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921 - 챕터 1930

2285 챕터

제1921화

주강운의 말에 사람들이 시선이 강한서에게 쏠렸다. 양진환은 2년 전에야 양지원을 집으로 데려왔다. 강한서는 한현진을 만난 후의 모든 기억을 잃었으니 양지원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 맞았다. 처음엔 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주강운의 말에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네. 강한서가 어떻게 양지원을 기억하는 거야?’강한서는 시선을 내린 채 말이 없었다. 마치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사람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한현진이 오히려 컵을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미주를 기억하는 것까진 그렇다 쳐. 하지만 지원 씨도 기억하면서 나만 잊었다는 거야? 강한서, 너 지금 나랑 장난해?”한현진의 반응에 강한서가 멈칫했다. ‘이 반응...’‘현진이 성격이라면 뭔가 기억이 떠오른 거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냐?’‘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전에도 한현진은 그가 차미주를 기억한다는 건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이렇게 뜬금없이 화를 내는 건 전혀 그녀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고함에 사람들의 관심사는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곧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전 양지원 씨를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양 대표님과는 협업하고 있는 사이에요. 대표님께서 늘 따님 자랑을 아끼지 않으셔서 얘기를 많이 전해 들었어요. 그래서 양지원 씨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는게 전부예요.”한현진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내가 바보인줄 알아? 너 진작 나랑 헤어지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억 상실이라는 핑계를 대는 거지?”미간을 찌푸린 강한서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한현진 씨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로 하죠.”한현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태도야?”강한서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굳이 그렇게 생각하겠다면 저도 딱히 방법은 없죠.”‘개자식, 나쁜 남자가 할 법한 멘트는 빨리도 배웠네.’한현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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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입에 머금고 있던 차를 뿜은 한성우는 한참 동안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는 사레가 들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럼에도 차미주를 놀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똥개면 넌 뭐야? 개똥이? 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린 강아지 연합이야. 우리가 낳은 아이는 강아지 새끼가 되는 거지. 어때?”차미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누가 강아지 새끼라는 거야. 너나 해.”“그러니까.”한성우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낳아준 내 새끼잖아.”차미주는 한성우에게 달려들더니 그대로 그를 쥐어박았다. 두 사람의 소란에 분위기는 한껏 유쾌해졌다. 강한서는 그 틈을 타 한현진을 잡아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화내지 마요, 네?”한현진은 그런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입술을 짓이기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다른 사람 결혼식이라 참는 거예요.”시선을 내린 강한서의 입꼬리가 씩 올라간 것 같았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량을 베풀어 주셔서 고마워요, 한 선생님.”‘선생님...’한현진이 순간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귓가에 ‘유 선생님.’하고 부르며 서로를 알아가던 예전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녀가 고개를 획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는 전혀 이상한 기색 없이 태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개자식, 숨기려면 제대로 숨길 것이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괜히 마음 떨리게.’“아, 맞다.”술을 한 모금 마시던 주강운이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한서야, 나 오늘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아는 사람을 만났어.”강한서가 덤덤한 태도로 주강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강운이 말했다. “네 외숙모 말이야. 호정 씨. 오늘 이혼 소송 때문에 변호를 맡기러 사무실에 오셨던데 알고 있었어?”강한서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듯했다. “언제부터?”“아마도 작년 연말부터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아. 전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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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조금의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다. 이렇게 논리적인 사람이 어떻게 강한서의 기억 상실을 “깜빡”할 수 있는 거지?한현진이 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주강운을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낀 주강운이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주강운을 향해 한현진이 다정한 눈빛으로 씩 미소 지었다. 그러자 주강운의 눈초리가 마치 새의 날개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의 눈빛 역시 순간 부드러워졌다.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을 발견한 강한서의 눈빛은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 아래로 한현진의 손을 꼭 잡았다. 멈칫하던 한현진은 다른 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구부리더니 강한서의 손등을 가볍게 간지럽혔다. 그러자 강한서는 홱 움츠리며 손을 빼냈다. 그의 눈빛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에 한현진 쯧, 혀를 찼다. ‘겁쟁이. 기억 상실인 척 연기도 해야겠고 질투심을 숨기지는 못하겠고. 아주 죽을 맛일 거야.’그런 생각을 하며 한현진은 또다시 손을 뻗어 강한서의 허벅지를 꽉 잡았다. 쯧.‘탄탄하군.’ 깜짝 놀란 강한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찌나 행동이 컸던지 테이블도 그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한현진이 태연하게 고개를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왜 갑자기 일어나는 거야?”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짓이기던 강한서는 결국 하려던 말은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그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화장실 다녀올게요.”‘허벅지 좀 만졌다고 바로 화장실을 가?’‘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한현진의 기분이 퍽 좋아졌다.강한서가 자리를 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 한 명이 강민서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강민서도 곧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났다. 심심했던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차미주의 손금을 봐주는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자기야, 자기 사업운은 처음엔 옅다가 중간부터 깊어졌어. 그리고 결혼운과 이어져서야 깊어진 거거든. 그러니까 자기는 결혼하고 난 후에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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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4화

