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009 챕터

제461화

“다 오래전에 로그인한 계정들인데 로그인 시간이 비슷하고 IP주소도 한동안 같았습니다. 왠지 같은 회사에서 악의적으로 쓴 악플들 같은데...” 담휘가 허태준에게 악플에 관한 상황을 보고했다. “주소가 경주와 멀어서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하는 건지 찾기도 힘들고요.” “찾지 마세요.” 허태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누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사실 그건 담휘도 마찬가지였다. “매직큐브 쪽은 게임 출시일이 언제죠?” 허태준이 물었다. “미뤄졌다는 것 같습니다.” 담휘는 CY가 이겼다는 생각에 조금 우쭐해진 것 같았다. “그래요.” 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세요. 저쪽은 수단이 많을 테니까.” “네.” 허태준이 “산과 바람”에 대한 평가들을 좀 더 물어보려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이 휴대폰은 허태준이 퇴원하고 새로 바꾼 개인휴대폰이었다. 저장해 둔 연락처도 여형민과 별이것밖에 없었다. 둘 중 누구든지 허태준이 하던 일을 멈추게 만들기 충분했다. “잠시만요.” 허태준이 문자를 확인했다. 별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허태준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담휘는 깜짝 놀랐다. CY에서 허태준과 함께 일을 하는 내내 지금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허태준은 그제야 담휘가 아직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이와 연락을 나눈다는 건 될수록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여러 귀찮은 상황과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일단 나가 계세요. 나머지는 이따 회의할 때 다시 얘기하죠.” “알겠습니다.” 담휘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바빠. 왜?” 허태준이 문자를 보냈다. 별이는 일부러 우물쭈물 물었다. “혹시...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그럼!”허태준은 얼른 비서에게 연락했다. “오늘 저녁 일정 다 취소하고 내일로 미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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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심유진은 미리 퇴근했다. 원래는 가까운 곳에 별이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별이는 가고 싶은 가게가 있는지 굳이 럭키쇼핑몰로 가자고 했다. 사실 항상 사람이 많은 쇼핑몰이라 심유진은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별이가 가고 싶어 하니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별이가 선택한 피자가게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지만, 다행히 일찍 도착했기에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기구역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 별이가 갑자기 밖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태준 삼촌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확실히 허태준이 있었다. 혼자 왔는지 고독하게 앉아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범한 검은 양복을 입었음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는 감출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그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지나가는 이성들은 모두 그를 한 번씩 돌아봤고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자들도 같이 수군대며 허태준을 힐끔거렸다. 마침내 그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휴대폰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허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삼촌도 줄 서나 봐!” 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유진이 반응할 새도 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삼촌도 불러와서 같이 앉자!” 심유진이 다급히 불렀지만 별이는 이미 뛰여나간 뒤였다. 별이가 허태준과 신이 나서 이야기하며 자신이 앉아있는 쪽을 가리키는 것이 보였다. 허태준이 고개를 들자 심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허태준은 인사라도 하듯 미소를 지어 보였고 심유진도 억지로 웃으며 인사했다. 별이는 허태준을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야근 안 해요?”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물었다. “별이가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일찍 퇴근했어요.”허태준은 대답하며 별이와 함께 심유진의 맞은쪽에 앉았다. 허태준과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심유진은 너무 불편했지만 그래도 예의상 메뉴판을 허태준 쪽으로 밀어주었다. “뭐 드시고 싶으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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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별이가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빠의 존재가 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 첫걸음을 떼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게에 사람이 많았기에 음식이 매우 늦게 나왔다. 피자가 가장 먼저 나왔다. 금방 만들어서 치즈가 쭉 늘어났고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심유진마저 군침을 삼켰다. 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을 보며 피자 첫 조각을 심유진의 접시에 올려줬다. 심유진이 깜짝 놀라서 허태준을 바라봤다. 허태준은 자연스럽게 또 피자 한 조각을 별이의 접시에 올려줬다. “많이 먹어.” 허태준이 별이에게 말했다. “키가 쑥쑥 커야 엄마도 지켜주지.” “네!”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많이 먹고 삼촌만큼 커져야지! 그럼 누구도 나랑 엄마 못 괴롭힐 테니까.” 