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권무영은 눈을 부릅뜨고 옆에 있는 귀이를 바라보았다. 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고 슬픈 말투로 말했다. “귀일은 매우 억울해하며 죽었습니다. 그리고 귀일은 우리가 그를 위해 복수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권무영은 자신의 이 네 명의 귀시위가 조금 신비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텔레파시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는 확실히 존재했다.“너희들은 귀일의 복수를 해낼 수 있느냐?” 권무영은 약간 조마조마하여 물었다. 권무영은 귀일도 이렇게 빨리 죽임을 당했는데 귀이 그들이 이강현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이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네 사람이 함께 힘을 쓰면 이강현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귀일이 없는 지금 우리의 합격법은 사용할 수 없어 전혀 이강현의 상대가 아닙니다.” 권무영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지금 계속 이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죽음을 자처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른 차를 돌려라! 당장 한성을 떠난다!” 권무영이 허둥지둥 말했다. 벤츠는 곧바로 차를 돌려 반대 방향으로 운전해 갔다. 권무영은 이마를 비비며 말했다. “너희들은 귀일의 복수를 할 계획은 있느냐?” “반드시 복수는 해야 합니다. 우리의 실력으로는 부족하지만 실력이 좋은 사람이 어딘가엔 있겠지요.” 귀이가 말했다. 권무영은 마음속으로 대단한 조력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강현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다. 돌아가면 너희들은 얼른 조력자를 알아보거라. 필요한 것이 있거든 바로 나에게 말하고, 난 전력을 다해 너희들을 지지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귀이는 고마움을 표시한 후 핸드폰을 들고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권무영은 눈을 감고 이번 한성행은 정말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수하의 일손들이 태반이나 무너졌는데 이들은 모두 권무영이 어렵게 모은 전력이었다. “이강현! 오늘의 원수는 반드시 갚겠다!” 권무영이 원망스럽게 말했다. ……팔용왕은 차는 천천
“말하세요.” 이강현의 말투는 순간 차가워졌다. 비록 두 글자였지만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에 팔용왕은 순간 마치 빙산이 머리 위를 짓누르는 듯한 온몸의 한기를 느꼈다. “네. 배후는 황후 곁에 있는 집사 권무영입니다. 사실상 황후의 면수이지요. 그러니 작은 도련님께서 이 일을 더 이상 추궁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팔용왕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황후 주변의 면수가 나를 죽이러 오다니, 그게 황후의 뜻인가요?” 이강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닙니다. 절대 황후의 뜻은 아니고 권무영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들리는바로 황후와 권무영이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 권무용이 딴 궁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팔용왕은 이 말을 내뱉은 후 바로 후회했는데 생각을 거치지 않고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할 상황을 말한 것이었다. “퉤퉤퉤, 저도 그저 남들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니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팔용왕은 얼굴을 찡그리고 한 마디 더 보탰다. 이강현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이미 권무영을 설득해 보냈겠지요? 우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기 어려웠으니 말입니다.” “전 당연히 작은 도련님을 편입니다. 그러나 황후가 곧 올 것이고 만약 도련님께서 권무영을 죽이게 되면 황후와의 관계도 무조건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러니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나는 것이 좋은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팔용왕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자신이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고 애초에 한성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번거로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해도 이미 늦었고, 후회약도 없으니 팔용왕은 이강현의 질책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이강현은 팔용왕의 어깨를 두드렸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제 말만 잘 들으세요. 그럼 당신은 앞으로 종용공신으로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계속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내가 매정하다고 탓하지 마세요.” “네, 네. 저는 앞으로 반드시 작은 도련님만 따를 것입니다.” 팔용왕은 자
아득히 먼 바다의 건너편이었다. 밀림 산골짜기의 한 연구센터 안 상황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장준표가 치료실에 누워 있었는데 자외선의 빛으로 장준표의 온몸은 보라색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흰 가운을 입은 연구진들이 치료실 밖에서 장준표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심각한 혼수상태에 빠졌고 뇌파도 계속 약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의 몸은 초보적인 개조를 거쳤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돌아오는 길에 이미 죽었을 겁니다.” “젠장, 어렵게 성공한 초급 실험체가 이렇게 됐으니 후속 연구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보스는 화가 정말 많이 났을 겁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생명만 유지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제가 궁금한 것은 비록 초급 실험체라고 하나 그의 전투력은 이미 매우 강력한데 대체 누가 이 실험체를 다치게 했단 말입니까?” 나이가 가장 많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찰스 박사가 고개를 저었다. “검사 결과를 들고 회의실로 갑시다. 브루트 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스가 직접 왔다고요? 맙소사, 우리가 모두 처형되는 건 아니겠죠? 전 영혼이 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진들을 안색이 어두워졌고 브루트 경의 잔인함을 생각하며 가슴이 떨려왔다. “서두르세요. 실험체의 일을 우리와 상관없습니다. 보스가 화풀이를 하더라도 실험체를 이렇게 만든 그놈을 찾아갈 겁니다.” 찰스 박사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묵묵히 찰스 박사를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금속문을 지나 수차례 검사를 받은 찰스 박사 등은 드디어 수비가 삼엄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아있던 백발이 무성한 브루트 경은 찰스 박사 등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 “장 씨는 어떻게 됐느냐?” “혼수상태에 빠졌고 뇌파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식물인간으로 바뀔 경향도 있습니다. 저희들이 추측한 결과로는 2차 실험을 강제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브루트 경
