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2325 챕터

제881화

강한서는 차마 그의 호의를 뿌리칠 수 없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잔을 들고 걸어갔다. 상인회 회장이 그에게 소개한 사람들은 모두 올해 막 해외 각지에서 돌아온 화교들이었고 막 한주시에 정착한 비즈니스맨들이었기에 앞으로 오다가다 마주칠 사람들이었다.상인회 회장은 강한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소개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은 강한서에 대해 익히 들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한성 그룹 비즈니스는 일찍이 해외에 진출했기에, 그는 많은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매년 고액 연봉으로 직접 해외 각지에서 인재를 채용했기 때문에 유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매우 유명했다. 모두 술잔을 기울이며 인사말을 나누었다.이때, 강한서는 조금 전보다 더 심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헛구역질은 오히려 조금 완화되었지만,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눈앞이 침침했고 사지가 무기력한 증상은 오히려 심각해졌다. 이러한 증상 외에, 몸속에서 불씨가 타오르는 듯, 그는 목이 말랐고 계속되는 갈증을 느꼈다. 그의 상태는 어딘가 좀 이상했다.강한서는 버티고 있다가 마침내 상인회 회장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회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강한서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면서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가 채 걸리기도 전에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쳐 휴대폰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휴대폰은 마침 얼음이 반쯤 녹은 얼음통에 떨어졌고 그렇게 물에 반쯤 잠겼다.웨이터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허겁지겁 다가와 죄송하다며 거듭 사죄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눈앞에 무언가가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웨이터를 밀어내고 터벅터벅 걸어가 휴대폰을 얼음통에서 건져냈다. 이미 물에 흠뻑 젖은 휴대폰은 이미 고장 났고 더 이상 전화를 걸 수 없게 되었다. 강한서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지끈 감았고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을 느꼈다.“한서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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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차미주가 소개한 변호사가 하필이면 강운 씨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였던 거야? 왜 나한테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던 걸까? 진작 알았더라면 차라리 바로 강운 씨한테 자문을 구할 걸 그랬네... 그렇게 알게 됐으니, 오히려 더 난처하게 됐잖아...’그녀는 머리를 움켜쥐고 열심히 어떻게 상황을 모면할지 머리를 굴렸다.“그냥... 작은 문제라서, 그리고 강운 씨가 요즘 워낙 바쁘셔서야 말이죠. 게다가 그저 자문했을 뿐인걸요. 만약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당연히 강운 씨를 찾아갔겠죠.”주강운은 그녀가 혹시나 말실수하여 자기를 민망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현진 씨를 탓할 뜻은 없습니다. 우리 법률사무소 직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셨으니, 오히려 저를 대신하여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신 셈이시죠.”유현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만약 주강운의 표정이 진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주강운이 그녀를 조롱하는 것으로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도석문은 유현진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유현진은 다름 아닌 그의 애인이 혼쭐 내달라고 부탁했던 그 여자인 것 같았다. 그는 어쩐지 유현진이 눈에 익었다. 지난번에도 이곳에서 그녀를 마주쳤던 것 같았다.주강운의 차갑고 도도하던 얼굴이 그녀를 본 순간 사르르 녹아내린 것을 보고 도석문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돈을 줘도 여자를 소개해 줘도 씨알도 안 먹히던 양반이.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었던 거였구나... 그럴 만도 하지,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혹할 만도 해.’도석문은 사람이라면 모두 욕망 하나쯤은 가슴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껏 먹히지 않았던 것은 그가 주강운의 욕망을 제대로 타겟팅 하지 못했던 이유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를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혀를 찼다. 그리고 방이진을 지나칠 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틈을 타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움큼 뭉켜 쥐었다. 그러고 나서 주강운과 몇 마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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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됐어요.”주강운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유현진은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그녀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강운의 손수건을 힐끔 쳐다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험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악! 제기랄 뭐야!”주강운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여치 한 마리였는데, 주강운이 있는 힘껏 움켜잡고 있음에도 여치는 다리를 파닥거렸고 머리 위에 달린 가늘고 긴 더듬이 두 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것을 본 유현진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빨리 저리 치워요!”그녀는 더는 자기 이미지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주강운에게 벌레를 빨리 처리하라고 그의 팔뚝을 밀어냈다. 그러자 주강운은 가볍게 웃으며 밖으로 나가 여치를 숲으로 보내주었다.