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911 - Chapter 920

1347 Chapters

제911화

예나는 마지막으로 정지숙을 노려보고 남천을 따라 걸었다.정원으로 걸어 나오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흘깃 살펴보니 나무 뒤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그녀가 느낀 걸 남천이 모를 리가 없었다.그는 빠르게 예나의 팔목을 잡고 다그쳤다.“강현석을 이곳으로 부른 거야?”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현석 씨가 따라올 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걸 믿고 나도 이렇게 무모하게 굴었던 거고.’“어차피 난 지금 당신과 있잖아. 현석 씨가 뭘 할 수 있겠어? 빨리 가…….”고분고분한 예나의 모습에 남천은 마치 그녀가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을 따라 떠날 것 같다는 기분을 주었다.하지만 그녀의 목에서 흘러내린 핏자국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남천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절대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야.’남천은 투박하게 여자를 차 안으로 밀어 놓고 온몸을 수색하며 칼이 없다는 걸 확인했고 마지막으로 두 손을 묶었다.“공항에 도착하면 풀어 줄게,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남천이 운전석에 올라탔고 차는 빠르게 달렸다.그러나 순식간에 남천의 차 뒤로 차 한 대가 붙었다. 경호원이 운전하는 차 옆 좌석에는 현석이 있었고, 현석의 손에는 검은색 총 한 대가 쥐어 져 있었다.“왼쪽을 막아버려서 국도를 타게 해.”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세 네 대의 차가 동시에 남천의 차를 포위하더니 좌회전할 자리를 모두 막아버렸고 남천은 어쩔 수 없이 국도를 타게 되었다.“젠장,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줄 알고?”남천이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남천이 운전에 집중하자 예나는 몰래 등 뒤로 손을 넣어 칼을 잡았다. 그녀는 몸에만 여섯 개의 칼을 숨겼다. 방에 들어서면서 두 개 칼을 들키고 자살소동을 벌일 때 하나를 사용했고 아직 허리와 허벅지에 각각 한 쌍씩 더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간 이상 예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칼을 손에 쥐고 빠르게 손을 묶은 밧줄을 끊었다.펑!갑자기 뒤차가 들이박아 차
Read more

제912화

현석은 직접 남천의 시체를 수색했다. 불과 1분 전에 숨을 완전히 거두었다.그는 손을 뻗어 남천의 사악한 눈을 감겼다.“마땅한 곳에 묻어버려.”현석은 이 말을 남기고 예나를 안아 들고 뒤차에 올라탔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나를 달랬다.“예나 씨, 괜찮아요. 내가 쏜 총알이 그의 사인이에요. 내가 죽인 거예요.”트레이북으로 살아갈 때 현석은 매일 같이 총으로 사람을 죽였었다. 살인은 그에게 있어 큰 충격이 아니었다.비록 한국 땅에서 사람을 죽였으나 남천의 죄가 막중하기에 법정에 서도 그는 당당했다.“예나 씨,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현석이 예나를 꽉 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예나는 그의 품에서 점차 평정심을 되찾았다.이어 경호원이 피범벅이 된 남천을 차에서 꺼내 들자 예나는 자신의 일상을 엉망으로 망가뜨린 사악한 악마가 정말 숨을 거뒀다는 게 실감이 났다.“강남천이 죽었다는 소식은 잠시 숨겨요.”예나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강남천의 부하 모두에게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이 있다고 했어요. 언제 나한테 지령을 내릴지 모르잖아요.”“남천이 죽은 이상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현석이 그녀를 다독였다.“괜찮아요. 모든 게 잘 해결될 거예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품에 안겼다.이어 둘은 별장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강씨 별장으로 향했다.별장 주위에는 현석이 보낸 경호원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정원 한가운데는 남천의 오른팔인 김용식이 묶여 있었다.김용식은 강제로 무릎이 꿇린 채로 두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다. 눈빛이 사악한 게 남천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예나 씨, 먼저 들어가서 아이들을 살펴요. 여긴 저한테 맡겨요.”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김용식, 내가 강남천이 아니라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던 거지?”현석이 아래로 깔보듯 김용식을 쳐다보았고 구두 끝으로 김용식의 턱을 툭툭 건드렸다.“마지막으로 살 기회를 줄게.”김용식이 침
Read more

