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이 파일을 펼쳐 보았다. 백현석에 관한 자료였다. 백현석... 아니, 손태오라고 부르는 것이 맞았다. 그의 출신은 신기하리만치 백혜주와 비슷했다. 그 역시도 작은 도시 출신이었고, 10대 때 한주시로 상경했다. 종업원, 누드모델, 이발소 직원, 자동차 수리...아무튼 생계를 위해서 거의 모든 일을 해봤었다. 제일 오래 한 일 중 하나는 모델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업원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그의 가족들은 이미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었다. 그의 두 형들도. 많은 사람은 그가 밖에서 사고로 죽은 줄 알고 몇 년 전, 사망 신고를 해버렸다. 그런 이유로 백혜주는 완벽하게 그를 백현석으로 둔갑시켰다. 애초부터 신분이 없는 사람이었으니, 유괴되어 오랫동안 실종된 사람으로 둔갑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와 백혜주는 10년 전에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다만 백혜주는 신중하게 행동하는 편이라,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손태오가 백혜주의 돈으로 미술 학원을 다녔으니, 그 증거는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손태오는 성형을 한 적이 있어서, 그는 원래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유현진은 그의 성형 전 사진을 확인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사람... 유서훈이 이 사람을 닮았잖아!”강한서는 그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예측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조사를 한 것은 단지 그의 추측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정신을 차린 유현진이 서류를 덮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재밌지. 3 개월... 아마 그 정도도 필요 없을 거야. 백혜주가 우리보다 더 급할 테니까.”손태오는 그녀가 자기 아이의 앞날을 위해 주시윤에게 준비해 둔 카드였다. 이 시점에 그녀가 아이를 더 낳을 리가 없었다. 정력도 없었고, 들킬까 봐 두렵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손태오는 백혜주에게 일편단심인 것 같았다. 백혜주는 머리가 굉장히
강한서는 눈을 움찔거리더니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남자 옷이 있다고?”유현진이 말했다. “전에 국내 의류 브랜드 광고 촬영할 때 디자인이 예뻐서 너 주려고 두 벌 가져왔었어. 원단도 부드럽고. 하지만 가격이 비싼 건 아니라서, 네가 싫으면 됐어.”강한서는 그녀의 말에 멈칫거렸다. “너 나한테 비싼 옷 사준 적이 별로 없잖아? 왜 그렇게 격식 차리면서 말하는 거야?”유현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언제 너한테 비싼 옷을 사준 적이 없어? 네 양말은 한 켤레에 몇만 원씩 했지만 내가 신는 건 한 켤레에 몇백 원짜리였어!”강한서가 말했다.“양말 빼고.”“속옷은? 속옷도 한 벌에 몇만 원씩 하는 거잖아. 어떤 건 몇십만 원씩 하는 거야!”강한서: ...“속옷 빼고.”유현진은 입을 뻐금거리더니 결국 변명했다. “비싼 옷을 안 사는 건 아까워서가 아니라, 가성비 때문인 거 알잖아. 유명 브랜드 옷은 브랜드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서 몇백만 원짜리 옷도 원가는 몇만 원밖에 안 하잖아. 일상복으로 입을 건데, 왜 그런 돈을 쓰겠어?”그녀는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마지막엔 오히려 당당해졌다. “매번 여러 군데 비교하면서 사는 나는 안 힘들겠어? 다 네 돈을 아끼려고 그러는 거잖아. 속 좁은 사람처럼 왜 네가 그러는 거야?”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여러 군데 비교하면서 사는데, 색이 빠지는 수영복으로 고른 거야?”유현진: ...민경하가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어버렸다. 강한서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끔 어떤 바이어들은 클럽에서 비지니스 하기를 좋아했다. 골프를 치거나 수영을 하면서, 놀면서 미팅하는 것을 즐겼다. 강한서도 당연히 모든 과정에 동행해야 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는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물을 좋아하는 바이어를 만나면 강한서가 수영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알고 꼭 그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강한서가 수영을 할
