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유현진은 미소를 짓더니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이런 공연 기회는 어차피 앞으로도 아주 많거든요. 게다가 오늘 이곳의 주인공은 신진성 씨와 아내분이잖아요. 저는 손님이니 당연히 이 파티의 주인공이 되면 안 되죠. 하지만 주아름 씨가 얘기를 꺼냈으니 또 아름 씨 무색하게 할 수는 없죠. 그러니... 제가 마술을 보여주는 거로 대신할까요? 그냥 가볍게 즐기면 되잖아요. 뭐 이것으로 제가 신진성 씨와 아내분에게 결혼 축하 공연하는 것으로 하죠.”한성우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마술로 미인을 보여주시면 안 돼요?”유현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살아 숨 쉬는 것으로 만들어 줄 순 있죠.”사람들은 순간 기대감이 가득 찬 얼굴로 보고 있었고 유독 강한서만이 “살아 숨 쉬는 것”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몇 개의 말랑말랑한 공과 두 개의 그릇을 가져다주었다.그녀는 먼저 그들에게 간단한 ‘공간이동' 마술을 보여주었다.이 마술은 아주 간단했고 유현진이 고등학생 때 학교 장기 자랑 대회에서 으쓱거리며 보여준 마술이기도 했다.공을 몇 개 그릇에 넣어 이리저리 흔들면서 요란한 동작을 보였다.주아름이 피식 웃었다.“이게 마술이라고요? 어린이만 속일 수 있을 정도네요.”차미주가 혀를 차면서 빈정대며 말했다.“쯧, 그럼 주아름 씨가 보여주면 되겠네요. 도대체 어떤 마술이 진정한 마술인지 우리한테 보여주셔야죠.”주아름이 표정을 확 구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신진성의 신부는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또 어떤 걸 할 줄 아시나요?”유현진이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좀 내밀어 보시겠어요?”신부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현진은 두 개의 말랑말랑한 공을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고 주먹을 꽉 쥐라고 했다. 그리고 이내 손수건으로 그녀의 손을 덮어버리고 중얼중얼하더니 손수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녀가 손수건을 치우자 신부의 손바닥 위엔 아주 아름다운 사랑앵무 한 마리가
그러나 유현진은 화를 내지 않고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제 부모님께선... 동물 중성화 수술하시는 분들이세요. 주아름 씨도 필요하시면 저한테 연락하시면 돼요. 제가 할인해 드릴게요. 마취약도 필요 없이 3분이면 바로 중성화가 가능하거든요. 비록 중성화하기 전의 동물들은 미친 듯이 날뛰지만 중성화 수술만 마치면 바로 얌전해지거든요. 절대 사람에게 달려드는 법이 없지요.”“...”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유현진의 말은 그야말로 주아름을 돌려 까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주아름도 눈치를 챘다. 그랬기에 그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 됐네요.”말을 마친 유현진은 손수건을 치웠고 주아름의 손바닥 위엔 복실복실한 자그마한 생명체가 땅콩을 들고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그 작고 복실복실한 녀석은 바로 생쥐였다.주아름과 생쥐는 순간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자 주아름은 비명을 지르며 손바닥에 있던 생쥐를 내동댕이쳤다.마침 생쥐는 문다은에게 떨어졌고 깜짝 놀란 문다은은 뒷걸음질을 치다 그만 의자에 걸려 넘어지게 되자 신진성이 급히 그녀를 잡았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얼른 두 사람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다행히 행동이 빨랐던 신진성은 자신의 몸으로 문다은을 지켜주어 바닥에 부딪치게 되지 않았지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부축할 때도 문다은의 안색은 창백했고 게다가 배가 살짝살짝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놀란 신진성은 얼른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향하려 했다.신우가 얼른 신진성을 말렸다.“일단 조준 씨가 먼저 확인하게 해줘. 조준 씨가 의사야.”조준이 바로 문다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주아름도 뜻밖의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신이 든 주아름이 유현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다 저 여자 때문이에요. 저 여자가 쥐새끼를 놓지만 않았다면 제가 이런 행동을 했겠어요?”유현진은 그녀를 무시했고 미간을 구긴
파티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파티장을 떠나갔다. 유현진이 강한서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낮게 말했다.“화장실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나 기다려.”강한서는 손등으로 살짝 그녀의 손등을 툭 치면서 사인을 보냈다.강한서는 사실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술 또한 도수가 낮았기에 사실은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래도 속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그는 유현진의 말을 기억하면서 바로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룸에서 나온 성서원이 복도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강한서를 발견하곤 성큼성큼 걸어가 말을 걸었다.“한서야, 오랜만이다.”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성서원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고 이어서 말했다.“전엔 좀 많이 바빠서 할머니 생신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네. 할머니께선 무탈하시지?”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유현진이 성서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생신 연회가 지난 지 언젠데 인제야 이런 인사를 하는 거지?'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고 이내 두 사람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 조용히 대화를 엿듣기로 했다.강한서는 대충 무심하게 대답했다.“어, 무탈하셔.”성서원이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아주머니께서 우리 어머니랑 차를 한잔 마셨었거든.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는데 이틀 전에 병원에 가셨다가 낭종이 발견되셨대. 그래서인지 살도 많이 빠져 보이기도 했고, 계속 네가 혼자 살까 봐 걱정이라고 하시더라고.”신미정의 얘기에 유현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확실히 최근 바빴던 터라 신미정의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건 사실이었다.신미정이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유현진은 알고 있었지만, 줄곧 강한서에게 묻지 않았다.게다가 전 여사에게 신미정이 전 여사 집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구했다는 사실 또한 전해 들은 적이 있었고 아마도 신씨 가문에서도 쫓겨난 듯했다.그녀는 바빴던 터라 전 여사에게 자세한 상황을 묻지 않았었다.지금 다시 보니, 신미정은 아마도 불쌍한 척 동정심을 유발해 강한