제913화

김용식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경호원이 바로 그의 무릎을 걷어차 다시 바닥으로 넘어지게 했다.“다시 물어볼 게. 정말 죽고 싶은 거야?”현석이 총 방아쇠를 딸깍 움직이자, 눈시울이 빨간 김용식이 소리를 질렀다.“이런 비겁한! 세상에서 네가 제일 비겁해!”현석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처음부터 비겁하고 잔인했다면 예나 씨가 이렇게 고통받을 일이 없었을 텐데.’먼저 공포탄 하나를 쏜 현석은 인내심이 떨어진 표정으로 말했다.“마지막으로 10초 생각할 시간 줄게. 10초 지나면 넌 죽어.”김용식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목숨은 보잘것없었지만, 아내와 자식은 무슨 죄인가? 그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지도 못하는 무고한 사람들이었다.김용식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말해. 내가 뭘 하면 되는지.”“성남시에 있는 강남천의 모든 부하 리스트를 나한테 넘겨. 완전한 리스트를 나한테 넘긴다면 네 아내와 자식은 무사할 거야.”김용식이 고개를 떨구었다.‘이 리스트를 넘기면 백 명은 족히 넘는 형제들이 죽을 거야. 형제들과 가족 사이에서 누굴 선택해야 할까?’김용식이 이를 부득 갈았다.“나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시간 좀 줄 수 있어?”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지. 하지만 먼저 강남천이 너한테 넘긴 마이크로칩 조종 리모컨을 넘겨.”그 순간 김용식은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마이크로 칩 회사는 현석에게 넘어갔고, 그 사이에 벌어진 모든 일을 김용식은 모르지 않았다.“데이터베이스를 망가뜨려야만 마이크로 칩은 진정으로 파괴가 돼. 하지만 세로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는 형님 본인만 알고 있어. 형님이 죽었으니 마이크로 칩은 평생 도예나 몸에 남게 될 거야.”“모든 리모컨을 파괴하면 돼.”현석이 덤덤하게 물었다.“어디 있어?”김용식이 손가락을 움찔거렸다.“오른손에 이 반지가 바로 리모컨이야.”리모컨은 그 어떤 액세서리로 위장할 수 있었다. 귀걸이, 반지, 목걸이, 안경…… 모든게 가능했다.현석은 반지를 꺼내 우악스럽게
Read more

제914화

현석은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서서 굳은 얼굴로 정지숙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정지숙은 안절부절못하며 현석의 시선을 피했다.“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먼저 올라가 있으마.”“남천의 행방이 궁금하진 않으세요?”그 말 한마디에 정지숙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세훈아, 동생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있어.”눈치 빠른 세훈은 빠르게 동생들의 손을 잡았다.정지숙은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물었다.“그래 현석아, 네 형은 어떻게 된 거야?”“제가 뭘 어떻게 한 건 아니에요. 모두 그 사람이 자초한 거죠.”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 손으로 직접 죽였어요.”“뭐라고?”정지숙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순식간에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았다.현석은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강남천을 법정에 보냈다면 평생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았을 거예요. 이렇게 빠르게 숨을 거두게 한 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 좋은 선택이에요.”“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아이는 네 친형이야!”정지숙이 울부짖었다.“태어날 때부터 고생했던 그 아이는 평생 행복과 평화를 누려본 적이 없어. 그 아이에게도 행복해질 기회가 있어 야지!”“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갔어야 죠. 제 행복을 가로채는 게 아니라.”현석의 표정이 여전히 차가웠다.“강씨 가문이 빚진 건 15살이던 해에 모두 갚았어요. 그 이후로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강남천이 그 길을 택했어요. 그러니 이 모든 건 강남천이 자초한 거예요.”정지숙은 소파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쳤다.예나는 두 개월 전 현석이 실종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정지숙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렇게 마음 아파하지는 않았다.‘두 아들 중에서 더 아픈 손가락은 늘 강남천이었어. 평생 강남천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이건 현석 씨에게 빚진 것과 같아.’“강남천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강남천을 강씨 가문 추모 공원에 옮길 생각은 없어요.”“보고 싶으시면 사람을 시켜 모셔다 드릴 게요.”“너……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Read more

