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941 - Chapter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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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1화

한현진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강한서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니까 우리, 정을 키우기 위해 조금 진도를 빼야 하지 않겠어?”한현진은 진지한 태도로 강한서와 상의했다. 아랫입술을 핥으며 강한서가 말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한현진이 강한서의 입술에 시선을 두며 중얼거렸다. “일단 몸 정부터 쌓아야지.”“네?”한현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강한서가 되물었다. 그녀는 곧 몸을 일으켜 강한서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까치발을 든 한현진이 그의 입술에 입 맞췄다. 흠칫, 놀라던 강한서가 무의식적으로 한현진의 허리를 감쌌다. 한현진은 눈을 감고 부끄러움을 무릅쓴 채 혼신을 다해 강한서를 탐했다. 강한서가 방에 들어선 순간, 얼굴 여기저기 피를 묻힌 섹시한 모습을 봤을 때부터 한현진은 진작 이렇게 그를 덮치고 싶었다. 한현진이 굶주린 탓이 아니었다. 매혹적인 강한서의 두 눈이 너무너무 그녀를 홀리고 있는 탓이었다. 주강운의 멜로 눈깔은 저 사람은 날 좋아한다는 강력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강한서의 섹시한 눈을 보면 유혹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눈가에 묻은 가짜 피 때문에 아련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마치 그의 눈이 한현진의 손을 잡고 직접 함정을 향해 뛰어드는 것 같았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눈은 외모지상주의인 한현진에겐 도무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최선을 다해 기억상실 설정을 이어가고 있는 강한서는 한현진이 어떻게 다가와도 절대 그 키스를 받아주지 않았다. 한현진이 입을 벌려 그의 혀를 꽉 깨물었다. 생생한 통증에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한서를 놓아준 한현진의 호흡이 거칠었다. “그렇게 나무처럼 딱딱하게 굴면서 나랑 어떻게 마음을 나누겠다는 거야?”강한서의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기억을 잃은 연기를 계속하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능숙하지 않아서요.”“...”한현진은 순간 그가 기억 상실 설정을 이어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유혹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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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2화

차미주는 한성우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전태평과 양시은은 함께 앉아 있었고 전태평 옆에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왼쪽에는 양시은과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중년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평범한 몸매에 외모도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기품 있는 분위기가 한눈에 봐도 공무원임이 분명했다. 중년 남자는 신랑과 매우 닮았고 그 역시도 정치인 특유의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차미주의 어머니가 집에 걸어둔 단체 사진 속 정치인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고귀한 기품에 근엄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남자와 얘기를 주고받는 전태평은 자기도 모르고 허리를 숙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마에 노비라는 두 글자까지 써 붙이고 머리를 조아릴 행세였다. 차미주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저 테이블이 왜?”한성우가 차미주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자기야, 자기는 너무 순진해. 장준 쟤 아빠가 신부를 보는 눈빛을 봐봐.”흠칫하던 차미주가 다시 그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엔 차미주도 드디어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중년 남자가 신부를 바라보는 눈빛은 절대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품을 빤히 살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신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곳도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차미주는 순간 어릴 적 본가에서 돼지를 키우던 양식장 사장님들이 돼지우리의 임신한 돼지를 바라보던 눈빛이 신부를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잘 크고는 있는지, 잘 먹고는 있는지 튼실한 새끼 돼지를 낳을 수는 있을지 관찰하던 그 눈빛...순간 불쾌한 기분이 차미주를 사로잡아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한성우가 차미주에게 물었다. 차미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신부를 보는 눈빛이 왠지 불쾌하게 느껴져.”한성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불쾌한 게 당연하지. 자기 아들을 낳아줄 사람인데, 어울릴만한 사람인지 살펴보고 싶겠지.”차미주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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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3화