주강운이 돌아왔을 때, 유현진은 웨이터가 건네준 물티슈를 건네받고 머리를 닦고 있었는데,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창백한 것을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방금 그녀와 함께 있던 여배우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아마 모두 위층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주강운이 돌아온 것을 본 유현진은 그에게 물티슈 두 장을 건네주며 손을 닦으라고 했다. 주강운은 그녀가 건네주는 물티슈를 받고 손을 닦으면서 말했다.“여치는 독이 없거니와 사람을 물지도 않아요.”“하지만 너무 무서운걸요.”유현진은 조금 전에 봤던 여치를 떠올리자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다리가 길고 더듬이가 머리카락처럼 긴 곤충을 가장 무서워했다. 여름에 집에 그런 곤충 한 마리가 날아들면 그녀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곤충을 싫어했고 한밤중에라도 강한서를 깨워 그 곤충을 잡게 해야 비로소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한 번은 강한서가 집에 들어온 곤충을 잡고 나서 그녀에게 보여 주려다 실수로 놓쳐서 곤충이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달려든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강한서에게 평생 다 못할 욕설을 퍼부었고, 일주일 내내 강한서를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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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유현진은 순간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주강운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제가 유상수 씨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 때문에 더 이상 저에게 믿고 맡길 수 없다고 하는 건가요? 그래서 저보다는 차라리 수습 기간 변호사 한 명에게 자문하려는 건가요?”유현진은 서둘러 아니라고 하며 오해를 풀려고 했다.“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 소송은 우리가 진 것도 아니고, 고소를 취하한 것뿐입니다. 절대로 강운 씨를 탓할 수 없어요. 누가 저와 유상수가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주강운은 고개를 들고 머뭇거리다 물었다.“그러면 왜 저를 피하는 거죠?”유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피한 적 없어요...”유현진은 갑자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단도직입적으로 강한서가 질투한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아직 재결합하지 않았거니와 재결합하더라도 그녀는 남들에게 굳이 시시콜콜 알리고 싶지 않았다.“제가 이 사건을 의뢰하게 되면 강운 씨에겐 깨알만큼의 수임료밖에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강운 씨가 주로 맡는 재벌가의 이혼 사건 수임료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될 겁니다. 저는 그저 강운 씨의 시간과 정성을 뺏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렇게 제안한 것뿐입니다. 강운 씨는 순전히 친구로서 저를 도와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강운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주강운은 한참 동안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지금까지 현진 씨의 일에 귀찮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줄곧 현진 씨를 도와 어머님의 유산을 되찾지 못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어요. 만약 이번 기회에 현진 씨를 도울 수 있다면 저의 무력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니 저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톱클래스 변호사의 자신감인가? 절대로 패소의 굴욕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일까?’주강운은 유현진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 준 것부터 시작하여 유현진을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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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유현진은 그의 말에 잔뜩 감동했다.‘이렇게 만취할 정도로 마시고도 나를 걱정해 주다니...’유현진은 내심 흐뭇했지만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제 택시 부르려고 합니다. 이 근처에서는 택시가 잘 잡히거든요.”안창수는 알았다고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내일 늦지 말고요.”유현진은 그의 말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누가 늦을지는 모르는 일이죠.’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나서 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어 카카오택시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앱을 켜자마자, 회색 랜드로버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저기요, 택시 불렀어요?”유현진이 대답했다.“아닌데요, 전 아직 안 불렀어요.”기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 휴대전화를 꺼내 고객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유현진은 멀리서나마 기사가 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객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것 같았고 기사는 헛걸음했다며 그 사람과 말다툼했다. 곧이어 기사는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더니 다시 유현진에게 물었다.“아가씨, 어디로 가세요? 보다시피 빈 차인데 태워다 드릴게요, 저도 헛걸음하지 않을 겸...”유현진은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배차가 될 수 있다는 알림을 보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클라우드 아파트로 가줄 수 있으시겠어요?”“당연하죠, 타세요.”유현진은 차 쪽으로 걸어가서 기사의 택시 회사 사원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기사는 차를 돌리면서 계속해서 푸념했다.“카카오 택시는 예약 차량 취소라는 기능을 없애야 해요. 고작 몇 푼 안되는 보상으로 이게 말이나 됩니까? 여기까지 온 기름값도 안 되네요!”차 안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유현진은 불편한 기색을 숨지지 못하고 창문을 열었다.기사가 한참 동안 투덜거린 뒤에야 유현진이 물었다.“미터기는 없나요?”기사가 웃으며 말했다.“휴대폰에 미터기 앱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조금도 더 받거나 그런 거 없을 테니까요.”