“용문입니다.” 브루트 경은 공중에서 흔들던 손을 멈추더니 눈에는 의아한 빛이 번쩍였다.“젠장! 용문의 누가 나선 것이냐?” 톰은 패드를 브루트 경에게 건네주었고 브루트 경은 화면 속 이강현의 사진을 보았다. 그 후 브루트 경은 자료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모든 자료들을 다 읽은 후 장준표의 사고 당시 상황을 모두 알아낸 브루트 경은 눈빛이 반짝였다. “용문이 한때 버린 도련님이 지금 다시 용문의 후계자로 되었다? 그러나 이강현이 용문을 계승하더라도 우리의 실험을 망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보스, 전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보내 이강현을 납치하면 용문과 협상할 수 있을 겁니다. 전 동방의 여러 고전 서적들이 우리의 실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서적들은 모두 용문의 창고에 있습니다.” 브루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을 뜨고 말했다. “일단 시험해 보자. 매년 지하격투장에서 열리는 최신 세계 킥복싱 대회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그 장소를 한성으로 안배하거라. 그리고 이강현을 링 위에 올릴 방법을 생각해 보거라.” “헤헤, 바로 가서 준비해 두겠습니다. 윌프가 세계 킥복싱 대회에 참석하니 아주 볼 만할 겁니다. 그는 세계 킥복싱 대회에서 10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람이니 말입니다.” 톰은 빙그레 웃으며 떠났고 세계 킥복싱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깊은 밤, 정중천은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핸드폰에 표시된 수상한 발신번호를 보고 정중천은 어리둥절해하다가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외국에서 전화가 다 오고. 난 외국 놈 중 아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야.” 정중천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정중천 씨입니까?” 똑바른 표준어에 정중천은 순간 멍해졌다. 다시 한번 발신자 표시를 보았지만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가 확실했다. “맞는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는 세계 킥복싱 대회의 주최 측입니다. 세계 킥복싱 대회의 업무를 귀국
과연 이강현을 겨냥한 것이었다! 마음속으로 놀란 정중천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렇군요. 그럼 먼저 생각해 본 다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허허, 당연히 생각할 시간은 드려야죠. 그러나 정중천 씨께서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오전 12시 전까지는 답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지요.” 정중천은 냉랭하게 말했는데 답장하기는커녕 절대 승낙하지 않고 날이 밝으면 이강현에게 이 일을 말하려고 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정중천의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비웃으며 말했다.“참, 당신의 메일함에 메일이 하나 있을 겁니다. 메일에 있는 영상 잘 보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자 정중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영상? 고작 너희들이 무슨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데? 대단해봤자 내가 여자랑 자는 영상이겠지. 여차하면 몽땅 까발려져도 상관없어.” 정중천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핸드폰으로 이메일에 접속했다. 메일함에는 과연 최신 메일이 한 통 있었다. 정중천은 그 메일을 클릭해 보았는데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고 첨부파일에 동영상만 있었다. 정중천은 영상을 다운로드한 후 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되기 몇 초 전은 텅 빈 방이었는데 잠시 뒤 카메라는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익숙한 얼굴이 정중천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정중천의 아들이었는데 의자에 묶인 채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 씨, 이건 네 아버지에게 보낼 영상이니 좀 웃어, 아버지와 인사도 하고. 얼른 아버지께 우리의 요구 조건을 말씀드리렴.” 정중천의 아들은 울기 시작했으며 서럽게 말했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들이 정말 저를 죽이려 합니다. 얼른 이강현이란 사람을 찾아 세계 킥복싱 대회에 출전하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저를 산산조각 낼 겁니다!” “이봐, 너무 잔인하게 말했잖아. 우리는 너를 산산조각 낼 것이 아니라 전기톱으로 사지를 토막 낼 거야.” “싫어요, 전 죽기 싫