차미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앉은 신미정을 빤히 쳐다보며 바득 이를 갈았다. ‘신미정 저 마귀 할망구라면 가능하겠지.’신랑이 신부의 손을 잡고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예비부부가 주례 앞에 서서 축사를 듣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서로 편한 사이는 아닌 듯한 모습이었고 그 앞에서 사회자 혼자 떠들고 있었다. 뻔한 말로 가득한 축사가 드디어 끝이 나고 사회자 등 뒤에 있던 대형 모니터에서는 두 사람의 브이로그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결혼식에 참석했었던 터라 이런 흔한 이벤트엔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랑과 신랑의 브이로그 영상이 재생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의 화면은 갑자기 선정성 가득한 장면으로 바뀌었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 여자의 비명이 연회장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화면 속 주인공 중 한 사람은 전태평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양시은이 아니었다. 하객들 눈에 드리웠던 졸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차미주는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스크린으로 돌렸다. 한현진은 쉬지 않고 차미주의 채널에서 선물을 쐈고 그 덕에 차미주의 라이브 방송은 인기 급상승 1위에 올랐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에 멍해졌던 전태평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구 짓이야? 꺼! 얼른 꺼버리라고.”양시은의 호텔이었으니 동영상 재생을 책임진 사람도 당연히 양시은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전태평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결혼식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객들은 하나둘 휴대폰을 꺼내 재생 중인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장준의 가족은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전태평은 사돈을 붙들고 해명하려했지만 상대방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장준의 부모님은 냉담한 얼굴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전태평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양시은을 붙들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은아, 얼른 방법 좀 생각해 봐. 이 영상이 유출되면 난 끝장이야.”“그래.”양시은이 씩 웃었다. “그거 잘됐네.”흠칫하던 전태평이 눈을 부라렸다. “너야? 네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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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4화

전태평은 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왁왁 소리를 질렀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20년을 전태평과 부부로 살아온 양시은은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양시은에게 그가 불륜을 저지른 증거만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불륜 이슈는 기껏해야 강등이나 정직이 전부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여전히 다시 정치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만 불륜이라는 오점이 생겼으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긴 힘들 것이다. 양시은은 뻔한 전태평의 꿍꿍이에 피식 냉소를 흘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고작 바람을 피운 영상 하나만 재생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전태평의 머리를 끄집은 채로 그의 얼굴을 스크린 가까이 가져갔다. “똑바로 봐. 넌 한 여름밤의 아름다운 꿈을 꾼 거야. 이젠 네 과거와 인사할 시간이야.”전태평은 그제야 스크린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확인했다. 살빛으로 물들었던 영상과 사진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지금 재생되고 있는 것은 양시은이 몇 개월의 시간을 이용해 모은 그동안 전태평이 받은 뇌물과 프로젝트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였다. 이 정도 증거면 파직은 물론 교도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쉽게 보지 못할 구경거리에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고 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댔다. 역시 가족이 터뜨린 것만큼 흥미진진한 스캔들은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자 전태평은 드디어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눈빛을 한 그는 온몸을 덜덜 떨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경호원이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그대로 바닥에 꿇어앉았을 것이다. 콩깍지가 벗겨진 양시은의 눈에 전태평은 그저 멍청하고 추악할 뿐만 아니라 겁도 많은 못난 인간에 불과했다. 신미정은 양시은이 딸 결혼식에 불륜 스캔들을 터뜨리며 미친 짓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전태평을 망치면 자기는 뭐가 좋다고. 정말 멍청하긴.’하지만 신미정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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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5화

“그 여자는 돈을 받고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계속 제 남편과 연락을 주고받았더라고요. 제가 준 200억은 두 사람이 집을 사고 그 혼외 자식을 기르는 밑거름이 되었던 거예요. 더 어이없는 건 제 남편과 그 불륜녀가 자기 아들 생일 파티를 해줄 때마다 신미정 씨는 매년 선물을 보냈다는 거예요.”“제 남편은 멍청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라 그 인간 머리로는 제 돈을 뜯어내려고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내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건 전부 신미정 씨 그 똑똑한 머리를 잘 굴려 그 인간들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주신 덕분이었죠. 그래서 저 같은 멍청이가 그 인간 혼외 자식을 기를 자금을 마련해 준 거고요.”“전 신미정을 씨를 제일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신미정 씨도 절 너무 아끼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제 남편이 바람피운 증거를 감춰 제가 그 멍청한 인간의 죗값을 대신 치르며 헌신하게 했죠.”“그런 건 다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인맥을 쌓기 위해 내 딸은 불구덩이에 집어넣진 말어야 했어요.”양시은은 말하며 신미정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올렸다. “당신도 딸이 있잖아. 어떻게 이렇게까지 악독하게 굴 수 있어!”말을 잇던 양시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깜빡했네. 당신 딸도 당신 눈엔 그다지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지. 본인이 며느리를 다치게 하고는 그걸 딸에게 누명을 씌웠잖아. 신미정 씨, 정말 비상계단에 CCTV가 없다고 생각해?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 계속 사모님 행세를 하고 싶었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양시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영상은 CCTV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비상계단에서 신미정은 기름통을 들고 계단 하나하나 기름을 바르고 있었다.또 다른 화면 역시 비상계단이었다. 강민서는 그녀가 말한 대로 봉투를 들고 비상계단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전화를 받은 강민서는 그제야 비상계단을 나섰다. 그 영상에 현장에 있던 하객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잔뜩 흥분한 차미주가 말했다. “양시은 씨 완전 나이스 샷. 어쩐지 이런 5성급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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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6화

