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화장실로 달려갔다.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아 늘 사람들로 붐볐던 여자 화장실에는 드물게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수도를 틀어 찬물을 받아 얼굴에 뿌렸다.열기는 찬물에 식혀졌다. 심유진은 티슈로 물기를 닦아냈다. 심장도 점점 정상적으로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거울을 보면서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랐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빨간 빛을 가리기 위해서였다.그녀는 조금씩 표정을 조절하였다. 아까와 같은 긴장과 부끄러움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가슴을 펴고 나갔다. 카운터에서 허태준에게 줄 콜라 한 잔을 샀다.다시 영화관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영화가 절반이나 방영되었다.허태준은 중심을 한쪽으로 기울고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핸드폰 밝기를 제일 어둡게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다른 한쪽에 별이는 손받침대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심유진은 콜라를 허태준에게 건네주면서 소리를 낮춰 물었다.“별이는 언제 잠들었어요?”“당신이 나가서 이분도 안 지나 잤어.”허태준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우습기도 해서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런 영화를 보기에는 아직 어리지. 하필 이런 영화를 골라서는. 당신 앞에서 자기도 뭐했나 봐. 당신이 오면 깨워달라고 했는데─”그는 심유진을 바라보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깨울까?”심유진은 자고 있는 아들을 깨우기 싫었지만, 훈수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깨워줘요.”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했다.“영화를 다 보게 해야 해요.”허태준은 그녀가 무슨 뜻인지 알고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는 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별이야. 엄마가 왔어!”별이는 꾸물대더니 금세 똑바르게 앉고 앞을 빤히 바라면서 영화를 열심히 보는척했다.심유진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드디어 영화가 끝나자, 별이는 허태준의 차를 타겠다고 졸랐다.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고 허태준이 데려다주게 하였다.별이는 진짜로 졸렸는지 차에 오른
그는 책임감이 없게 말을 했다.심유진은 반박하려 하였으나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자기 딸도 아닌데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차는 집아래에 세워졌다.별이는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 심유진은 별이를 깨우기 조심스러웠다.그녀는 조용히 허태준한테 물었다.“문 좀 열어주시겠어요?”그녀는 별이를 안고 있어 손을 움직이기 불편했다.허태준은 두말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고 몸을 반쯤 들이밀어 심유진의 품에서 곤히 자고 있는 별이를 안았다.“무거우니 내가 안지.”그는 말했다.심유진은 급히 따라 내렸다.“제가 하면 되요. 들어가서 쉬세요!”그녀는 허태준의 뒤를 쫓아 별이를 안아오려 했다.허태준은 주지 않았다.“하는 김에 하는 거야.”그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에 타고 심유진의 집이 있는 층을 눌렀다.“당신은 여형민의 친구이니 내 친구이기도 해. 친구 사이에 내외는 하지 말지. 더욱 나도 별이가 좋으니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심유진은 강제적으로 친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이 사람은 왜 이렇게 친한 척인지?이전의 고상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심유진은 난데없이 예전의 냉철한 허태준이 그리웠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침실로 가 침대에 눕혔다.심유진은 손님맞이용으로 물었다.“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허태준은 흔쾌히 대답했다.“좋지.”심유진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그녀는 억지 미소를 짓고 말했다.“거실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그리고 주방으로 갔다.허태준은 따라 들어갔다.심유진은 발자국소리를 듣고 놀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요?”“어떤 차인지 보러 왔어.”허태준은 침착하게 말했다.─사실 그는 그녀와 더 가까이 있고 싶었을 뿐이다.“앗,네.”심유진은 의심하지 않았다.그녀는 찬장에서 집에 있는 찻잎을 모두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이건 롱징차고 이건 보이차, 그리고 이건 고급녹차 벽라춘이예요. 모두
