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2305 챕터

제601화

그는 강아지가 이렇게나 잘 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토실토실한 엉덩이로 바닥에 털썩 엎드리는 모습을 보니 평소에도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은 듯하였다.강아지는 사람들에 의해 잘 키워진 듯하였다.유현진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관리인들이 아주 잘 키워주고 있었나 봐. 용호에서 항상 행사를 여니 아마 밥도 잘 주나 보네. 나도 볼래.”강한서는 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너무 많이 먹어서 곧 정수기 생수통 될 것 같아.”유현진은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정수기 생수통이 이렇게 귀여운 거 봤어?”강한서는 살짝 웃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말했다.“뻥 아니야.”유현진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녀는 그제야 강한서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강아지를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강한서와 대판 싸웠었다. 물론 그녀가 일방적으로 강한서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기꾼이라고 욕한 것이었지만 강한서는 그저 다른 사람에게 입양을 보냈다면서 믿든 말든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했었다.유현진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그때 당시에 왜 나한테 안 보여줬어?”“당시에.”강한서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갔어.”아직 젖을 떼지 않은 강아지는 키우기 쉽지 않았고 게다가 발견 당시에 강아지는 이미 이런저런 세균에 감염되어 있던 상태였다. 아무리 봐도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렇기에 강한서는 큰 기대 없이 돈을 지불하고 일단 이곳에 남겨 치료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었다.하지만 강아지의 생명이 이렇게나 완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강아지는 기적같이 완치되었다.강한서가 다시 강아지를 보러 왔을 때 이곳의 사람들은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려는 줄 알고 살짝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강한서도 물론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는 동물 털 알레르기력가 있었다. 알레르기만 아니었다면 복슬복슬한 것을 좋아하는 유현진이 이미 집에 강아지랑 고양이를 데려와 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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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강한서는 한숨을 내쉬었다.“20억도 없으니 그러면 그냥 그대로 살아. 언제 당신한테 20억이 생기면 그때 가서 다시 명의 양도해도 되니까.”유현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이거 막무가내 아닌가?’강한서는 유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에게 그만한 돈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이런 돈 낭비가 될 게 뻔한 일에 돈을 쓸 사람이 아니었다.유현진은 살림살이를 아주 잘하는 편이었고 집에 있는 옷들도 전부 할인 행사할 때 한꺼번에 사둔 것이었으며 심지어 옷마다 디자인도 다 달랐다.유현진은 이를 갈며 말했다.“강한서, 내 손에 당신의 400억이 있다는 거 잊지 마. 내 성질 건들면 그 돈 전부 기부해 버릴 거야!”강한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당신이 즐거우면 됐어. 어차피 400억은 며칠이면 다시 벌어올 수 있거든.”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이게 지금 사람이 할 소리야?’한창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성우가 곧 잔치가 시작하니 얼른 오라고 연락해 왔다.정인월의 팔순 잔치는 아주 상당히 성대하였다.신미정과 송민희의 표정은 각기 달랐고 10년 전의 칠순 잔치보다 더욱 성대하게 열렸다.한주시의 유명 인사 절반이 이미 잔치 현장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그림을 선물해 주는 사람도 있었고 골동품, 그리고 보석을 선물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잔치 현장의 한편엔 이미 선물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고 몇십 명의 직원들이 정리를 해주고 있었다.유현진은 강한서와 결혼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런 큰 잔치 행사는 처음 보았다.강씨 가문은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정인월의 인맥도 한몫한 것 같았다.강씨 가문의 모처럼 잔치 행사에 정인월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주 즐거워 보이는 듯했다.강현우는 모든 사람들이 정인월에게 선물과 인사를 다 나눈 것 같아 보이자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할머니께서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복 받으시면서 장수하길 바랍니다!”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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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한주시에서 드론 개발하는 것은 강한서의 단순한 개인 흥취였다.그는 기계와 비행 물체 같은 것들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지만 한주시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해 중시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도 사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드론이 그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연구하기 시작했다.결국은 아무리 열심히 연구를 해보아도 진척이 없었다.드론의 기술은 그가 연구하고 있던 칩보다 훨씬 빠른 혁신이었다.한주시에서 론칭한 아이븐 시리즈 드론은 시중에 나오자마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그들이 만든 최신형 스텔스 드론 기술은 심지어 윗사람들의 인정까지 받아 드론 전투기 연구 개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게 되었다.자신이 고생해서 연구한 드론을 다른 사람이 가로채 축하 공연으로 사용했으니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강한서는 덤덤하게 평가하고 있었다.