제915화

예나가 두 손을 들어 정지숙을 밀쳐냈다. 정지숙은 전혀 예상 못 했는지 카펫 위로 풀쩍 넘어졌다.“사모님, 당신이 강남천을 숨겨줄 때부터 나한텐 시어머니란 사람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할머니이니 그래도 계속 공손하게 모셨어요.”예나가 그 자리에 서서 정지숙을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절대 수아를 직접 강남천의 손에 넘기시지는 말았어야 죠. 만약 수아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전 사모님을 강남천과 같은 날에 이 세상을 떠나게 했을 거예요.”침착한 말투와 더없이 차가운 예나의 표정.“현석아, 이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감히 네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걸 들었어?”정지숙이 고개를 돌려 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여유 같은 계집애가 강씨 집안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놨어. 네 형을 죽이고 나까지 죽이려고…….”현석이 차갑게 정지숙의 말을 잘랐다.“강씨 집안은 처음부터 엉망이었어요. 어머니,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세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랑 보러 갈게요.”정지숙의 몸에 힘이 점점 풀렸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현석아, 네 형이 죽었어. 더 이상 의지할 곳도 없는 나를 그곳으로 보내겠다는 거니?”“사모님이 이곳에 남아 하실 일이 따로 있으신 건가요?”예나가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희 여섯 식구가 행복할수록 사모님은 강남천이 마음에 밟히실 텐데요. 사모님 마음속에 아들은 강남천 하나 잖아요. 그러니 굳이 이곳에 남아 다른 아들의 마음에 상처 주지 마세요.”정지숙이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았다.현석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오늘 저녁 9시 비행기에요. 서둘러 준비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현석은 예나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정지숙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또 한 번 눈물을 쏟아냈다.안방에 들어서고 예나는 잡힌 손을 풀었다.“내가 어머님께 너무 심하게 굴면 나한테 실망할 거예요?”현석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예나 씨, 사실 진작 어머니를 보냈어야 했어요. 내가 너무
Read more

제916화

세윤이 빠르게 눈치를 채고 얌전히 서서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 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다음부터 조심할 게요.”예나가 입술을 매만졌다.‘요즘 들어 화가 많아졌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실 발가락도 그렇게 아팠던 건 아니었고.’그녀는 허리를 숙여 세윤을 다독였다.“세윤아 괜찮아. 엄마가 방금 농담한 거야.”예나의 말에도 세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방금 예나의 모습은 전혀 농담 같지 않았기에.세윤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엄마, 사실 방학 숙제가 아직 남아서 먼저 숙제하러 가볼 게요.”예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세훈과 제훈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아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방 밖으로 나서고 세훈이 입을 열었다.“제훈아, 요즘 들어 엄마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제훈이 대답했다.“아빠가 강남천 부하를 잡아왔으니 세 날 안으로 모든 리모컨을 파괴할 거야. 그럼, 엄마는 완전히 자유가 될 수 있어.”사실 세 날이 아니라 이틀 반 만에 현석은 100여 개의 리모컨을 수거해왔다.그리고 그는 예나 앞에서 직접 리모컨을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리모컨이 쓰레기가 되고 예나의 마음속 응어리가 서서히 풀려갔다.예나는 현석의 품에 안겨 낮은 소리로 물었다.“앞으로 누군가 나한테 지령을 내릴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당연하죠.”현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김용식의 아내와 아이들이 내 손에 있는 이상 김용식이 나를 속이지 못할 거예요.”예나는 그의 품에서 더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안았다.늘 정의롭던 현석이 본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무고한 아내와 아이들을 이 판에 끌어들여도 예나는 현석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비겁해질 수도 있는 그를 그녀는 사랑했다. 현석과 결혼한 건 예나의 평생에서 가장 행운이었다.마이크로 칩 사건이 일단락되고 예나는 드디어 홀로 회사로 출근했다.예성과학기술 문서는 그동안 현석이 처리하고 있었다. 큰 문건은
Read more

