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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차미주는 그를 째려보았다.

“통증 없는 인공 유산 광고를 본 적이 있어?”

“뭐?”

“어떤 여자가 무통 인공 유산하러 갔지. 전전긍긍하며 의사에게 물었지. ‘시작했어요?'라고 그러자 의사가 답했어. ‘이미 끝났어요.'라고.”

한성우는 눈썹 사이를 찌푸렸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해주는 건데?”

차미주가 말했다.

“그날 밤, 내가 딱 그 느낌이었어.”

한성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시작했어요? 이미 끝났어요.

빠를 뿐만 아니라 아무런 감각도 없었단 소리였다.

한성우는 믿기지 않았고 심지어 다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는 강한서를 비웃어도 상관없었지만 그를 비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가 변명했다.

“그건 네가 그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거여서 그래. 아무런 감각도 못 느낀 것도 네 기억이 끊겨서 그래.”

차미주가 그를 째려보았다.

“비록 난 경험이 없었지만 그래도 할 때는 느낌이라는 게 있을 거 아냐. 주사를 맞아도 고통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날은 정말 난 아무것도 못 느꼈다니까. 며칠 동안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는 건, 그건 네가... 네가 문제가 있다는 거야.”

그녀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녀는 일부러 그의 하반신을 힐끗 쳐다보며 대놓고 암시를 했다.

한성우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미주는 그런 한성우의 모습을 보니 꽤 즐거웠다. 그녀는 이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설마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많은 여자친구를 사귀어봤다면서 누구도 너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야?”

한성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아, 알겠다. 그 사람들은 네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한 거구나. 그래서 너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야. 어쩌면 일부러 대단하다고 말해준 거일 수도 있어. 그렇게 너한테 착각을 심어준 거지.”

말을 마친 그녀는 한성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내가 아니었다면 넌 평생 몰랐을 거잖아.”

한성우는 이를 갈면서 그녀의 손을 쳐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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