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간민혜와 함께 있는 강운이는 누가 봐도 행복해 보였어요. 하지만 간민혜의 집안 배경 때문에 강운이네 집에서는 절대 두 사람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강운이가 얘길 꺼내지 않으니 우리도 아무 말 하지 않았죠. 어쩌면 강운이가 가족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져도 여전히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그러니 강운이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은 저희도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그 사실을 아는 건 가깝게 지내는 그 몇 명뿐이었어요.”“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라는 건 없잖아요. 강운이네 집에서도 곧 그 사실을 알게 됐고 강운이에게 간민혜와 연락을 끊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어요. 강운이는 당연히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고 그러니 집안 어른들이 간민혜를 찾아갔어요. 그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간민혜가 집을 나서기만 해도 강운이네 가족이 찾아왔으니까요.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때라 그걸 견딜 수 없었던 건지 어느 날 갑자기 강운이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어요.”얘기를 듣던 차미주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사라져? 태주 대학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입시도 포기한 거야?”“응.”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바로 그게 이상한 부분이야. 간민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어.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대학원 준비는 마쳤어야 하잖아. 하지만 이상하게도 간민혜는 헤어지자는 문자를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그땐 이미 성적도 나왔고 심지어 간민혜는 필기시험 1등이라 면접을 망치지만 않는다면 합격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간민혜는 면접 장소에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죠. 그 부분은 정말 너무 이상해요.”“강운이는 미친놈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녔어요. 찾아볼 만한 곳은 전부 찾아봤지만 아무리 애써도 간민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어요. 전에 사용하던 모든 연락처를 전부 말소해 버렸더라고요. 마치 증발해 버린 것처럼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강운 씨네 집안에서 그
잠시 말이 없던 한현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뒷부분 얘기는 성우 씨 상상이라는 거예요?”“상상이라고 할 수는 없죠. 대충 맞는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간민혜는 가족이 별로 없었어요. 사망 후 장례식도 한서가 치러준 거니까요. 그때 저도 장례식에 갔었는데 빈소가 제 시험지보다 더 깨끗했어요. 간민혜의 남편이 정말 자기 아내를 사랑했다면 어떻게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겠어요?”잠시 생각하던 한성우가 말했다. “전 당시 간민혜가 사라진 게 강운이네 집안과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교통사고도 강운이와 관련되어 있었지만 해리성 장애가 있었잖아요. 강운이네 집안에서는 절대 강운이에게 그런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겠죠. 그래서 그 사고는 결국 덮어졌어요. 그러니 강운이가 그 기억을 잃은 건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몰라요.”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운은 좋네. 본인은 기억을 못 하니 그만이겠지만 그 여자는 주 변호사님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전생에 대체 무슨 죽을죄라도 지은 거야? 현진아, 나중에 강한서랑 아무리 같이 못 살겠어도 절대 주 변호사님 같은 사람은 만나지 마. 본인도 문제지만 집안도 문제야.”줄곧 말이 없던 한현진은 차미주의 부름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한현진이 갑자기 물었다. “간민혜 씨와 주 변호사님 사이에 아이가 있어요?”“네?”한성우가 멍해졌다. “없을 거예요. 한서에게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어요.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으시는 거예요?”“그게 아니라...”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주 변호사님이 다급하게 간민혜 씨를 데리고 한주를 떠나려고 하신 게 혹시 그분이 임신하셔서 집안에서 간민혜 씨를 해칠까 봐 그런 건 아닐까 해서요.”그 말에 한성우가 웃어버렸다. “그럴 리가요. 만약 간민혜가 임신했다면 어쩌면 강운이네 집에서 허락했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간민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대 자기 집안 씨를 밖에 내버려둘 분들이 아니시거든요.”말하며 한성우가 또 목소리를 낮췄다. “강운이 아버지와 둘째 삼촌 두 분
물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어볼수록 머리만 복잡해졌다. 한성우가 뭐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놓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주강운과 간민혜가 사고를 당한 후 강한서가 뒷수습을 도왔을 테니 주강운이 은혜를 원수로 갚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막약... 만약 그 납치 사건에 정말 주강운이 연루된 것이라면. 만약 주강운의 목적이 강한서였다면... 당시 간민혜의 사고는 한성우가 말한 것처럼 간단한 사고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고...’눈을 감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한현진이 갑자기 눈을 떴다. “간민혜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게 언제예요?”“7년 전 9월이었어요. 그건 제가 똑똑히 기억해요. 제가 그때 복수 전공을 하고 있어서 두 사람보다 1년 늦게 졸업했거든요. 여름 방학 때 친구 몇 명과 해외여행을 갔고 9월 중순쯤에야 여행을 갔던 애 중 두 명이 입사해야 해서 돌아왔었어요.”한현진이 멈칫했다. 그녀와 하현주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바로 7년 전 9월이었다. 한현진은 순간 전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문제를 떠올렸다. 강한서는 왜 그날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 그녀를 구했던 걸까?그녀는 하현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중 고용했던 탐정이 알려준 정보를 떠올렸다. 그 탐정은 당시 그들과 사과가 난 건 택시라고 했었다. 택시에 타고 있던 사람 중 두 명은 사망했고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 사망 2명, 부상 1명. 그중 한 명은 임산부였다. K 탐정은 당시 유상수가 교통사고의 증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부러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을 조사했다고 했다. 그는 운전기사와 승객의 유가족은 배상금을 가지고 한주를 떠났던 터라 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그 사람들의 정보는 캐내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만약 당시 한현진과 함께 교통사고가 났던 차가 바로 주강운과 간민혜가 타고 있던 택시라면... 그렇다면 주강운의 친구인 강한서가 현장에 도착해 한현진을 구한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
