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강한서는 연애를 정말로 한 번도 못 해봤던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애초에 강한서가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신경 쓰긴 뭘 신경 써!'그녀가 나직하게 물었다.“그래서, 나한테 네 친구에게 쿠키 주지 말라 한 것도 성서원 씨의 말 때문이었어?”강한서는 이마 위에 있던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진아, 난 종종 어떻게 말을 해야 네 기분이 상하지 않을지 잘 몰라. 사실 그날도 네가 걔들한테 선물을 줘서 화가 난 게 아니야. 내가 화가 난 건 네가 정성스럽게 만든 쿠키를 진심을 담아 선물한 건데 뒤에서 그런 말이나 듣게 되고, 게다가 손까지 다친 네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났던 거야. 너한테 화낸 것도 아니었어. 내가 화상연고를 사서 메모까지 적어뒀는데 네가 보지도 않고 버린 거잖아.”“... 난 화상연고를 본 적이 없어.”강한서가 말했다.“난 분명 샀어.”강한서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억울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정말이야.”유현진은 당연히 그의 말을 믿었다. 왜냐하면, 강한서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솔직해졌으니까.강한서가 사 온 걸 그녀가 아닌, 전에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가 버린 것이었다.가정부는 신미정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었고 아마도 신미정이 가정부에게 시켜 버리라고 한 것이 틀림없었다. 흡사 신미정이 일부러 피임약을 정인월의 시야에 닿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말이다.신미정은 처음부터 그녀와 강한서의 사이가 틀어지길 바랐다.강한서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성서원을 만나자마자 불쾌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강한서는 바로 기분이 가라앉게 된 것이었다.유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도 이렇게 솔직했다면 우리한테 이미 유치원을 다닐 아이가 있었을 거야.”민경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유현진 또한 강한서와 마찬가지로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유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참을 달래다 강한서는 결국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유현진은 고른 그의 숨소리를 확인한 후에야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이튿날 아침, 의사가 다시 상태를 확인하러 왔을 땐 강한서가 이미 깨어있었다. 다만 유현진이 아직 달콤한 잠에서 깨지 않았기에 강한서는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의사는 조용히 그의 상태를 확인하곤 나가버렸다.유현진은 그렇게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강한서의 수려한 얼굴이었다. 유현진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주물럭거리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엔 왜 날 힘들게 했어?”아침부터 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다소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강한서는 그녀가 어제 말한 “의사가 한 말을 들어.”라는 말을 떠올리곤 기쁜 듯 웃었다.그가 나직하게 말했다.“어제 말한 보상 아직 못 받았는데, 언제 줄 거야?”부스스 깨난 유현진은 아직도 비몽사몽인 상태였다.“보상이라니?”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으려는 듯한 그녀를 보며 강한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강한서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유현진은 순간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되었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치워냈고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여긴 병원이야! 정신 차려!”강한서는 살짝 웃음소리를 냈다. 장난을 그만두기로 한 그는 그녀의 머리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직하게 말했다.“일어나. 얼른 정리하고 집으로 데려다줄게.”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옷을 벗겨 확인했다. 피부발진이 많이 사라진 그의 몸을 보며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일어나 정리하였다. 강한서는 병원비를 내러 갔고 유현진은 그런 그를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병원에서 깨어났던 터라 그녀는 머리도 빗지 않았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만약 지인이 아니라면 절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최연서에게 연락해 어떻게든 유상수를 병원으로 오게 할 생각이었고 백혜주가 절대 아이를 지울 수 없게 방해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최연서에게 자세하게 지시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강한서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왜 그래?”강한서가 말했다.“난 네가 유상수를 불러와 불륜 현장을 잡게 하려는 줄 알았거든.”유현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백혜주는 조심성이 아주 많은 사람이야. 그 여자가 백현석을 자신의 동생으로 만들었으니 실질적인 증거가 없는 한 유상수는 절대 믿지 않을 거라고. 백혜주가 지금 급하게 아이를 없애려고 하니 이것이 제일 증거가 될 거야. 난 절대 백혜주 뜻대로 흘러가지 않게 할 생각이거든. 아이를 지운다고 해도 난 반드시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온 백혜주가 유상수에 의해 유산하는 꼴을 볼 거야!”“백혜주는 우리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유상수랑 붙어먹은 거야.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자식을 맡긴 거고. 결국엔 우리 엄마 목숨까지 앗아갔지. 모든 건 그 여자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까 그 여자에게도 내가 느낀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강한서는 그녀가 꽉 쥔 주먹을 풀어주면서 손깍지를 꼈다.“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복수해도 되는데, 저런 사람 때문에 네 손을 더럽히지는 마.”유현진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혹시 너도 이런 내가 두려워?”