하지만 일초가 지나가고 이초가 지나가도...일분이 지나가도 허태준은 떠나려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의혹스레 그를 쳐다보고 말했다.“또 무슨 일이 있나요?”“아니.”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까만 눈동자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밖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심심해서. 남아서 당신이랑 얘기라도 좀 하려고.”심유진은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자신이 또 한번 미워졌다.허태준과 단둘이 있으려니 대응하기 어려운 고객과 같이 있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그녀는 거절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그래요.”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심유진은 바빠 보이려고 노력했다─물을 받고 물을 끓이고 컵을 찾고 차를 담았다.중간에 쉴 새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그리고 허태준이 그녀와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지만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심유진은 돌아섰다. 허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별이가 깼는지 보러 갈게요.”허태준은 과연 그녀가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허태준의 마음은 씁쓸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대답했다.“그래.”심유진은 물이 끓을 때까지 별이의 방에 있었다.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주방으로 달려갔다.허태준은 가스를 끄고 주전자의 물을 따르고 있었다.그녀가 오는 것을 보자 자연스레 물었다.“별이는 잘 자고 있어?”심유진은 태연스레 거짓말을 했다.“방금 깼는데 다시 재웠어요.”허태준은 “응.”하고 대답했다.**차를 따르고 나서 그들은 거실로 갔다.분위기는 어색했다.“당신과 별이의 관계가 부러워.”허태준은 난데없이 얘기를 했다.“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유진은 허리를 곧게 폈다.“자연스러운 모자관계 말야.”허태준은 찻잔을 들고 말했다. 눈에는 순수한 부러움이 가득했다─약간의 섭섭함도 있었다.“아까 차에서 그랬지. 시간을 내서 딸이랑 보내라고. 사실 그러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거야.”“왜요?”심유진은 궁금했다.허태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허태준은 눈을 반쯤 떴다.그런 부모를 둔 허아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글렀다.그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바른길로 이끌 정력도없다.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녀에게 달렸다.심유진은 가슴이 차가워졌다.“베이비는 아직 어려요. 결점도 천천히 고칠 수 있을 거예요.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그녀는 허태준을 타일렀다.“별이한테는 인내심이 있어 보이는데요. 아이랑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아는 것 같고...”“그건 내가 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지.”별이 얘기가 나오니 허태준의 미소는 부드러워졌다.“별이는 착한 아이야. 얼굴도 예쁘고, 말도 잘 듣고. 베이비랑 달라.”그가 별이 칭찬을 하자 심유진은 기쁘고 자랑스러웠다.그녀는 받은게 있으니,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했다.“베이비도 밉게 생긴 건 아니죠. 살이 빠지면 어여쁜 아가씨일걸요!”─다른건 몰라도 그 작은 눈은 살이 빠진다 해도 커지진 않을 것이다.심유진은 허아리가 허태준과 정소월의 딸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부모의 얼굴은 모두 최상급인데 아이는 왜 우점을 하나도 닮지 않았지?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리고 그녀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뭐 하시는 거예요?”심유진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내 손이 보여?”허태준은 묻고는 제스처를 바꿔 식지를 들었다.“이건 몇이야?”“일이요. 왜요?”심유진은 어리둥절했다.“너도 눈이 멀지는 않았는데!”허태준은 손을 거두고 태연스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심유진은 한참이 걸려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자기 딸을 못생겼다고 말하다니!세상에 뭐 저런 아버지가 다 있담!“친아버지 아니세요?”그녀는 참다못해 물었다.“아니”라는 두 글자가 입가까지 올라왔지만 허태준은 도로 삼켰다.─아직은 그녀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그는 소리 없이 차를 한잔 다 마셨다.“돌아가 볼게.”그는 찻잔을 탁자위에 놓고 몸을 일으켰다.심유진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바래다줄게요.”