제917화

“대표님, 모두 모였어요. 회의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박정연이 문을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닫고 회의실로 향했다.보름 넘게 회사에 나오지 않았으니 회사 근황을 알 필요가 있었다. 반년에 걸쳐 예성과학기술 회사는 어느덧 규모가 작지 않은 테크놀로지 회사가 되었다. 회사 임원만 30~40명이었는데 대회의실에 사람이 가득 찼다. 첫 시작은 서너 명이었는데 정말 눈에 띄는 발전이었다.“대표님, 이번 달 재무 보고서입니다. 전체 이익은 30억 정도로…….”“대표님, 이번 분기 가장 큰 세 프로젝트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아주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일 주일 전 한 해외 투자 회사와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쪽 회사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인데 우리 회사도 테크놀로지 회사인만큼 제시한 방향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초보적인 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차갑던 예나의 눈에 순식간에 초점이 사라졌다. 예나가 입을 열었다.“이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요?”“대표님, 사실…….”안경을 고쳐 쓴 고객 서비스 팀 팀장이 몸을 일으켰다.“몇 번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확실한 협력 관계를 결정하지 않아 보고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초보적인 협력 보고서도 어제 작성해서 아직 대표님께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이 프로젝트는 그만 접으세요.”예나는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회사는 인공지능에 대한 업무를 받지 않습니다.”팀장은 마음이 급해졌다.“대표님, 인공지능은 해외에서는 아주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투자 금액은 적은데 수익은 배로 들어와서 이 분야에 도전한 회사는 모두 돈을 싹쓸이한다고 합니다. 제품 연구는 3개월 정도 걸리니 늦어서 6개월 뒤부터는 수익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단숨에 성남시에서 강씨 그룹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예나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내 말을
Read more

제918화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연구팀 팀장은 회사 설립 초기 멤버로 예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에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해외에서도 마이크로 칩을 규정한 법률이 있습니다. 법의 구속하에 이 산업이 그렇게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발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도 업계 지침을 준수하고…….”“그만하세요!”예나의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래서 제 반대에도 당신들은 이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말인가요?”“대표님, 그 뜻이 아니고요.”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쨍그랑!예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머그잔 하나를 들어 연구팀 팀장을 향해 던졌다. 팀장의 얼굴을 스쳐 바닥에 떨어진 머그잔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이 광경에 회의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들 예나가 폭력적인 행동을 취할 줄은 예상 못 했었다. 놀란 건 예나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늘 폭력보다는 대화로 일을 해결하던 예나였는데…….‘며칠 전 세윤이가 발을 밟았을 때도 이렇게 갑자기 화가 났었어.’“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예나는 미간을 잡고 말했다. 그녀가 회의실을 나서자 긴장한 분위기가 드디어 풀어졌다.“대표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대표님은 이 프로젝트가 하고 싶지 않으신 게 분명해. 그러니 우리도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어.”“대표님은 늘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었어. 의견 충돌이 생겨도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했었는데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물건을 던진 적은 없었다고.”“지금 장씨 가문 후계자 경쟁 중 이시잖아. 경쟁에 문제가 생기셔서 기분이 별로일 수도 있지.”“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일단 모두 접어 둬. 대표님 기분이 좀 나아지면 다시 얘기해 보는 게 좋겠어.”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대표 사무실은 더없이 조용했다.예나는 창가 앞으로 서서 풍경을 바라보며 조급하던 마음을
Read more