유현진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강한서가 그녀의 손바닥을 긁으며 말했다. “그래도 자제해야지. 안 그러면 내가 너무 기대한 것처럼 보이잖아. 매력 떨어져.”유현진: ...‘저것도 재간이야.’차미주는 집에 없었다. 아마 회사에 간 것 같았다. 유현진은 문을 열고 슬리퍼를 꺼내 강한서에게 건넸다. “먼저 신발부터 갈아신어. 옷 가져다줄게.”강한서가 그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신발을 갈아신더니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지난번과 크게 변화가 없는 집안을 살펴보았다. 루나는 다시 유현진의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지금 막 구석에서 충전 중이었다. 강한서가 부르자 루나는 다가와“아빠”라고 불렀다. 강한서는 루나의 가슴팍에 있는 조작구를 열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더니 안전 모드를 다시 설정했다. 유현진이 옷을 가지고 나왔을 때, 강한서는 휴대폰으로 데이터를 전송했다. “뭐해?”강한서가 말했다. “피드백을 수집하고 있어. 시스템을 조정하는 데 유용하거든.”유현진은 “그래”라고 말하더니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루나 나 감청할 수 있어?”유현진은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강한서의 손이 하마터면 떨릴 뻔했다. 그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 루나는 앞으로 출시될 예정인데, 기본적인 사용자의 사생활도 보장할 수 없으면, 누가 감히 쓰겠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강한서, 너 매번 거짓말할 때면 내 눈 못 보는 거 알아?”강한서: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심하게 말했다. “넌 정말 내가 얼굴만 반반한 멍청이인 줄 아는 거야?”강한서: ...“데이터를 전송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설정이 트리거될 때 전송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안전은 확인해야 하잖아. 그리고.”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가끔 네 목소리도 듣고 싶고.”말하며 그는 몰래 유현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턱을 만지며 물었다. “카메라는 없지?”강한서가 말했다. “네
영상은 한 쌍의 백인 커플이었고, 여자는 큰 웨이브를 넣은 헤어스타일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으며 위에는 버클을 채우지 않은 브라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도도하게 걸어와 카메라를 등진 채 남자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남자는 그녀의 버클을 채워주었고, 여자가 몸을 일으켜 스트랩 힐을 신은 발을 들어 남자의 어깨 위에 올렸다. 그러자 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우아하게 그녀의 신발 끈을 묶어주었다. 전반 영상에서 남녀 주인공은 어떠한 스킨쉽도 없었지만, 야릇한 긴장감이 흘러넘쳤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열풍을 일으켰고, 많은 유튜버들이 패러디하고 인기를 얻었다. 진지한 버전이든, 웃기는 버전이든, 모두 인기를 끌었다. 이준도 그녀가 그 인기에 묻어갔으면 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 예전의 그녀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사이에 퍼지는 유행이나 챌린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예를 들면 A4용지로 허리 가리기, 만화 캐릭터 다리와 비교하기, 손을 뒤로 꼬아 배꼽에 닿기 등 그런 것들 말이다...그녀는 그런 것들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날씬하기만 하면, 누구든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챌린지에 관심이 있어 했다. 예를 들면 AI 춤을 따라 추기, 남장여자 혹은 여장남자 변장 챌린지와 같은,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을 좋아했다. 남녀가 함께 찍는 커플 영상은 대부분은 커플들의 애정행각이라 그녀는 보고 싶지도 않아 했다. 하지만 그 영상은 그녀가 전에 갖고 있던 편견을 깨버렸다. 제대로 촬영할 수만 있다면, 커플도 고급스럽고도 섹시한 영상을 찍을 수가 있었다. 이준이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저한테 현진 씨 파트너로 함께 할 남자 모델이 몇 명 있어요. 사진 보낼 테니 한번 봐요.」유현진은 “OK”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녀가 물을 가지고 나왔을 때 강한서는 이미 옷을 다 갈아입고 있었다.그는 드레스 룸의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제일 위에 있는 단추까지 잠