강한서가 말했다.“머리가 지끈거려서.”유현진이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말했다.“이리 와.”강한서가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뭐 하려고?”유현진은 그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눕혔고 머리 마사지를 해주었다.“마사지해 주려고.”강한서는 그녀의 체향을 맡으며 얼굴을 허벅지에 묻어버리곤 눈을 감았다.유현진은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마시지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는 두통이 많이 사라짐을 느꼈다.“나 아까 너랑 성서원 씨가 나눈 대화를 들었어.”유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 그래? 걘 무시해.”강한서가 대충 답했다.유현진은 그의 턱을 만졌다. 무언가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 아마도 수염인 것 같았다.“혹시 그 사람이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강한서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살짝 웃음소리를 내었다.유현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웃는 거야?”강한서가 말했다.“혹시 내가 그 여자를 걱정하고, 그 여자와 너 사이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아니야?”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올렸다.“너 정말 그 여자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구나. 그건 연기야. 일부러 내가 데려갈 수밖에 없게끔 연기하는 거라고. 오늘은 성서원의 어머니를 찾아갔겠지만, 내일은 어쩌면 강운이, 아니면 성우네 집으로 찾아가 연기를 했을 거야. 그 여자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건드려 일부러 불쌍한 척 동정심 유발할 거고 집안일을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닐 거야. 물론 좋지 않은 얘기로만. 그 여자는 지금 내 명예를 떨어뜨려 내가 스스로 그 여자를 다시 데려가게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거고.”신미정은 이기적이고 허영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강한서가 그녀를 강씨 가문에서 쫓아냈으니 그녀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강한서를 찾아와 빌지는 않았다. 신미정은 강한서가 자존심을 굽혀 자신을 다시 데려가길 원했다.강한서는 신미정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도 그의 아버지가 신씨 가문의 사업을 도와주지
유현진은 오히려 그의 반응이 재밌게 느껴졌고 이내 다시 말을 걸었다.“그 사람이 대체 뭘 했다고 욕까지 하는 거야?”강한서가 입술을 틀어 물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유현진은 그의 횡설수설 속에서 포인트를 캐치했다.원인은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그녀는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이 본인 때문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다시 그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웃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그녀가 금방 강한서와 결혼했을 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그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강한서의 친구에게 접근했었다.그러나 강한서의 친구는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그녀와 말을 거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주 쿠키를 만들어 ‘뇌물'을 그들에게 주었고 강한서의 취향을 알아내려 했다.강한서의 친구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뇌물'을 받은 사람들은 강한서의 취향을 하나둘씩 알려주곤 했었다.강한서도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고 그녀와 그 일로 다투게 되었었다. 그녀는 줄곧 강한서가 그녀가 ‘뇌물'로 그의 취향을 알아낸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는 강한서가 그때 그녀와 싸운 이유가 동창회에서 우연히 성서원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던 것이었다.껍데기만 화려하다든가, 이리저리 흘리고 다닌다든가, 허영심으로 가득하다든가, 아부를 떤다든가, 머리가 꽃밭이라든가 등 말을 했었다고 했다...강한서는 그저 일부분만 그녀에게 말해줬을 뿐 사실 그 내용은 더 심각했다. 성서원이 했던 말들은 그때 당시 그녀와 강한서가 결혼할 때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기도 했다.그런 얘기를 듣게 된 강한서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은 음식으로 좋은 대접을 해주었는데 결국 그들은 그녀를 껍데기만 화려한 허영심 가득한 사람 취급했고 모든 불쾌한 언어들을 총동원하여 유현진을 깎아내리고 있었기에 강한서는 그날 바로 그 자리에서 화를