멈칫한 강민서가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는 강민서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 “전부 어머니 자업자득이야. 누구도 도울 수 없어.”누가 뭐라고 하든 강민서는 신미정 손에서 자란 아이였다. 한때는 신미정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딸이었다. 비록 오늘 신미정이 한현진을 해친 죄를 강민서에게 뒤집어씌웠지만 강민서는 그럼에도 신미정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민서는 강한서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해 보고 싶었다. 죗값을 치를 땐 치르더라도 사적으로 해결할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민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성우가 말했다. “민서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생각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일어나서 아주머니를 도우면 너희 집안도 이 일에 연루되는 거야. 설사 나중에 너희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도 그사이 겪게 될 여론의 풍파는 절대 가볍지 않을 거야.”한성우의 말에 강민서가 망설였다. 차미주도 옆에서 거들었다. “인간이 왜 그래요? 왜 따뜻하게 굴어야 할 땐 모질게 굴고, 독해져야 할 땐 성모 마리아라도 되는 듯 구는 거예요? 아까 저 여자가 죄를 뒤집어씌운 거로는 부족했어요? 정말 감옥에라도 처넣었어야 정신 차릴 거예요?”너무 직설적인 차미주의 말에 강민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위를 둘러본 강민서는 누구도 나서서 신미정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미정은 사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기와 명성은 별개였다. 다들 신미정을 떠받드는 건 그녀가 일 처리가 빠르고 인지상정이 바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녀가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신미정과 티타임을 즐기던 사람 중 다만 어떤 한 가지라도 신미정보다 나은 부분이 있는 사람은 그녀에게 은근히 눈치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줄곧 안하무인에 콧대 높게 지내온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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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7화

신미정이 불효자식이라며 강민서를 욕하려는데 양시은이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전태평 개 같은 자식! 내가 몇 년 동안 뒷바라지하며 길을 닦아주지 않았다면 그 멍청한 머리로 오늘 그 자리까지 올라갔을 것 같아?”“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야.”양시은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수십 년을 데리고 있은 당신보다 손주며느리인 한현진 씨를 더 신뢰하시는 건 그분은 진작 당신이 돈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아무짝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아셨기 때문이야. 그런 당신이 강씨 가문을 손에 넣고 안주인이 되고 싶다고? 꿈 깨!”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강민서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빠, 나 화장실 다녀올게.”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쯤 도착했겠지?’바로 그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단상에서 벌어지고 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 경찰은 다가와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경찰을 본 신미정은 구세주라도 본 듯 양시은에게서 떨어지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는 경찰에게 양시은의 행위는 고의 상해라며 고소할 것이니 당장 잡아가라며 소리 질렀다. “고의 상해?”양시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린 분명 쌍방 폭행이야.”말하며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려 방금 신미정에 의해 긁힌 팔뚝의 상처를 경찰에게 보여주었다. “형사님, 철저하게 조사해 주세요.”신미정이 버럭 화를 냈다. “이 미친 X이. 네가 먼저 때렸잖아.”양시은이 또 손을 올리려 하자 순간 놀란 신미정이 얼른 경찰 뒤로 몸을 숨겼다. 평소의 재벌 사모님다운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이 두 사람을 막으며 말했다. “저희 앞에서 손을 싸우려고 하시다니, 간도 크시네요.”제일 앞에 서 있던 경찰이 현장을 쓱 살피더니 생각했다. ‘어쩐지 신고자가 몇 명 데리고 출동하라고 하더라니. 현장이 이 지경이니 평소처럼 출동했다면 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었겠네.’두 명의 젊은 경찰은 현장 질서를 유지하며 사건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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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8화

