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어볼수록 머리만 복잡해졌다. 한성우가 뭐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놓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주강운과 간민혜가 사고를 당한 후 강한서가 뒷수습을 도왔을 테니 주강운이 은혜를 원수로 갚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막약... 만약 그 납치 사건에 정말 주강운이 연루된 것이라면. 만약 주강운의 목적이 강한서였다면... 당시 간민혜의 사고는 한성우가 말한 것처럼 간단한 사고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고...’눈을 감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한현진이 갑자기 눈을 떴다. “간민혜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게 언제예요?”“7년 전 9월이었어요. 그건 제가 똑똑히 기억해요. 제가 그때 복수 전공을 하고 있어서 두 사람보다 1년 늦게 졸업했거든요. 여름 방학 때 친구 몇 명과 해외여행을 갔고 9월 중순쯤에야 여행을 갔던 애 중 두 명이 입사해야 해서 돌아왔었어요.”한현진이 멈칫했다. 그녀와 하현주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바로 7년 전 9월이었다. 한현진은 순간 전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문제를 떠올렸다. 강한서는 왜 그날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 그녀를 구했던 걸까?그녀는 하현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중 고용했던 탐정이 알려준 정보를 떠올렸다. 그 탐정은 당시 그들과 사과가 난 건 택시라고 했었다. 택시에 타고 있던 사람 중 두 명은 사망했고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 사망 2명, 부상 1명. 그중 한 명은 임산부였다. K 탐정은 당시 유상수가 교통사고의 증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부러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을 조사했다고 했다. 그는 운전기사와 승객의 유가족은 배상금을 가지고 한주를 떠났던 터라 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그 사람들의 정보는 캐내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만약 당시 한현진과 함께 교통사고가 났던 차가 바로 주강운과 간민혜가 타고 있던 택시라면... 그렇다면 주강운의 친구인 강한서가 현장에 도착해 한현진을 구한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
한현진이 대답했다. “알아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성우 씨도 제가 이 일에 대해 물어봤다는 걸 강한서에게 비밀로 해줘요.”“제가 미쳤다고 얘기하겠어요? 제가 오늘 이 얘기를 형수님께 한 걸 알면 제일 먼저 절 찾아올 사람이 강한서예요. 강운이 어머니를 도와 그 사람들 입을 막은 게 한서예요. 전 죽을 각오를 하고 형수님께 말씀드리는 거라고요. 저 배신하시면 안 돼요.”차미주가 한성우에게 하찮은 눈빛을 보냈다. “겁에 질린 꼴 좀 봐. 강한서가 뭐 호랑이도 돼? 널 잡아먹기라도 하는 거야?”한성우가 차미주를 부추기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한서랑 싸우던가.”말문이 막힌 차미주가 순간 그 개자식에 의해 유치장에 들어갔던 일을 떠올리고는 헛기침하더니 곧 말을 돌렸다. “날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걔랑 왜 싸워?”한성우가 그런 차미주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 겁쟁이야, 넌 그냥 나만 괴롭힐 수 있냐?”그룹 통화를 끈 한현진은 오랜만에 탐정 케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 번 뵐 수 있을까요?]상대방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A/S는 안 돼요.]할 말을 잃은 한현진이 문자를 전송했다. [전에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의뢰요.]탐정 케이가 무슨 의뢰냐고 물었다. 한현진은 그에게 당시 그들과 사고를 당했던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의 정보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탐정 케이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기다리다 조급해진 한현진이 다시 문자를 작성했다. [수고비는 전의 3배로 드릴게요. 정보를 찾아주시기만 하신다면요.]하지만 한현진이 그 문자를 전송하자 한참이 지나도 문자 옆에 표시된 1일은 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프로필도 비공개로 되어 있었다. 한현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개자식, 날 차단해?’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탐정 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속적으로 전화를 네 번이나 끊자 한현진이 분노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메시지를 작성해 그를 협박했다. [전화 안 받으시면 탐정님 신상정보를 인스타그램에 올려버릴 거예요.