유현진도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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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어때?”운전기사가 물었다.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유현진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약발을 아주 잘 받네.”운전기사는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풀었다.“젠장, 어찌나 경계하던지. 하마터면 못 잡아 올 뻔했잖아. 얼른 도 대표님께 연락해. 잡았다고.”그러나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탄 랜드로버 뒤로 쉐보레 한 대가 딥 블루 클럽에서부터 줄곧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다.랜드로버는 바로 어느 한 호텔로 멈춰 섰다. 두 사람은 함께 유현진을 들고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방으로 올라갔다.프리미엄 방을 잡은 두 사람은 유현진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유현진의 얼굴을 스윽 만졌다. 그러자 운전기사가 그의 손을 ‘탁' 쳐냈다.운전기사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도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손대지 말라고. 죽고 싶어?”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아쉬운 눈빛으로 말했다.“보기만 해도 안 돼? 이렇게 예쁜 여자는 품어본 적이 없단 말이야.”“도 대표님이 시킨 일만 제대로 완성하면 갖고 놀 여자가 없을까 걱정할 필요 있겠어?”말을 마친 그는 침대를 정리하고 얼른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내보냈다.쉐보레를 탄 사람은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사람은 이미 칠지로 루이브 호텔로 옮겨 놨으니까 문을 열어줄 사람을 보내세요.”주강운은 딥 블루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방금 막 샤워를 마치자 집안의 도우미 아주머니가 노크했다.“왜 그러세요?”“도련님, 방금 누가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셔서요.”주강운은 시선을 떨군 채 확인했다. 그것은 루이브 호텔의 방 키였다.그는 미간을 구겼다. 쓰레기통에 호텔 키를 버린 그는 바로 몸을 틀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도석문이 보낸 것이었다.「저의 작은 성의예요.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주강운은 가볍게 피식 웃었다. 그러나 순간 그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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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정신을 잃은 강한서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호텔 방 침대로 옮겨졌다.송가람은 인사불성이 된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호텔 직원에게 말했다.“나가보세요.”두 사람은 간단히 대답한 후 방에서 나갔다.송가람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강한서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호흡이 다소 거칠었으며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점점 호흡이 가빠지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옷을 느슨하게 풀어헤쳤다.송가람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지금은 어때요?”강한서의 체온은 아주 높았다. 정상적인 체온인 송가람의 손마저 그는 다소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느껴지는 낯선 촉감에 그는 다시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다.그가 손을 놓아버려도 송가람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얼굴과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반응 없는 그의 모습에 바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윽고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나온 그녀는 강한서의 몸을 닦아주려 했다.그녀는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으로 강한서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수건은 어느덧 서서히 강한서의 목까지 내려왔다.강한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완벽한 호선을 자랑하는 목젖을 보니 섹시하게 느껴졌다.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강한서의 셔츠 단추를 풀어버리려 했다.그러나 그녀가 풀기도 전에 강한서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송가람은 깜짝 놀랐다. 여전히 몽롱한 그의 두 눈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러 확인했다.“한서 오빠.”강한서의 모든 감각은 이미 약에 지배를 당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형체가 눈앞에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풍겨오는 낯선 향기에 그는 바로 거부감을 느꼈다.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이미 약효가 돌고 있었기에 그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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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그는 쓰러진 송가람을 한쪽으로 제쳐두고 침실로 갔다. 그리고 또 다른 낯선 남자가 이미 정신을 잃은 유현진을 안고 방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은 유현진을 강한서의 곁에 눕혔다. 현장을 깨끗하게 수습한 뒤 그들은 옷을 송가람의 머리 위로 덮어씌웠다. 그들은 그렇게 송가람을 둘러업고 방에서 나가면서 문을 꼭 잠갔다.그들은 CCTV를 피해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주차장까지 내려갔다.차 안에서는 전 여사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송가람을 태우자마자 그녀가 물었다.“강한서는 어떻게 되었죠?”남자가 답했다.“아직 약효가 남아 있었지만, 곧 깨어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눕힌 여자는 약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숨소리가 살짝 불규칙적으로 거칠었습니다.”전 여사가 멈칫거리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유현진이 저한테 고마워해야겠군요.”전 여사의 “호의”는 당연히 대가 없는 호의가 아니었다.정인월의 생신 연회에 다녀온 후, 그녀는 바로 사람을 시켜 남편의 내연녀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진상은 유현진이 그녀에게 말해준 것보다 더욱 잔혹했다.