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901 - Chapter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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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현석은 침대 옆에 서서, 길쭉한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 내려갔다.그의 판판한 가슴이 드러나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침을 삼키며 그 모습에 눈길을 돌렸다.어젯밤 현석은 예나의 상황을 살피느라 많이 억제했었다.하지만 오늘 밤에는 더 이상 참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예나 씨, 사랑해요.”현석은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며 이마부터 키스를 시작했다.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발가락이 오므라졌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스킨십을 막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오늘 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예나와 현석은 알지 못했다. 다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예나는 까무룩 잠에 들었고, 그동안 억눌렀던 마음을 모두 분출한 현석도 예나를 품에 안고 깊은 잠이 들었다.그렇게 밤은 점점 더 깊어 가고…….예나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깜깜한 방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뒤척이자 현석도 잠에서 깨어났다.“무슨 일이에요?”“목이 말라서 물 마시고 올 게요.”현석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제가 화장실 다녀오면서 한잔 따라올 게요.”그러나 예나는 다시 현석을 침대 위로 눕히고 이불을 꽁꽁 덮어주었다.외투 하나를 걸친 예나는 실내화를 신고 조심조심 안방 문을 닫았다.그러나 문을 닫은 예나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웠다.이 야심한 시간에, 남천은 지령을 내렸다.깊은 잠이 들었던 예나는 지령 소리에 너무 시끄러워 잠에서 깬 것이었다.“문을 나서고 왼쪽으로 100미터 걸어.”그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예나는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두꺼운 패딩 하나를 더 껴입었고 몰래 별장을 나섰다.겨울 밤의 성남시는 영하 10도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예나는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별장을 나서고 왼쪽으로 꺾어 100미터 정도 걸자 골목 끝에 서 있는 검은색 몸짓이 보였다.우중충한 나무숲에 몸을 숨긴 그는 저승사자라고 해도 믿을 몰골이었다.예나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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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찬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도 예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예나가 천천히 한 글자씩 뱉었다.“강남천, 당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나와 이곳을 떠나.”남천은 예나의 턱을 그러쥐며 말했다.“나와 함께 떠나면 강현석 목숨은 살려 줄게.”예나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내가 거절한다면?”“거절? 허!”기괴한 표정의 남천이 입을 열었다.“그럼 강현석은 그날로 저승사자 보러 가는 거지, 뭐.”예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옷소매에 숨긴 칼을 훔쳐보았다. 적당한 타이밍에 손을 뻗어 재빠르게 남천의 목을 노렸지만, 남천은 예상이나 한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도예나! 넌 정말!”차갑게 식은 남천의 표정은 겨울날 찬바람보다도 더 쌀쌀했다.“우리 그냥 같이 죽는 게 어때?”예나는 다시 칼을 고쳐 잡고 돌진했다.보름 동안 예나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벌벌 떨며 지냈다. 다시 이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강남천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날 거야.’‘다른 귀걸이는 현석 씨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남천은 예나의 칼부림을 쏙쏙 피해 가다가 결국 한쪽 얼굴이 길게 긁혀버렸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온통 새빨간 피가 만져지고, 남천의 눈빛에는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도예나, 이건 당신이 자초한 거니까 어디 한번 잘 이겨내 봐.”남천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귀걸이를 꺼내 들었다.“일단 간단하게 애피타이저부터.”남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예나를 주시하며 천천히 지령을 내렸다.“도제훈 그 녀석을 강씨 별장에서 내보내.”그 지령이 내려지고 목소리는 예나의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울렸다. 손에 든 칼을 떨어뜨린 예나는 울분에 찬 눈빛으로 남천을 노려보았다.“이런 빌어먹을!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내 시스템을 고친 아이에게 과연 아무 죄가 없을까?”남천이 냉소를 터뜨렸다.