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46화

멈칫한 강민서가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는 강민서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

“전부 어머니 자업자득이야. 누구도 도울 수 없어.”

누가 뭐라고 하든 강민서는 신미정 손에서 자란 아이였다. 한때는 신미정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딸이었다. 비록 오늘 신미정이 한현진을 해친 죄를 강민서에게 뒤집어씌웠지만 강민서는 그럼에도 신미정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민서는 강한서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해 보고 싶었다. 죗값을 치를 땐 치르더라도 사적으로 해결할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민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성우가 말했다.

“민서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생각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일어나서 아주머니를 도우면 너희 집안도 이 일에 연루되는 거야. 설사 나중에 너희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도 그사이 겪게 될 여론의 풍파는 절대 가볍지 않을 거야.”

한성우의 말에 강민서가 망설였다.

차미주도 옆에서 거들었다.

“인간이 왜 그래요? 왜 따뜻하게 굴어야 할 땐 모질게 굴고, 독해져야 할 땐 성모 마리아라도 되는 듯 구는 거예요? 아까 저 여자가 죄를 뒤집어씌운 거로는 부족했어요? 정말 감옥에라도 처넣었어야 정신 차릴 거예요?”

너무 직설적인 차미주의 말에 강민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위를 둘러본 강민서는 누구도 나서서 신미정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미정은 사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기와 명성은 별개였다. 다들 신미정을 떠받드는 건 그녀가 일 처리가 빠르고 인지상정이 바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녀가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신미정과 티타임을 즐기던 사람 중 다만 어떤 한 가지라도 신미정보다 나은 부분이 있는 사람은 그녀에게 은근히 눈치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줄곧 안하무인에 콧대 높게 지내온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