생각을 마친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네가 나한테 제일 심하게 대했던 건 기껏해야 뺨 때리는 게 전부였잖아. 내가 이걸 나에 대한 너의 편애라고 봐도 돼?”“...”유현진은 아무 말도 없이 그의 손을 꽉 잡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넌 요구가 너무 낮아. 정말로 내가 나중에 너한테도 이럴 거라는 생각 안 해봤어?”강한서가 눈이 휘어지게 웃더니 이내 다시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 아니까. 넌 나한테 손을 대지 못할 거잖아.”유현진이 입꼬리를 올렸다.“혹시 모르지. 네가 만약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한편, 연락을 받은 최연서는 바로 다시 유상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넘어져 그만 피가 흘러나왔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유산의 징조임을 알게 된 유상수는 아들 학교도 뒤로하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유상수는 그녀를 데리고 제일 좋은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연서는 한주병원으로 가자며 한주병원의 산부인과가 한주시 제일 좋은 산부인과라고 말했다.유상수는 초조해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녀가 말하는 대로 따랐다.그렇게 20분 정도가 지나고 유상수는 최연서를 부축한 채 한주병원으로 오게 되었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유현진과 강한서는 바로 반대편에 있던 엘리베이터를 탔다.이때의 백혜주는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수술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젊은 여자를 부축하고 허둥지둥 달려오는 유상수를 발견하게 되었다. 유상수는 급하게 걸으면서 나직하게 젊은 여자를 달래고 있었다.“괜찮아, 괜찮아. 분명 괜찮을 거야...”백혜주는 멍한 얼굴로 쳐다보았고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왔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까맣게 잊은 채 소리를 질렀다.“유상수 씨,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유상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백혜주를 보더니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엄청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혜주야, 네가 여긴 왜 온 거냐?”유상수의 품에 있던 여자는 백혜주가 유상수의 이름을 부르자 바로 몸을 움찔 떨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백혜주는 차가워진 얼굴로 이를 갈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오빠가 여긴 왜 온 거예요? 이 여자는 또 누구고요?”유상수가 우물쭈물하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회사 직원이야. 몸이 안 좋다길래 데리고 와 본 거야.”“어디가 안 좋길래 산부인과를 다 찾아와요? 게다가 오빠가 왜 데리고 오는데요?”백혜주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힘들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만큼 다른 사람이 그녀의 자리를 그녀와 같은 방식으로 탐내는 걸 절대 보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유상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 이런 곳에서 백
백혜주는 치밀어오르는 화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배가 서서히 아파져 오기 시작했고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더니 마침 진단서를 들고 오던 백현석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곤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누나, 왜 그래요?”백혜주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지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유상수는 백현석의 목소리를 듣곤 바로 고개를 들었다. 백혜주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치맛자락이 서서히 붉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유상수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두 명의 임산부는 곧바로 응급실로 들어가게 되었다.강한서는 한주병원에 아는 지인이 있었기에 미리 지인에게 얘기해 둔 상태였다. 그랬기에 최연서가 가짜 임신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의사는 그저 최연서의 태아가 불안정하다며 약을 처방해주곤 집에 돌아가 푹 쉬라고 했다.그 말을 들은 유상수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한편 백혜주 쪽은 다행히 유산이 되지 않았고 의사는 그저 나이도 많은 데다가 갑작스럽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출혈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게다가 아이는 무척 건강한 상태라고 했고 태아의 심박수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했다.유상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간호사가 진단서를 들고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하다며 들어왔다.백현석이 받으려는 순간 유상수가 먼저 가로챘다. 그것이 임신중절수술 확인서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 이게 뭐죠? 임신중절수술 확인서라니요? 누가 수술을 한다는 거죠? 잘못 가져오신 게 아니에요?”간호사도 행여나 잘못 가지고 왔을까 봐 얼른 확인해 보았다.“백혜주 님이 아니신가요? 주민등록증 확인해 보니 백혜주 님이 맞는데요?”유상수는 미간을 확 구겼다.“저희는 임신중절수술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간호사가 말했다.“하지만 본인께서 이미 임신중절수술을 하겠다고 이곳에 직접 사인하셨습니다.”간호사가 낮은 소리로 이어서 물었다.“혹시 보호자와 상의가 되지 않은 건가요?”유상수는 백혜주의 사인을 발견하곤 안색이 더욱 안 좋아지게
