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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유현진은 그의 말에 잔뜩 감동했다.

‘이렇게 만취할 정도로 마시고도 나를 걱정해 주다니...’

유현진은 내심 흐뭇했지만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 택시 부르려고 합니다. 이 근처에서는 택시가 잘 잡히거든요.”

안창수는 알았다고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일 늦지 말고요.”

유현진은 그의 말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누가 늦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나서 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어 카카오택시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앱을 켜자마자, 회색 랜드로버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저기요, 택시 불렀어요?”

유현진이 대답했다.

“아닌데요, 전 아직 안 불렀어요.”

기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 휴대전화를 꺼내 고객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유현진은 멀리서나마 기사가 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객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것 같았고 기사는 헛걸음했다며 그 사람과 말다툼했다. 곧이어 기사는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더니 다시 유현진에게 물었다.

“아가씨, 어디로 가세요? 보다시피 빈 차인데 태워다 드릴게요, 저도 헛걸음하지 않을 겸...”

유현진은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배차가 될 수 있다는 알림을 보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클라우드 아파트로 가줄 수 있으시겠어요?”

“당연하죠, 타세요.”

유현진은 차 쪽으로 걸어가서 기사의 택시 회사 사원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기사는 차를 돌리면서 계속해서 푸념했다.

“카카오 택시는 예약 차량 취소라는 기능을 없애야 해요. 고작 몇 푼 안되는 보상으로 이게 말이나 됩니까? 여기까지 온 기름값도 안 되네요!”

차 안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유현진은 불편한 기색을 숨지지 못하고 창문을 열었다.

기사가 한참 동안 투덜거린 뒤에야 유현진이 물었다.

“미터기는 없나요?”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휴대폰에 미터기 앱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조금도 더 받거나 그런 거 없을 테니까요.”

유현진도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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