“아주 잘 날고 있네.”한성우는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한성우는 그런 강한서를 정신을 차리게 해주길 바라며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바라보았지만 유현진은 태연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순간 한성우의 눈가가 떨려왔다.‘혹시 지금 나만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 송민준이 신미정과 마주 서 있는 유현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서해금이 연신 감탄하면서 말했다.“이 드론 쇼 정말 아주 창의적이네요. 현우가 아주 잘 만들었네요. 사모님께서는 정말 좋으시겠네요.”정인월이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현우 녀석은 어릴 때부터 아주 똑똑한 아이었네.”송민희가 웃으면서 맞장구쳤다.“현우는 잔머리만 아주 좋거든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요. 그래도 재주 하면 역시 가람이죠. 가림이가 예전에 비엔나에서 열린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따냈다면서요.”옆에서 듣고 있던 송가람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상을 받지 못해서 부끄럽네요.”송민희가 칭찬을 하면서 말했다.“그래도 얘, 콩쿠르까지 나갔다는 건 실력이 아주 대단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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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현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전 여사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말했다.“제 기억에 유현진 씨도 피아노 잘 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한 곡 연주해 보실래요?”음식을 먹고 있던 유현진은 순간 동작을 멈추었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지난 생에 무조건 전 여사에게 원한을 샀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 여사가 왜 번마다 그를 건드리겠는가.정인월은 깜짝 놀랐다.“현진이도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유현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 여사가 말을 가로챘다.“그렇다니까요. 현진 씨 피아노 엄청 잘 쳐요. 지난번 유람선에서 아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니까요.”유현진은 전 여사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손에 든 음식을 꽉 쥐면서 낮게 말했다.“어머 전 여사님, 너무 과찬이세요. 전 피아노 제대로 칠 줄 몰라요. 지난번에는 그저 흥미로 쳐봤을 뿐 이런 자리에서 칠 정도는 아니랍니다.”“여기서도 흥미로 쳐 보면 되잖아요. 어차피 즐거우면 되니까 가람 씨랑 같이 이중주 해보세요.”유현진은 정말로 그 자리에서 전 여사의 입을 꿔매 버리고 싶었다.그녀의 미미한 피아노 실력으로 송민영을 이기는 것은 가능했지만 송가람을 이기기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송가람은 이중주에 흥미를 보이는 듯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진 언니만 괜찮으시면 저도 같이 쳐 드릴 수 있어요.”유현진의 난처한 모습을 보아낸 송민준이 입을 열려던 찰나에 강한서가 말했다.“손가락 다쳐서 피아노 칠 수 없습니다.”유현진과 송민준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아니 말을 지어낼 거면 성의 있게 지어 내든가!’‘손가락에 붕대 감은 흔적도 없는데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사람들은 일제히 유현진의 손가락에 시선을 돌렸다.유현진은 왼손에 힘을 주며 웃으면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손가락 건초염이에요.”전 여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유현진 씨 손가락 건초염은 하필이면 이럴 때 걸리셨네요.”알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말이었다.실력이 부족하니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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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현장엔 긴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람들 무리에서 누군가가 말했다.“전 예전에 송가람 씨의 서예 실력을 본 것 같아요.”“어디서 보셨어요? 어떠셨어요?”“어느 서예 전시회에서 본 것 같네요. 그 전시회는 마지철 선생님의 전시회였는데 마지철 선생님의 작품들 속에 송가람 씨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더라고요.”이때 다른 사람도 입을 열었다.“송가람 씨는 마지철 선생님이 직접 가르친 제자잖아요. 제가 마지철 선생님의 자택에서 송가람 씨와 선생님의 사진도 봤거든요.”“대박, 직접 가르쳤다고요? 그럼 엄청나게 잘 쓰시겠네요. 그럼 유현진 씨가 망신당하는 거 아니에요?”“유현진 씨가 스스로 글을 쓰겠다고 한 거잖아요. 망신을 당해도 스스로 자처한 것이니 어쩔 수 없죠.”“전 심지어 유현진 씨가 붓도 사용할 줄 모른다고 봐요. 유현진 씨는 피아노든 서예든 뭐든 못하게 생겼거든요. 차라리 무대에 올라가서 춤이나 추는 게 서예보다 낫지 않을까요? 전 굳이 실력도 안 되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봐요.”“그래도 강씨 가문의 전 손주며느리인데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죠.”“어차피 유현진 씨는 사생아인데 무슨 체면이 필요하겠어요? 전 유현진 씨가 뻔뻔하게 여기 팔순 잔치에 참가할 줄도 몰랐다고요. 이런 곳도 뻔뻔하게 와서 참가했는데 무대에서 춤추는 건 아무것도 아닐걸요?”“유현진 씨는 배우라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듣기론 이미 촬영 시작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누군가가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유현진 씨에겐 그게 더 잘 어울려요. 웃는 얼굴로 돈 버는 직업이요.”긴 테이블에 준비물들을 세팅하고 있던 강한서는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유현진의 서예 실력을 본 적이 있었고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좋은 것도 아니었다.만약 그녀가 혼자 글을 써서 정인월에게 선물했다면 정인월은 분명 나쁘지 않다고 말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송가람도 같이 쓰겠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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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한성우는 두 사람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에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강한서에게 말했다.