[현진 이모, 저 세뱃돈 엄청 많이 모았어요. 내일 저랑 같이 놀러 갈래요? 한서 삼촌은 데려가지 마요.]멈칫하던 한현진이 빙그레 웃으며 문자를 작성했다. [그래. 하지만 내일 낮엔 일이 좀 있어서 저녁쯤 나가는 건 어때?]잠을 자지 않고 답장을 기다리던 은서가 문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답장을 보낸 후에야 자기가 너무 적극적이었나 싶었던 건지 한참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더니 또 문자 하나를 전송했다. [현진 이모,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한서 삼촌 기다리고 있어.][삼촌 또 야근해요?][그렇다고 할 수 있지.][이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갑작스러운 칭찬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은서가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 [한서 삼촌이 이모는 예쁘고 음식도, 연기도 잘한다고 했어요. 이모를 만나고 나니까 이모는 삼촌이 말한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랑 문자하는 것도 좋고 제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줘서 좋아요. 한서 삼촌 기다리는 것도 좋고... 아무튼 다 좋아요. 현진 이모, 전 이모가 너무 좋아요.]“...”‘요즘 애들은 이렇게 입에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직설적으로 칭찬하는 거야?’아무리 뻔뻔한 한현진도 아이의 칭찬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그녀는 지금 은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다. 한현진이 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서야, 너 생일 언제야?”“내일이요.”생각지 못했던 대답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내일?”“한서 삼촌이 그랬어요. 내 생일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거라고요. 내일 이모랑 놀러 가니까 내일 생일 하고 싶어요.”“...”한현진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은서야, 이모는 진짜 생일을 묻고 있는 거야.”“그럼 한서 삼촌이랑 같은 날이에요.”“강한서랑 같은 날이라고?”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의 생일은 9월이 아닌 이번 달 말이었다. ‘내 추측이 틀린 건가?’“은서야, 한서 삼촌이 너한테 부모님 얘기한 적 없어?”은서가 말
한현진이 웃음을 참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렸을 땐 티가 안 나. 나도 어렸을 땐 밖에서 많이 놀아서 하얗지도 않았어. 크면서 점점 하얘질 거야. 피부가 하얗지 않아도 괜찮아. 건강하고 자신감만 있으면 어떤 피부색이든 예뻐.”은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 좋게 한현진과 약속 시간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서는 은서가 보내준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사실 은서가 누굴 닮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주강운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강한서의 “장례식”에서 주강운은 은서를 봤었지만 그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정말 내가 괜한 착각을 한 건가?’——“민희 언니, 오늘 감이 좋으시네요. 얼마나 딴 거예요?”같이 카드를 하던 여자가 송민희에게 물었다. 송민희가 웃으며 말했다. “따기는 뭘. 조금 전 졌던 것만큼 다시 이긴 거야. 오늘 다들 집 가지 마. 조금 이따 여기서 야식 먹자고.”한 여자가 장난스레 말했다. “저희야 괜찮지만 단해 오빠 휴식하시는데 방해될까 봐 그러죠.”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송민희는 자주 사람을 불러들여 집에서 카드를 놀았다. 그러나 강단해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기에 그는 송민희와 카드를 하는 사람들이 집으로 오면 인사는커녕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그들도 새벽까지 카드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쉬고, 우리는 우리대로 놀면 돼. 서로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송민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재의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강단해가 외투를 걸치고 급히 밖을 나섰다. 깜짝 놀란 송민희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당신, 이 저녁에 어딜 가요?”강단해가 신을 갈아신으며 대답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가야 할 것 같아.”“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요?”“말해도 모르잖아.”말하며 강단해는 문을 열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몇 마디 중얼거리던 송민희는 다시 카드에 집중했다. “저기,
“난 또 누구라고. 우리 집안 큰도련님이셨네. 이 늦은 시간에 잠은 안 자고 왜 나한테 전화한 거야?”덤덤한 말투였지만 자세히 들으면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강한서가 강현우를 경찰에 신고한 일로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비록 강현우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그녀는 엄마로서 그때의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 강단해가 계속 충동적으로 일을 만들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작 친정집을 동원해 강한서에게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비꼬는 송민희에 강한서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퍽 다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작은어머니, 저희 엄마가 경찰서에 연행됐어요.”송민희가 하하 웃더니 말했다. “하늘이 무심하시지는 않구나.”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삼촌 집에 안 계시죠?”멈칫하던 송민희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 거니?”강한서가 말했다. “엄마가 도움을 청할 곳이 저희 집안 삼촌 말고는 없잖아요.”송민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화해서 날 모욕하려는 거니?”“아뇨. 전 작은어머니를 모시러 온 겁니다.”그 말에 송민희가 멍해졌다. “뭐라고?”강한서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도련님과 형수 사이가 유별한데, 엄마가 일이 생겼으니 삼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죠. 하지만 삼촌 혼자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작은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주먹을 꽉 움켜쥔 송민희가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어디니?”“작은어머니 댁 앞이요.”“...”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나오세요. 사모님들 모두 가셨어요. 오늘 밤 일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강한서는 송민희의 체면까지 모두 고려한 것 같았다. 송민희가 심호흡을 내뱉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한서는 아들인 강현우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신미정 그 멍청이는 무슨 재간으로 이런 아들을 낳은 거야?’강한서가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송민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렬한 레드 외투로 갈아입은 그녀는 생기가