하은설은 한참을 침묵하다 심유진한테 질문했다.“그때 바바라의 예언이 기억나?”심유진은 당연히 기억이 났다.육년이 지났지만, 진작에 그 작은 도시를 떠났지만, 그러고 나서 바바라를 만난 적이 없지만 여전히 기억이 났다.그녀가 바바라에 대한 감정은 최초의 반감, 배척으로부터 감격스러움으로 변했다.─바바라가 아니었다면 하은설은 그녀를 설득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심유진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하은설이 이 질문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갑자기 그건 왜?”“바바라가 너랑 옛 애인이 다시 만날 거래.”하은설은 정색하면서 말했다─그녀는 바바라에 대해 맹신했다.“혹시...지금이 기회일지도 몰라.”허태준은 기억을 상실했고 옛날의 그 여자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어졌다. 또한 그가 별이한테 한 얘기는 생각 없이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심유진이 좋아졌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별이가 마음에 들었거나.어떠한 가능성이라도 그는 별이의 아버지를 하기에 적합했다.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별이도 그를 좋아해야 하는 것이다.심유진은 바바라가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바라의 터무니 없는 얘기를 믿는 것은 아니다.“바바라는 내가 오랜 이산(离散)친인을 만난다고도 했어! 그런데 결과는?”외국에 있는 몇 년 동안 그의 옆에 유일한 친구는 하은설이었고 유일한 가족은 별이었다.하은설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내 설득을 했다.“타이밍이 안 맞겠지...아무튼 검증될 거야.”심유진은 피식하고 웃었다.“그럼 검증될 때 그때 가서 보자.”“에잇─”하은설은 급했졌다.“너는, 너는 왜 이렇게 고집불통이냐? 허태준이 별이한테 잘 보이려 하는 거랑 너랑 상관이 없다고 나는 그렇게 안 믿어! 너도 그 사람 좋아하잖아? 그 사람 아직 싱글이야! 기회를 잡아야지!”“내가 언제 그 사람을 좋아했어?!”정곡이 찔리자 심유진은 부끄러우면서 화가 나 목청을 높였다.하지만...하은설한테 허태준을 좋아한다고 얘
그녀는 절대 다시 별이를 위험에 빠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하은설은 다시금 침묵했다.한참 뒤에 그녀는 물었다.“만약...허태준이 너한테 구애를 하면 어떻게 할 거야?”심유진은 딱 잘라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하은설은 기가 막혔다.“그래, 더 이상 타이르지 않을게. 마음대로 해!”하은설은 이를 악물면서 영상통화를 끊었다.**아마 하은설의 말 때문인지 심유진은 온밤을 잘 자지 못했다.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꿈에서 허태준은 정소월의 어깨를 안고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예전처럼 알콩달콩했고 붙어있었으며 심유진을 못 본 척했다.심유진은 멀리서 바라보았다. 심장은 조여오면서 아파났다.정소월의 품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안겨져 있었다. 옛날에 그녀가 길렀던 초코와 코코였다.그녀는 급히 떠나느라 두 고양이를 모두 펫샵에 맡겼다. 펫샵에는 허아주머니의 연락처를 남겼었다. 허아주머니가 그들을 집으로 데려갔는지는 모른다.“초코야! 코코야!”심유진은 기쁨에 겨워 소리 질렀다.하지만 두 고양이는 그녀의 부릉을 못 들은듯 정소월의 어깨에 기대면서 핑크빛 혀를 낼름 거리면서 그녀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정소월은 그들의 나른한 긴털을 만지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웃음은 그렇게도 찬란하여 심유진은 질투의 화신이 된 것 같았다.장면이 바뀌더니 정소월의 품속의 고양이는 없어지고 옆에는 통통한 여자아이가 있었다─허아리가 아니면 누구겠는가?허아리는 그녀와 허태준의 손을 잡고 엄마아빠를 계속 불렀다.허태준은 부드러운 얼굴로 허아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단란한 세식구의 화면은 침입자에 의해 조각이 났다.별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허태준의 다리를 잡으면서 불렀다.“아빠!”허태준은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응.”이때 허아리가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목청이 터지게 울었다.“내 아빠야! 별이의 아빠가 아니야!”그녀는 허태준의 셔츠 끝자락을 잡고 그의 몸에 기댔다.“내 아빠야!”별이도 질세라 외쳤다.허태준은 난감한 기색이
