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는 두 사람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에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강한서에게 말했다.“형수님 정말 손가락 건초염 아니야? 손을 아주 심하게 떠는 것 같은데 글이나 제대로 쓸 수 있으려나?”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그 입 좀 닥쳐.”한성우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송가람은 한눈에 봐도 서예를 배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에 막힘이 없었고 짧은 시간 내에 벌써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한성우는 목을 쭉 빼 들며 힐끔 쳐다봤다.송가람이 쓴 글씨체는 약간 흘려 쓴 한자의 서체 행서체였다. 그녀의 작품은 대담함과 적당한 기복이 느껴졌고 예술성이 아주 뛰어났다.비록 한성우는 서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송가람의 작품이 예술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한성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현진 쪽을 쳐다봤다.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망했네.’‘망했네, 망했어.’유현진의 패배가 분명하게 느껴졌다.한성우는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니면 이렇게 해. 네가 일단 쓰러진 척하면서 이 술잔을 형수님의 작품에 쏟아버려. 이러면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강한서는 입술을 깨물더니 옆에 있던 술잔을 한성우에게 건넸다.“네가 해.”한성우는 강한서 손에 든 술잔과 유현진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술잔을 내려놓았다.“난 맷집이 약해서 맞으면 아파.”강한서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쫄보.”한성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신미정은 유현진의 글을 힐끔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전 여사를 흘겨봤다.전 여사가 일부러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유현진 씨, 고작 몇 글자라고 이렇게 오래 쓰세요? 송가람 씨는 이미 다 쓰고 유현진 씨를 기다리고 있는데.”유현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붓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담담한 표정으로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말했다.“제한 시간 있는 건 아니잖아요.”전 여사는 웃으면서 말했다.“당연히 제한 시간은 없죠. 하지만 늦게 쓴다고 해서 글씨가 어떻게 더 아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전 여사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에이 아니죠. 우리 집 아이는 소심해서 유현진 씨와 비교할 수는 없죠.”정인월이 미간을 찌푸렸고 정인월도 눈뜨고 헛소리를 할 순 없었다.정인월은 고개를 들고 강한서를 보더니 이내 자신의 손자에게 평가를 맡겼다.“한서야, 네가 평가해 보거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한성우는 눈썹을 치켜떴다.‘역시 할머니이시네. 누가 자신의 며느리를 건드는 꼴을 못 보시는 거겠지.’강한서는 진지한 얼굴로 두 사람의 작품을 보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송가람 씨의 글은 필적에 막힘이 없고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네요. 반면 현진이의 글은... 독창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네요. 각자만의 매력이 있으니 그냥 비긴 걸로 합시다.”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이게 비긴 거라고?’유현진은 살짝 웃음이 터졌다.‘지금 내 작품을 칭찬해 주려고 머리를 짜낸 거야?’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태로 보기엔 송가람 씨의 형태가 더 좋은 것 같고 의미를 따지고 보기엔 현진 씨의 작품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사람들은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주강운이 성큼성큼 웃으면서 정인월에게 다가갔다.“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제가 괜한 소리 한 거 아니겠죠?”강한서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정인월은 웃으면서 말했다.“아니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난 당연히 네 탓을 하지 않을 거란다.”주강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저도 제 관점에서 얘기한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의 작품을 든 직원에게 말했다.“작품을 뒤집어서 들어주세요.”직원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네? 뒤집으라고요?”“네, 뒤집으세요.”비록 직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뒤집어 들었다.뒤집은 작품을 본 강한서는 순간 유현진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챘다.사람들은 모두 유현진의
정인월은 말을 하면서 답례로 진 씨에게 선물을 나눠 주라고 했다.유현진은 감사 인사와 함께 선물을 받았다.그러나 송가람은 거절을 하면서 말했다.“제 실력은 현진 언니보다 못하니 할머니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네요.”유현진은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가람 씨, 이건 어차피 정식 대결도 아니잖아요. 그저 좋은 글을 써서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뿐인데 왜 실력이 못하다고 말하는 거죠?”진 씨도 그녀에게 말했다.“송가람 씨, 그냥 받으세요. 이건 사모님의 작은 성의입니다.”송가람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이내 선물을 받아들었다.“제가 마음이 협소했네요.”유현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송가람이 그녀와 함께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송가람이 자신을 추켜세우려고 한 것이라면 기회는 아주 많았을 것인데 왜 굳이 자신을 끌어들였는지, 아무리 봐도 그녀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을 추켜세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아니면 그저 너무 단순하게 제일 큰 악의로 상대를 깎아내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유현진은 자신의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길 바라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굳이 그녀를 발판으로 삼아 밟으면서까지 자신을 추켜세울 리가 없었다. 긴 테이블을 치우자 주강운이 강한서와 한성우 곁으로 다가갔다.한성우가 그에게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강운아, 왜 이제야 왔어? 난 네가 오늘 안 오는 줄 알았어.”주강운이 답했다.“요 며칠 사건이 좀 많아서 사무실도 많이 바빴거든. 그래서 좀 늦게 왔어.”그는 말을 하면서 이미 시선을 유현진에게로 돌렸다.“제가 마침 타이밍 기가 막히게 온 것 같더군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렇게나 흥미로운 작품들을 못 볼 뻔했어요.”유현진이 웃으면서 말했다.“강운 씨만 아니면 누구도 몰랐을 거예요. 심지어 제가 직접 작품을 뒤집으면 서프라이즈가 개그로 되어버리잖아요.”주강운이 작품을 뒤집어 본 것은 그녀가 스스로 가서 작품을 뒤집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한 일이었다.
