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52화

한현진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분노가 끓어올라 화를 내고 싶은 것이 분명했지만 기억 잃은 연기는 계속해야 했기에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말이 없던 그가 드디어 한 마디 내뱉었다.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면서 왜 환생석에 올라가 기도를 드렸던 거예요?”

강한서에게 장난을 치려던 한현진은 그 말을 물으며 눈시울까지 붉히는 강한서가 너무 속상해 보여 마음이 약해졌다.

‘기억 잃은 척하고 싶으면 계속하라고 하지 뭐. 어떤 사정이 있든 무슨 이유든, 내가 받아주면 되니까. 무사히 돌아왔고 아직도 날 좋아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뭐 대수야? 굳이 놀리면서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

멍청한 강한서는 한현진의 말이라면 전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눈을 마주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건 싫어. 네가 없으면 그곳이 어디든, 내 곁에 누가 있든 난 똑같이 외로울 거야.”

강한서가 멍하니 한현진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하얀 그의 피부가 점차 빨갛게 물들었다. 목에서부터 귓불까지 점점 더.

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

“입만 번지르르해서는.”

한현진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한서는 감정을 숨길 줄 몰랐다. 특히 한현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 그랬다. 그러니 주강운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어쩌면 진작 뭔가 알아차렸을지도 몰랐다.

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강한서의 계획이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을지 걱정이었다.

‘주강운...’

주강운에게는 확실히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그들을 납치했던 납치범이 하필이면 주강운 의뢰인의 전남편이었고 또 마침 그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리고 그 범인이 하필이면 안면인식장애가 있어 강한서를 주강운으로 착각했다.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쳤다. 모든 것이 그럴듯했지만 여전히 이상한 느낌을 떨칠 수는 없었다.

강단해가 손을 쓴 것이라면 한현진은 그 동기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