“형수님 정말 손가락 건초염 아니야? 손을 아주 심하게 떠는 것 같은데 글이나 제대로 쓸 수 있으려나?”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그 입 좀 닥쳐.”한성우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송가람은 한눈에 봐도 서예를 배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에 막힘이 없었고 짧은 시간 내에 벌써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한성우는 목을 쭉 빼 들며 힐끔 쳐다봤다.송가람이 쓴 글씨체는 약간 흘려 쓴 한자의 서체 행서체였다. 그녀의 작품은 대담함과 적당한 기복이 느껴졌고 예술성이 아주 뛰어났다.비록 한성우는 서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송가람의 작품이 예술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한성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현진 쪽을 쳐다봤다.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망했네.’‘망했네, 망했어.’유현진의 패배가 분명하게 느껴졌다.한성우는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니면 이렇게 해. 네가 일단 쓰러진 척하면서 이 술잔을 형수님의 작품에 쏟아버려. 이러면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강한서는 입술을 깨물더니 옆에 있던 술잔을 한성우에게 건넸다.“네가 해.”한성우는 강한서 손에 든 술잔과 유현진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술잔을 내려놓았다.“난 맷집이 약해서 맞으면 아파.”강한서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쫄보.”한성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신미정은 유현진의 글을 힐끔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전 여사를 흘겨봤다.전 여사가 일부러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유현진 씨, 고작 몇 글자라고 이렇게 오래 쓰세요? 송가람 씨는 이미 다 쓰고 유현진 씨를 기다리고 있는데.”유현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붓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담담한 표정으로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말했다.“제한 시간 있는 건 아니잖아요.”전 여사는 웃으면서 말했다.“당연히 제한 시간은 없죠. 하지만 늦게 쓴다고 해서 글씨가 어떻게 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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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전 여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에이 아니죠. 우리 집 아이는 소심해서 유현진 씨와 비교할 수는 없죠.”정인월이 미간을 찌푸렸고 정인월도 눈뜨고 헛소리를 할 순 없었다.정인월은 고개를 들고 강한서를 보더니 이내 자신의 손자에게 평가를 맡겼다.“한서야, 네가 평가해 보거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한성우는 눈썹을 치켜떴다.‘역시 할머니이시네. 누가 자신의 며느리를 건드는 꼴을 못 보시는 거겠지.’강한서는 진지한 얼굴로 두 사람의 작품을 보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송가람 씨의 글은 필적에 막힘이 없고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네요. 반면 현진이의 글은... 독창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네요. 각자만의 매력이 있으니 그냥 비긴 걸로 합시다.”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이게 비긴 거라고?’유현진은 살짝 웃음이 터졌다.‘지금 내 작품을 칭찬해 주려고 머리를 짜낸 거야?’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태로 보기엔 송가람 씨의 형태가 더 좋은 것 같고 의미를 따지고 보기엔 현진 씨의 작품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사람들은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주강운이 성큼성큼 웃으면서 정인월에게 다가갔다.“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제가 괜한 소리 한 거 아니겠죠?”강한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정인월은 웃으면서 말했다.“아니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난 당연히 네 탓을 하지 않을 거란다.”주강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저도 제 관점에서 얘기한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의 작품을 든 직원에게 말했다.“작품을 뒤집어서 들어주세요.”직원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네? 뒤집으라고요?”“네, 뒤집으세요.”비록 직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뒤집어 들었다.뒤집은 작품을 본 강한서는 순간 유현진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챘다.사람들은 모두 유현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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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정인월은 말을 하면서 답례로 진 씨에게 선물을 나눠 주라고 했다.유현진은 감사 인사와 함께 선물을 받았다.그러나 송가람은 거절을 하면서 말했다.“제 실력은 현진 언니보다 못하니 할머니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네요.”유현진은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가람 씨, 이건 어차피 정식 대결도 아니잖아요. 그저 좋은 글을 써서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뿐인데 왜 실력이 못하다고 말하는 거죠?”진 씨도 그녀에게 말했다.“송가람 씨, 그냥 받으세요. 이건 사모님의 작은 성의입니다.”송가람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이내 선물을 받아들었다.“제가 마음이 협소했네요.”