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04화

현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전 여사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말했다.

“제 기억에 유현진 씨도 피아노 잘 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한 곡 연주해 보실래요?”

음식을 먹고 있던 유현진은 순간 동작을 멈추었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지난 생에 무조건 전 여사에게 원한을 샀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 여사가 왜 번마다 그를 건드리겠는가.

정인월은 깜짝 놀랐다.

“현진이도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유현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 여사가 말을 가로챘다.

“그렇다니까요. 현진 씨 피아노 엄청 잘 쳐요. 지난번 유람선에서 아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니까요.”

유현진은 전 여사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손에 든 음식을 꽉 쥐면서 낮게 말했다.

“어머 전 여사님, 너무 과찬이세요. 전 피아노 제대로 칠 줄 몰라요. 지난번에는 그저 흥미로 쳐봤을 뿐 이런 자리에서 칠 정도는 아니랍니다.”

“여기서도 흥미로 쳐 보면 되잖아요. 어차피 즐거우면 되니까 가람 씨랑 같이 이중주 해보세요.”

유현진은 정말로 그 자리에서 전 여사의 입을 꿔매 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미미한 피아노 실력으로 송민영을 이기는 것은 가능했지만 송가람을 이기기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송가람은 이중주에 흥미를 보이는 듯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 언니만 괜찮으시면 저도 같이 쳐 드릴 수 있어요.”

유현진의 난처한 모습을 보아낸 송민준이 입을 열려던 찰나에 강한서가 말했다.

“손가락 다쳐서 피아노 칠 수 없습니다.”

유현진과 송민준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말을 지어낼 거면 성의 있게 지어 내든가!’

‘손가락에 붕대 감은 흔적도 없는데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사람들은 일제히 유현진의 손가락에 시선을 돌렸다.

유현진은 왼손에 힘을 주며 웃으면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 건초염이에요.”

전 여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유현진 씨 손가락 건초염은 하필이면 이럴 때 걸리셨네요.”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말이었다.

실력이 부족하니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