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1347 챕터

제921화

“알겠어요, 아빠.”제훈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올라가서 쉬세요.”현석이 손을 들어 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똑똑한 제훈이는 눈치도 빠르고, 이해심도 깊어. 이런 아이가 옆에 있었으니, 예나 씨가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거겠지.’현석은 예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닫자 예나는 현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흐느꼈다.“현석 씨도 알고 있었죠. 알고도 나한테 숨겼던 거죠?”예나가 울먹이며 말했다.“마이크로 칩 피해자 인터뷰 자료를 찾아봤는데 피해자들의 최후는 모두 좋지 못했어요. 아무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는데 결국 나도 그렇게 될까요?”“예나 씨, 그런 말 하지 마요!”현석은 그녀를 달랬다.“마이크로 칩의 가장 큰 후유증은 분노 조절 장애인데 화를 자주 내는 건 별일 아니에요. 날 봐 봐요. 강씨 그룹에서 가장 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바로 나를 꼽을 텐데 회사를 멀쩡히 잘 운영하고 있잖아요.”예나는 이런 현석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이 사석에서 현석 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당연하죠. 악마, 라고 하잖아요.”현석이 예나의 콧등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앞으로 예나 씨도 별명이 생길 걸요?”예나가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저승사자.”“뭐라고요?”예나는 홧김에 주먹을 쥔 손으로 현석의 가슴을 콩콩 내리찍었다.“아내가 회사에서 왕따당했으면 좋겠어요?”현석이 예나를 끌어안았다.“나는 그 어떤 순간의 예나 씨를 모두 사랑해요. 아이들도 점점 커가고 이젠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외부 사람들의 생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뭐라고 떠들든 우리 가족만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살면 되죠.”예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예나가 입을 열었다.“앞으로 누가 날 저승사자라고 부르면 다 현석 씨 탓이에요!”현석은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둘은 바로 침대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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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현석의 등장에도 장서원은 크게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보름 전 현석이 직접 오민석 부장을 제압해 리조트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일을 장서원도 전해 들었었다.만약 현석과 예나와 정말 이혼할 사이였다면, 굳이 건축부의 부장에게 미움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대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모두 모였다면 다들 이리로 와서 앉게.”장씨 가문은 총 5명의 식구였고, 강씨 가문의 식솔 6명이 함께 모여 총 11명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다.현석은 아직 30이 되지 않는 나이임에도 자리에 앉자, 그의 주변에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보였다. 장씨 가문은 비록 역사가 유구한 가문이지만 권력을 따지면 강씨 가문에 비할 수가 없었다.장대휘가 현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는데 강현석 씨가 바로 그런 모양이네요.”“편하게 현석이라고 불러주세요.”현석이 자세를 낮춰 말했다.“저는 예나 씨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할아버님.”옆에 앉은 장서영의 표정이 깜짝 놀라 굳었다.장서영은 장씨 그룹 대표로 강씨 그룹 현석과 적지 않은 왕래가 있었다. 볼 때마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과감한 선택으로 깊은 인상이 남았었는데 그렇게 잘난 대표가 예나 때문에 머리를 숙이는 노릇이라니 장서영은 기가 찼다.‘이혼한다고 떠들썩하더니,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는 거야? 어쩐지 최근 리조트 프로젝트에 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쉽게 쉽게 넘어간다 했어…… 강현석이 손을 써주고 있었던 모양이야.’장서영이 주먹을 꽉 쥔 채로 억지 미소를 보였다.“몇 달 동안 하도 이혼설로 말이 많다 보니 벌써 이혼한 줄만 알았어요.”이지원도 말을 보탰다.“우리 사촌 언니가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형부가 바람을 피워도 모른 척 넘어가는 거겠죠.”그녀의 말에 현석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시선은 마치 칼날이 되어 지원을 조각낼 것만 같았다.“지원아, 당장 사과하거라!”장대휘가 호통쳤다.