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2323 챕터

제971화

유현진이 강한서의 뺨을 살짝 때렸다. “나 강운 씨랑 같이 왔어. 최소한 들어가서 인사는 해야지.”강한서는 전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다. 계획은 좋았으나, 들어왔다가 다시 간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날 밤 결혼식 피로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친구들이 신랑 신부와 함께 게임을 하도록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다. 강한서는 자리를 비울 수 없고, 그렇다고 혼자 가면 재미도 없으니 그녀는 아예 함께 피로연에 참석했다. 방금 주강운이 불려 나간 것도 신랑의 친구들과 피로연 게임에 사용할 도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혀 흥미가 없어 보이는 유현진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 그렇게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가고 싶지 않으면, 제가 진성 씨한테 얘기하고 데려다 드릴게요.”“괜찮아요.”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도와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같이 가요.”주강운은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려고 하자 그녀는 갑자기 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멈칫거린 주강운이 손을 거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고마워요.”그 장면을 응시하고 있던 강한서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차미주만이 호시탐탐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마치 그들이 무슨 선을 넘는 행동이라도 하면 바로 친구를 대신해 그 현장을 잡을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피로연은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사람들도 모두 술을 마셨고, 호텔에서 피로연을 하는 편이 나았다. 게임은 전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실게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능에서 자주 나오는 마피아 게임이었다. 유현진은 이 신혼부부가 너무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혼 첫날 밤에 진실게임이라니, 어떤 사생활을 물을 줄 알고. 부부관계가 틀어질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하지만 현실은, 그런 생각은 그녀의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진실게임은 신혼부부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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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흥분했다. 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아까 내가 한 질문에 대답하지 그랬어.”강한서는 눈을 내리깔며 천천히 종이를 찢었다. 기대하는 눈빛을 잔뜩 받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벌칙주 마실게.”주위에는 실망하는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 프라이버시라도 듣게 되는 줄 알았는데, 겨우 이거야?’유현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두 사람의 사생활을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남자든, 여자든 그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강한서 이 재수 없는 자식 세 번째에도 걸리고 말았다. 그러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침묵했다. 운이 나쁜 사람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나쁜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신우도 옆에서 강한서를 부추겼다. “아니면 벌칙을 선택해. 질문을 뽑으면 너 또 술 마셔야 해.”강한서는 고집스럽게 질문을 뽑았다. 그가 세 번째 질문을 뽑아 펼치자 한성우가 질문 내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렇게까지 똥손인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차미주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 얼른 한성우에게 물었다. “뭘 뽑았어?”한성우가 강한서가 펼치고 있는 종이를 가져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넌 18 이상이야, 아니면 18 이하야?”차미주가 질문을 파악하지 못하고 물었다. “뭐가 이상, 이하라는 거야? 나이? 아니면 키?”한성우가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차미주는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 자리에는 전부 성인이라, 당연히 질문의 뜻을 파악하고 속으로 웃으며 강한서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현진은 옆에서 말없이 술잔을 채웠다. 강한서는 유현진의 뜻을 알아듣고 말했다. “술 마실게.”한성우가 말했다. “네 선택은 무효야. 두 번 연속 질문을 패스할 수 없다는 게 게임 규칙이야. 그러니까 똑바로 대답해.”강한서: …그는 유현진을 쳐다보았다. 유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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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펜과 종이를 건넸다. 고여정이 정답을 쓴 종이를 접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말해.”신우가 말했다. “대학교 4학년 파티하던 날 밤, 너희 숙소 아래서.”고여정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신진성이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를 펼쳐보았다. 위에는 “극장”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다르잖아. 너희 둘, 대체 누가 잘못 기억한 거야?”신우가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여정을 바라보았다. “네 생일날 극장을 말하는 거야?”고여정의 눈꺼풀이 떨려왔다. “알면서 잘못 말한 거야?”신우가 말했다. “내가 잘못 말한 게 아니야.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입 맞춘 건, 졸업식 파티가 끝난 뒤였어. 그날 네가 취해서 잊어버린 거야. 극장에서 그때는, 사실 두 번째였어. 