한현진이 대답했다. “알아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성우 씨도 제가 이 일에 대해 물어봤다는 걸 강한서에게 비밀로 해줘요.”“제가 미쳤다고 얘기하겠어요? 제가 오늘 이 얘기를 형수님께 한 걸 알면 제일 먼저 절 찾아올 사람이 강한서예요. 강운이 어머니를 도와 그 사람들 입을 막은 게 한서예요. 전 죽을 각오를 하고 형수님께 말씀드리는 거라고요. 저 배신하시면 안 돼요.”차미주가 한성우에게 하찮은 눈빛을 보냈다. “겁에 질린 꼴 좀 봐. 강한서가 뭐 호랑이도 돼? 널 잡아먹기라도 하는 거야?”한성우가 차미주를 부추기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한서랑 싸우던가.”말문이 막힌 차미주가 순간 그 개자식에 의해 유치장에 들어갔던 일을 떠올리고는 헛기침하더니 곧 말을 돌렸다. “날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걔랑 왜 싸워?”한성우가 그런 차미주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 겁쟁이야, 넌 그냥 나만 괴롭힐 수 있냐?”그룹 통화를 끈 한현진은 오랜만에 탐정 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 번 뵐 수 있을까요?]상대방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A/S는 안 돼요.]할 말을 잃은 한현진이 문자를 전송했다. [전에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의뢰요.]탐정 케이가 무슨 의뢰냐고 물었다. 한현진은 그에게 당시 그들과 사고를 당했던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의 정보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탐정 케이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기다리다 조급해진 한현진이 다시 문자를 작성했다. [수고비는 전의 3배로 드릴게요. 정보를 찾아주시기만 하신다면요.]하지만 한현진이 그 문자를 전송하자 한참이 지나도 문자 옆에 표시된 1일은 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프로필도 비공개로 되어 있었다. 한현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개자식, 날 차단해?’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탐정 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속적으로 전화를 네 번이나 끊자 한현진이 분노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메시지를 작성해 그를 협박했다. [전화 안 받으시면 탐정님 신상정보를 인스타그램에 올려버릴 거예요.
[현진 이모, 저 세뱃돈 엄청 많이 모았어요. 내일 저랑 같이 놀러 갈래요? 한서 삼촌은 데려가지 마요.]멈칫하던 한현진이 빙그레 웃으며 문자를 작성했다. [그래. 하지만 내일 낮엔 일이 좀 있어서 저녁쯤 나가는 건 어때?]잠을 자지 않고 답장을 기다리던 은서가 문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답장을 보낸 후에야 자기가 너무 적극적이었나 싶었던 건지 한참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더니 또 문자 하나를 전송했다. [현진 이모,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한서 삼촌 기다리고 있어.][삼촌 또 야근해요?][그렇다고 할 수 있지.][이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갑작스러운 칭찬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은서가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 [한서 삼촌이 이모는 예쁘고 음식도, 연기도 잘한다고 했어요. 이모를 만나고 나니까 이모는 삼촌이 말한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랑 문자하는 것도 좋고 제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줘서 좋아요. 한서 삼촌 기다리는 것도 좋고... 아무튼 다 좋아요. 현진 이모, 전 이모가 너무 좋아요.]“...”‘요즘 애들은 이렇게 입에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직설적으로 칭찬하는 거야?’아무리 뻔뻔한 한현진도 아이의 칭찬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그녀는 지금 은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다. 한현진이 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서야, 너 생일 언제야?”“내일이요.”생각지 못했던 대답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내일?”“한서 삼촌이 그랬어요. 내 생일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거라고요. 내일 이모랑 놀러 가니까 내일 생일 하고 싶어요.”“...”한현진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은서야, 이모는 진짜 생일을 묻고 있는 거야.”“그럼 한서 삼촌이랑 같은 날이에요.”“강한서랑 같은 날이라고?”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의 생일은 9월이 아닌 이번 달 말이었다. ‘내 추측이 틀린 건가?’“은서야, 한서 삼촌이 너한테 부모님 얘기한 적 없어?”은서가 말
한현진이 웃음을 참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렸을 땐 티가 안 나. 나도 어렸을 땐 밖에서 많이 놀아서 하얗지도 않았어. 크면서 점점 하얘질 거야. 피부가 하얗지 않아도 괜찮아. 건강하고 자신감만 있으면 어떤 피부색이든 예뻐.”은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 좋게 한현진과 약속 시간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서는 은서가 보내준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사실 은서가 누굴 닮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주강운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강한서의 “장례식”에서 주강운은 은서를 봤었지만 그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정말 내가 괜한 착각을 한 건가?’——“민희 언니, 오늘 감이 좋으시네요. 얼마나 딴 거예요?”같이 카드를 하던 여자가 송민희에게 물었다. 송민희가 웃으며 말했다. “따기는 뭘. 조금 전 졌던 것만큼 다시 이긴 거야. 오늘 다들 집 가지 마. 조금 이따 여기서 야식 먹자고.”