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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최연서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요. 아이로 대표님을 협박할 생각이 아니에요. 전 그저 이 아이와 제대로 된 인사를 하고 싶을 뿐이에요. 비록 처음 아기의 존재를 알았을 땐 많이 당황했지만, 요즘엔, 이 아이로 인해 욕심이 생겼어요. 제 것이 아닌 사람을 원하게 만들었어요…”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울먹거림이 더해졌다.

“대표님,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대표님 말씀대로 아이도 지울게요. 하지만, 오늘은 안 하면 안 돼요? 의사 선생님이 방금 저에게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셨어요. 이미 아이가 듣고 있을지도 몰라요. 제대로 인사하고 싶어요. 아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연서의 눈물이 유상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가 우는 모습은 하현주와 너무 똑같았다. 게다가 그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점점 더 하현주와 비슷해졌다.

그녀가 울면서 자신에게 말할 때면, 그는 마치 농구하다 다친 그가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을 붉히던 이십 대의 하현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유상수는 순간 넋을 잃었고 그의 마음도 약해져 버렸다.

그는 여전히 하현주의 배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늘 하현주와 지긋지긋한 사이가 된 이유가, 하현주가 너무 강압적으로 그를 억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속마음은 자신이 이런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예쁘고, 능력 있고, 게다가 당시 같은 반 남자들의 여신이었던 여자였으니까.

볼품없는 동창들이 가질 수 없는 여신이, 자신을 선택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의 비열한 허영심을 최대한으로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하현주는 언제나 강압적인 사람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접대 자리가 아니면 술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제한하려고 했고 10시가 넘으면 계속 전화를 했다.

그랬기에 그는 가끔, 하현주가 자신을 선택한 것이 다루기 좋은 사람을 골라 그녀의 통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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