심유진은 별이를 돌보기 위해 휴식 시간을 조절했다.이번에는 수면의 질이 떨어져 가끔 머리가 아팠다.이젠 나이가 있어 몸이 예전보다 못해진 것인지 아니면 너무 곱게 자라서 아팠는지도모르겠다.태양혈자리가 뛴다. 머리도 터질 듯이 아파 나고 메쓱거리고 가슴이 답답해 났다.그래서 그녀는 회의에서도 정신을 집중할수가 없었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비서더러 회의록을 복사해서 가져오라고 한 후 심유진은 계단을 내려갔다.더는 버틸 수가 없어 그녀는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었다.안내데스크에서 누군가가 입주수속을 밟았다.호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심유진은 스윽 보고는 지나갔다. 하지만 스위트룸이라는 몇 글자를 들었을 때 발걸음을 멈췄다.킹호텔은 로얄에 버금가는 오성급 호텔이라 자연히 스위트룸을 구비하고 있었다.하지만 아쉬운 것은 정식개업부터 지금까지 스위트룸에 입주한 손님은 없었다.그녀는 급히 걸어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분이 스위트룸을 예약한 것이 확정되자 그녀는 미소를 머금으면서 돌아섰다.안내데스크에 서 있는 손님은 두 분이었고 모두 남성분이었다. 한 분은 키가 컸고 한분은 키가 작았다. 키가 큰 손님분은 조금 더 젊었다. 이삼십대 정도 되어 보였고 키가 작은 분은 머리가 하얬고 오십대 정도 되어 보였다.키가 큰 분은 조심스러워 보였고 키가 작은 남성분한테 존대를 했다─아마도 두 사람은 상급과 하급 사이인 것 같았다.심유진은 키가 작은 분한테 손을 내밀면서 인사를 했다.“안녕하십니까. 저는 킹호텔의 심매니저입니다. 저희 호텔에 입주하신 것을 환영합니다.”키가 작은 남자는 심유진을 피뜩 쳐다보고는 멍해졌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드디어 아가씨를 찾았군요!”그는 말하면서 심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심유진은 놀랐다.호텔의 귀한 손님이 아니었다면 변태로 간주했을 것이다.그녀의 미소는 점점 굳어졌고 그의 손에서 손을 빼내려는 충동을 애써 참았다.“죄송한데...
일곱시면...조수더러 야근을 더 하게 해서 별이를 맡기는 수밖에 없다.“네.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심유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육윤엽은 그녀의 손을 내려놓고 손목을 돌려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펼쳤다.“아가씨. 이번에는 연락처를 주실 거죠?”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심유진은 급급히 명함을 내밀면서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혹은 저의 호텔에 의견이나 건의가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육윤엽은 그녀의 명함을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었다.“그러죠.”**심유진은 미리 별이와 얘기를 하고 아무 곳에나 가지 말고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라고 했다.“아...”별이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성에 안 차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저녁에 나 혼자 여기에 있으면 무서운데...”“별이는 혼자가 아니야.”심유진은 그의 통통한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진이형이 같이 있어 줄거야.” ─진이형이란 그녀의 조수다.“하지만 진이형은 말하기 싫어하고 게임도 안하고 너무 재미가 없어요.”별이는 여전히 성에 안차는듯 말했다.심유진은 별이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불만이 많네?”예전에는 심유진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는데.별이는 혀를 내밀면서 그녀의 팔을 잡고 몸을 붙혔다.“엄마. 허삼촌더러 나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하면 안돼? 나는 허삼촌이랑 노는게 너무 좋은데. 허삼촌은 완전 재밌어! 나한테도 무지 잘해줘요!”심유진은 어제밤의 꿈이 떠올랐다.“안돼!”무서움과 당황스러움에 그녀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표정도 평온하지 못했다.그녀의 반응은 별이를 깜짝 놀라게 했다.별이가 움츠러드는것을 보자 심유진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면서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허삼촌은 일때문에 바빠서 자꾸 방해하면 안돼.”심유진은 내심히 별이한테 알려주었다.CY의 새 게임이 론칭을 하면서 어제 저녁에 허태준도 본인 입으로 다른 일을 할 새가 없다고 인정했다.별이가 묻는다 해도 거짓말이 들통나지는 않을것이다.“...네.”별이의 어깨는 맥없이 떨어졌다.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