“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들이 헛소문을 퍼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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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겉으로 보기에는 예나를 호통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장서영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이런 광경에도 네 아이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며칠 동안 행여나 엄마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아이들은 늘 조심했었다.‘고모할머니와 이모가 먼저 시비를 걸어왔는데 엄마가 이 정도로 반격한 건 이미 많이 참으신 거야.’드디어 식사 자리가 조용해지고 현석이 입을 열었다.“저희 부부 사이의 일은 그 어떤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고모님께서 물으시니 간단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저와 예나 씨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제삼자의 가입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할아버님과 아버님께서 안심하시길 바랍니다.”장서원은 현석의 소유욕을 겪어봤었다. 현석은 자기 아내와 자식을 내팽개칠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장서원이 술잔을 들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그런 안 좋은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 사위 술 한잔 하세.”장서원이 분위기를 띄우자, 식사 자리를 다시 화기애애 해졌다.다만 장서영과 이지원의 안색은 눈에 띄게 안 좋았는데 젓가락을 한참이나 쥐고 있어도 반찬 한번 집지 않고 있었다.세윤이 고개를 돌려 배시시 웃었다.“이모는 우리 엄마보다 두 살 밖에 어리지 않는데 엄마보다 훨씬 늙어 보여요. 책에서 그랬는데 화를 자주 내면 빨리 늙는 대요. 책에서 말한 게 진짜인가 봐요.”이지원은 그 말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겨우 22살인데, 어딜 봐서 늙어 보인다는 거야! 이 쪼끄마한 녀석이!’이지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세윤을 혼내기로 마음먹었다. 예나가 빠르게 눈치채고 말했다.“식사 자리에서는 밥 먹어야 해. 허튼소리 하지 말고.”“네, 엄마!”세윤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밥을 한 큰 술 떠서 입에 넣었다.지원은 너무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태어나서 부터 이곳에서 자란 내가 왜 이방인같이 느껴지는 거야? 그래도 내일이면 후계자 결과 공개일이니까, 모든 사람의 주목하에 장씨 그룹의 차세대 후계자가 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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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이지원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꼭 쥐었다.이씨 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지원은 늘 명훈보다 한 수 아래였다.‘명훈이라면 그렇다 해도, 도예나 이깟 사생아가 내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게 내버려둘 순 없어!’지원이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오며 냉소를 터뜨렸다.“도예나, 네가 강씨 가문 사모라고 해서 장씨 가문에서 입지가 생길 것 같아? 꿈 깨! 난 곧 장씨 그룹 후계자가 될 거고, 장씨 그룹이 내 손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너를 장씨 가문에서 내쫓을 거야.”예나의 마음속에도 화가 부글부글 치솟았다. 예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화를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았다.“결혼 전 삼촌이랑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도 도씨 가문에 시집을 간 네 엄마 말이야,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어?”예나가 아무 말없자 지원은 더 흥이 나서 말을 이었다.“너도 그런 네 엄마를 닮아 18살에 남자를 꼬셔 혼전에 아이를 네 명이나 낳았잖아.”지원은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예나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예나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성보다 행동이 한 발 빨랐다. 예나는 빠르게 지원의 식지를 낚아채며 말했다.“너희 어머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시지 않은 거니?”그 말을 끝으로 예나는 손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까드득!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지원의 비명이 장씨 별장에 떠들썩하게 들려왔다.이어 무질서한 발걸음 소리가 화장실로 달려왔다.“엄마!”지원이 부러진 손가락을 움켜쥐고 장서영의 품에 안겼다.“엄마, 도예나가……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어요…… 너무 아파요…….”지원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말 한마디도 겨우 내뱉았다.장서영이 고개를 숙여 지원의 손가락을 확인했는데 휘어진 각도로 보아 골절이 틀림없었다. 장서영은 순식간에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어미도 없이 자란 근본 없는 네까짓 게 감히 내 딸을 때려?”