“24시간 내로 지령을 완성하지 않는다면 더 무서운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천천히 즐겨 봐.”그리고 남천은 뒤를 돌아 어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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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예나를 안방 침대에 눕힌 현석은 침대 옆 소파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지 대충 예상은 가지만 쉽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떤 일은 물어봐도 해결할 수 없었다.날은 점점 희미하게 밝아지고 어둠은 햇빛 속에서 종적을 감췄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그러나 뒤통수의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예나는 침대 위에서 거의 부서질 것 같았다.현석은 소파에서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어젯밤 별장 부근에서 강남천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차량 세 대로 갈아타며 도주하는 바람에 사람은 놓쳐버렸지만, 성남시에 있는 이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현석은 텅 빈 눈동자로 예나를 바라보았다.‘모두 내 탓이야. 어젯밤 예나 씨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야 했어.’‘내가 강남천에게 기회를 준 거랑 다름이 없어.’자책하던 현석은 곧 몸을 일으켜 간단한 아침상을 가지고 올라왔다.“예나 씨, 먼저 뭘 좀 먹는 게 어때요?”“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요! 저리 가요!”예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현석 씨, 미안해요.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그녀는 자신의 자아가 둘로 갈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한쪽은 제훈이를 강씨 별장에서 내보내자고 아우성치고, 다른 한쪽은 그 생각을 억누르기 바빴다.‘머리가 너무 아파, 더 이상 못 참겠어.’‘강남천은 정말 악마야. 내 손으로 현석 씨를 다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이들한테까지 손을 대게 하다니.’‘아무리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제훈이라고 해도 상처를 받을 거야. 제훈이에게 버림받는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현석 씨,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둬요. 문을 닫고 날 이 방안에 가둬요.”‘문을 닫으면 내가 제훈을 찾아갈 수도 없을 테니까.’현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나에게 걸어가 그녀를 품 안에 넣었다.“예나 씨, 강남천이 무슨 지령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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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무표정인 현석의 얼굴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현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세윤을 향했다.“올라가서 덤벙대다 가는 엄마가 깨어날 수도 있어.”수아가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말했다.“아빠, 덤벙대지 않을 자신 있어요. 엄마 한 번만 보게 해주면 안 돼요?”현석은 계속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새해가 되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아이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세훈이 인상을 찌푸렸다.‘제훈이가 거의 해결했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엄마랑 만나도 된다고 했는데 아빠는 왜 우릴 만나지 못하게 막는 걸까?’제훈은 더 이해가 가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어제 시스템을 고쳤으니 오늘 엄마를 만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아빠는 왜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제훈이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훈과 눈이 마주친 현석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현석은 남천이 무슨 지령을 내렸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예나가 아이들을 피하는 모습에 대충 예상이 갔다.‘예나 씨를 조종해 나를 다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손을 대려고 하다니.’그 순간 현석은 일말의 형제의 정으로 남천을 살려 둔 게 너무 후회되었다.‘강남천은 단 한 번도 나를 형제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내 아내를 넘보고, 내 자식을 다치게 하고, 앞으로 강남천이 또 어떤 말이 안 되는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어.’‘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현석의 냉랭한 표정을 읽은 세훈은 오늘 엄마랑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숨을 내쉰 아이가 입을 열었다.“아빠, 그럼 우린 이만 돌아가 볼 게요.”세윤은 아직도 많이 아쉬운지 말꼬리를 늘렸다.“아빠, 저녁에 전화할 테니까 꼭 엄마 바꿔줘요.”