그랬다, 강한서는 연애를 정말로 한 번도 못 해봤던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애초에 강한서가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신경 쓰긴 뭘 신경 써!'그녀가 나직하게 물었다.“그래서, 나한테 네 친구에게 쿠키 주지 말라 한 것도 성서원 씨의 말 때문이었어?”강한서는 이마 위에 있던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진아, 난 종종 어떻게 말을 해야 네 기분이 상하지 않을지 잘 몰라. 사실 그날도 네가 걔들한테 선물을 줘서 화가 난 게 아니야. 내가 화가 난 건 네가 정성스럽게 만든 쿠키를 진심을 담아 선물한 건데 뒤에서 그런 말이나 듣게 되고, 게다가 손까지 다친 네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났던 거야. 너한테 화낸 것도 아니었어. 내가 화상연고를 사서 메모까지 적어뒀는데 네가 보지도 않고 버린 거잖아.”“... 난 화상연고를 본 적이 없어.”강한서가 말했다.“난 분명 샀어.”강한서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억울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정말이야.”유현진은 당연히 그의 말을 믿었다. 왜냐하면, 강한서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솔직해졌으니까.강한서가 사 온 걸 그녀가 아닌, 전에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가 버린 것이었다.가정부는 신미정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었고 아마도 신미정이 가정부에게 시켜 버리라고 한 것이 틀림없었다. 흡사 신미정이 일부러 피임약을 정인월의 시야에 닿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말이다.신미정은 처음부터 그녀와 강한서의 사이가 틀어지길 바랐다.강한서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성서원을 만나자마자 불쾌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강한서는 바로 기분이 가라앉게 된 것이었다.유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도 이렇게 솔직했다면 우리한테 이미 유치원을 다닐 아이가 있었을 거야.”민경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유현진 또한 강한서와 마찬가지로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유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참을 달래다 강한서는 결국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유현진은 고른 그의 숨소리를 확인한 후에야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이튿날 아침, 의사가 다시 상태를 확인하러 왔을 땐 강한서가 이미 깨어있었다. 다만 유현진이 아직 달콤한 잠에서 깨지 않았기에 강한서는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의사는 조용히 그의 상태를 확인하곤 나가버렸다.유현진은 그렇게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강한서의 수려한 얼굴이었다. 유현진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주물럭거리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엔 왜 날 힘들게 했어?”아침부터 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다소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강한서는 그녀가 어제 말한 “의사가 한 말을 들어.”라는 말을 떠올리곤 기쁜 듯 웃었다.그가 나직하게 말했다.“어제 말한 보상 아직 못 받았는데, 언제 줄 거야?”부스스 깨난 유현진은 아직도 비몽사몽인 상태였다.“보상이라니?”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으려는 듯한 그녀를 보며 강한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강한서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유현진은 순간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되었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치워냈고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여긴 병원이야! 정신 차려!”강한서는 살짝 웃음소리를 냈다. 장난을 그만두기로 한 그는 그녀의 머리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직하게 말했다.“일어나. 얼른 정리하고 집으로 데려다줄게.”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옷을 벗겨 확인했다. 피부발진이 많이 사라진 그의 몸을 보며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일어나 정리하였다. 강한서는 병원비를 내러 갔고 유현진은 그런 그를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병원에서 깨어났던 터라 그녀는 머리도 빗지 않았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만약 지인이 아니라면 절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최연서에게 연락해 어떻게든 유상수를 병원으로 오게 할 생각이었고 백혜주가 절대 아이를 지울 수 없게 방해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최연서에게 자세하게 지시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강한서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왜 그래?”강한서가 말했다.“난 네가 유상수를 불러와 불륜 현장을 잡게 하려는 줄 알았거든.”유현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백혜주는 조심성이 아주 많은 사람이야. 그 여자가 백현석을 자신의 동생으로 만들었으니 실질적인 증거가 없는 한 유상수는 절대 믿지 않을 거라고. 백혜주가 지금 급하게 아이를 없애려고 하니 이것이 제일 증거가 될 거야. 난 절대 백혜주 뜻대로 흘러가지 않게 할 생각이거든. 아이를 지운다고 해도 난 반드시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온 백혜주가 유상수에 의해 유산하는 꼴을 볼 거야!”“백혜주는 우리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유상수랑 붙어먹은 거야.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자식을 맡긴 거고. 결국엔 우리 엄마 목숨까지 앗아갔지. 모든 건 그 여자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까 그 여자에게도 내가 느낀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강한서는 그녀가 꽉 쥔 주먹을 풀어주면서 손깍지를 꼈다.“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복수해도 되는데, 저런 사람 때문에 네 손을 더럽히지는 마.”유현진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혹시 너도 이런 내가 두려워?”생각을 마친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네가 나한테 제일 심하게 대했던 건 기껏해야 뺨 때리는 게 전부였잖아. 내가 이걸 나에 대한 너의 편애라고 봐도 돼?”“...”유현진은 아무 말도 없이 그의 손을 꽉 잡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넌 요구가 너무 낮아. 정말로 내가 나중에 너한테도 이럴 거라는 생각 안 해봤어?”강한서가 눈이 휘어지게 웃더니 이내 다시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 아니까. 넌 나한테 손을 대지 못할 거잖아.”유현진이 입꼬리를 올렸다.“혹시 모르지. 네가 만약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