그리고 장서영이 손을 뻗어 예나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장서원이 빠르게 둘 사이를 막아서려고 했으나 현석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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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도예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감히 내 어머니를 모욕하길래 작은 교훈을 준 것뿐이에요.”“아무리 네 어미를 욕해도 말로 하면 되지, 왜 아이 손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장서영이 노발대발하며 물었다.“저는 윗사람을 모욕하면 안 된다고 배워서요.”예나가 가방을 열어 카드 한 장을 꺼냈다.“안에 20억 정도 있을 거예요. 치료비랑 위자료로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됐죠?”“아니!”지원의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들려왔다.“너도 손가락이 부러지는 고통을 느껴봐야 해! 네 병원비는 내가 40억 물어 줄게!”“싫으면 말고.”예나는 카드를 도로 가방에 넣었다.“현석 씨, 아이들이랑 집으로 돌아가요.”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이지원 씨가 장모님을 모욕한 건 저희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믐날인 만큼 문제 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지원 씨도 조심 해주시길 바랍니다.”그의 차가운 시선이 이지원을 향했다. 이건 그녀를 향한 경고였다.현석은 한 손으로 예나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세훈의 손을 잡았다. 세훈은 동생의 손을 잡았고 여섯 식구는 나란히 장씨 별장을 나섰다.여섯 명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지원은 엉엉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대체 왜 나를 다치게 하고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예요? 엄마, 할아버지, 삼촌,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제가 당하고 있는데 왜 보고만 있냐고요!”장서원이 차갑게 지원을 쳐다보았다.“우리에게 있어 예나의 엄마는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선이야. 내가 직접 듣지 못한 것에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라. 내 귀로 듣는 날이면 난 너 같은 조카 다시 보지 않을 것이야.”“그럼 도예나 엄마를 좀 들먹였다고 손가락을 부러뜨려도 되는 거예요?”지원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는 기껏해야 모욕죄이지만 도예나가 한 건 고의상해죄에요! 저 신고할 거예요!”장서영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장서원에게 말했다.“오빠, 딸을 너무 오냐오냐 대하는 거 아니에요? 원래 엄마 없이 자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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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세윤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며칠 동안 세훈은 여러 번 세윤에게 엄마 기분이 좋지 않으니 절대 엄마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아이는 가끔 도우미들의 실수에 엄마가 다그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심지어 도우미들이 엄마 성격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고 뒷담화 하는 걸 듣기도 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세윤 본인도 엄마가 예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제훈은 새해가 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하지만 왜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지?’“엄마, 이모 손가락을 엄마가 부러뜨린 거예요?”세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애써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 여자는 너희 이모가 아니야.”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모욕하고, 엄마를 모욕하는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거야.”세윤은 입을 오므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차 안의 무거운 분위기는 별장에 도착해서도 이어졌고, 새해 파티에서도 아이들의 기분은 별로였다.제일 뒤끝이 없는 수아도 얼굴을 굳힌 채로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모습에 예나가 긴 한숨을 내뱉았다. 안방마님이 가족의 분위기를 좌우지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나의 변화에 아이들도 소심해졌다. 더구나 자폐 증상이 있던 수아가 다시 재발하기라도 할가 봐 예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조금 졸려서 먼저 올라가서 쉴 게. 너희들은 천천히 놀다가 올라가.”예나가 몸을 일으켜 안방으로 향했다. 현석의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했으나 그의 신경은 온통 예나에게 달렸다.현석이 최선을 다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연기해도 예민한 아이들은 이미 모든 변화를 눈치챘다. 