신미정을 제압해 연행하려는데 검사가 걸어들어왔다. 현장으로 들어오는 검사를 보며 경찰들도 순간 멍해졌다. ‘새해부터 사건을 뺏으려는 거야?’검사와 얘기를 나눈 형사는 그제야 그들은 전태평의 일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틀 전, 양시은은 이미 전태평의 뇌물수수와 관련한 범죄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었다. 이틀 사이 검찰에서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전태평의 사건에 매달렸다. 양시은이 제출한 증거가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검찰은 바로 전태평을 체포했다. 검사를 본 전태평은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듯이 두려움에 떨었다. 겁에 질려 꼬리를 바싹 내린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그 멍청이는 다리가 떨려 제대로 걷지도 못해 검사와 그의 동료 두 명이 그를 둘러업고 조사실로 향했다. 양시은 곁을 지나치던 전태평은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 그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시은아, 여보. 여보 살려줘. 나 감옥 못 가.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고 고은이도 이제 막 대학 들어갔잖아. 내가 감옥에 가면 우리 애들은 어떡해. 전부 그 여자가 날 유혹한 탓이야. 그 여자가 임신해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시은아, 시은아 나 좀 도와줘. 내가 앞으론 뭐든 네 말만 들을게. 시은아, 제발 부탁이야...”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비서 실장으로 승진해 의기양양하던 사람이 이젠 양시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말의 자존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시은은 그 누구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남자의 진면모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양시은은 콩깍지를 벗고 현실을 직시했다. 전태평이 불륜을 저지르고도 양시은과 이혼하지 않은 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당시 그의 처지에 양시은은 최선책이었을 뿐이었다. 내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외조에도 애썼다. 그는 높은 곳에 올라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땐 아무런 미련도 없이 양시은을 버릴 생각이었다. 장씨 가문에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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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9화

멈칫, 행동을 멈췄던 차미주가 얼른 목소리를 높였다. “주 변호사님, 오셨어요?”한현진은 한입 베어 물던 사과를 한성우에게 던져 버리고는 얼른 다시 침대에 누워 허약한 척 연기했다. 그 모습에 한성우는 할 말을 잃었다. ‘연기력은 정말 흠잡을 데 없네.’그는 사과는 접시 위에 올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강운아, 안 갔어?”주강운이 걸어들어오며 침대에 누워 병약한 모습의 한현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현진 씨 좀 보려고 왔어. 너희는 왜 현진 씨를 병원으로 모시지 않는 거야?”?“우리가 안 데려가는 게 아니라 여정 씨가 큰 문제는 없다고 해서 일단 지켜보는 중이야.”주강운은 말없이 침대맡으로 걸어가 나지막이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다친 덴 좀 어때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 변호사님, 저는 괜찮아요. 여정 씨가 그저 찰과상이라고 했어요. 집에서 쉬면서 상처에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하면 된대요. 너무 걱정되면 내일 가서 감사받으면 돼요.”잠시 말을 멈춘 한현진이 더 그럴듯하게 거짓말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마침 내일 한서가 재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라 같이 가면 돼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안 가려고요.”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현진의 머리와 다리에 감긴 붕대를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한현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주 변호사님, 여정 씨 실력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주강운이 입술을 짓이겼다. 한 번 구겨진 그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주머니는 왜 그렇게까지 하신 걸까요? 현진 씨를 다치게 한 거로도 부족해 민서까지. 대체 동기가 뭐였을까요?”“그거야 당연히—”격분한 차미주가 막 입을 열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주었고 곧 그녀의 입에서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미주는 빨개진 얼굴로 한성우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개자식, 이게 무슨 변태 같은 짓이야!”한성우가 무심하게 바지의 먼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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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0화

한현진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네.’뚜벅뚜벅 걸어온 강한서는 주강운과 한현진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그는 시선을 내려 주강운 손에 들린 부적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부적을 가져갔다. 강한서는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영험한 부적이면 나중에 너도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부적 좀 써.”멈칫한 주강운이 고개를 들어 강한서와 시선을 맞췄다. 차미주는 한성우 품에 기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뭐 아주 아수라장이네. 이러다 싸우진 않겠지?’그녀는 강한서를 아직 제대로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은 싸우는 건 젊은 친구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강한서는 초등학생처럼 싸우는 것보다 더 유치한 짓을 할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역시나 강한서는 손이 미끄러졌다. 그의 손에 있었던 부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테이블에 놓였던 컵으로 떨어져 물 위에 둥둥 떠다녔다. 깜짝 놀라던 강한서는 얼른 손을 넣어 부적을 주우려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부적을 물속에 더 깊이 담가버렸다. 그가 컵에서 꺼냈을 때 부적은 진작 물에 잔뜩 젖어 있었고 종이에 그려진 문양도 전부 번져버렸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부적이 물에 젖었는데 계속 평안을 지켜줄 수 있는 거야?”주먹을 꽉 움켜쥔 주강운이 부적을 몇 초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시선을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신사에서는 일 년에 한 번만 치성드릴 수 있어. 많은 것을 빌면 효험이 없거든. 현진 씨는 네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루어졌잖아. 그리고 난 현진 씨의 평안을 바라는 부적을 가져왔으니 올해는 다른 부적은 받을 수 없어.”강한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흥분한 차미주가 한성우의 옷깃을 꽉 잡았다. ‘강한서를 앞에 두고 현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다니. 세상에. 너무 자극적인 스토리잖아.’한현진은 강한서 손에 들린 부적을 가져오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이 부적도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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