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90화

“나한텐 사찰로 간다고 해놓고 지금 여기 와서 수술받으려고 했던 거냐? 이렇게 큰일을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결정해?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한 거냐?!”

백혜주의 머릿속엔 온통 최연서의 얼굴이 떠올랐고 유상수를 보자마자 그녀는 속이 메슥거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백현석은 얼른 쓰레기통을 들고 와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백혜주는 한참이나 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게워 내지 못했고 그저 안색만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안쓰러운 백혜주의 모습에 유상수의 표정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침대 끝에 앉아 백혜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낳기로 약속했잖아. 대체 왜 지우려고 하는 거야?”

백혜주가 싸늘해진 얼굴로 손을 빼내면서 따져 들었다.

“그 여자랑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예요? 그 여자 배 속에 있는 그 잡종, 몇 개월이나 된 거죠?”

자신의 아이를 잡종 취급하는 백혜주에 유상수는 바로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러나 백혜주도 임산부였고 게다가 피까지 흘린 적이 있었기에 그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설명했다.

“걔는 우리 회사 인턴이야. 전에 협력 업체랑 몇 번 미팅 간 적이 있었어. 그러다 우연히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그는 뒷말을 삼켰다. 뒷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땐 죄책감이 들었어. 너한테 말하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걔를 그냥 회사에서 자르려고 했는데 그날의 사고로 임신을 하게 되었대.”

추악한 변명에 백혜주는 매 순간이 역겹게 느껴졌지만, 분노를 꾹 참으면서 계속 따져 물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아이를 낳게 내버려 두려고요? 그리고 하현주에게 했던 행동 그대로 저를 내쫓으려고요?”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유상수는 기분이 언짢았다.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어. 난 걔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나라고 뻔뻔하게 다니는 줄 알아? 그 어린애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한테 당황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