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잃은 강한서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호텔 방 침대로 옮겨졌다.송가람은 인사불성이 된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호텔 직원에게 말했다.“나가보세요.”두 사람은 간단히 대답한 후 방에서 나갔다.송가람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강한서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호흡이 다소 거칠었으며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점점 호흡이 가빠지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옷을 느슨하게 풀어헤쳤다.송가람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지금은 어때요?”강한서의 체온은 아주 높았다. 정상적인 체온인 송가람의 손마저 그는 다소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느껴지는 낯선 촉감에 그는 다시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다.그가 손을 놓아버려도 송가람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얼굴과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반응 없는 그의 모습에 바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윽고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나온 그녀는 강한서의 몸을 닦아주려 했다.그녀는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으로 강한서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수건은 어느덧 서서히 강한서의 목까지 내려왔다.강한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완벽한 호선을 자랑하는 목젖을 보니 섹시하게 느껴졌다.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강한서의 셔츠 단추를 풀어버리려 했다.그러나 그녀가 풀기도 전에 강한서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송가람은 깜짝 놀랐다. 여전히 몽롱한 그의 두 눈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러 확인했다.“한서 오빠.”강한서의 모든 감각은 이미 약에 지배를 당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형체가 눈앞에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풍겨오는 낯선 향기에 그는 바로 거부감을 느꼈다.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이미 약효가 돌고 있었기에 그는 힘을
그는 쓰러진 송가람을 한쪽으로 제쳐두고 침실로 갔다. 그리고 또 다른 낯선 남자가 이미 정신을 잃은 유현진을 안고 방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은 유현진을 강한서의 곁에 눕혔다. 현장을 깨끗하게 수습한 뒤 그들은 옷을 송가람의 머리 위로 덮어씌웠다. 그들은 그렇게 송가람을 둘러업고 방에서 나가면서 문을 꼭 잠갔다.그들은 CCTV를 피해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주차장까지 내려갔다.차 안에서는 전 여사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송가람을 태우자마자 그녀가 물었다.“강한서는 어떻게 되었죠?”남자가 답했다.“아직 약효가 남아 있었지만, 곧 깨어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눕힌 여자는 약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숨소리가 살짝 불규칙적으로 거칠었습니다.”전 여사가 멈칫거리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유현진이 저한테 고마워해야겠군요.”전 여사의 “호의”는 당연히 대가 없는 호의가 아니었다.정인월의 생신 연회에 다녀온 후, 그녀는 바로 사람을 시켜 남편의 내연녀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진상은 유현진이 그녀에게 말해준 것보다 더욱 잔혹했다.신미정은 그녀의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남편과 내연녀를 이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그녀만 이 모든 사실을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고 심지어 신미정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며 어떻게든 남편의 사업에 도움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전 여사는 완전히 달라졌다.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온통 쓰레기 같은 남편의 몰락과 남편에게서 재산을 다시 빼앗아오는 것이었고 신미정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전 여사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그녀가 남편의 사생활을 폭로한다 해도 그녀의 남편은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을 것이었다.기껏해야 그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얘기만 들을 뿐 2년 정도가 지나면 여론은 잠잠해져 다시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신미정에게 복수를 해야 했기에 그녀는 더욱이 이런 방식을 쓸 수
그녀는 서해금과 사이가 아주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송가람을 자신의 며느리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서해금과 사돈이 될 테니, 송가람도 절대 그녀를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전 여사는 신미정의 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아들마저 기대를 저버렸는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한다고?'‘신미정은 자신이 유현진은 불임으로 만들어버린 일을 알게 된 강한서에게 그렇게 쫓겨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강한서는 처음부터 유현진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송가람이랑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그녀는 신미정이 정말로 자기 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대단한 인물이었던 강단한이 어떻게 이런 머리가 꽃밭인 신미정에게 반해 결혼을 하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신미정의 멍청함을 너무나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신미정은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가 아무리 자신의 아들이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손을 댔다.그녀는 가장 먼저 전 여사를 찾아와 강한서에게 약을 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송가람을 강한서가 있는 방으로 불러 둘이 함께 잠자리를 가지길 원했다.이런 추악한 일에 그녀는 직접 움직이려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전 여사를 찾아와 그녀 대신해 주길 바랐다.여하간에 전 여사의 인맥은 아주 넓었고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그러나 신미정은 자신에게 충성하던 전 여사가 이미 배신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전 여사는 절대 그녀의 뜻대로 계획이 흘러가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신미정이 다시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신미정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없게 만들 생각이었고 이것이야말로 아주 완벽한 복수였다.전 여사는 신미정이 말한 대로 강한서에게 약을 먹이고 송가람과 한 방에 가둬두지 않았다.그녀가 사람에게 시켜 강한서에게 먹이라고 한 것은 마취제였고 기껏해야 2시간 동안 자두면 깨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녀는 유현진