아이들은 더 이상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현석과 함께 꾸며진 행복을 연기했다. 그러다가 예나의 기분에 이상이 생기면 아이들은 바로 자신만의 껍데기 안으로 숨어들었다. 아무리 철이 든 세훈이와 제훈이라고 할지라도, 보름 만에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현석이 몸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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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엄마…….”제훈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는 내가 해커가 되는 걸 허락하지 않았어. 그래서 늘 침대 밑에 노트북을 숨겨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내가 해커가 되는 걸 응원해 주는 걸까??’“새해 선물을 잘 받았으면 이젠 자러 가자.”현석이 수아를 안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아빠가 이야기책 읽어 줄게.”수아가 현석의 얼굴에 뽀뽀하자 현석의 마음은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해졌다.‘예나 씨에게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가 아이들을 그동안 잘 보살피면 돼. 아이들이 정말 본인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예나 씨는 평생 후회할 거야.’12시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에는 불꽃 축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마침내 아이들이 모두 잠에 들고 나서야 현석이 안방으로 돌아왔다.예나는 베란다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앞에는 빈 맥주 캔 몇 개가 놓여있었다. 눈빛이 흐릿한 게 좀 취한 것 같았다.현석이 그녀의 손에 쥔 맥주를 낚아채 꿀꺽꿀꺽 삼켜버렸다.“뭐 하는 거예요? 남의 물건을 왜 함부로 뺏어요?”예나가 굳은 얼굴로 맥주 캔을 되찾으려 발버둥 쳤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현석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렇게 다람쥐처럼 음식에 집착해요? 귀엽게.”현석의 말에 예나는 하던 행동을 뚝- 멈췄다.‘이게 어딜 봐서 다람쥐 같은 거야? 화를 낸 거지.’예나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현석은 예나의 좋은 면만 발견했다.“이젠 곧 새로운 한 해 에요.”현석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올해 내 소원은 우리 가족 영원히 함께 있는 거예요. 한평생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예나의 취기 어린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평생은 불가능해요. 첫째, 둘째, 셋째는 좋은 아내를 찾아 결혼할 거고, 우리 수아도 시집을 가야 하니 결국엔 우리 둘만 남게 될 거예요.”“우리 둘만 남아도 좋아요.”현석은 예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은은한 맥주 향이 났다.“결혼하고 나서 두 사람만의 일상을 보내 본 적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우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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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엄마 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방문을 열자, 네 아이들이 동시에 새해 인사를 올렸다.예나는 기분이 퍽 좋아져 등 뒤로 숨겼던 용돈 봉투를 건넸다.“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용돈 감사합니다!”용돈을 받아 쥔 아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현석이 긴 다리로 척척 걸어와 말했다“너희들도 이젠 다섯 살이니 아빠가 선물을 준비했어.”현석이 서랍에서 네 개의 서류를 건넸다. 그 모습에 세윤이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와, 아빠! 드디어 저한테도 회사를 맡기시는 거예요?”세훈은 세 살 때부터 계열사를 운영했고 세윤은 그런 제 형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만의 회사가 생긴다는 게 너무 가슴이 벅찼다.“수아야, 네 선물은 뭐야?”세윤이 고개를 맞대고 수아의 서류를 확인했다.“와, 피아노 회사. 아빠 진짜 통이 크세요!”그리고 세훈이와 제훈의 선물 역시 회사라는 걸 확인한 세윤의 표정은 또 금세 풀이 죽었다.“이제 형이랑 제훈은 회사를 두 개나 운영하는데 나는 겨우 하나 생긴 거로 좋아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이 회사를 잘 운영한다면 연말에 회사 하나 더 줄게. 하지만…….”현석이 세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분기에 손실이라면 이 회사는 세훈이한테 넘어갈 거야.”세윤이 바로 몸을 벌떡 세우더니 경직된 자세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이런 모습에 예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네, 감사합니다. 엄마.”세윤은 배시시 웃으며 예나의 손을 잡고 끌었다.“엄마, 우리 아래층으로 가서 아침밥 먹어요.”아침 밤을 먹고 나니 둘째 삼촌 가족이 강씨 별장을 찾았다. 