“나한텐 사찰로 간다고 해놓고 지금 여기 와서 수술받으려고 했던 거냐? 이렇게 큰일을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결정해?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한 거냐?!”백혜주의 머릿속엔 온통 최연서의 얼굴이 떠올랐고 유상수를 보자마자 그녀는 속이 메슥거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백현석은 얼른 쓰레기통을 들고 와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백혜주는 한참이나 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게워 내지 못했고 그저 안색만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안쓰러운 백혜주의 모습에 유상수의 표정도 많이 누그러졌다.그는 침대 끝에 앉아 백혜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낳기로 약속했잖아. 대체 왜 지우려고 하는 거야?”백혜주가 싸늘해진 얼굴로 손을 빼내면서 따져 들었다.“그 여자랑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예요? 그 여자 배 속에 있는 그 잡종, 몇 개월이나 된 거죠?”자신의 아이를 잡종 취급하는 백혜주에 유상수는 바로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러나 백혜주도 임산부였고 게다가 피까지 흘린 적이 있었기에 그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설명했다.“걔는 우리 회사 인턴이야. 전에 협력 업체랑 몇 번 미팅 간 적이 있었어. 그러다 우연히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그는 뒷말을 삼켰다. 뒷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나도 그땐 죄책감이 들었어. 너한테 말하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걔를 그냥 회사에서 자르려고 했는데 그날의 사고로 임신을 하게 되었대.”추악한 변명에 백혜주는 매 순간이 역겹게 느껴졌지만, 분노를 꾹 참으면서 계속 따져 물었다.“그래서, 그 여자가 아이를 낳게 내버려 두려고요? 그리고 하현주에게 했던 행동 그대로 저를 내쫓으려고요?”“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유상수는 기분이 언짢았다.“나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어. 난 걔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나라고 뻔뻔하게 다니는 줄 알아? 그 어린애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한테 당황한
유현아를 예뻐하던 그가, 결국엔 한 푼의 유산도 그녀에게 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유현진은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는 딸을 아끼면서도 재산을 나눠주기는 싫어했다. 그 말을 들은 유현아의 반응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물었다. “너도 재산은 아들한테만 물려주고 딸에게는 주지 않을 거야?”강한서가 말했다. “너한테 줄 거야. 네가 날 데리고 다니면서 즐겁게 살면 돼. 돈이 필요하면 자기들이 벌어야지.”유현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 네 아버지한테서 유산 물려받은 거잖아. 왜 네 자식한테는 그렇게 엄격하게 굴어?”강한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집안 덕분에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한 건 맞아. 하지만 그냥 내 능력으로도 충분히 지금과 같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어.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렸겠지. 아버지 유산은 할머니가 계속 관리하고 계셨고, 난 그 유산을 건드린 적이 없어. 만약 내가 능력 없이 그 자리에 올랐다면, 한성을 나에게 물려줬어도 지켜내지는 못했을 거야.”그는 말이 잠시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은 맥락이야. 나한테서 뭔가를 가지려면, 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보여줘야 해.”강한서의 이런 교육 이념은 아마 정인월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유현진은 생각했다. 왜냐면 정인월이 바로 이렇게 그를 교육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민서는 반대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신미정의 얄팍한 사상과 좁은 시야의 영향을 받았다.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 못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유현진 같은 얼빠가 한 눈에 강한서를 찜했으니, 꽤 안목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왜 웃어?”강한서가 그녀의 손을 주물렀다. 유현진이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재산을 나한테 다 물려주면, 네가 늙고 쇠약해졌을 때, 내가 널 차버리고 네 돈으로 젊은 남자를 데리고 살까 봐 걱정은 안 돼?”강한서: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 여자
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후원 딱 한 번 했어. 라이브로 추첨하길래 10명, 일 인당 2000만 원, 그냥 한 번 해볼까 하고 몇만 원만 후원한 거야.”결과는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어떤 스트리머가 밑지는 장사를 하겠는가. 2억을 쓸 수 있다는 건, 20억, 심지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한 번 해볼까’하는 그 마음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써서 만약 추첨에 걸린다면 그거야말로 자전거가 마세라티로 변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스트리머도 계속 참여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추첨이 될 확률이 높다고 부추겼다. 이슈가 되면 될수록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수십, 수백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참여했으니 추첨 될 확률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뻔했다. 팬들은 돈을 퍼부으며 이슈도 만들어 준 셈이었다. 이런 데 속는 것은 한 번이면 족했다. 유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가방 하나도 2000만 원은 훨씬 넘는 가격이었다. 그는 유현진이 늘 공짜로 주어지는 일에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아차렸다. 전에도 매번 놀러 가서 돌아올 때면, 꼭 백화점 부근의 로또 가게에서 로또를 샀다. 도우미가 옷을 씻을 때면 늘 그녀의 주머니에서 로또를 몇 장 발견하곤 했다. 한 번은 6만 원이 당첨되었는데 그녀는 기뻐 춤이라도 출 지경이었고, 그를 끌고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갔다. 6만 원에 당첨이 되고 60만 원이 넘는 돈을 소비했다. 잘 생각해 보면 그녀는 얼마나 큰 돈이 당첨되는가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공짜로 무언가를 얻었다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부잣집 딸 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쪼잔하고 세속적이었고, 말을 독하게 하면서 마음은 또 여렸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에 그는 푹 빠져버렸다. 병실에서는 여전히 싸우는 중이었다. 백혜주는 유상수의 남녀 차별적인 발언에 분노를 터뜨렸다. “딸이 어때서요? 딸은 오빠 자식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