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911 - Chapter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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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1화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손톱이 손바닥에 박히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겨우 한현진에게 악담을 퍼부을 수 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네요. 가람 씨가 절 해하려 했다면 왜 또 굳이 절 구했겠어요?”한현진이 실망 가득한 눈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송가람은 믿고 내 말은 못 믿는다는 거야?”차가운 강한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전 그저 제가 본 것만 믿어요.”한현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강한서, 난 차라리 네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그 말에 찌릿, 강한서의 심장이 저렸다. 주먹을 꼭 쥔 강한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현진 씨, 그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꺼져.”한현진이 냉담한 얼굴로 강한서를 밀어내고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가슴팍에 아직 밀어내던 한현진의 손길이 느껴졌다. 강한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표정을 숨긴 강한서의 얼굴에선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송가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서 오빠, 괜찮아요? 현진 씨도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저주를 퍼부으면 안되죠.”입술을 짓이기며 송가람의 말에 대꾸하지 않던 강한서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얼굴은 좀 어때요? 아직도 아파요?”송가람이 눈시울을 붉히며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오빠. 현진 씨 너무 탓하지 말아요. 현진 씨는 계속 제가 오빠를 구한 게 마음에 걸려서 저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거예요. 오빠에게 그러는 게 아니라.”강한서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편 들 거 없어요. 한현진 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지내면서 이미 알고 있어요.”시선을 내린 송가람이 생각했다. ‘이 정도면 뺨 맞은 것도 나쁘진 않네.’잠시 생각하던 송가람이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현진 씨가 아름드리에서 지내는 게 어차피 오빠 기억이 돌아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왜 내보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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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2화

민경하는 어이가 없었다. “장난으로 하는 얘기 아니에요. 사모님 성격 몰라서 그러세요? 사모님께선 자그마한 일도 참고 넘어가는 법이 없는 분이세요. 게다가 지금은 임신까지 하셨잖아요. 다른 분 때문에 사모님께 욕을 하셨다니, 대표님께선 정말 아이가 사모님 발목이라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욕은 안 했어요...”무력한 기분에 강한서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건지 생각이나 좀 해줘요.”민경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기억이 돌아왔다고 얘기하세요. 그러면 사모님이 기쁘셔서 그 일은 바로 잊으실 거예요.”“...”“그 방법은 제외하고요.”잠시 생각하던 민경하가 말했다. “강에 다시 빠지시던가요. 그러면 사모님께서 마음이 아프셔서 바로 잊으실 거예요.”강한서가 바득 이를 갈았다. “좀 정상적인 대책을 생각할 순 없어요?”민경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저 공대 나왔어요. 저에게 연애 상담을 하시면 저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거야. 아가씨도 달래고 도련님도 도와야 하다니. 이까짓 연봉으로 이것저것 다 시키는 꼴이라니.’“아니면 취한 척하세요.”민경하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모님께서는 술에 취한 대표님께는 관대하신 편이시니까요.”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맙다는 말도 없어?’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니 강민서의 총알이 또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행히 총알 한 발이 과녁을 명중했다. 사격장 사장님이 계속 세 치 혀를 놀리며 강민서를 꼬드겼다. “제 말이 맞죠. 맞힐 수 있으시다니까요. 몇 라운드만 더 하시면 손에 익히실 수 있어요. 연속 20발을 명중시키시면 저 위에 있는 상품 중에서 아무거나 고르시면 돼요.”강민서가 통이 크게 또 비용을 지불했다. 그 모습에 민경하가 시간을 확인했다. ‘저 실력으론 아마 날이 밝기 전까진 이 사격장을 벗어날 수 없을 거야.’민경하가 앞으로 걸어가 강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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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3화

