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3화

“됐어요.”

주강운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유현진은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그녀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강운의 손수건을 힐끔 쳐다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험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악! 제기랄 뭐야!”

주강운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여치 한 마리였는데, 주강운이 있는 힘껏 움켜잡고 있음에도 여치는 다리를 파닥거렸고 머리 위에 달린 가늘고 긴 더듬이 두 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것을 본 유현진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빨리 저리 치워요!”

그녀는 더는 자기 이미지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주강운에게 벌레를 빨리 처리하라고 그의 팔뚝을 밀어냈다. 그러자 주강운은 가볍게 웃으며 밖으로 나가 여치를 숲으로 보내주었다.

주강운이 돌아왔을 때, 유현진은 웨이터가 건네준 물티슈를 건네받고 머리를 닦고 있었는데,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창백한 것을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방금 그녀와 함께 있던 여배우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아마 모두 위층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주강운이 돌아온 것을 본 유현진은 그에게 물티슈 두 장을 건네주며 손을 닦으라고 했다. 주강운은 그녀가 건네주는 물티슈를 받고 손을 닦으면서 말했다.

“여치는 독이 없거니와 사람을 물지도 않아요.”

“하지만 너무 무서운걸요.”

유현진은 조금 전에 봤던 여치를 떠올리자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다리가 길고 더듬이가 머리카락처럼 긴 곤충을 가장 무서워했다. 여름에 집에 그런 곤충 한 마리가 날아들면 그녀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곤충을 싫어했고 한밤중에라도 강한서를 깨워 그 곤충을 잡게 해야 비로소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

한 번은 강한서가 집에 들어온 곤충을 잡고 나서 그녀에게 보여 주려다 실수로 놓쳐서 곤충이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달려든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강한서에게 평생 다 못할 욕설을 퍼부었고, 일주일 내내 강한서를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