송민희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강단해가 신미정을 도와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생각한 송민희가 휴대폰을 꺼내 두 형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전송한 그녀가 고개를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네가 네 엄마에게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굴 줄은 몰랐네.”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엄마도 저에게 특별히 따뜻한 분은 아니셨잖아요. 작은어머니,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유산을 나누는 일에만 급급한 엄마를 보신 적 있으세요?”송민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송민희는 강한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이었다. 만약 신미정이 매번 정인월 앞에서 강한서의 성적을 자랑하며 강현우를 무시하지만 않았다면 송민희는 강현우에게 강한서를 따라 배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신미정은 인정머리가 없는 인간이었다. 신미정은 늘 송민희 앞에서 강현우의 성적이 낮다는 얘기를 언급했다. 그녀는 심지어 일부러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강현우에게 성적을 묻고는 강한서는 만점을 몇 개를 맞았느니, 한 번도 한서의 공부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느니 하면서 자랑했다. 강한서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본인은 아무것도 도와준 것이 없으면서도 신미정은 모든 것이 전부 자기 덕분인 듯 말했다. 부모에 자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일 귀한 보물이었다. 그러니 그런 귀에 거슬리는 비교를 듣고 싶어 하는 엄마는 없었다. 그러니 신미정은 진작 송민희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것이다. 강한서가 실종되었을 당시, 회사 경영권 분쟁을 떠나서 송민희는 진심으로 강한서를 걱정했고 또 그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슬퍼했었다. 신미정이 그토록 다급하게 강한서의 유산을 노릴 것이라고는 송민희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들 가족이 무슨 난리를 피우든 그건 송민희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단해가 그 일에 끼어든 건 송민희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늘 남편인 강단해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일에서 강단해가 보인 행동은
강단해는 송민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투정 그만 부리고 차에 가서 기다려.”송민희가 강단해의 옷을 잡고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고 했잖아요. 형님은 아들이 없어요, 딸이 없어요? 당신이 왜요?”“한서와 민서가 오겠다고 했으면 왜 나한테 전화했겠어? 어쩔 수 없으니까 날 찾은 게 분명하잖아.”화가 난 송민희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자기 아들딸도 풀어주지 않으려는 사람을 당신이 뭔데 도와주려는 건데요? 게네들이 안 온다고 해도 친정집 식구들도 있잖아요. 형님은 동생도 있는데 왜 당신이 나서서 나대는 거예요?”강단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말을 왜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나서서 나대다니? 형수님도 우리 강씨 가문 식구잖아. 형수님에게 일이 생기면 우리 가문은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라는 거야?”“강씨 가문 체면을 생각하기는 한 거예요?”송민희가 냉소 지었다. “그럼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서 형님이 경찰서에 잡혀 왔는지 알기는 해요?”강단해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든 우리가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잖아.”“검찰이 전 의원을 데려갔어요. 형님은 전 의원을 딸과 장씨 가문을 맺어줬고요. 지금 검찰에서 전 의원의 비리를 캐고 있어요. 만약 형님이 정말 전 의원과 어떤 관련이 있다면 우리 가문도 같이 휘말리는 거라고요. 그런데도 형님을 풀어주는 일에 힘쓰고 싶어요? 사람들이 이 일을 빌미로 공격할까 봐 두렵지는 않아요?”강단해가 굳은 얼굴로 입술을 짓이겼다. “형수님께서는 전 의원과 경제적 거래가 없다고 하셨어. 이번 일은 형수님관 관련 없을 거야.”“형님 말이면 다 믿는 거예요? 형님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와 형님을 감싸주려고 했겠어요?”강단해가 입술을 짓이겼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족이잖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내버려둘 수 없으면요? 어떻게 할 건데요? 우리 가문 이미지 전부를 걸기라도 할 거예요? 아주버님이 돌아가시고 지금
말하며 송민희는 휴대폰으로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형사님, 오해예요. 저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얘들은 우리 조카들이고요. 설이라 조카들이 고모부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식당까지 빌려 설 인사를 하려고 했거든요. 술을 마시기 싫어서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강단해의 얼굴이 분노로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 여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예요.”경찰은 강단해를 힐끔 쳐다보더니 송민희가 보여준 사진을 자세히 관찰하고는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손을 흔들었다. “입구 막지 마시고 차는 옆으로 빼주세요.”“알겠어요. 얼른 갈게요.”경찰에게 사과한 송민희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웃음을 거두고 조수석에 올라타 차갑게 말했다. “가자.”뒷좌석의 강단해는 직업 군인 출신인 두 조카 사이에 앉았다. 강단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는 지금 차에서 내리기는커녕 조금만 움직여도 손목을 꽉 잡혔다. 한평생 이런 창피는 당해본 적이 없는 강단해가 어두운 얼굴로 송민희에게 소리쳤다. “넌 정말 대단한 여자야. 내일 당장 이혼 서류 제출해.”송민희가 그런 강단해를 힐끔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안 할 거예요.”스포츠카가 강한서가 타고 있던 차량을 지나치자 강한서는 갑자기 차창을 내려 덤덤한 시선을 보냈다. 멈칫, 행동을 멈춘 강단해는 그제야 송민희가 이곳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들이 경찰서를 나서자 강한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단해는 송민희에 의해 잡혀갔지만 그가 데려온 변호사는 아직 경찰서에 있었다. 그 변호사는 지금 강단해의 비서와 연락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상의하려고 했다. 소리 없이 그 변호사에게 다가간 강한서가 상대방의 휴대폰을 쓱 가져갔다. 그에 변호사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강한서가 휴대폰을 돌려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돌아가세요.”“하지만—”“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