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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강한서가 말했다.

“미안해. 조금 긴장돼서. 까먹었어. 다시 하자.”

유현진은 그를 믿지 않았다.

“네가 긴장을 해?”

강한서가 웃으며 시선을 아래로 향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사람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이렇게 입고 내 품에 안겨 있는데, 어떻게 긴장을 안 해?”

...

강한서는 정말이지 이런 한마디 말로 사람을 정신도 못 차리게 홀려버리는 재주가 있었다.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그만의 로맨틱한 화법이었다.

귀가 빨개진 유현진은 헛기침을 했다.

“내 기억에 넌 긴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과학기술대회, 전국시상대회, 그리고 큰 행사에서도. 수천 명이 넘는 사람이 현장에서 보고 있어도 넌 올라가서 원고도 없이,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일장 연설을 했잖아.”

강한서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시상식 봤어?”

유현진은 “응”하고 대답하더니 말을 이었다.

“현장에 갔었어.”

강한서의 눈빛이 반짝였다.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찾아오지도 않고.”

유현진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도 나한테 시상식 간 거 얘기 안 했잖아. 그런데 내가 왜 너한테 말해. 그러면 내가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잖아.”

강한서가 작게 웃었다.

“너한테 말하지 않은 건, 내가 1등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당시 2등을 한 팀이 또 다른 상을 받았고, 그 팀의 연구 성과도 매우 획기적인 데다 당시에 큰 인기도 끌었다. 국내에서도 각종 홍보가 이루어지던 중이라, 그 대회에서 강한서의 확신은 7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시상식에 초대받았을 때, 그는 민경하와 팀의 핵심 인원만 데리고 참석했다. 다른 사람은 그가 시상식에 참가한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의외로 수상을 했고 그는 수상소감도 준비하지 못한 채 시상대에 올랐다.

잠깐 놀란 그는, 컨디션을 조절하고 현장에서 수 개월간의 노력에 관해 얘기했다.

사실 강한서는 이미 당시 수상소감으로 무슨 말을 했었는지 까먹고 있었다. 다만 그는 상을 받고 내려온 뒤 제일 빠른 비행기 티켓을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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