상대의 손은 점점 그녀의 옷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덜덜 떨며 말했다.“제발 살려주세요. 절 그냥 보내주신다면 돈을 원하시는 만큼 드릴게요, 네?”강한서는 시선을 떨구고 눈앞에 있는 섹시하기 그지없는 여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며 침만 꼴깍 삼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눈앞엔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붉게 물든 섹시한 몸으로 곁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강한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바로 꿈이었다.그러나 손바닥이 그녀의 뜨거운 피부와 맞닿았을 때 그는 그제야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했다.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유현진을 놀리기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유현진의 허리를 쓰다듬었다.그녀의 피부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올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는 아주 귀여워 보였고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의 배에 뽀뽀를 했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육두문자를 외쳤다.그녀는 두려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저기요. 저 결혼도 했었어요. 제 전 남편은 제가 성적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저랑 이혼했거든요. 비록 제가 얼굴은 예쁘게 생겼어도 목석처럼 아주 딱딱한 사람이에요. 그런 쪽으로 반응이 없다고요. 제 몸을 탐낼 바엔 차라리 제 돈을 탐내는 게 더 이득일 거예요.”강한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목석같이 딱딱한 사람이 일주일에 두세 번 야한 잠옷을 입고 나를 유혹해?'그는 살짝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 그녀가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윽고 그는 자체 음성 변조를 하고 입을 열었다.“얼마나 줄 건데?”자체 음성 변조한 강한서의 목소리를 한때 더빙의 신이었던 유현진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평소의 상황이라면 유현진은 바로 그의 목소리를 알아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
유현진은 그가 도대체 왜 자신에게 흥미를 느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저기요, 제가 그렇게 마음에 드신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강한서가 순간 동작을 멈추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말도 없이 그녀를 보았다.“정말이야?”유현진이 답했다.“저기요, 저희 여자들은 말이죠. 보통은 의지가 되는 남자를 찾으려고 해요. 그렇게 편안하고 안정된 사람을 살아가려는 거죠. 의지가 되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아세요? 돈을 와이프에게 맡기는 남자를 보통 의지가 되는 남자라고 해요. 제 전 남편은 아주 쪼잔한 사람이었죠. 결혼 생활 몇 년이나 했는데 저에게 돈을 관리하는 중요한 집안 대권을 맡기지 않았거든요. 그것만 맡겼다면 전 이혼까지 안 했을 거예요.”강한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방금 이혼한 이유가 너무 네가 너무 딱딱해서 그렇다고 하지 않았나?”“네?”유현진은 순간 당황한 목소리로 급히 머리를 굴렸다.“네, 맞아요. 전 남편이 저에게 돈을 맡기지 않으니 제가 점점 욕구가 사라지고 딱딱해진 거죠. 만약 당신이 모든 돈을 저에게 맡겨 관리한다면 전 분명 아주 열정적인 욕구를 보였을 거예요.”그녀는 그와 대화하는 순간에 오른쪽 엄지로 두 손을 묶은 밧줄을 살살 풀어냈다. 이윽고 그녀는 계속 몰래 밧줄을 풀어냈다.“그래?”강한서는 이를 갈았다.“그럼 당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유현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흡사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저기, 그럼 일단 이 안대부터 벗겨줘요. 얼굴을 보면서 하면 더 달아오르거든요.”강한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는 그녀가 정말 굽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손을 뻗어 검지로 그녀의 안대를 살짝 벗겨냈다. 유현진은 드디어 나쁜 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는 다시 손으로 안대를 확 씌웠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셔츠를 풀어헤치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래도 네가 안대를 쓰고 있는 것이 좋아.”그는
유현진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는 최음제의 효과로 환청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그녀의 귓가에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현진아.”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현진아, 눈을 떠봐. 나야. 다른 사람은 없어.”유현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던 눈앞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정말로 강한서였다.순간 긴장감이 풀린 그녀는 “으앙”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강한서를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그의 가슴을 퍽퍽 치면서 다리를 찼다. 그녀는 울면서 욕을 해댔다.“이 나쁜 놈, 개자식! 왜 사람을 놀라게 해!”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던 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는 발버둥을 치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냥 장난 좀 친다는 게 너무 심하게 쳤어. 전부 다 가짜니까 울지 마, 응?”유현진은 정말로 무서웠었다. 납치되고 눈을 뜨니 누군가가 그녀에게 억지로 약을 먹였다. 낯선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에 그녀는 한시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고,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납치한 나쁜 놈과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었다.유현진의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그저 살짝 히끅거리기만 했다. 강한서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근데 네가 여기엔 왜 있어?”유현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날 납치하고 데리고 온 데 네가 아니야?”강한서는 눈썹 사이를 구겼다.“내가 널 왜 납치를 해. 내가 그런 장난을 할 사람으로 보여?”유현진은 바로 날을 세우며 말했다.“네가 방금까지 날 놀리고 있었잖아.”“...”강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도 방금 막 정신을 차린 거야.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옆에 묶인 채로 누워있는 너밖에 없었어.”유현진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방금 막 정신을 차렸다니?”그녀의 말에 강한서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누군가가 나에게 약을 먹였거든. 난 회의장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정신을 잃게 되었었어.”