하지만 너한텐 첫 번째지. 그러니까 우리 둘 대답이 다 맞아.”고여정이 입술을 앙다물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생일날 극장에서는 두 사람은 사실 키스를 하지 않았다. 다만 신우가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을 뿐이었다. 진정한 첫 키스는 사귀기로 한 그 해 밸런타인데이 극장에서였다. 고여정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어렴풋이 파티장에서 자신을 안고 있던 사람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도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누군가 친구에게 부탁해 그녀에게 해장국을 보냈던 것은 기억했다. 그녀는 한참을 알아보고 나서야 그 사람이 신우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녀가 신우에게 물었을 때, 그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고여정은 눈을 뜨고 옆에 있는 남편을 쳐다보았다. 처음 신우가 그녀를 따라다녔을 때, 로맨틱했고 또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사귀고 나서 그는 어쩐지 이 관계에 조금 무관심한 듯 보였다. 데이트를 할 때든, 일상에서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을 때만큼의 열정을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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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왜 그래?”신우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번뜩 정신이 든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 번도 나한테 졸업식 파티 저녁에 있었던 일을 말해 준 적이 없었어.”신우가 웃었다. “몰래 입맞춘걸, 내가 어떻게 감히 떠들겠어?”한성우가 손을 흔들었다. “그만해. 부부의 애정행각은 사절이야.”그는 아직 다른 사람의 사생활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다음 라운드에서 바로 자신이 걸려버렸다. 한성우의 운은 강한서와 비겨도 도긴개긴이었다. 그가 질문지를 펼친 그 순간, 사람들은 폭소했다. 한성우의 질문은 “20 이상, 아니면 20 이하?”였다. 그 질문에 한성우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 “누가 쓴 질문이야, 일어나봐요! 왜 강한서는 18이고 나는 20인데?”강한서는 한성우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다. “20 이하만 아니면 비슷하잖아. 왜 그렇게 흥분해? 설마, 이하인 거야?”한성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강한서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우더니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술을 마셨다. 그는 20 이상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강한서와 한성우가 이상한 질문 대부분을 걸러냈다. 마지막 라운드에 주강운이 걸렸고 그는 벌칙을 선택했다. 그는 자리에서 유일하게 벌칙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가 뽑은 미션은 왼쪽에 있는 사람에게 1분간 딥키스하는 것이었다. 그 미션을 본 사람들은 유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현진: …강한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고 얼른 손을 들어 그 벌칙을 반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전 의견이 없지만, 아이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그녀가 말하며 공간을 확보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그녀와 주강운 사이에서 두리안 크러스트를 먹고 있는 네, 다섯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고개를 쳐들고 요리조리 이상한 어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말했다. “법으로도 허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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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유현진은 밖에서 한참 있고 난 뒤에야 들어갔다. 주강운이 어떻게 그 라운드를 넘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한서는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또 게임에 진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이 유현진이 자리를 비우기 전보다 더 빨개져 있었다. 아마 또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술을 거절할 줄 모르는 바보. 그는 자신의 주량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유현진은 민경하에게 문자를 보내 강한서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녀는 강한서가 갑자기 취해서 헛소리를 지껄일까 두려웠다. “뽑아요.”주강운은 뽑기용 종이박스를 그녀 앞으로 건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라운드만 끝나면 집에 데려다줄게요.”유현진은 종이를 뽑으며 말했다. “강운 씨는 계속 놀아요. 전 아직 볼 일이 좀 있어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주강운이 웃었다. “만약 제가 현진 씨를 혼자 보내면, 오늘 밤 연기는 다 물거품이 돼요.”유현진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됨을 알렸다. 유현진은 어쩔 수 없이 이번 라운드가 끝나고 다시 얘기할 생각으로 말을 삼켰다. 새로운 마피아 게임의 규칙은 간단했다. 사람마다 종이를 한 장 뽑고, 각자 자신의 종이에 적힌 물건을 묘사하면 되었다. 그 중 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물건이 적혀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묘사를 통해 누가 다른 사물인지 추측하고 그 사람을 잡아내면 마피아의 실패였다. 게임에서 진 사람은 신혼부부를 대신해 결혼식 비용을 제외한 기타 하객들이 호텔에서 소비한 모든 비용을 계산해야 했다. 7성급 호텔, 판이 꽤 커졌다. 게임 벌칙을 들은 차미주는 바로 게임에서 빠지고 싶었다. 한성우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 “무서워하긴. 지면 이 오빠가 다신 계산해 줄게.”차미주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정말 지면, 넌 바로 날 버리고 가버릴 거지?”한성우가 웃으며 주머니에서 스포츠카 차키를 건네주었다. “차를 너한테 맡기면 돼?”