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정을 제압해 연행하려는데 검사가 걸어들어왔다. 현장으로 들어오는 검사를 보며 경찰들도 순간 멍해졌다. ‘새해부터 사건을 뺏으려는 거야?’검사와 얘기를 나눈 형사는 그제야 그들은 전태평의 일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틀 전, 양시은은 이미 전태평의 뇌물수수와 관련한 범죄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었다. 이틀 사이 검찰에서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전태평의 사건에 매달렸다. 양시은이 제출한 증거가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검찰은 바로 전태평을 체포했다. 검사를 본 전태평은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듯이 두려움에 떨었다. 겁에 질려 꼬리를 바싹 내린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그 멍청이는 다리가 떨려 제대로 걷지도 못해 검사와 그의 동료 두 명이 그를 둘러업고 조사실로 향했다. 양시은 곁을 지나치던 전태평은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 그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시은아, 여보. 여보 살려줘. 나 감옥 못 가.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고 고은이도 이제 막 대학 들어갔잖아. 내가 감옥에 가면 우리 애들은 어떡해. 전부 그 여자가 날 유혹한 탓이야. 그 여자가 임신해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시은아, 시은아 나 좀 도와줘. 내가 앞으론 뭐든 네 말만 들을게. 시은아, 제발 부탁이야...”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비서 실장으로 승진해 의기양양하던 사람이 이젠 양시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말의 자존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시은은 그 누구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남자의 진면모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양시은은 콩깍지를 벗고 현실을 직시했다. 전태평이 불륜을 저지르고도 양시은과 이혼하지 않은 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당시 그의 처지에 양시은은 최선책이었을 뿐이었다. 내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외조에도 애썼다. 그는 높은 곳에 올라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땐 아무런 미련도 없이 양시은을 버릴 생각이었다. 장씨 가문에서 정
멈칫, 행동을 멈췄던 차미주가 얼른 목소리를 높였다. “주 변호사님, 오셨어요?”한현진은 한입 베어 물던 사과를 한성우에게 던져 버리고는 얼른 다시 침대에 누워 허약한 척 연기했다. 그 모습에 한성우는 할 말을 잃었다. ‘연기력은 정말 흠잡을 데 없네.’그는 사과는 접시 위에 올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강운아, 안 갔어?”주강운이 걸어들어오며 침대에 누워 병약한 모습의 한현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현진 씨 좀 보려고 왔어. 너희는 왜 현진 씨를 병원으로 모시지 않는 거야?”?“우리가 안 데려가는 게 아니라 여정 씨가 큰 문제는 없다고 해서 일단 지켜보는 중이야.”주강운은 말없이 침대맡으로 걸어가 나지막이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다친 덴 좀 어때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 변호사님, 저는 괜찮아요. 여정 씨가 그저 찰과상이라고 했어요. 집에서 쉬면서 상처에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하면 된대요. 너무 걱정되면 내일 가서 감사받으면 돼요.”잠시 말을 멈춘 한현진이 더 그럴듯하게 거짓말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마침 내일 한서가 재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라 같이 가면 돼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안 가려고요.”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현진의 머리와 다리에 감긴 붕대를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한현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주 변호사님, 여정 씨 실력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주강운이 입술을 짓이겼다. 한 번 구겨진 그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주머니는 왜 그렇게까지 하신 걸까요? 현진 씨를 다치게 한 거로도 부족해 민서까지. 대체 동기가 뭐였을까요?”“그거야 당연히—”격분한 차미주가 막 입을 열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주었고 곧 그녀의 입에서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미주는 빨개진 얼굴로 한성우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개자식, 이게 무슨 변태 같은 짓이야!”한성우가 무심하게 바지의 먼지를
한현진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네.’뚜벅뚜벅 걸어온 강한서는 주강운과 한현진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그는 시선을 내려 주강운 손에 들린 부적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부적을 가져갔다. 강한서는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영험한 부적이면 나중에 너도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부적 좀 써.”멈칫한 주강운이 고개를 들어 강한서와 시선을 맞췄다. 차미주는 한성우 품에 기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뭐 아주 아수라장이네. 이러다 싸우진 않겠지?’그녀는 강한서를 아직 제대로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은 싸우는 건 젊은 친구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강한서는 초등학생처럼 싸우는 것보다 더 유치한 짓을 할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역시나 강한서는 손이 미끄러졌다. 그의 손에 있었던 부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테이블에 놓였던 컵으로 떨어져 물 위에 둥둥 떠다녔다. 깜짝 놀라던 강한서는 얼른 손을 넣어 부적을 주우려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부적을 물속에 더 깊이 담가버렸다. 