유현진은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기껏해야 최음제잖아. 괜찮아. 내가 지금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면 약효가 사라질 거야.”그녀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강한서는 하는 수없이 욕조에 물을 받았다.그는 침대에서 약효 때문에 낑낑거리는 유현진을 떠올리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물을 다 받고 난 뒤 강한서는 그녀를 불렀다.침대에 누워있던 유현진은 이미 약효에 정신이 흐릿해진 상태였다.그녀를 부르는 강한서의 목소리에 힘없이 겨우 일어나 앉았다.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강한서는 바로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리고 욕실로 들어갔다.욕조에 몸이 담기자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뜨거운 물이야?”강한서가 답했다.“찬물이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뜨거운 물 밖에 받을 수가 없었어.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금방 식을 거야.”유현진은 다시 괴로워졌다.“얼마나 더 있어야 물이 식는데?”강한서는 컵을 들고 욕조 끝에 앉았다.“내가 이렇게 컵으로 저어줄게. 그러면 더 빨리 식을 거야.”유현진의 감별력은 평소보다 더 느려졌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강한서의 황당한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이렇게 큰 욕조에 그렇게 작은 겁으로 얼마나 저어야 물이 차가워지겠는가?게다가 그녀는 현재 강한서의 말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강한서가 예전보다 더 다정해졌다고 느꼈다.그녀는 옷을 입을 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강한서는 욕조 끝에 앉아 컵으로 물을 계속 저었다.어느덧 욕실에 물기가 자욱했고 컵으로 계속 물을 젓고 있던 탓에 강한서의 옷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옷이 그의 몸에 찰싹 들러붙었고 유현진은 순간 자신의 시력이 평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강한서가 옷을 입고 있음에도 그의 선이 분명한 근육을 보게 되었던 것이었다.예쁘고 아주 단단해 보였다.체내에 있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시선을 피하면서 속으로 묵념했다.‘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말에 강한서의 몸이 순간 경직되고 말았다.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응.”유현진이 답했다.강한서는 화가 난 듯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응'이라고?!”느껴지는 고통에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남자들은 여자들을 책임지는 거 싫어하잖아, 아니야?”강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유현진은 더이상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었고 이내 손을 뻗어 그를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강한서는 그의 손을 꽉 붙잡고 낮게 말했다.“말해주면 나 만지게 해줄게.”만지지 못하게 하는 강한서에 유현진은 바로 솔직하게 말했다.“인터넷에서. 네이버 지식인에서 봤어.”“뭐라고 쓰여 있었어?”강한서는 단추를 풀며 ‘미끼'를 던졌다.“똑바로 말해주면 바로 단추 풀어줄게.”유현진은 원래부터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고 최음제의 약효에 고통스러워하던 찰나, 눈앞에 걸어 다니는 최음제 해독제인 강한서에 바로 이성을 놓아버렸다.그녀는 계속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그녀는 비록 말로는 아이를 안 가져도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특히 강한서가 그녀를 유혹할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임신을 못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계속 마음이 콕콕 쑤셨다.그녀는 치료가 안 될까 봐 두려웠고 아이가 필요 없다는 강한서의 말이 어느 정도가 진심인지 몰랐다.혼자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글들을 검색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찾아보았다.그렇게 한참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하나의 게시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선천적인 이유로 임신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결혼하기 전에 그에게 임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혔고 그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글쓴이와 여자친구는 3년 동안 사귀었고 두 사람은 모든 방면에서 취향도 잘 맞는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글쓴이의 집안에서 손자를 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