강한서는 몸을 굳히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무릎을 툭툭 쳤다. 그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 영상 찍는 거, 쉬워?”유현진이 말했다. “그럭저럭. 동작이 몇 개 없어서 1분이면 될 거야. 문제는 필터랑 BGM을 어떻게 입혀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느냐 하는 거지.”강한서가 말했다.“나 아직 유튜브 찍어 본 적 없는데.”유현진: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해보고 싶어.”유현진: ??강한서가 또 말을 이었다. “신우한테 후시 작업을 맡겨서 사람들이 나인 줄 모르게 하면, 너도 다른 사람이랑 어색하게 찍을 필요 없잖아.”유현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어색하지 않아. 난 프로거든.’그녀가 왜 강한서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이 자식은 질투를 해도 분명하게 얘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굳이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 자신의 목적을 감추려고 했다. 예전이라면 그녀는 강한서를 놀렸겠지만, 그의 제안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힐을 신고 강한서의 가슴에 발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그 장면을 생각하니, 꽤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강한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휴대폰 거치대를 가져와 간단하게 촬영할 현장을 만들고 방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강한서는 1인용 소파에 기대앉아 민경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깐만 기다려요.」그러더니 유현진이 말했던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잠시 후,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강한서는 고개를 들자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검은색 홀터넥 브래지어와 펑크스타일의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스트랩 하이힐 샌들을 신은 유현진을 발견했다. 그녀는 아랫입술 중간에 큐빅이 박힌 피어싱을 착용했고, 짙은 화장에 빨간 입술은 그녀를 퍽 섹시하게 만들었다. 강한서는 처음으로 이렇게 다크한 이미지로 코디한 유현진을 보았다. 놀랍고 경이롭기도 했다. 당당하던 유현진은 강한서가 몇 초간 빤히 그녀를 쳐다보자 갑자기 조금 어색해졌다. 특별한 노출은 없
강한서가 말했다. “미안해. 조금 긴장돼서. 까먹었어. 다시 하자.”유현진은 그를 믿지 않았다. “네가 긴장을 해?”강한서가 웃으며 시선을 아래로 향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사람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이렇게 입고 내 품에 안겨 있는데, 어떻게 긴장을 안 해?”...강한서는 정말이지 이런 한마디 말로 사람을 정신도 못 차리게 홀려버리는 재주가 있었다.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그만의 로맨틱한 화법이었다. 귀가 빨개진 유현진은 헛기침을 했다. “내 기억에 넌 긴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과학기술대회, 전국시상대회, 그리고 큰 행사에서도. 수천 명이 넘는 사람이 현장에서 보고 있어도 넌 올라가서 원고도 없이,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일장 연설을 했잖아.”강한서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시상식 봤어?”유현진은 “응”하고 대답하더니 말을 이었다. “현장에 갔었어.”강한서의 눈빛이 반짝였다.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찾아오지도 않고.”유현진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도 나한테 시상식 간 거 얘기 안 했잖아. 그런데 내가 왜 너한테 말해. 그러면 내가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잖아.”강한서가 작게 웃었다. “너한테 말하지 않은 건, 내가 1등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당시 2등을 한 팀이 또 다른 상을 받았고, 그 팀의 연구 성과도 매우 획기적인 데다 당시에 큰 인기도 끌었다. 국내에서도 각종 홍보가 이루어지던 중이라, 그 대회에서 강한서의 확신은 7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시상식에 초대받았을 때, 그는 민경하와 팀의 핵심 인원만 데리고 참석했다. 다른 사람은 그가 시상식에 참가한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의외로 수상을 했고 그는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못한 채 시상대에 올랐다. 잠깐 놀란 그는, 컨디션을 조절하고 현장에서 수 개월간의 노력에 관해 얘기했다. 사실 강한서는 이미 당시 수상소감으로 무슨 말을 했었는지 까먹고 있었다. 다만 그는 상을 받고 내려온 뒤 제일 빠른 비행기 티켓을 끊어