한 여자가 장난스레 말했다. “저희야 괜찮지만 단해 오빠 휴식하시는데 방해될까 봐 그러죠.”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송민희는 자주 사람을 불러들여 집에서 카드를 놀았다. 그러나 강단해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기에 그는 송민희와 카드를 하는 사람들이 집으로 오면 인사는커녕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그들도 새벽까지 카드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쉬고, 우리는 우리대로 놀면 돼. 서로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송민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재의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강단해가 외투를 걸치고 급히 밖을 나섰다. 깜짝 놀란 송민희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당신, 이 저녁에 어딜 가요?”강단해가 신을 갈아신으며 대답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야 할 것 같아.”“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요?”“말해도 모르잖아.”말하며 강단해는 문을 열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몇 마디 중얼거리던 송민희는 다시 카드에 집중했다. “저기,
“난 또 누구라고. 우리 집안 큰도련님이셨네. 이 늦은 시간에 잠은 안 자고 왜 나한테 전화한 거야?”덤덤한 말투였지만 자세히 들으면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강한서가 강현우를 경찰에 신고한 일로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비록 강현우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그녀는 엄마로서 그때의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 강단해가 계속 충동적으로 일을 만들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작 친정집을 동원해 강한서에게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비꼬는 송민희에 강한서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퍽 다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작은어머니, 저희 엄마가 경찰서에 연행됐어요.”송민희가 하하 웃더니 말했다. “하늘이 무심하시지는 않구나.”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삼촌 집에 안 계시죠?”멈칫하던 송민희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 거니?”강한서가 말했다. “엄마가 도움을 청할 곳이 저희 집안 삼촌 말고는 없잖아요.”송민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화해서 날 모욕하려는 거니?”“아뇨. 전 작은어머니를 모시러 온 겁니다.”그 말에 송민희가 멍해졌다. “뭐라고?”강한서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도련님과 형수 사이가 유별한데, 엄마가 일이 생겼으니 삼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죠. 하지만 삼촌 혼자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작은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주먹을 꽉 움켜쥔 송민희가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어디니?”“작은어머니 댁 앞이요.”“...”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나오세요. 사모님들 모두 가셨어요. 오늘 밤 일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강한서는 송민희의 체면까지 모두 고려한 것 같았다. 송민희가 심호흡을 내뱉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한서는 아들인 강현우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신미정 그 멍청이는 무슨 재간으로 이런 아들을 낳은 거야?’강한서가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송민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렬한 레드 외투로 갈아입은 그녀는 생기가
송민희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강단해가 신미정을 도와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생각한 송민희가 휴대폰을 꺼내 두 형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전송한 그녀가 고개를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네가 네 엄마에게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굴 줄은 몰랐네.”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엄마도 저에게 특별히 따뜻한 분은 아니셨잖아요. 작은어머니,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유산을 나누는 일에만 급급한 엄마를 보신 적 있으세요?”송민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송민희는 강한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이었다. 만약 신미정이 매번 정인월 앞에서 강한서의 성적을 자랑하며 강현우를 무시하지만 않았다면 송민희는 강현우에게 강한서를 따라 배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신미정은 인정머리가 없는 인간이었다. 신미정은 늘 송민희 앞에서 강현우의 성적이 낮다는 얘기를 언급했다. 그녀는 심지어 일부러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강현우에게 성적을 묻고는 강한서는 만점을 몇 개를 맞았느니, 한 번도 한서의 공부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느니 하면서 자랑했다. 강한서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본인은 아무것도 도와준 것이 없으면서도 신미정은 모든 것이 전부 자기 덕분인 듯 말했다. 부모에 자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일 귀한 보물이었다. 그러니 그런 귀에 거슬리는 비교를 듣고 싶어 하는 엄마는 없었다. 그러니 신미정은 진작 송민희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것이다. 강한서가 실종되었을 당시, 회사 경영권 분쟁을 떠나서 송민희는 진심으로 강한서를 걱정했고 또 그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슬퍼했었다. 신미정이 그토록 다급하게 강한서의 유산을 노릴 것이라고는 송민희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들 가족이 무슨 난리를 피우든 그건 송민희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단해가 그 일에 끼어든 건 송민희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늘 남편인 강단해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일에서 강단해가 보인 행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