“안타깝게도 우리 세대엔 아마 60살이 되어서야 퇴직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가 되면 난 퇴직금을 타기도 전에 죽어버릴 것 같은데 그럼 국민연금도 그동안 지불했던 보험금의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잖아. 힘들게 몇십 년을 일했는데 난 퇴직 연금이든 뭐든 받아보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가게 생겼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아깝잖아.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그 중간쯤인 35살 후에 결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면 40살 정도에 아이를 낳고 아이가 20살 정도가 되어서 대학에 가면 나도 퇴직할 거고. 그때쯤이면 손주를 볼 기력도 없어서 봐줄 것도 없겠지. 퇴직금이 있으니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하니까 60살 전에 죽는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나머지 퇴직금이 유산으로 넘어갈 테니 아깝진 않잖아.”한성우가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 퇴직금을 꼭 받아야 하는 거야?”“그럼. 퇴직금이 없으면 내가 나중에 일을 못 하게 되면 난 무슨 돈으로 살아.”차미주의 말에 한성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나더러 45살이 되어서야 아빠가 되라고?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45살이면 나이가 너무 많긴 해.”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45살에 아이를 낳을 순 있어?”“당연히 힘들겠지. 45살이면 거의 반백이야. 우리 15년 정도 앞당기면 어때?”진지하게 고민하는 척하던 차미주가 말했다. “45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낳자고 하는 건 확실히 좀 무리야, 그렇지? 하지만 네가 난 결혼해야 흥한다며. 그럼 우리 이러자. 네가 45살이 되면 내가 일단 너랑 결혼할게. 그리고 내가 성공하면 우린 이혼하는 거야. 내가 젊고 몸 좋은 남자 만나서 아이를 낳으면 다시 재혼해. 그럼 넌 아내, 아들 돈까지 다 가질 수 있잖아. 어때?”그 말에 당황한 한성우가 멍해졌다. ‘그럴 수도 있는 거야?’한성우는 갑자기 차미주를 꽉 끌어안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도둑아. 난 돈 필요 없어. 난 그냥 너랑 결혼하고 싶어. 30살이든 40살이든 아니면 50살이든 난 너와 결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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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5화

위층으로 올라간 한현진은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강민서의 모습을 발견했다. 화장실이 급했던 터라 그녀는 강민서의 모습을 더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았다. 한편, 물건을 들고 있던 강민서는 한참이 지나도 신미정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수시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안한 예감이 서서히 엄습하기 시작했다. ‘날 불러내 오더니 설마 한현진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양시은과 신미정은 가까운 사이였으니 만약 결혼식에서 한현진에게 손을 쓸 생각이라면 양시은이 신미정을 도와줘야 할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강민서는 더 이상 가만히 신미정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방을 나서려 몸을 돌린 강민서가 문을 열자 때마침 들어오려던 신미정과 마주했다. 나가려는 강민서를 본 신미정이 멈칫하더니 강민서의 훑어보며 물었다. “어디 가려고?”“아니에요.”강민서가 한발 물러서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라고 부르시고는 계속 오지 않으셔서 무슨 일이 생겨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잠시 말이 없던 강민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전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자리에 앉은 신미정이 강민서에게 앉으라며 손짓했다. “뭐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아름드리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는데 일은 어느 정도 진행됐어? 지난번에 식초에 약을 탔다고 했잖니. 한현진이 꽤 오래 마셨을 텐데 별다른 증상은 없어?”강민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식은땀이 흐르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나지막이 말했다. “한현진이 너무 경계심이 많아요. 한 번 맛을 보더니 맛이 이상하다면서 다시는 마시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신미정이 보기엔 강민서의 태도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예전처럼 거짓말만 하면 긴장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다. 신미정의 표정 역시 점점 더 차분해져 갔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신미정이 말했다. “됐어. 전엔 내가 복수에 눈이 멀었어. 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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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화