차미주는 얼른 차키를 가져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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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1라운드에서 알아낸 정보는 너무나도 적었고 사람들은 전부 기권을 선택했다. 그렇게 바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2라운드의 검증 기회는 고작 3번뿐이었기에 만약 검증 실패하게 되면 바로 팀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다.그래서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 검증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검증해야 했다.2라운드.신진성이 입을 열었다.“포장된 물건은 조금 축축한 물건이죠.”신우가 말했다.“이걸 안 쓰면 더 편합니다.”강한서는 신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묵묵히 속으로 인정했다.고여정이 말했다.“그래도 전 쓰는 걸 더 좋아해요.”이번엔 한성우 차례였다.“전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자신의 순서가 된 차미주가 말했다.“이것엔 여러 가지 색이 있죠. 그중에서 전 검은색 레이스가 찍힌 걸 더 좋아하고요.”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조준이 입을 열었다.“이걸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해요.”이어서 주강운이 설명했다.“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아닙니다.”유현진의 차례였다.“사용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드디어 강한서 차례였다.“도중에 새것으로 바꿀 수도 있죠.”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바꾼... 다고?'유현진은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대충 강한서가 뽑은 종이에 뭐가 적혀 있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강한서에게 눈치를 주려 했다. 그러자 강한서는 턱을 세우며 자신만 믿으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강한서가 엉뚱하게 느껴졌다.유현진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는 틈을 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짚었다.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알아차린 듯 엄지와 검지를 맞대 ‘OK’ 모양을 했다.유현진은 자신의 뜻을 알아챈 듯한 강한서의 모습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다만 방금 두 사람의 행동은 아마도 사람들의 의심을 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두 사람을 의심하기도 전에 신진성의 신부가 바로 사람들의 집중력을 흩트렸다.“전 하루에 세 번까지 바꿔본 적이 있어요.”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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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설명이 끝나고 누가 마피아인지 이미 명확하게 밝혀지게 되었다.게임 심판은 사람들에게 마피아를 가리키라고 했다.한성우는 차를 홀짝이며 마시면서 빙그레 웃었다.“이걸 굳이 짚어낼 필요 있어요? 오늘은 강 대표가 쏘는 거죠.”차미주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말했다.“뭐야 뭐야? 누가 마피아인데?”한성우가 턱으로 강한서를 짚었다.“한서잖아.”“뭐? 왜? 왜 강한서야?”“강한서는 근시잖아. 콘택트렌즈를 어떻게 살면서 딱 한 번밖에 못 써봤겠어?”차미주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고 계속 물었다.“그럼 강한서가 뽑은 건 뭔데?”한성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우리가 뽑은 건 일상에 필요한 물건이야. 그리고 강한서는, 강한서는 그런 물건이고.”“...”유현진은 그저 묵묵히 앉아 있었다.그녀와 같은 결혼 해본 사람은 ‘그런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순진했던 차미주는 아직도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그런 물건이 대체 무슨 물건인데? 똑바로 좀 얘기해 봐.”한성우가 소리를 낮춰 얘기했다.“콘돔이잖아.”“콘...”차미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강한서가 말했던 한번 밖에 사용해 보지 않았다는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순간 눈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그러니까, 그럼 그동안 현진이랑 그냥 했다는 거야?'‘대박!'‘대박! 대박! 대박!'‘이런 거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는 거야?'유현진은 힘이 들어간 얼굴로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정체로 꾸며 이 자리에 온 것을 아주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무척 창피했을 테니까.강한서는 정말... 회사 업무 외에 다른 일에는 너무나도 눈치가 없고 멍청한 것 같았다.그녀가 분명 방금 눈치를 주었고 강한서도 알아들은 듯 자신 있게 제스쳐까지 보였었다. 그녀는 그런 강한서의 모습에 정말로 그가 이해하고 있는 듯했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뽑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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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유현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뭐야, 취해서 이성이 가출한 거야?'다른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길래 강한서가 이 모양이 된 거야?”다소 익숙한 목소리에 유현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흰색 슈트를 입은 남자가 주아름과 팔짱을 낀 채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 남자는 유현진도 아는 남자였다. 이름은 성서원이었고 예전에 강한서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강한서가 그와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지난번에 성서원과 마주치게 된 것도 신우와 고여정의 결혼식에서였다. 그는 술잔을 들고 그녀에게 치근덕거렸고 강한서는 대충 그를 상대하곤 바로 그녀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었다.유현진은 성서원을 빤히 보고 있던 와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주아름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입을 열었다.