수아는 잠시 현석의 품에 안겼다가 말했다.“아빠, 우리 먼저 갈게요. 아빠랑 엄마랑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제훈은 2층의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술을 매만졌다.“아빠, 또 봐요.”“현석아 걱정하지 말 거라. 네 아이들은 내가 잘 보살필 테니.”정지숙이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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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수아도 예나를 향해 달려왔지만 예나는 달려오는 아이를 피해 몸을 돌렸다.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제훈만을 향했다.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점점 빨라졌다.“예나 씨.”현석이 빠르게 걸어와 그녀를 품에 넣었다.“제대로 쉬지 못했잖아요. 방으로 데려다 줄게요.”현석은 예나를 타이르며 위층으로 데리고 가는데 예나는 그의 손길을 휙 내쳤다.제훈이 앞까지 걸어온 예나는 허리를 굽혀 제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결정을 하나 내렸어.”제훈은 미리 예상을 했기에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네, 말하세요.”“강씨 별장을 떠나.”입 밖으로 말을 뱉자, 심장이 저릿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가 없었다.“더 이상 강씨 별장에서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어디에서 지내든지 네 마음대로 해.”비록 예상했지만 제훈은 너무 당황해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예나야, 왜 겨우 네 살인 아이에게 그런 농담을 하는 거니?”정지숙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어린데 혼자 어디를 간다는 말이냐?”어두운 표정의 현석이 걸어와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들었지?”“네, 네.”제훈이 힘겹게 대답했다.“오늘 바로 이사 갈게요.”“제훈아, 왜 농담을 진담으로 들어?”정지숙은 깜짝 놀라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할머니가 있는 이상, 넌 어디도 가지 못해.”“농담 아니에요.”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머님, 어머님도 별장에서 나가주세요.”“뭐라고?”정지숙이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예나야,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하게 말해줘.”“어머님, 아이들과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세요.”예나가 주먹을 꽉 쥐고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저와 현석 씨가 볼일을 끝내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데리러 갈게요.”“말도 안 되는 소리!”정지숙이 호통쳤다.“곧 새해인데 내가 가길 어딜 간다는 말이냐!”“엄마, 우리 얌전하게 말 잘 들었는데 왜 우릴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거예요?”세윤이 울먹거렸다.“앞으로 더 얌전히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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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도제훈은 시작에 불과해. 내 말 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 아이 모두 내보낼 거야.”“난 당신을 많이 아껴, 그러니 당신이 아파하는 걸 보는 내 마음도 힘들지. 지금 바로 강씨 별장으로 와. 할 말이 있어.”예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강씨 별장? 아이들이 모두 그곳에 있는데 강남천은 왜 거기에 있는 거지?’예나가 빠르게 입을 열려는데 다시 목소리가 울려왔다.“도예나, 강현석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도제훈의 손을 토막 내서 선물로 보내줄 테니까.”예나는 소름이 확 끼쳤다. 강남천이라면 못해낼 일이 아니었기에 예나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이런 그녀를 현석이 잡아당겼다.“예나 씨, 왜 그래요?”“잠시 나갔다가 올 게요. 따라오지 마요.”예나는 허겁지겁 외투를 챙겨 입고 차 키를 쥐고 밖으로 나갔다.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주시하다가 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그는 운전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사람 더 붙여.”“대표님, 강씨 별장 부근에서 강남천의 행적이 발견되었습니다.”현석의 눈에 점점 익숙한 풍경이 들어오고, 예나가 가고 있는 곳은 강씨 별장이 맞았다.‘두 날 동안 온 성남시를 샅샅이 뒤져도 찾아내지 못한 강남천이 사실 등잔 밑에 숨어 있었다니.’‘제기랄, 그걸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시 숨을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현석은 차 속을 높여 예나의 차를 바짝 쫓았다.운전대를 꼭 잡은 예나의 머릿속에는 강남천의 목소리만 들려왔다.“강현석도 참 대단해. 성남시를 이 잡듯 뒤져도 날 찾아내지 못하다니.”“하지만 성남시에서 더 이상 있을 수는 없게 됐어. 그러니까 나랑 함께 떠나자, 예나야. 강씨 별장에서 기다릴 게.”“내가 아무리 사람을 죽이고 악행을 저질러도 너를 향한 사랑은 강현석 못지않아.”그 말에 예나는 구역질이 올라왔다.