신미정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혼식이 아직도 시작 안 했잖니. 예비 신부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배고팠거든. 아직 식사도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 그릇째로 들고 오면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보기 안 좋을 것 같아 그랬어.”신미정의 대답에 강민서가 생각했다. ‘주방에서 직접 보내줄 순 없는 건가?’하지만 화목한 가족의 환상 속에 잠겨있던 강민서는 더 이상 신미정에게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러 엄마가 좋아하는 디저트로 골랐어요. 드셔보세요.”신미정이 강민서의 볼을 어루만졌다. “엄마가 널 예뻐한 보람이 있네. 역시 우리 딸이 제일 다정해.”강민서는 마음 한편을 꾹 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가벼워진 것 같았다. ‘엄마가 이해하셔서 다행이야.’문 쪽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멈칫하던 신미정이 고개를 들었다. “민서야, 넌 연회장으로 돌아가. 곧 결혼식이 시작될 거야. 엄마는 시은 씨랑 할 얘기가 있어.”“네, 알겠어요.”방을 나서려는 강민서를 신미정이 또 불렀다. 그녀는 옆에 있던 포장된 포장 용기를 강민서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면서 포장 용기 좀 버려줘.”신미정이 다시 한번 당부했다. “서쪽 계단으로 내려가. 예비 신부가 동쪽으로 나갈 거라 그쪽엔 사람이 많아. 부딪히지 말고.”강민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엄마.”말하며 방을 나서 곧장 동쪽 계단으로 향해 쓰레기통에 손에 들린 포장 용기를 버린 강민서는 치맛자락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연회장으로 돌아와 한현진과 강민서 모두 자리에 없는 것을 발견한 강한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한성우에게 물었다. “민서랑 현진이는?”차미주와 한성우는 한창 개인연금 보험금을 얼마를 내는 것이 가장 이득인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한서의 목소리로 고개를 든 한성우가 말했다. “화장실 갔어. 너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서가 나갔고 또 잠시 후 형수님도 나갔어. 화장실에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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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7화

화장실에서 나온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방금 강민서가 지나갔던 곳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곧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비상계단에서 큰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 층을 담당하고 있던 종업원이 깜짝 놀라 황급히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곧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한현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아직 다친 사람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저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강한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쳐나갔다. 강민서 역시 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강한서를 따라 달려갔다. 주강운은 이성을 잃은 강한서의 모습을 두 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손으로 술잔을 쓸던 그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피투성이라는 네 글자에 차미주는 진작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개자식아, 혹시... 혹시 현진—”차미주가 말을 마치지도 전에 한성우가 그런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장난기를 띤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계단이 높으면 얼마나 높다고 넘어져서 피가 나겠어. 그 사람이 너무 과장해서 얘기한 게 분명해.”“하지만—”“형수님이 도자기 인형도 아니고. 고작 넘어진 거로 피를 흘리겠어. 게다가 아직 우리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닌데, 어떻게 형수님이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성우가 또다시 차미주의 말을 잘랐다. 그러자 차미주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잔뜩 긴장했었던 탓에 하마터면 한현진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뻔했다. “다친 게 누구든 일단 가보자. 듣기만 해도 무서워.”“그래, 가보자.”자리에서 일어난 한성우가 차미주와 함께 연회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신우 부부도 그들을 따라나섰다. 주강운을 힐끔 쳐다본 양지원이 말했다. “안 가보세요?”주강운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마 제대로 볼 수 없을 거예요.”양지원이 그런 주강운을 살피며 물었다. “만약 다친 사람이 강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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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8화