정지숙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지만 그래도 새해 첫날에는 서로 인사를 하기 위해 집을 찾았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네 아이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전에 박정화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잠시 묻어 두고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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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박정화는 거의 끌려 나가다시피 별장을 벗어났다. 밖에 나간 후 박정화가 강재문(현석의 둘째 삼촌)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당신 아내가 새파랗게 어린 후배한테 무시당하고 있는데, 그렇게 손 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괜히 생트집 잡는 거 잖아요. 형수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낸 게 어디 예나 혼자 생각이겠어요? 당연히 두 부부가 함께 상의한 결과 겠는데 당신 같은 외부인이 뭐라고 참견해요?”“외부인? 내가 왜 외부인이에요?”박정화가 계속 씩씩거렸다.“나는 현석의 둘째 숙모라고요!”“나는 친 삼촌인데도 가만히 있잖아요! 다른 집 사정에 그만 참견하고 우리도 이만 집으로 돌아갑시다.”차 문이 열리고 강재문이 차에 올라탔고, 박정화도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랐다.얼마 뒤, 현석의 차에도 시동이 걸렸다. 예나는 좌 수석에 앉아 립스틱을 덧발랐다.“정말 내가 같이 안 들어가도 돼요?”현석이 운전대를 잡으며 물었다.“당연하죠. 이런 작은 일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당신은 강씨 그룹이나 다녀와요.”차는 안전하게 거리를 가로질러 빠르게 성남시의 상업 중심 구역에 도착했다. 그중 에서도 장씨 그룹은 가장 높게 우뚝 서 있었다.예나가 차에서 내리고 손을 휘휘 저었다.“꼭 데리러 와요.”예나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새해 첫날, 장씨 그룹 대부분 직원은 연휴라 회사 내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로비에는 경호원만 있었다.그러나 오늘은 장씨 그룹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후계자 경쟁의 막이 내리는 날, 즉 차세대 후계자가 결정되는 날이었다.꼭대기 층에 위치한 회의실 안으로 사람이 꽉 들어찼다.장대휘는 가장자리에 앉았고, 장서원과 장서영이 마주 향해 앉았으며 장명훈과 이지원이 그들의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장씨 가문을 제외하고 회의실에는 그룹의 고위 계층, 대주주들이 자리를 차지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삭막했다.“5분 전 10시인데 예나는 아직 이네요.”장서영이 시계를 한번 확인하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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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겨우 20대 초반인 여자가 어떻게 전체 회사를 대적할 수 있겠는가?장서원, 장명훈, 명실상부한 장씨 가문 사람들도 장서영에게 눌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데 아무리 장대휘가 몰래 장명훈을 돕는다고 해도 모든 걸 되돌릴 수는 없었다.‘결국, 장씨 그룹이 이지원에게 넘어가는구나. 비록 장씨 가문 혈통이긴 해도 그 아이는 이씨 가문의 후대 아닌가.’장서영은 이씨 가문에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금세 밖으로 겉돌아 장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사이는 결렬되었다. 그런데 이씨 가문의 사람이 장씨 그룹의 후계자가 된다면 이씨 가문에서 얼마나 비웃을지 상상이 되었다.장대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공평한 경쟁을 걸쳐 얻어낸 결과인 만큼 더 이상은 되돌릴 여지가 없었다.장대휘가 손을 들어 회의를 시작하려는 데 회의실 문이 활짝 열렸다.“밖에서부터 시끌벅적하더니 다들 무슨 얘기를 하고 계세요?”예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새해 첫날인데, 일단 새해 인사부터 올립니다. 회의 끝나고 제가 회의실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지원이 냉소를 터뜨렸다.“겨우 밥 한 끼에 상황이 반전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정말 가소롭군.”예나의 눈빛이 덤덤하게 지원을 향하고, 예나는 말없이 명훈의 옆자리에 자리 잡았다.“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장대휘의 무거운 목소리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지원이 득의양양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저부터 석유 화학 프로젝트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초, 투자 금액은 4,000억, 주로…… 프로젝트는 여러 나라와 협력을 달성했고…… 전문 평가에서 발전 잠재력이 아주 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근 3년 이래 이윤은 1조 가까이 달성할 수 있으며, 5년 안으로 2조 달성도 가능합니다…… 석유 프로젝트의 개발은 성남시 석유 발전 프로젝트의 핵심으로…….”그녀의 발표가 끝나고 회의실에는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처음부터 S+급의 프로젝트였고, 평가 기간 장서영이 회사 내부의 모든 자원을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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