별이가 얼른 피자를 입 안에 넣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데고 말았다. 아까까지의 감동이 이 순간 파사삭 무너졌다. 심유진이 얼른 얼음물을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타박했다. “천천히 먹어! 지금 빨리 먹는다고 키 크는 거 아니거든.” 별이는 얼음물을 꿀꺽꿀꺽 삼키더니 멋쩍게 혀를 내밀었다. 허태준은 이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별이가 부탁해서 왔을 뿐이었다. 별이가 아까 전화로 이 가게의 피자를 사서 호텔로 온 뒤 자신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늦게 온 탓에 가게는 이미 자리가 없었고 바로 포장해 가는 건 안 된다는 직원의 말에 그냥 인내심을 가지고 밖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별이가 이미 와있을 줄은 몰랐다. “엄마가 갑자기 야근을 안 한대요. 너무 기뻐서 삼촌한테 연락하는 걸 까먹었어요.” 별이의 해명을 듣고도 허태준의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별이가 함께 밥을 먹자며 식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때 허태준은 별이와 영화를 보지 못할까 봐 실망스러웠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허태준은 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시로 휴지를 뽑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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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심유진이 멈칫했다. 허태준을 바라보니 그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뜨거운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 심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건 당연히 문제가 없을 테지만 허태준과 함께라니... 심유진은 고민에 빠졌다. “오늘은 좀 늦었는데.” 심유진은 별이를 설득하려 했다. “엄마가 쉬는 날에 다시 와도 될까?”별이는 허락할 리가 없었다. “난 꼭 오늘 볼 거야!” 별이가 처음으로 생떼를 썼다. 허태준도 심유진을 설득했다. “아직 너무 늦은 시간도 아니고 별이도 내일 유치원 안 가는 날인데 그냥 보죠.” 허태준이 도와주니 별이가 더 떼를 썼다. “그러니까! 오늘 보자!” 잘 맞는 두 사람을 보면서 심유진은 허태준이 별이의 친아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얼마나 별이를 감싸고돌지 눈에 선했다. “그래요.” 결국 심유진이 허락했다. 별이는 허태준을 바라보며 윙크를 했다. 허태준은 귀여운 별이의 작은 꼼수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여름방학 시즌이어서 그런지 상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꽤 많았다. 심유진이 아무거나 골라서 영화표를 구매하려는데 별이가 말렸다. “이건 너무 유치해.” 인상을 찌푸리는 별이의 모습에 심유진은 웃음이 나왔다. “그럼 별이가 보고 싶은 걸로 사.” 별이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등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이가 영화표를 들고 왔다. 심유진이 영화표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즘 유명한 멜로영화였다. “이거 볼 거야?” 심유진은 아직 글을 다 못 뗀 별이가 자신이 산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응!” 별이가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 형이 잘생겼고 누나가 예쁘니까 이 영화도 재밌을 거야.” 심유진은 결정권을 별이에게 준 것이 후회됐다. 당연히 애니메이션 중에서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건 별이가 이해하기 힘들 거야. 저 애니메이션은 어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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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허태준이 팝콘을 별이에게 건넸다 “먹을래?” 별이는 팝콘을 밀어냈다. “엄마가 엄청 좋아해요. 엄마 주세요.”허태준은 또 심유진에게 내밀었다. 심유진이 손을 저었다. “전 배가 불러서 괜찮아요.” “삼촌,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심유진이 별이를 살짝 째려봤다. 별이는 허태준이 옆에 있어서인지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허태준은 아예 팝콘을 심유진의 품에 안겨줬다. “드세요.” 심유진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사실 심유진은 정말 팝콘을 좋아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 거라면 다 좋아했다. 어쩌면 삶이 너무 써서 단 걸 보충하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 영화 내용에 대해서 심유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한 명작인 데다가 대학교 시절 하은설 때문에 여러 번 봤기 때문이었다. 하은설은 매번 영화에 깊이 빠져들었지만, 심유진은 매우 지루했다. 배우들은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영화 내용도 여전히 지루했다. 심유진은 영화에 흥미를 잃었기에 팝콘만 열심히 먹고있었다. 그때 차가운 손이 팝콘 통 안에서 심유진과 스쳤다. 그 차갑고 익숙한 촉감에 심유진의 몸이 굳어졌다. 심유진은 얼른 손을 빼내며 앞만 주시했다. 차마 옆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태준은 팝콘을 입에 넣으며 영화관의 어두운 불빛을 빌려 심유진을 힐끗 바라봤다. 아무 표정도 없어서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몇 분 지나서 심유진이 또 팝콘에 손을 대자 허태준도 또 손을 넣었다. 또 한 번 손이 부딪혔다. 이 작은 스킨십만으로도 허태준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심유진은 더욱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이 창백해지고 영화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순간 목이 말라와 심유진은 옆에 놓인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 마시고 병을 내려놓는데 허태준의 시선이 느껴졌다. “왜, 왜요?” 허태준이 웃으며 방금 심유진이 내려놓은 병을 가리켰다. “저거 제 거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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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심유진은 화장실로 달려갔다.