호텔 매니저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얼른 두 층을 담당하고 있던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강한서는 양시은에게 일단 방을 하나 달라고 부탁한 후 고여정이 한현진을 데리고 들어가 다친 곳을 체크하도록 했다. 그 모습이 신미정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한현진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는 줄곧 숨기고 있었으니 이런 상황에서도 당연히 공개하는 것을 꺼리겠지.’‘하지만 이렇게 많은 피를 흘렸으니 제아무리 명줄이 긴 아이라고 해도 떨어지고도 남았을 거야.’그런 생각이 들자 신미정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야, 오늘은 시원 씨 따님이 결혼하는 날이야. 곧 식을 올려야 하고. 현진이도 심각해 보이지는 않고 말이야. 아마도 덤벙대는 직원이 실수로 기름통을 엎은 모양인데 이 일은 일단 잠시 미뤄두고 나중에 다시 조사하는 게 어때? 이런 일로 결혼식을 방해해서는 안 되잖니.”그 말은 순간 차미주의 성질을 건드렸다. “그게 인간이 할 말이에요? 심각해 보이지도 않는다니요. 저렇게 많은 피가 본인 것은 아니다, 이거죠? 실수로 기름을 엎은 거라면 떨어진 흔적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바닥을 봐요. 이건 분명 누군가 일부러 기름칠한 거라고요. 심지어 꼼꼼하게 발랐다고요. 일부러 한 짓이 분명해요.”신미정은 차미주를 슥 훑어보았다. “누가 멀쩡한 바닥에 기름칠을 하겠어?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다른 사람은 넘어지지 않은 거야? 이 일 때문에 결혼식이 지연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거니?”차미주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것 봐. 당신이 한 짓이지? 그러니까 조사하는 걸 원치 않는 거잖아. 그래서 그냥 묻어버리려고 하는 거고.”신미정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한 번만 더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면 당장 내쫓을 거야. 여긴 네가 함부로 날뛸 수 있는 곳이 아니야.”한성우가 잔뜩 흥분한 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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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9화

양시은은 곧바로 같은 층에 있던 작은 연회장으로 가 그곳에 있던 프로젝터로 당시 CCTV 화면을 재생했다. CCTV는 비상계단과 가까운 쪽에 설치되어 있었다. 동영상 재생과 함께 몇 사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전의 장면이 재생될 때, 강민서가 손에 포장 용기를 든 채 연회장에서 나와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화면은 곧 위층의 비상계단 입구로 바뀌었고 바로 그곳에서 나오는 강민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래층에서 들어와 위층으로 나가기까지 강민서는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너무도 수상한 타이밍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강민서에게로 향했다. 강민서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그녀는 방을 나서기 전 신미정이 줬었던 똑같은 포장 용기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신미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신미정은 강민서를 쳐다보지 않았고 다만 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마치 CCTV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긴장된 모습이었다. 비상계단에서 나온 강민서는 곧장 한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나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여전히 그 포장 용기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왔을 때의 비상계단으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다른 쪽 계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민서가 막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한현진이 곧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강민서가 올라왔었던 비상계단으로 내려갔고 잠시 후 CCTV에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이 울렸다...CCTV를 확인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강민서를 쳐다보았다. 강민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심문하듯 노려보는 강한서의 눈을 마주치며 당황한 듯 말했다. “오빠, 나 아니야. 정말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런 짓 한 적 없어...”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너 비상계단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뭐 했어?”“사람 기다렸어.”강민서가 말을 더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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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0화

신미정의 말에 강민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신미정을 바라보는 강민서의 눈빛엔 충격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강민서가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엄... 엄마,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신미정은 짐짓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네가 현진이를 싫어하는 건 엄마도 알아. 평소에 아무리 내 앞에서 현진이 욕을 많이 했어도 난 그저 네가 어린아이처럼 이르는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정말 고현 씨 결혼식에서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어. 내가 널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네가 결국은 선을 넘는구나. 현진이가 무사하다면 다행이지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우리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니.”강민서는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신미정을 바라보았다. 신미정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강민서를 차가운 지옥으로 끌어내려 뼛속까지 사무치게 했다. 남이 보내는 의심과 경멸이 가득한 시선보다 더 강민서를 소름 돋게 하는 건 바로 신미정이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주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한현진을 상대하지 않겠다며 우리 가족도 화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한현진은 계단에서 넘어졌고 증거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신미정은 누구보다 빨리 모든 의심의 화살을 강민서에게 겨냥했다. 신미정은 단 한 번도 한현진 배 속의 아이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강민서를 불러내온 것 역시 그저 한현진의 “유산”을 모두 그녀의 탓으로 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강민서는 도무지 신미정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신미정은 그녀의 엄마였으니까. 신미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주를 죽이는 것은 물론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 모든 죄를 강민서에게 덮어씌웠다. “지난번에 유치장에 들어간 것으론 부족했나 봐요.”“평생을 기고만장하게만 살았으니 옳고 그름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뭐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죠.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집안에서 다 감싸줄 텐데요.”“그건 옛날에나 그랬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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