신미정은 그녀의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남편과 내연녀를 이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그녀만 이 모든 사실을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고 심지어 신미정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며 어떻게든 남편의 사업에 도움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전 여사는 완전히 달라졌다.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온통 쓰레기 같은 남편의 몰락과 남편에게서 재산을 다시 빼앗아오는 것이었고 신미정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전 여사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그녀가 남편의 사생활을 폭로한다 해도 그녀의 남편은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을 것이었다.기껏해야 그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얘기만 들을 뿐 2년 정도가 지나면 여론은 잠잠해져 다시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신미정에게 복수를 해야 했기에 그녀는 더욱이 이런 방식을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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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그녀는 서해금과 사이가 아주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송가람을 자신의 며느리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서해금과 사돈이 될 테니, 송가람도 절대 그녀를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전 여사는 신미정의 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아들마저 기대를 저버렸는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한다고?'‘신미정은 자신이 유현진은 불임으로 만들어버린 일을 알게 된 강한서에게 그렇게 쫓겨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강한서는 처음부터 유현진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송가람이랑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그녀는 신미정이 정말로 자기 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대단한 인물이었던 강단한이 어떻게 이런 머리가 꽃밭인 신미정에게 반해 결혼을 하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신미정의 멍청함을 너무나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신미정은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가 아무리 자신의 아들이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손을 댔다.그녀는 가장 먼저 전 여사를 찾아와 강한서에게 약을 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송가람을 강한서가 있는 방으로 불러 둘이 함께 잠자리를 가지길 원했다.이런 추악한 일에 그녀는 직접 움직이려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전 여사를 찾아와 그녀 대신해 주길 바랐다.여하간에 전 여사의 인맥은 아주 넓었고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그러나 신미정은 자신에게 충성하던 전 여사가 이미 배신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전 여사는 절대 그녀의 뜻대로 계획이 흘러가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신미정이 다시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신미정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없게 만들 생각이었고 이것이야말로 아주 완벽한 복수였다.전 여사는 신미정이 말한 대로 강한서에게 약을 먹이고 송가람과 한 방에 가둬두지 않았다.그녀가 사람에게 시켜 강한서에게 먹이라고 한 것은 마취제였고 기껏해야 2시간 동안 자두면 깨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녀는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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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상대의 손은 점점 그녀의 옷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덜덜 떨며 말했다.“제발 살려주세요. 절 그냥 보내주신다면 돈을 원하시는 만큼 드릴게요, 네?”강한서는 시선을 떨구고 눈앞에 있는 섹시하기 그지없는 여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며 침만 꼴깍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눈앞엔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붉게 물든 섹시한 몸으로 곁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강한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바로 꿈이었다.그러나 손바닥이 그녀의 뜨거운 피부와 맞닿았을 때 그는 그제야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했다.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유현진을 놀리기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유현진의 허리를 쓰다듬었다.그녀의 피부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올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는 아주 귀여워 보였고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의 배에 뽀뽀를 했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육두문자를 외쳤다.그녀는 두려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저기요. 저 결혼도 했었어요. 제 전 남편은 제가 성적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저랑 이혼했거든요. 비록 제가 얼굴은 예쁘게 생겼어도 목석처럼 아주 딱딱한 사람이에요. 그런 쪽으로 반응이 없다고요. 제 몸을 탐낼 바엔 차라리 제 돈을 탐내는 게 더 이득일 거예요.”강한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목석같이 딱딱한 사람이 일주일에 두세 번 야한 잠옷을 입고 나를 유혹해?'그는 살짝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 그녀가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윽고 그는 자체 음성 변조를 하고 입을 열었다.“얼마나 줄 건데?”자체 음성 변조한 강한서의 목소리를 한때 더빙의 신이었던 유현진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평소의 상황이라면 유현진은 바로 그의 목소리를 알아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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