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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하지만 일초가 지나가고 이초가 지나가도...일분이 지나가도 허태준은 떠나려는 기색이 없었다.

심유진은 의혹스레 그를 쳐다보고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

허태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까만 눈동자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밖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심심해서. 남아서 당신이랑 얘기라도 좀 하려고.”

심유진은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자신이 또 한번 미워졌다.

허태준과 단둘이 있으려니 대응하기 어려운 고객과 같이 있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그녀는 거절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래요.”

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심유진은 바빠 보이려고 노력했다─

물을 받고 물을 끓이고 컵을 찾고 차를 담았다.

중간에 쉴 새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허태준이 그녀와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심유진은 돌아섰다. 허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별이가 깼는지 보러 갈게요.”

허태준은 과연 그녀가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

허태준의 마음은 씁쓸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

심유진은 물이 끓을 때까지 별이의 방에 있었다.

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허태준은 가스를 끄고 주전자의 물을 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오는 것을 보자 자연스레 물었다.

“별이는 잘 자고 있어?”

심유진은 태연스레 거짓말을 했다.

“방금 깼는데 다시 재웠어요.”

허태준은 “응.”하고 대답했다.

**

차를 따르고 나서 그들은 거실로 갔다.

분위기는 어색했다.

“당신과 별이의 관계가 부러워.”

허태준은 난데없이 얘기를 했다.

“네?”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유진은 허리를 곧게 폈다.

“자연스러운 모자관계 말야.”

허태준은 찻잔을 들고 말했다. 눈에는 순수한 부러움이 가득했다─약간의 섭섭함도 있었다.

“아까 차에서 그랬지. 시간을 내서 딸이랑 보내라고. 사실 그러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거야.”

“왜요?”

심유진은 궁금했다.

허태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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