그가 컵에서 꺼냈을 때 부적은 진작 물에 잔뜩 젖어 있었고 종이에 그려진 문양도 전부 번져버렸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부적이 물에 젖었는데 계속 평안을 지켜줄 수 있는 거야?”주먹을 꽉 움켜쥔 주강운이 부적을 몇 초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시선을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신사에서는 일 년에 한 번만 치성드릴 수 있어. 많은 것을 빌면 효험이 없거든. 현진 씨는 네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루어졌잖아. 그리고 난 현진 씨의 평안을 바라는 부적을 가져왔으니 올해는 다른 부적은 받을 수 없어.”강한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흥분한 차미주가 한성우의 옷깃을 꽉 잡았다. ‘강한서를 앞에 두고 현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다니. 세상에. 너무 자극적인 스토리잖아.’한현진은 강한서 손에 들린 부적을 가져오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이 부적도 미리
‘그걸 깜빡했네.’보아하니 불 난 집에 부채질하러 가긴 그른 것 같았다. 아쉬워하던 한현진은 곧 다른 문제를 떠올렸다. “내가 다치지 않았으면 혹시 무죄로 석방되는 거야?”강한서는 한현진을 쳐다보지 않은 채 덤덤하게 대답했다. “호텔에서 방금 그 기름을 청소하던 직원분이 넘어져서 다치셨대요.”한현진이 멈칫했다. “직원이... 넘어져서 다쳤다고?”한현진을 힐끔 쳐다본 강한서가 말했다. “CCTV라도 보여줘요?”한현진이 입을 삐죽였다. “그냥 해본 얘기야.”강한서는 한현진이 손에 꼭 쥐고 있는 부적을 슬쩍 보더니 입술을 짓이겼다. “제 목에 물이 묻었어요.”그 말을 들은 한현진이 얼른 그의 목을 안고 있던 손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강한서가 또 입을 열었다. “손을 바꿔서 다른 쪽에도 똑같이 물을 묻히려고 그러는 거예요?”“...”“제 주머니에 넣어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네 주머니도 젖잖아.”강한서가 말했다. “두꺼운 거 입어서 괜찮아요.”지극히 평온한 말투였다. 마치 그저 하는 말인 듯,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단순히 불편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한현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유치하게 굴었으니 또 질투하진 않겠지.’그렇게 생각한 한현진은 강한서의 말대로 부적을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차에 올라탄 강한서는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하자 한현진이 물었다. “네 동생도 데리고 갈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민 실장이 데려다줄 거예요.”“그럼 민 실장님께 우리도 데려가라고 하지, 왜 기사님까지 따로 불렀어?”강한서가 말했다. “불편해서요.”“불편할 게 뭐가 있어. 민 실장님이 우리를 처음 데리러 오는 것도 아니고.”한현진을 힐끔 쳐다본 강한서가 말했다. “민 실장은 아마 본인이 연애하는 모습을 자기 대표가 옆에 앉아 지켜보는 걸 좋아하지는 않을 거예요.”한현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충격적인 소식에 눈을 끔뻑거리던 한현진이 입술을 달싹이다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한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분노가 끓어올라 화를 내고 싶은 것이 분명했지만 기억 잃은 연기는 계속해야 했기에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말이 없던 그가 드디어 한 마디 내뱉었다.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왜 환생석에 올라가 기도를 드렸던 거예요?”강한서에게 장난을 치려던 한현진은 그 말을 물으며 눈시울까지 붉히는 강한서가 너무 속상해 보여 마음이 약해졌다. ‘기억 잃은 척하고 싶으면 계속하라고 하지 뭐. 어떤 사정이 있든 무슨 이유든, 내가 받아주면 되니까. 무사히 돌아왔고 아직도 날 좋아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뭐 대수야? 굳이 놀리면서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멍청한 강한서는 한현진의 말이라면 전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눈을 마주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건 싫어. 네가 없으면 그곳이 어디든, 내 곁에 누가 있든 난 똑같이 외로울 거야.”강한서가 멍하니 한현진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하얀 그의 피부가 점차 빨갛게 물들었다. 목에서부터 귓불까지 점점 더. 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 “입만 번지르르해서는.”한현진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한서는 감정을 숨길 줄 몰랐다. 특히 한현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그랬다. 그러니 주강운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어쩌면 진작 뭔가 알아차렸을지도 몰랐다. 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강한서의 계획이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을지 걱정이었다. ‘주강운...’주강운에게는 확실히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그들을 납치했던 납치범이 하필이면 주강운 의뢰인의 전남편이었고 또 마침 그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리고 그 범인이 하필이면 안면인식장애가 있어 강한서를 주강운으로 착각했다.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쳤다. 모든 것이 그럴듯했지만 여전히 이상한 느낌을 떨칠 수는 없었다. 강단해가 손을 쓴 것이라면 한현진은 그 동기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한성우: [형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우리 도둑이 없이도 헛소리 안 해요. 인간 대 인간으로 조금만 더 신뢰해 주시면 안 돼요?]한현진: [죄송해요. 임신했더니 아이가 심장을 누르고 있어서 제가 요즘 소심해졌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좀 많아요. 이해 부탁드려요.]한현진의 문자를 본 한성우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아이를 심장에 임신한 거야?’한성우: [형수님, 하시고 싶은 질문이 뭔데요?]한현진: [주강운 씨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이요. 성우 씨가 아는 건 전부 알려주세요.]한성우: [???]차미주: [!!!]한성우: [형수님, 그건 왜요?]한현진: [물어보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시고요.]한성우: [...]한성우: [형수님, 강운이 일을 알고 싶으시면 왜 한서에게 묻지 않으시고요.