대체 자신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사람과 엮기게 되었는지 예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예나는 점점 빠르게 달려 현석의 차를 따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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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정지숙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남천아, 너희는 친형제야. 같은 시간에 태어난 너희들인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니…….”“도예나만 나한테 넘긴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요.”남천의 말에 정지숙은 깜짝 놀랐다.“남천아, 도예나는 네 제수야!”남천이 입 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오늘 날 못 본 걸로 해요. 내가 뭘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금방 떠날 테니까.”“어딜 가는데?”정지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형제가 또 생사가 오가는 싸움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이런 정지숙을 보며 남천은 웃음을 터뜨렸다.“도예나가 도착했어요.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몰래 이 방으로 데리고 와주세요.”정지숙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남천아, 그러지 말 거라…….”“그럼 그냥 아이들 눈앞에서 도예나를 끌고 갈게요.”남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아이들이 충격을 받아도 저는 아무 상관없으니 깐요.”“그래, 알겠다. 예나를 데리고 오 마.”정지숙은 긴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었다.아래층으로 내려 가려는데 아이들이 이미 도예나를 발견해 버렸다.예전 같았으면 예나의 등장에 아이들이 환호하며 달려갔겠지만, 방금 별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엄마가 눈앞에 있어도 감히 달려가지도 못하고 두 눈으로 뚫어져라 예나만 바라보았다.예나는 별장 안으로 걸어와 주위를 살피며 남천을 찾았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서도 그녀는 외투를 벗지 않고 두 손을 주머니 안으로 꾹 넣고 있었다. 예나의 눈길이 아이들에게로 향했다.“모두 방으로 돌아가 있어. 부르기 전까지 절대 나오지 말고.”수아가 울먹거렸다.“엄마, 저…… 저 좀 안아주면 안 돼요?”예나가 고개를 저었다.“이따가 엄마가 볼일 마치면.”악마 같은 남천이 어디에 숨어서 그녀를 지켜볼지 모르는 노릇이었기에 예나는 함부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예나의 눈길이 이번에는 제훈을 향했다.아직 강씨 별장을 떠나지 않은 제훈은 구석 자리에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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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정지숙은 말없이 한숨만 내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예나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천천히 정지숙의 뒤를 따랐다.안방 문을 열자 자욱한 담배 연기가 보였다. 남천은 지독한 흡연자로, 남천과 함께 지낼 때 늘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었었다.예나는 방안의 연기가 좀 줄어들고 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나가주세요.”남천의 시선이 정지숙의 얼굴에 떨어졌다.정지숙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행여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레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예나는 문 입구에 서서 물었다.“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뭐야?”남천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두 손 꺼내 봐.”예나가 얌전히 그의 지시를 따랐다.“외투를 벗어서 그곳에 내려놔.”예나는 순순히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고, 짤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또 주머니에 칼을 숨긴 거야? 그거 말고 뭐 다른 건 없어?”예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을 상대하는 건 칼 한 자루면 돼.”남천은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더니 검은색 리모컨 하나를 꺼내 들었다.“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지 않아?”예나는 입술을 매만졌다.“강씨 별장 마당에 폭탄을 설치해 놓았어. 버튼만 누르면 이 별장이 통째로 날아갈 거야.”남천은 두 팔을 벌려 오버 액션을 취했다.“2층에 있는 네 아이들은 아마 폭탄에 시체조차 찾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미쳤어?”예나는 화를 삼키며 겨우 세 글자를 뱉었다.“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도예나, 당신이 내 경고를 하도 많이 무시하잖아.”남천이 예나 앞으로 걸어와 그녀의 턱을 잡았다.“고분고분 나를 따라간다면 이 리모컨을 바로 부숴버릴 게. 하지만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너와 네 아이들은 모두 같이 죽는 거야.”예나는 애써 분노를 억눌렀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남천과 함께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그녀의 일상이 평화로울 리가 없었다.