유현진은 정인월이 준 선물을 슬쩍 꺼내보더니 이내 선물에 담긴 봉투의 두께를 확인하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한성우를 보면서 말했다.“아마 대충 봐도 40억은 될 것 같아요.”한성우도 봉투를 만져보면서 말했다.“40억보다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거 만약 새로 찍은 지폐이면 대충 60억 정도 같네요.”“아무리 새로 찍은 지폐라도 60억이라는 돈이 이렇게나 얇은 순 없어요.”“아니요. 분명 60억은 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봉투가 이렇게 클 리가 없잖아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순간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창피하게 느껴졌다.한성우의 재촉에 유현진은 슬며시 봉투를 열어보았다.잔뜩 기대하는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보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봉투 안에는 또 다른 봉투 하나가 있었다.유현진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제 생각엔 어쩌면 형수님의 말대로 40억일 수도 있겠네요.”유현진은 봉투를 꺼내 다시 열어보자 또 다른 봉투가 또 나왔다.두 사람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한성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20억일까요?”“20억도 돈이에요.”유현진은 바로 세 번째 봉투를 열어보았다.손을 넣으니 안에는 작은 카드 한 장이 들어있었다.유현진은 순간 멈칫하였다.옆에 있던 한성우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얼마예요?”유현진이 답했다.“카드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요.”한성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역시 할머니께서 통이 크시네요. 얼른 카드 안에 얼마 들어 있나 확인해 봐요.”유현진은 손을 넣어 그 카드를 꺼냈다.그리고 그 카드를 본 세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은행 카드가 아닌 강한서의 증명사진이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대학 다닐 때의 모습이었고 배경을 보니 대충 태주대 운동장 같아 보였다. 태주대의 실험실은 바지 모양의 특이한 건축물이었다.사진 속의 강한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파릇파릇해 보였다. 그는 운동복을 입고 잔디에 앉아 땀에 젖은 머리칼을 뒤로
유현진이 음식 가지러 가자 한성우가 배시시 웃으며 강한서를 쳐다보았다.“사진은 효과가 없어. 다음번엔 너를 포장해서 직접 선물해 봐. 그러면 형수님도 받아주실 거야.”강한서가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드라마 좀 그만 봐.”봉투의 존재에 대해 몰랐던 강한서는 유현진이 봉투에서 그의 사진을 꺼냈을 때 깜짝 놀랐다.하지만 정인월이 선물한 것이라고 하니 그는 정인월이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성우가 계속 입을 열었다.“형수님께서는 여전히 너의 얼굴을 제일 좋아하시네. 형수님이 너의 사진을 봤을 때 그 표정 봤냐? 아주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 나오더라.”강한서가 멈칫하면서 말했다.“정말이야?”“만약 형수님이 널 싫어하셨다면 너의 사진을 보자마자 아마 질색하셨겠지. 근데 아까 형수님은 사진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라! 유현진 씨가 얼굴 빠순이셨다니. 형수님의 SNS 계정 팔로우만 봐도 모두 잘생기고 몸 좋은 사람들만 팔로우하셨잖아. 그리고 너 정도의 얼굴이면 대부분 셀럽보다 훨씬 낫지!”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나랑 셀럽들을 비교해 보는 거냐?”한성우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지금 그게 문제냐? 제일 중요한 건 유현진 씨가 너의 얼굴을 좋아한다니까! 그게 너의 가장 큰 우세란 말이야!”강한서가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하냐?”유현진이 그의 얼굴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예전에 유현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술실에 들어가게 된 적이 있었다. 그가 그녀를 보러 갔을 땐 그녀는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몽롱한 상태로 누워있었다.의사는 유현진의 의식이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시켜 말을 걸어 보라고 했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은 눈을 떴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를 불렀었다.“오빠.”그 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칭찬의 말을 잔뜩 했었고 심지어 그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난리까지 쳤었다.한성우 또한 매번 그의 얼굴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한성우
유현진은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다.‘대표님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약한 거 아니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내 편을 들어주는 것 같지?’유현진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이내 송민준이 원래 그런 다정한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어차피 그의 말은 무모한 행동을 한 송가람 대신 사과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유현진이 입을 열었다.“뭐 어차피 진짜로 열심히 배웠다고 해도 아마 가람 씨한테는 상대도 안 될 거예요. 가람 씨의 실력은 정말 아주 좋더라고요.”송민준은 한껏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유현진은 가정 교육을 잘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아주 착했다.“전 여사님이 현진 씨가 피아노도 칠 줄 안다고 그러시던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게 한번 들려주세요.”놓친 지난 20여 년을 위해 그는 그녀에 대해 잘 알아가고 싶었다.마침 망고 파이를 한입 문 그녀는 다시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었다.