는 다른 두 아이와 함께 교실에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심유진을 보자 담임선생님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별이더러 가방을 챙겨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별이어머님, 잠시 얘기 좀 할까요.”담임선생님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심유진의 마음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별이는 망연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같지는 않았다.심유진의 마음속의 의혹은 더 커져만 갔다.“유선생님, 무슨 일이시죠?”그녀는 물었다.담임선생님은 그녀를 데리고 조금 더 멀리 가서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오늘 어떤 낯선 남성분이 별이를 데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어머님의 친구라면서요.”심유진의 눈앞에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허태준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별이의 담임선생님은 허태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낯선 남성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별이를 데리러 온 “친구”라면 허태준 외에 여형민밖에 남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며칠동안 여형민과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가 출장해서 돌아왔는지도 잘 몰랐다.“별이는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합니다.”담임선생님은 보충하여 말했다. 심유진은 여형민도 아니라고 확신했다.“그 사람은 어머님과 별이의 이름을 알고 어머님의 직업도 아세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답니다. 어머님과 연락도 닿지 못했고 해서 별이를 데려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담임선생님은 심유진더러 먼저 가라고 했다. 그리고 영상이 나오는대로 보내준다고 했다.심유진은 별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그녀는 무서웠다.담임선생님이 얘기한 그 남자...그녀는 아직 직접 보진 못했지만 예감이 들었다—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예감.“유선생님이 그러는데 오늘 어떤 아저씨가 데리러 왔다면서?”심유진은 별이한테 물었다.“네.”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서 따라가지 않았어요.”“참 잘했어!”심유진은 웃으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그녀와 하은설은 별이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방범에 관한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 이제 와서 보니 효과는 상당했다.“앞으로도 엄마가 다른 사람보고 널 데리러 가게 하면 미리 유선생님한테 전화를 할거야. 엄마가 유선생님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와도 따라가면 안돼. 허삼촌이랑 여삼촌이라도 안 돼. 알았어?”“네...”별이는 얼굴을 찌푸렸다.“왜 허삼촌과 여삼촌도 안돼요?”“엄마가 걱정되기 때문이야.”심유진은 옆의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심유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파일을 받았다.사진 속 남자의 얼굴은 그나마 선명했다. 심유진은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 사람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친구라고 하면서 별이를 데려가려 했다.아무리 봐도 납치미수였다.하지만 누구한테라도 실질적인 상해는 입히지 않았기에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어영부영 끝날 것이다.심유진은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그녀는 이 일을 하은설한테 얘기했다. 두 사람은 결국 별이를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별이쪽이 힘들 거야.”하은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별이는 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 그리고 널 떠나지 못해.”“나도 언젠가 돌아갈거야.”심유진은 별이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별이가 미국에 가게 되면 그녀도 따라가야
심유진은 더욱 슬펐다.그녀도 별이를 못보게 되는게 싫었다.하지만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삼일동안 휴가를 냈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떠나기 전 그녀는 손에 있는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임무를 안배하였다. 그녀가 없는 이 삼일동안 타인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말이다.호텔의 VIP고객도 일일이 전화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앞으로 삼일동안 호텔에 있지 않을 겁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총매니저를 찾으시면 됩니다. 그분의 번호를 조금 이따가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육윤엽은 물었다.“뭐 하러 갑니까?”그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심유진은 워커홀릭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도 단 하루도 휴가를 신청한적이 없었다. 매일 아침부터 새벽까지 근무를 하였었다. 귀국후 아이를 돌보기 위함인지 퇴근 시간을 앞당기긴 하였지만 거의 휴가를 내지 않았다. 이번처럼 바로 삼일씩이나 휴가 신청을 한 적은...거의 없었다.그래서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요근래 그와 지내다 보니 심유진은 육윤엽과 꽤나 가까워졌다. 그래서 숨김없이 얘기해줬다.