“이 선생님, 제가 큰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중천은 목이 쉬어 말했다. “어딥니까?” “바로 당신 집 밑입니다.” “잠시 후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이강현은 전화를 끊은 후 정중천이 또 무슨 큰 일을 당했는지 마음속으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설마 또 누가 그의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최순은 그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또 어떤 놈이랑 나가려는 거냐? 백수 주제에 매일 큰 일을 하는 어른인 척 굴지 말고 성실하게 집안일이나 해!” “엄마, 이 사람이 나가는 것은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테니, 더 이상 나무라지 마세요.” 고운란이 타일렀다. “쟤가 무슨 일이 있겠어? 망나니가 온종일 집에 붙어있지도 않고 말이야. 옛날엔 집안일이라도 하더니 이젠 다 너 때문에 버릇없어져 집안일도 안 하잖아?” 최순의 말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이강현은 얼른 밥을 두 입 더 먹고 고운란에게 말했다. “여보, 정 씨한테 일이 생긴 것 같으니 무슨 일인지 가볼게. 천천히 먹어, 이따가 출근할 때 바래다줄게.” “그래, 다녀와.” 이강현이 떠나자 최순은 이강현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운란, 이강현이 점점 더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잘 좀 단속해, 이강현에게 다 맞춰주지 말고!” 최순은 욕설을 퍼부었다. “엄마,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고운란이 대답했다. 최순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는데 고운란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강현이 문을 나서자 고개를 숙이고 벤츠 옆에 서있는 정중천이 보였고 바로 그를 향해 걸어갔다. 정중천은 걸어오는 이강현을 보고 마치 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바로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손을 잡았다. “이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른 아침에 찾아와 폐를 끼치네요. 그러나 저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중천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에 강철과 같던 이 사나이는 지금 눈시울이 붉어져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정중천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미친 듯이 기뻐하는 기색을 띄었다. “이 선생님, 세계 킥복싱 대회는 매년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상하는 매우 위험한 경기입니다. 정말 출전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이 선생께서 제 아들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겁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아들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순간, 정중천의 한없이 불안했다. 비록 이강현이 경기에 출전하겠다고는 했지만 이강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강현이 세계 킥복싱 대회에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정중천은 자신의 온 가족이 모두 함께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중천은 매우 괴로운 듯 이마를 두드리고 두 손으로 바지를 꽉 잡고 말했다. “이 선생님, 이 일은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 일에 당신이 말려들어 위험을 무릅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일은 홍문의 친구에게 연락하여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강현은 정중천의 어깨를 다독였다. “정 씨, 당신이 지금 한 말이야 말로 틀린 생각입니다. 전에 당신이 목숨을 바쳐 나를 구하러 온 것은 둘째 치고 그들이 당신의 아들을 납치한 건 저를 노린 것이 아닙니까?” “그, 그건 맞습니다.” 정중천은 머릿속이 온통 엉망이 되어 이강현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됐습니다. 그들이 나를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인 이상 저도 당연히 그들과 맞설 것입니다. 오늘 그들이 정 씨네 아들을 납치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저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 일을 벌였을 겁니다. 그러니 이 일은 어쨌든 제가 나서야 합니다.” 정중천은 그제야 이강현의 말뜻을 알아차렸고 동시에 이강현이 자신을 안심시키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정중천은 만약 자신이 이강현이었다면 이 일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필경 이 세계 킥복싱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 선생님의 분부라면 저 정중천은 무조건 따를 것입니다.
고건강은 뒷짐을 지고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다. 신변에는 적지 않은 청부업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고건강을 빼곡히 둘러싸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운란이 왔구나. 네 큰아버지는 지관을 모시러 갔어. 이리 와서 기다리거라. 그 지관은 아주 용한 인물이니, 너희 둘 이따가 조심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말거라.” 고운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이 대체 무슨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는 겁니까?” “허허, 운란아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장 지관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시다. 집안을 도와 풍수지리를 보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전통이다. 그리고 장 지관은 솜씨가 아주 뛰어나 이 지관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왕 사장, 우리 조카에게 장 지관님의 대단함을 알려주세요.” 고건강은 허세를 부리며 한바탕 말했고 옆에 있던 청부업자 왕 사장 등은 잇달아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 지관님의 집안은 천년 풍수세가인데 말할 것도 없는 절대적인 풍수지리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 지관님이 맡았던 일을 이야기해 보자면 향강 풍수대전이라고 고운란 씨는 들어본 적 있으시겠죠?” “그 중은빌딩의 사방에 살기가 흐르는 칼날의 설계가 바로 장 지관님의 걸작인데 맞은편 은행의 풍수를 망가뜨려 그들의 업적을 급속도로 하락하게 하였지요. 결국 맞은편 은행에서는 다른 유명한 지관을 청해서야 그 살기를 풀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운란은 시큰둥하게 웃었고 모든 것은 근거 없는 소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고운란의 시큰둥한 표정을 본 왕사장이 계속 이야기했다. “또 하나 우리 한성의 예를 들자면, 청송호텔의 장수 거북이 풍수도는 고운란 씨께서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이것도 장 지관님의 작품인데 거의 파산 위기에 처한 호텔이 장 지관님의 손을 거쳐 풍수가 바뀌었고 지금은 재물운이 완전 트여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왕 사장은 우쭐거리며 여러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는데 이강현은 신기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고운란은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