제919화

“큰 오빠가 책 읽어주고, 둘째 오빠는 그림 그려주고, 셋째 오빠는 피아노 연습 같이 해줬어요.”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엄마가 책 읽어주면 안 돼요?”예나는 돌아오는 길에 먹은 약효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 빨리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예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엄마 30분만 먼저 자야겠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책 읽어 줄게.”예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문을 가볍게 닫았다.수아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드러났다.“엄마 엄청 피곤해 보여. 저렇게 힘들어하는 엄마를 왜 아빠는 회사로 출근시킨 걸까?”“엄마는 해외에서 보름 동안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회사로 나가지 못했잖아. 엄마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많나 봐.”세훈이 입을 열었다.“일단 엄마가 주무시게 방해하지 말고 저녁 식사 때 엄마 깨우러 가자.”제훈은 고개를 숙여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점차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이는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혔다.“수아야, 우리 숨박꼭질 할래?”세윤이 바로 표정을 고쳐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숨으면 내가 찾을 게.”수아의 표정도 다시 밝아졌다.“첫째 오빠랑 셋째 오빠도 같이해.”세훈이 손에 쥔 책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백까지 셀 테니까 그동안 숨어, 알았지?”수아는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 하얀색 치맛자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마치 작은 나비 같았다.“하나, 둘, 셋…… 아흔아홉, 백.”숫자를 세고 나서 세 아이는 동시에 눈을 떴다.세윤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위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 왔어. 빨리 올라가자.”“쉿!”세훈이 손가락으로 세윤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수아를 놀라게 해야 지.”그리고 두 아이는 제훈의 뒤를 따라 몰래 위층으로 올라갔다.방학이 되어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놀이는 바로 숨바꼭질이었다. 수아와 세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며, 제훈이와 세훈이와 함께한다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Read more

제920화

방문이 세게 닫히고 예나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내가 대체 뭘 한 거야? 왜 또 아이들에게 화를 낸 거지? 약을 먹어서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는데도 왜 이런 거야.’예나는 자기 머리를 부둥켜안고 이불 안으로 몸을 숨겼다.한참 후 에야 예나는 진정을 되찾았다. 컴퓨터를 꺼내든 예나는 아래층 거실의 감시 카메라로 네 아이들이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거실은 너무 조용하다 못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를 가까이 당기니 눈시울이 빨개진 수아가 보였다. 세윤은 무릎 위로 책을 올려 두고 있었는데 한참 동안 한 페이지도 펼치지 않는 걸 보니 방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세훈이와 제훈이도 책을 펼친 채로 멍하니 앉아있었다.‘또 아이들을 놀라게 했어.’자책, 미안함, 불안함…… 온갖 감정이 예나를 뒤엎었다.얼마 뒤 정원 쪽에서 차 한 대가 들어섰고 현석이 돌아왔다. 예나는 컴퓨터를 닫고 세수를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네 아이는 들어오는 현석을 한번 보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예나를 또 한 번 번갈아 보며 조용히 제 자리를 지켰다.눈치 빠른 현석은 이상한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했다. 바로 예나의 허리에 손을 감은 현석이 물었다.“오늘 회사는 괜찮았어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단 밥부터 먹어요.”양 집사는 사람을 시켜 빠르게 식탁을 세팅했다. 풍성한 한상 차림이었지만 여섯 식구는 입맛이 없었다.예나는 몇 입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얘들아.”“괜찮아요, 엄마.”제훈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앞으로 엄마가 주무실 때 저희도 조심할 게요.”예나가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다 홧김에 한 거니까 절대 마음에 담아주지 마. 엄마는 영원히 너희들을 사랑해.”세윤이 바로 눈물을 터뜨렸다.“엄마, 정말 날 사랑해요?”‘그런데 엄마는 날 미워하는 것 같아.’예나가 아이를 빠르게 품 안에 안고 달랬다.“엄마가 회사 일 때문에 기분이 안
Read more
PREV
1
...
9091929394
...
13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