유현진은 요동치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태연한 척 말했다. “너 또 나 몰라 학원 끊었지? 멘트가 툭툭 나오네.”강한서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 맞추었다. “몇만 원 내고 몇 번 들었어.”유현진: ...“너 정말 학원 끊었어?”강한서가 말했다. “연애 상담을 해주는 인플루언서가 있는데, 일 년 동안 100쌍이 넘는 부부의 재혼을 성사시켰다고 하길래, 어떻게 한 건지 궁금했거든. 하지만 후기를 보려면 유료라길래, 몇 화를 봤어.”유현진: ...“그래서, 뭘 배웠어?”강한서가 말했다.. “내가 본 사연의 여주인공은 전남편과 재혼하자마자 다음 날 바로 다른 맞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이 싱글이고 미혼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바로 환불 요청하고 블랙리스트에 넣었어.”유현진은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했다. 강한서는 자신의 품에서 박장대소하는 유현진에 마음속은 기뻐 날뛰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할 얘기 있어.”유현진이 웃음을 멈추더니 한참 후에야 물었다.“뭔데?”강한서가 말했다. “나 곧 큰 프로젝트 들어가.”유현진은 속으로 생각했다.‘나한테 일 얘기는 왜 하는 거야, 난 자기 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강한서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마 3개월 정도 걸려야 끝날 거야.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거야. 대략 수천억 정도.”유현진: ?‘돈 자랑 하는 거야?’강한서가 말했다. “만약 우리가 이 3개월 사이에 재혼하면, 그 수천억은 우리 혼내 재산으로 간주될거야. 만약 3개월 후 재혼하면 그 수천억은 내 혼전 재산이 되는 거고.”유현진: ???눈을 가늘게 뜬 유현진이 물었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턴 기간을 단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인턴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재혼하면 좋겠지?”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생각하며
유현진은 2초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얼른 다리를 내려 어색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했고 마른기침을 내뱉었다.“큼, 아저씨.”강한서의 표정은 오히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는 키스하다 딱 걸린 유현진처럼 어색한 표정을 짓지 않았고 아주 태연자약한 얼굴로 송병천에게 인사를 했다.“아저씨가 여긴 왜 오셨어요?”송병천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의 귀한 딸이 강한서에게 홀랑 넘어간 모습에 그는 불만스럽게 툴툴거리기 시작했다.그는 얼굴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내 착한 손주를 보러 왔다.”“?”강한서는 이해하지 못했다.유현진이 나직하게 그에게 말했다.“루나 보러 오신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병천은 최근 루나를 보러 집에 자주 들렀다. 그러나 유현진은 평소에도 많이 바빴던 탓에 매번 차미주가 문을 열어주었고 가끔 한두 번 유현진과 만나게 되었다. 그마저도 항상 그녀가 겨우 집에 오면 송병천은 집을 나서게 되었고 두 사람은 현관에서 그저 간단한 인사만 주고받았었다.유현진은 로봇 하나가 그렇게나 매력이 있는지 아주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송병천은 한 회사의 회장님이었고 하루가 멀다 하게 그녀의 집으로 와 루나를 보곤 했으니까.이틀 전, 그녀는 심지어 강한서에게 대량 생산에 관해 얘기를 꺼내 볼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루나가 대량 생산이 되면 그녀는 송씨 가문에 몇 개 팔아버려 송병천의 마음을 살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어쩌면 강한서를 도와 아주 큰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물론 그녀는 송병천이 아침 일찍부터 루나를 보러 집으로 올 줄은 몰랐고 이런 어색한 상황이 펼쳐지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강한서는 다소 의아했다.‘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루나를 보러 왔다고?'‘난 왜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지?'‘아저씨의 능력이라면, 그냥 루나를 하나 달라고 나를 찾아왔어도 될 텐데?'생각해 보니 최근에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매번 부잣집 아가씨들의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