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아 늘 사람들로 붐볐던 여자 화장실에는 드물게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수도를 틀어 찬물을 받아 얼굴에 뿌렸다.열기는 찬물에 식혀졌다. 심유진은 티슈로 물기를 닦아냈다. 심장도 점점 정상적으로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거울을 보면서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랐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빨간 빛을 가리기 위해서였다.그녀는 조금씩 표정을 조절하였다. 아까와 같은 긴장과 부끄러움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가슴을 펴고 나갔다. 카운터에서 허태준에게 줄 콜라 한 잔을 샀다.다시 영화관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영화가 절반이나 방영되었다.허태준은 중심을 한쪽으로 기울고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핸드폰 밝기를 제일 어둡게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다른 한쪽에 별이는 손받침대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심유진은 콜라를 허태준에게 건네주면서 소리를 낮춰 물었다.“별이는 언제 잠들었어요?”“당신이 나가서 이분도 안 지나 잤어.”허태준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우습기도 해서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런 영화를 보기에는 아직 어리지. 하필 이런 영화를 골라서는. 당신 앞에서 자기도 뭐했나 봐. 당신이 오면 깨워달라고 했는데─”그는 심유진을 바라보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깨울까?”심유진은 자고 있는 아들을 깨우기 싫었지만, 훈수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깨워줘요.”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했다.“영화를 다 보게 해야 해요.”허태준은 그녀가 무슨 뜻인지 알고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는 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별이야. 엄마가 왔어!”별이는 꾸물대더니 금세 똑바르게 앉고 앞을 빤히 바라면서 영화를 열심히 보는척했다.심유진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드디어 영화가 끝나자, 별이는 허태준의 차를 타겠다고 졸랐다.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고 허태준이 데려다주게 하였다.별이는 진짜로 졸렸는지 차에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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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그는 책임감이 없게 말을 했다.심유진은 반박하려 하였으나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자기 딸도 아닌데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차는 집아래에 세워졌다.별이는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 심유진은 별이를 깨우기 조심스러웠다.그녀는 조용히 허태준한테 물었다.“문 좀 열어주시겠어요?”그녀는 별이를 안고 있어 손을 움직이기 불편했다.허태준은 두말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고 몸을 반쯤 들이밀어 심유진의 품에서 곤히 자고 있는 별이를 안았다.“무거우니 내가 안지.”그는 말했다.심유진은 급히 따라 내렸다.“제가 하면 되요. 들어가서 쉬세요!”그녀는 허태준의 뒤를 쫓아 별이를 안아오려 했다.허태준은 주지 않았다.“하는 김에 하는 거야.”그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에 타고 심유진의 집이 있는 층을 눌렀다.“당신은 여형민의 친구이니 내 친구이기도 해. 친구 사이에 내외는 하지 말지. 더욱 나도 별이가 좋으니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심유진은 강제적으로 친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이 사람은 왜 이렇게 친한 척인지?이전의 고상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심유진은 난데없이 예전의 냉철한 허태준이 그리웠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침실로 가 침대에 눕혔다.심유진은 손님맞이용으로 물었다.“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허태준은 흔쾌히 대답했다.“좋지.”심유진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그녀는 억지 미소를 짓고 말했다.“거실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그리고 주방으로 갔다.허태준은 따라 들어갔다.심유진은 발자국소리를 듣고 놀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요?”“어떤 차인지 보러 왔어.”허태준은 침착하게 말했다.─사실 그는 그녀와 더 가까이 있고 싶었을 뿐이다.“앗,네.”심유진은 의심하지 않았다.그녀는 찬장에서 집에 있는 찻잎을 모두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이건 롱징차고 이건 보이차, 그리고 이건 고급녹차 벽라춘이예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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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하지만 일초가 지나가고 이초가 지나가도...일분이 지나가도 허태준은 떠나려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의혹스레 그를 쳐다보고 말했다.“또 무슨 일이 있나요?”“아니.”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까만 눈동자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밖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심심해서. 남아서 당신이랑 얘기라도 좀 하려고.”심유진은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자신이 또 한번 미워졌다.허태준과 단둘이 있으려니 대응하기 어려운 고객과 같이 있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그녀는 거절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그래요.”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심유진은 바빠 보이려고 노력했다─물을 받고 물을 끓이고 컵을 찾고 차를 담았다.