유현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송가람이 그녀와 함께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송가람이 자신을 추켜세우려고 한 것이라면 기회는 아주 많았을 것인데 왜 굳이 자신을 끌어들였는지, 아무리 봐도 그녀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을 추켜세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아니면 그저 너무 단순하게 제일 큰 악의로 상대를 깎아내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유현진은 자신의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길 바라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굳이 그녀를 발판으로 삼아 밟으면서까지 자신을 추켜세울 리가 없었다. 긴 테이블을 치우자 주강운이 강한서와 한성우 곁으로 다가갔다.한성우가 그에게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강운아, 왜 이제야 왔어? 난 네가 오늘 안 오는 줄 알았어.”주강운이 답했다.“요 며칠 사건이 좀 많아서 사무실도 많이 바빴거든. 그래서 좀 늦게 왔어.”그는 말을 하면서 이미 시선을 유현진에게로 돌렸다.“제가 마침 타이밍 기가 막히게 온 것 같더군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렇게나 흥미로운 작품들을 못 볼 뻔했어요.”유현진이 웃으면서 말했다.“강운 씨만 아니면 누구도 몰랐을 거예요. 심지어 제가 직접 작품을 뒤집으면 서프라이즈가 개그로 되어버리잖아요.”주강운이 작품을 뒤집어 본 것은 그녀가 스스로 가서 작품을 뒤집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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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유현진은 정인월이 준 선물을 슬쩍 꺼내보더니 이내 선물에 담긴 봉투의 두께를 확인하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한성우를 보면서 말했다.“아마 대충 봐도 40억은 될 것 같아요.”한성우도 봉투를 만져보면서 말했다.“40억보다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거 만약 새로 찍은 지폐이면 대충 60억 정도 같네요.”“아무리 새로 찍은 지폐라도 60억이라는 돈이 이렇게나 얇은 순 없어요.”“아니요. 분명 60억은 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봉투가 이렇게 클 리가 없잖아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순간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창피하게 느껴졌다.한성우의 재촉에 유현진은 슬며시 봉투를 열어보았다.잔뜩 기대하는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보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봉투 안에는 또 다른 봉투 하나가 있었다.유현진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제 생각엔 어쩌면 형수님의 말대로 40억일 수도 있겠네요.”유현진은 봉투를 꺼내 다시 열어보자 또 다른 봉투가 또 나왔다.두 사람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한성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20억일까요?”“20억도 돈이에요.”유현진은 바로 세 번째 봉투를 열어보았다.손을 넣으니 안에는 작은 카드 한 장이 들어있었다.유현진은 순간 멈칫하였다.옆에 있던 한성우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얼마예요?”유현진이 답했다.“카드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요.”한성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역시 할머니께서 통이 크시네요. 얼른 카드 안에 얼마 들어 있나 확인해 봐요.”유현진은 손을 넣어 그 카드를 꺼냈다.그리고 그 카드를 본 세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은행 카드가 아닌 강한서의 증명사진이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대학 다닐 때의 모습이었고 배경을 보니 대충 태주대 운동장 같아 보였다. 태주대의 실험실은 바지 모양의 특이한 건축물이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파릇파릇해 보였다. 그는 운동복을 입고 잔디에 앉아 땀에 젖은 머리칼을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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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유현진이 음식 가지러 가자 한성우가 배시시 웃으며 강한서를 쳐다보았다.“사진은 효과가 없어. 다음번엔 너를 포장해서 직접 선물해 봐. 그러면 형수님도 받아주실 거야.”강한서가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드라마 좀 그만 봐.”봉투의 존재에 대해 몰랐던 강한서는 유현진이 봉투에서 그의 사진을 꺼냈을 때 깜짝 놀랐다.하지만 정인월이 선물한 것이라고 하니 그는 정인월이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성우가 계속 입을 열었다.“형수님께서는 여전히 너의 얼굴을 제일 좋아하시네. 형수님이 너의 사진을 봤을 때 그 표정 봤냐? 아주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 나오더라.”강한서가 멈칫하면서 말했다.“정말이야?”“만약 형수님이 널 싫어하셨다면 너의 사진을 보자마자 아마 질색하셨겠지. 근데 아까 형수님은 사진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라! 유현진 씨가 얼굴 빠순이셨다니. 형수님의 SNS 계정 팔로우만 봐도 모두 잘생기고 몸 좋은 사람들만 팔로우하셨잖아. 그리고 너 정도의 얼굴이면 대부분 셀럽보다 훨씬 낫지!”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나랑 셀럽들을 비교해 보는 거냐?”한성우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지금 그게 문제냐? 제일 중요한 건 유현진 씨가 너의 얼굴을 좋아한다니까! 그게 너의 가장 큰 우세란 말이야!”강한서가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하냐?”유현진이 그의 얼굴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예전에 유현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술실에 들어가게 된 적이 있었다. 그가 그녀를 보러 갔을 땐 그녀는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몽롱한 상태로 누워있었다.의사는 유현진의 의식이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시켜 말을 걸어 보라고 했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은 눈을 떴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를 불렀었다.“오빠.”그 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칭찬의 말을 잔뜩 했었고 심지어 그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난리까지 쳤었다.한성우 또한 매번 그의 얼굴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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