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알고 지낸 시간이 저보다 길어요. 강운이에 관해선 한서가 제일 잘 알아요. 차라리 한서에게 묻는 편이...]한현진: [강한서에게 물으면 제가 강운 씨를 조사하고 다니는 걸 들키잖아요.]게다가 강한서는 지금 기억을 잃은 연기 중이었으니 그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자식은 물어본다고 해서 꼭 대답해 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전에도 강한서에게 물어봤었지만 쓸모없는 짓이었다. 한성우: [한서에게 숨기기까지 하시려고요??]한현진: [알려줄 거예요, 말 거예요?]차미주: [나 나갈 거야. 오늘 밤 당장.]한성우: [... 알려주면 되잖아. 사실 저도 아는 게 많지는 않아요.]한성우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 전까지만 해도 주강운은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남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수능 준비를 했다. 제일 큰 차이점이라면 주강운의 가정 환경이 엄격하다는 것뿐이었다. 어딜 가든 허락을 받아야 했다. 만약 정해진 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면 그와 연락이 닿을 때까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전화했다.나중에 주강운과 강한서는 같은 대학에 입학했고 한성우는 점수가 낮아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주강운과의
한현진: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강운 씨에게 첫사랑이 있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야. 강운 씨와 살 것도 아닌데.]차미주: [그럼 왜 강한서 몰래 주 변호사님에 관해 묻는 거야?]문자를 작성하던 한현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문자를 다시 하나하나 지웠다. [강한서가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주 변호사님을 미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 거라고 했단 말이야. 하지만 난 주 변호사님보다는 너희가 우리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이 되어줬으면 좋겠거든. 그러니 강운 씨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강한서가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핑계를 댈 수 있지. 내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은 너희 두 사람만이 될 수 있어.]차미주: [!!! 감히 내 양딸을 뺏으려고 해? 한성우, 찌라시 좀 퍼뜨려봐!]한성우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한현진 이 여자는 정말 능글맞고 간사하기까지 하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잘 속여?’그는 한현진이 주강운에 대해 알아보려는 것이 절대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만일을 대비해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을 미리 지정하는 것은 강한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한현진의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한현진처럼 수단이 좋은 여자를 강한서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아이의 미성년후견인은 물론, 성을 한씨로 하겠다고 해도 사랑에 눈이 먼 강한서는 어쩌면 바로 그러자며 승낙할 수도 있었다. ‘우리 단순하고 착한 도둑이가 어쩌다 이렇게 심보가 고약한 여자와 절친이 된 거지?’하지만 그가 차미주를 속였을 때 찾아와 경고하던 한현진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비록 두 사람은 상반된 성격을 가졌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 분명했다. 차미주: [개자식, 우리 양딸을 잃게 생겼는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한성우는 얼른 음성 통화를 연결했다. 차에서 별안간 한현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휴대폰을 꺼버렸다. 한현진의 조건반사에 강한서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휴대폰으로
“그래요...”강한서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었다. “전 줄곧 비밀번호를 설정한 사람이 저에게 뭔가를 암시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한현진은 순간 그녀가 비밀번호를 설정할 때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강한서를 떠올렸다. ‘설마, 그때부터 이 비밀번호가 그런 뜻인 줄 알았던 거야?’어쩐지 그날, 새벽까지 한현진을 괴롭히던 강한서는 거의 잠들고 있는 그녀에게 앞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얘기하라고 했었다. 그 말의 의미를 몰라 한현진은 한동안 꽤 답답해하기도 했었다. ‘직접 얘기하라는 게 그런 의미였다니!’‘젠장.’복잡한 표정을 짓던 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상상력이 풍부하네.”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한현진의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은 강한서의 눈빛에 즐거움이 스쳤다. 하지만 자신에게 들킬까 봐 숨기던 한현진의 모습을 떠올린 강한서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달콤한 말로 마음을 녹이더니 이젠 그를 피해 전화를 받으려고 했다. ‘대체 누구 전화길래 저렇게까지 뜨끔해하는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으로 힐끔 시선을 돌리자 한현진은 조용히 휴대폰을 핸드백에 넣었다.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끝내 숨기시겠다?’‘그래, 대체 어떤 놈이 내 여자를 건드리는지 꼭 확인하고 말겠어.’한현진을 아름드리로 데려다준 강한서는 곧 다시 집을 나섰다. 신미정은 절대 얌전히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쯤 구원 투수를 데려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돌아가 확인해야 했다. 강한서가 집을 나서자마자 한현진은 안방으로 달려가 그룹 통화를 연결했다. 세 사람의 그룹 통화가 곧 연결되었다. 한성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제가 그룹 통화를 몇 번이나 보냈는데 왜 계속 끊으셨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미안해요. 강한서가 옆에서 있어서 못 받겠더라고요.”한성우가 어리둥절해졌다. “아니, 저희는 그냥 평소처럼 수다 떠는 거잖아요. 바람이라도 피는 것처럼 왜 그래요?”한현진이 쇼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