중간에 쉴 새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그리고 허태준이 그녀와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지만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심유진은 돌아섰다. 허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별이가 깼는지 보러 갈게요.”허태준은 과연 그녀가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허태준의 마음은 씁쓸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대답했다.“그래.”심유진은 물이 끓을 때까지 별이의 방에 있었다.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주방으로 달려갔다.허태준은 가스를 끄고 주전자의 물을 따르고 있었다.그녀가 오는 것을 보자 자연스레 물었다.“별이는 잘 자고 있어?”심유진은 태연스레 거짓말을 했다.“방금 깼는데 다시 재웠어요.”허태준은 “응.”하고 대답했다.**차를 따르고 나서 그들은 거실로 갔다.분위기는 어색했다.“당신과 별이의 관계가 부러워.”허태준은 난데없이 얘기를 했다.“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유진은 허리를 곧게 폈다.“자연스러운 모자관계 말야.”허태준은 찻잔을 들고 말했다. 눈에는 순수한 부러움이 가득했다─약간의 섭섭함도 있었다.“아까 차에서 그랬지. 시간을 내서 딸이랑 보내라고. 사실 그러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거야.”“왜요?”심유진은 궁금했다.허태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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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허태준은 눈을 반쯤 떴다.그런 부모를 둔 허아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글렀다.그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바른길로 이끌 정력도없다.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녀에게 달렸다.심유진은 가슴이 차가워졌다.“베이비는 아직 어려요. 결점도 천천히 고칠 수 있을 거예요.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그녀는 허태준을 타일렀다.“별이한테는 인내심이 있어 보이는데요. 아이랑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아는 것 같고...”“그건 내가 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지.”별이 얘기가 나오니 허태준의 미소는 부드러워졌다.“별이는 착한 아이야. 얼굴도 예쁘고, 말도 잘 듣고. 베이비랑 달라.”그가 별이 칭찬을 하자 심유진은 기쁘고 자랑스러웠다.그녀는 받은게 있으니,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했다.“베이비도 밉게 생긴 건 아니죠. 살이 빠지면 어여쁜 아가씨일걸요!”─다른건 몰라도 그 작은 눈은 살이 빠진다 해도 커지진 않을 것이다.심유진은 허아리가 허태준과 정소월의 딸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부모의 얼굴은 모두 최상급인데 아이는 왜 우점을 하나도 닮지 않았지?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고 그녀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뭐 하시는 거예요?”심유진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내 손이 보여?”허태준은 묻고는 제스처를 바꿔 식지를 들었다.“이건 몇이야?”“일이요. 왜요?”심유진은 어리둥절했다.“너도 눈이 멀지는 않았는데!”허태준은 손을 거두고 태연스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심유진은 한참이 걸려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자기 딸을 못생겼다고 말하다니!세상에 뭐 저런 아버지가 다 있담!“친아버지 아니세요?”그녀는 참다못해 물었다.“아니”라는 두 글자가 입가까지 올라왔지만 허태준은 도로 삼켰다.─아직은 그녀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그는 소리 없이 차를 한잔 다 마셨다.“돌아가 볼게.”그는 찻잔을 탁자위에 놓고 몸을 일으켰다.심유진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바래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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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하은설은 한참을 침묵하다 심유진한테 질문했다.“그때 바바라의 예언이 기억나?”심유진은 당연히 기억이 났다.육년이 지났지만, 진작에 그 작은 도시를 떠났지만, 그러고 나서 바바라를 만난 적이 없지만 여전히 기억이 났다.그녀가 바바라에 대한 감정은 최초의 반감, 배척으로부터 감격스러움으로 변했다.─바바라가 아니었다면 하은설은 그녀를 설득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심유진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하은설이 이 질문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갑자기 그건 왜?”“바바라가 너랑 옛 애인이 다시 만날 거래.”하은설은 정색하면서 말했다─그녀는 바바라에 대해 맹신했다.“혹시...지금이 기회일지도 몰라.”허태준은 기억을 상실했고 옛날의 그 여자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어졌다. 또한 그가 별이한테 한 얘기는 생각 없이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심유진이 좋아졌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별이가 마음에 들었거나.어떠한 가능성이라도 그는 별이의 아버지를 하기에 적합했다.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별이도 그를 좋아해야 하는 것이다.심유진은 바바라가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바라의 터무니 없는 얘기를 믿는 것은 아니다.“바바라는 내가 오랜 이산(离散)친인을 만난다고도 했어! 그런데 결과는?”외국에 있는 몇 년 동안 그의 옆에 유일한 친구는 하은설이었고 유일한 가족은 별이었다.하은설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내 설득을 했다.“타이밍이 안 맞겠지...아무튼 검증될 거야.”심유진은 피식하고 웃었다.“그럼 검증될 때 그때 가서 보자.”“에잇─”하은설은 급했졌다.“너는, 너는 왜 이렇게 고집불통이냐? 허태준이 별이한테 잘 보이려 하는 거랑 너랑 상관이 없다고 나는 그렇게 안 믿어! 너도 그 사람 좋아하잖아? 그 사람 아직 싱글이야! 기회를 잡아야지!”“내가 언제 그 사람을 좋아했어?!”정곡이 찔리자 심유진은 부끄러우면서 화가 나 목청을 높였다.하지만...하은설한테 허태준을 좋아한다고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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