그가 꺼낸 의미심장한 말에 그녀는 송민준이 그녀에게 가스라이팅을 시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송민준도 자신의 말이 다소 오해를 불러일을킬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전 그저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야 맞춤형 방송을 찾아줄 수가 있거든요.”유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망고 파이를 마저 삼키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 피아노 잘 못 쳐요.”송민준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한테서 그녀가 유람선에서 피아노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바가 있었다.“제가 칠 줄 아는 곡은 딱 하나뿐이거든요.”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를 느낀 유현진은 사실대로 자신의 피아노 실력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람들 앞에서 잘 칠 수 있는 곡은 하나뿐이라서 다음번에도 그 곡을 치면 사람들이 의심을 할 거예요. 그러니까 대표님, 다음에 저한테 방송 배정해 줄 때 절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쳐야 하
얼마 지나지 않아 하현주는 그녀가 아이들과 몰래 놀았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를 엄하게 꾸짖었다.하현주는 그녀를 아주 아꼈기에 도저히 손댈 수가 없었고 그저 손바닥에 힘만 살짝 실어 엉덩이를 때렸었다.“나중에 저희 엄마가 드디어 제가 피아노를 배울 재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셨고 거기다 많이 바쁘셨으니 더 이상 저를 피아노 연습하라고 강박하지는 않았거든요.”더 나중에 그녀의 집은 더욱 잘살게 되어 큰 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녀는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즐겁지 않았다.송민준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그렇게 피아노가 싫었으면 왜 피아노를 망가뜨릴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피아노를 망가뜨리면 더 이상 연습 안 해도 되고 어머님께 꾸중 들을 일도 없게 되잖아요.”유현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그럴 용기가 없었거든요. 민준 씨가 이해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때 저희 집은 그리 잘사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그 피아노는 2000만 원 정도 했거든요. 그때 당시 2000만 원은 엄청 큰돈이었죠. 저희 엄마는 분명 그 돈으로 차를 뽑을 수 있었음에도 저에게 피아노를 사주셨거든요. 게다가 저에게 피아노를 사주겠다고 아빠랑 싸우기까지 했었어요. 그래서 그때의 전 엄마한테 매를 맞더라도 피아노를 망가뜨릴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 피아노는 저희 엄마가 피땀을 흘려 번 돈으로 사준 거니까요.”그랬기에 그녀가 예체능으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하현주 심하게 반대를 했었다. 하현주는 자신의 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녀가 한순간의 열정으로 예술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가서 흥미를 잃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까 봐 하현주는 반대를 했었다.그녀의 일반 과목 성적이 높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하현주가 매번 그녀에게 그녀가 아무리 예체능 과목에서 1등을 한다 해도 일반 과목 성적이 전 학년 20등 안에 들지 못한다면 그녀를 예술 학교로 보내지 않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성적이 아주 잘 나왔을 땐 그녀는 성적표를 들고 하현주에게 달려가 한껏 자랑
주아름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사과한 후 시선을 다시 송민준에게 돌리더니 이내 한껏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민준 오빠, 배고파요? 앞에 스테이크도 있던데 제가 위치를 알려드릴게요.”송민준은 바로 표정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난 저 초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 너 때문에 땅에 떨어져 버렸네.”주아름의 표정은 순간 굳어져 버렸고 이내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제가 셰프님께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볼게요.”송민준이 답했다.“난 아까 땅에 떨어진 그 초밥만 먹고 싶거든.”그 말을 들은 주아름은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 송민준이 그녀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유현진은 접시를 들고 일어나더니 송민준에게 말했다.“민준 오빠, 전 이만 저쪽으로 가볼게요.”그녀는 이내 접시를 들고 얼른 자리를 떴다.유현진은 순간 송민준보다 강한서가 더욱 만만하게 느껴졌다.만약 강한서가 땅에 떨어진 초밥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녀는 무조건 다시 주워서 그의 입에 넣어줬을 것이었다. 어차피 강한서는 기껏해야 그녀에게 몇 마디 할 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괜히 송민준에게 그런 행동을 시도했다간 송민준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아 감히 그러지 못했다.비록 송민준은 아주 상냥해 보였지만 말이다.유현진은 송민준의 곁에서 벗어나자마자 강한서에 의해 팔을 붙잡힌 채 한쪽 구석으로 끌려오게 되었다.음식을 담은 접시가 바닥에 떨어질까 봐 유현진은 작게 발버둥 치는 수밖에 없었다.“이거 놔!”강한서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더니 이내 화난 얼굴로 말했다.“너 송민준이랑 도대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한 거냐?”유현진이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아, 민준 오빠를 말하는 거야?”순간 강한서의 눈썹이 꿈틀하였다.‘민준 오빠라고?’‘나한테도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준 적 없었으면서!’‘마취했을 때만 나한테 다정하게 불러주고!’유현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별 얘기 안 했어. 그냥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