“오빠, 여자친구 사귀었다면서? 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집에 알리지 않은 거야?”주강운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야.”“그래도 집에 알려서 집안의 허락을 받는 게 낫지 않아? 안 그러면 결혼식 얘기가 나올 때 집으로 데려갔다가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반대하시면 어떡해? 그러면 시간 낭비 아니야?”유현진은 눈썹 사이를 찌푸렸다.주아름이 필터 없이 말을 해댔기 때문이었다.주강운은 그녀의 사촌 오빠였다. 그러나 그녀의 어투는 흡사 주강운을 깔보는 듯한 태도였고 그녀가 한 말은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주강운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넌 네 일이나 잘하면 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주아름은 주강운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그녀는 유현진을 계속 위아래로 훑으면서 말했다.“이름이 뭐죠? 뭐 하는 사람이죠?”“차현진이요. 음악 선생님이에요.”“푸흡-”차미주는 바로 입에 머금고 있던 티를 뿜어냈다.차현진...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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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나중에 주시윤을 만나게 된 후 그는 모든 아이디를 삭제해 버렸고 주시윤은 막대한 돈을 들여 그의 이름으로 갤러리를 만들고 청년 화가인 것처럼 꾸몄다.백현석이 딥블루 클럽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지만, 앞에서 대놓고 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주씨 가문에게 밉보여서는 안 되었으니까.그러나 강한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현재 주아름이 그의 아내를 깎아내리고 있었기에 그가 얌전히 참을 수 있겠는가?답은 절대 불가능이었다.그랬기에 강한서가 그 얘기를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꺼내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그런 강한서의 말에 주아름은 하마터면 당황한 티를 감추지 못할 뻔했다.게다가 주강운 마저 그녀를 감싸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이를 갈며 변명했다.“그거랑은 다르죠. 현석 아저씨는 한주대 미대를 나온 사람이에요. 미술계의 거장 급이라고요. 아저씨가 전에 딥블루에서 일한 것도 전부 학비를 벌기 위한 것이라고요.”강한서는 잔을 흔들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딥블루에서 일하면 얼마나 주는지 알아? 거기 직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거기서 일하는지, 단골손님인 네가 더 잘 알 거잖아. 아니야? 학비를 벌기 위한 것이라고? 하도 여기저기 거짓말 떠들어대니까 이젠 그게 진짜인 것 같지?”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다.강한서는 비록 팩트만 집어서 말하는 타입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법은 없었다. 오늘은... 아마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건가?사람 중 한성우만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고 마른 웃음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한서가 이미 많이 마셔서 지금 정상이 아니거든. 무시하고 얼른 자리 찾아 앉아.”주아름은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며 잔뜩 굳어진 얼굴로 주강운의 옆자리에 앉았다.원래 그녀는 신진성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단톡방에 주강운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신진성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진을 찍어 올렸고 마침 그걸 강민서가 봤던 것이었다.강민서는 사진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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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이윽고 유현진은 미소를 짓더니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이런 공연 기회는 어차피 앞으로도 아주 많거든요. 게다가 오늘 이곳의 주인공은 신진성 씨와 아내분이잖아요. 저는 손님이니 당연히 이 파티의 주인공이 되면 안 되죠. 하지만 주아름 씨가 얘기를 꺼냈으니 또 아름 씨 무색하게 할 수는 없죠. 그러니... 제가 마술을 보여주는 거로 대신할까요? 그냥 가볍게 즐기면 되잖아요. 뭐 이것으로 제가 신진성 씨와 아내분에게 결혼 축하 공연하는 것으로 하죠.”한성우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마술로 미인을 보여주시면 안 돼요?”유현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살아 숨 쉬는 것으로 만들어 줄 순 있죠.”사람들은 순간 기대감이 가득 찬 얼굴로 보고 있었고 유독 강한서만이 “살아 숨 쉬는 것”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몇 개의 말랑말랑한 공과 두 개의 그릇을 가져다주었다.그녀는 먼저 그들에게 간단한 ‘공간이동' 마술을 보여주었다.이 마술은 아주 간단했고 유현진이 고등학생 때 학교 장기 자랑 대회에서 으쓱거리며 보여준 마술이기도 했다.공을 몇 개 그릇에 넣어 이리저리 흔들면서 요란한 동작을 보였다.주아름이 피식 웃었다.“이게 마술이라고요? 어린이만 속일 수 있을 정도네요.”차미주가 혀를 차면서 빈정대며 말했다.“쯧, 그럼 주아름 씨가 보여주면 되겠네요. 도대체 어떤 마술이 진정한 마술인지 우리한테 보여주셔야죠.”주아름이 표정을 확 구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신진성의 신부는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또 어떤 걸 할 줄 아시나요?”유현진이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좀 내밀어 보시겠어요?”신부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현진은 두 개의 말랑말랑한 공을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고 주먹을 꽉 쥐라고 했다. 그리고 이내 손수건으로 그녀의 손을 덮어버리고 중얼중얼하더니 손수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녀가 손수건을 치우자 신부의 손바닥 위엔 아주 아름다운 사랑앵무 한 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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