“아들을 미국으로 보내려구요.”육윤엽도 심유진의 아들을 본 적이 있었다.아이는 심유진과 무척이나 닮았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어릴 적에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생각날 때마다 그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아들이 방학을 했나요?”육윤엽은 또 물었다.“아니요...”심유진은 웃었다.“아예 공부를 거기서 하게요.”육윤엽은 흠칫했다.“그럼 유진씨도 미국으로 가는건가요?”“네.”심유진은 그렇다고 했다.“가족이 거기에 있으니 가야죠.”그녀의 입에서 나온 가족이라는 단어는 육윤엽을 침묵에 빠트렸다.육윤엽은 암담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김욱도 걱정을 드러냈다.“돌아가는 것도 좋겠네요.”한참을 침묵하다가 육윤엽은 입을 열었다.그의 세력도 그쪽에 있으니 심유진과 그녀의 아들을 더욱 잘 보살필 수 있었다.“잊지 마세요. 어떤 어려움이라도 저를 찾아오세요.”그는 말했다.예전에
심유진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발끝을 돌리자마자 멈춰 섰다.대문밖 바닥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 등을 벽에 대고 다리를 구부리고 있었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어깨는 축 처졌다. 퇴폐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그녀를 본 순간 그 암담한 눈동자에는 빛이 났다.허태준은 바닥을 짚고 일어나 그녀의 곤혹스런 시선속에서 큰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상쾌한 민트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넓은 가슴과 튼실한 팔뚝은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체온이 상승하게 하였다.허태준은 그녀의 몸이 으스러질 듯 세게 안았다.그의 떨림을 느끼자 심유진은 그를 밀어내려는 충동을 참고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왜 그래요?”그녀는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허태준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시트러스 향을 맡았다. 몸속의 초조함과 답답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그는 그녀를 놔주기 싫었지만 놔주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출장?”그는 그녀의 뒤에 있는 캐리어를 보았다.“아니요.”심유진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별이를 미국에 보내려고요.”그녀는 영문없이 가슴이 떨렸다. 그래서 말을 마치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허태준은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이초동안 멍하니 있다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물었다.“왜?”그의 반응은 심유진의 생각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그녀는 슬그머니 숨을 돌렸다.“들어가서 얘기해요.”**열몇 시간의 장거리 비행에 심유진은 피곤함에 찌들었다.그녀는 커피를 한잔 내리고 단숨에 반 잔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늦었는데 조금만 마셔.”그는 말했다.심유진은 머그컵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습관이 되어서요.”심장은 찌릿해났다.허태준은 그녀가 몇년동
허태준은 확신을 했다.심유진과 별이는 타겟이 될 이유가 없었다.“내가 해야하는 일을 하는것 뿐이야.”심유진도 어찌 모를수 있겠는가?하지만 그것은 다 예전의 허태준이 저지른 일이기에 지금의 허태준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친구더러 조사하라고 했으니 따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돼요.”“친구?”허태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릴 적 트라우마때문인지 심유진은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몇년동안 그녀의 옆에 있는 사람은 늘 바뀌었지만 친구는 늘 하은설 하나였다.—여형민도 어찌 보면 심유진의 친구라 할 수 있겠다.심유진은 지구 반대쪽에 있는 하은설더러 도와달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형민을 찾았다면 여형민은 제일 먼저 허태준한테 알려주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심유진이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면 그도 모르는 친구가 존재할것이라고 생각했다.허태준은 위기감을 느꼈다.“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꼬치꼬치 캐묻는 게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참을 수 없었다.“태준씨는 모르는 사람이에요.”다행히 심유진은 그의 질문에 반감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애매한 대답은 허태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그녀의 인간관계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하지만—”설명해야 할것들을 다 설명하고 나니 심유진은 그를 만나자마자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그렇게 늦었는데 집 앞에서 뭐 하고 있었어요?”허태준은 한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감추었다.그는 미리 준비한 게임카드를 꺼냈다. ”N회사에서 히어로게임을 론칭한다고 했어. 아직 발행하지 않았지만 우리와 합작을 하고 있어서 몇장 가졌거든. 별이와 테스트 겸 놀려고 왔었는데...”그는 쓴웃음을 지었다.“앞으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기회는 꼭 있을거예요.”심유진은 망설임이 없이 말했다.사실 그녀도 별이가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단지...허태준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허태준은 그녀를 빤히 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