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 제가 큰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중천은 목이 쉬어 말했다. “어딥니까?” “바로 당신 집 밑입니다.” “잠시 후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이강현은 전화를 끊은 후 정중천이 또 무슨 큰 일을 당했는지 마음속으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설마 또 누가 그의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최순은 그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또 어떤 놈이랑 나가려는 거냐? 백수 주제에 매일 큰 일을 하는 어른인 척 굴지 말고 성실하게 집안일이나 해!” “엄마, 이 사람이 나가는 것은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테니, 더 이상 나무라지 마세요.” 고운란이 타일렀다. “쟤가 무슨 일이 있겠어? 망나니가 온종일 집에 붙어있지도 않고 말이야. 옛날엔 집안일이라도 하더니 이젠 다 너 때문에 버릇없어져 집안일도 안 하잖아?” 최순의 말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이강현은 얼른 밥을 두 입 더 먹고 고운란에게 말했다. “여보, 정 씨한테 일이 생긴 것 같으니 무슨 일인지 가볼게. 천천히 먹어, 이따가 출근할 때 바래다줄게.” “그래, 다녀와.” 이강현이 떠나자 최순은 이강현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운란, 이강현이 점점 더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잘 좀 단속해, 이강현에게 다 맞춰주지 말고!” 최순은 욕설을 퍼부었다. “엄마,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고운란이 대답했다. 최순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는데 고운란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강현이 문을 나서자 고개를 숙이고 벤츠 옆에 서있는 정중천이 보였고 바로 그를 향해 걸어갔다. 정중천은 걸어오는 이강현을 보고 마치 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바로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손을 잡았다. “이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른 아침에 찾아와 폐를 끼치네요. 그러나 저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중천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에 강철과 같던 이 사나이는 지금 눈시울이 붉어져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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