또한 아이들을 이곳에 두고 떠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그래, 너와 함께 떠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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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정지숙이 힘겹게 복도를 지나 아이들 방으로 걸어갔다.정지숙의 손이 문손잡이에 닿자마자 방문이 열렸다.“엄마…… 할머니? 왜 할머니가 왔어요?”세윤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정지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세윤아 착하지? 지금 엄마랑 할머니랑 여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어. 우리 수아도 여자 아이니까 할머니랑 엄마 보러 가자.”수아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치마를 살짝 든 채로 퐁퐁 뛰어갔다.하지만 제훈이 수아를 막아섰다.“엄마가 직접 부를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그 말에 수아가 바로 발걸음을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맞아요. 엄마가 와야 나갈 수 있어요.”정지숙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엄마가 할머니한테 수아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어. 늦게 가면 엄마가 화낼지도 몰라.”수아는 고개를 숙이고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최근의 엄마는 너무 변해버렸다. 부드럽게 말해주지도, 따듯하게 안아주지도 않았다.‘요즘 엄마는 자주 화내는 것 같아.’“알겠어요. 할머니랑 같이 갈게요.”수아는 몸을 돌려 세 오빠를 향해 손을 저었다.“이건 여자들끼리 대화니까 오빠들은 엿들으면 안 돼요.”정지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수아와 함께 복도를 지나 방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방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시 놀란 수아는 금세 활짝 웃으며 물었다.“아빠도 왔어요?”정지숙은 수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문득 수아를 안으로 들여보내기 싫어졌다. 수아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였으니.‘내가 어떻게 수아를 구렁텅이에 직접 밀어 넣을 수가 있어…….’그러나 정지숙이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고 큼지막한 손목이 나와 수아를 확 안아 들었다.쿵-문이 닫혔다.수아는 까만 눈동자를 또르르 돌려 먼저 예나를 발견했다. 기뻐하기도 잠시 고개를 돌리자, 현석과 똑같은 얼굴의 남천이 서 있었다.“안녕, 수아야. 오랜만이야?”수아는 허공에 안긴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악당! 너는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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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수아야!”예나의 동공이 세게 흔들리고 거의 날아가다시피 달려가 수아를 받아냈다.하지만 그녀는 한발 늦어버렸고, 수아는 침대 옆 캐비닛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기절해 버렸다.예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드는 남천이 보였다.“도예나, 아무리 네 딸이라고 해도 결국 나한테는 널 조종할 도구에 불과해. 도구 주제에 날 물다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나?”까만 총구가 수아의 이마를 노리자 예나 마음속엔 분노가 치솟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심호흡 하며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예나는 겨우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강남천, 내 아이를 놔주면 널 따라 갈게. 아니면…….”그녀는 허리춤에서 날이 시퍼런 비수를 꺼냈다.“아니면 넌 내 시체를 보게 될 거야.”남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대체 몇 개를 숨긴 거야?”“보름 동안 너무 절망스러운 순간들이 많아 자살을 생각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예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어지니까 겨우겨우 참고 지냈어. 하지만 지금 보니 나 같은 엄마가 살아있는 게 아이들에겐 더 큰 불행이라는 걸 깨달았어. 내가 죽어야 아이들이 평범하게 자랄 수 있는 거야.”그녀는 말하면서 칼을 점점 자기 목으로 가져다 댔고 새하얀 목덜미에 순식간에 피가 흘러내렸다.“네가 죽으면 네 아이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남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예나는 품 안의 아이를 카펫 위로 내려놓았고 여전히 칼을 목에 댄 채로 몸을 일으켰다.“죽으려고 하는 사람한테 그깟 게 뭐가 두렵겠어? 나도 죽고, 내 아이들도 죽어서 천국에서 만나면 오히려 고맙지.”칼은 점점 더 깊게 파고들고 피가 끊임없이 솟구쳤다.남천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당장 떠나! 이 녀석은 여기 내버려두고!”남천은 결국 그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그래왔다시피 예나 앞에서 남천은 모든 걸 내려놔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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