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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유현진은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기껏해야 최음제잖아. 괜찮아. 내가 지금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면 약효가 사라질 거야.”

그녀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강한서는 하는 수없이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는 침대에서 약효 때문에 낑낑거리는 유현진을 떠올리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물을 다 받고 난 뒤 강한서는 그녀를 불렀다.

침대에 누워있던 유현진은 이미 약효에 정신이 흐릿해진 상태였다.

그녀를 부르는 강한서의 목소리에 힘없이 겨우 일어나 앉았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강한서는 바로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 몸이 담기자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뜨거운 물이야?”

강한서가 답했다.

“찬물이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뜨거운 물 밖에 받을 수가 없었어.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금방 식을 거야.”

유현진은 다시 괴로워졌다.

“얼마나 더 있어야 물이 식는데?”

강한서는 컵을 들고 욕조 끝에 앉았다.

“내가 이렇게 컵으로 저어줄게. 그러면 더 빨리 식을 거야.”

유현진의 감별력은 평소보다 더 느려졌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강한서의 황당한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큰 욕조에 그렇게 작은 겁으로 얼마나 저어야 물이 차가워지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현재 강한서의 말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강한서가 예전보다 더 다정해졌다고 느꼈다.

그녀는 옷을 입을 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강한서는 욕조 끝에 앉아 컵으로 물을 계속 저었다.

어느덧 욕실에 물기가 자욱했고 컵으로 계속 물을 젓고 있던 탓에 강한서의 옷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옷이 그의 몸에 찰싹 들러붙었고 유현진은 순간 자신의 시력이 평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강한서가 옷을 입고 있음에도 그의 선이 분명한 근육을 보게 되었던 것이었다.

예쁘고 아주 단단해 보였다.

체내에 있던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면서 속으로 묵념했다.

‘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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