강한서의 행동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강한서, 너 뭐 하는 거야?”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란 강한서가 움찔하며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사레까지 들려 캑캑 기침했다. 새하얗던 얼굴이 은은한 빨간빛으로 물들었다. 머뭇거리던 강한서가 애써 침착한 척 허리를 숙여 술병을 주우며 나지막이 말했다. “목이 말라서요.”한현진이 강한서 뒤에 있는 정수기를 힐끔 쳐다보더니 침묵했다. ‘술과 물도 구분 못 해?’“강한서, 우—”우리 집에 가자. 한현진이 아직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한서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머리 아파요.”“...”‘방금까지 닥치라던 기세는 어디 간 거야?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 약한 척한다고?’강한서를 훑어보던 한현진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기괴한 추측이 떠올랐다. ‘설마 취한 척 방금 있었던 일을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말을 내뱉을 때는 기세등등하더니, 이제 와서 눈치를 보시겠다?’“그래.”짧게 대답한 한현진이 비꼬며 말했다. “머리 아프면 네 그 착한 가람 동생 불러줄까? 송가람에게 머리 마사지 좀 해달라고 할래?”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말 하지 마요.”한현진이 흥 콧방귀 뀌며 강한서 옆을 지나쳐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강한서가 그런 한현진을 불러세웠다. “오, 오늘 밤 어디로 갈 거예요?”한현진의 발걸음이 멈칫 멈춰 섰다. 그녀는 웃는 듯 웃지 않는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 내가 네 집에서 자면 네 가람 동생이 화낼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아름드리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한데, 난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 생각이 없어. 꼭 네 집에서 지내면서 네 가람 동생 열을 올릴 거야.”그 말에 강한서의 두 눈이 반짝였다. 눈빛에 가득 찬 생기가 감춰지지 않을 것 같아 강한서는 얼른 한현진의 눈을 피하며 냉담하게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차가운 척 행동했지만 꿀꺽 침을 삼킨 강한서의 목젖은 그의 진실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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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4화

‘아니, 물론 화를 내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거야?’머리를 굴리던 강한서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아니면 성우네로 갈래요? 자기 집 고양이가 백 텀블링할 줄 안다고 그러던데.”한현진이 잠시 침묵했다. “그래. 애 데리고 구경이나 하러 가지, 뭐.” “...”운전기사는 곧 차를 돌려 클라우드 아파트로 향했다. 30분 후, 클라우드 아파트 902호. 문을 열고 빈손으로 찾아온 두 사람을 본 한성우가 쯧 혀를 찼다. 차미주가 집안에서 소리쳤다. “귀인이라도 온 거야?”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오긴 왔는데, 가난하신 손님인가 봐. 빈손으로 왔네?”“...”“...”차미주가 도도도 달려 나왔다. “현진이?”말하며 한성우를 밀어낸 차미주가 말했다. “서서 뭐 해? 얼른 차라도 내와.”한성우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설 연휴에 우리 시간을 방해하다니.’“두 사람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자리에 앉고 나서야 차미주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한현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한서가 너희 집 고양이가 백 텀블링을 한다고 해서. 애 데리고 구경 좀 하러 왔어.”강한서가 그만 사레에 들렸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던 차미주가 대답했다. “너희 태교도 독특하게 하네.”말하며 차미주가 숙희를 다그쳤다. “숙희야, 자. 한 번 보여줘.”고개를 들어 유치한 인간들을 슥 훑어본 숙희가 등을 돌리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아 계속 잠을 청했다. “현진아, 이리 와 봐. 내가 새로 쓴 대본 보여줄게.”잠깐 앉아서 수다를 떨던 차미주는 그제야 새로 집필하고 있던 대본을 떠올렸다. 전에 한성우에게 보여줬었지만 워낙 입만 번지르르한 녀석이라 개똥을 보여줘도 꽃이라며 칭찬할 것이 분명했다. 차미주는 도무지 한성우의 안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차미주가 한현진을 서재로 데려가고 나서야 한성우가 입을 열었다. “아니면 너도 따라 들어가. 형수님 닳겠어.”강한서가 움찔하더니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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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5화

한현진의 질문에 강한서가 멈칫했다. 이건 강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는 임신 중이던 은서의 엄마를 본 적이 있었다. 임신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기와 산모가 무탈하게 건강하기만 하다면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었다. 미혼이었던 20여 년 동안 강한서는 육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리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 역시 일찍 돌아가셨으니 강한서는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강한서였지만 부모가 되는 일에서만큼은 그가 참고할 만한 성공적인 사례가 없었다. 그러니 아이를 낳아 키우는 문제는 그동안의 강한서가 고민할 법한 일이 아니었다. 한현진을 데리고 병원에 갔었던 제일 중요한 원인 역시 한현진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강한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은 강한서에게는 너무 갑자기 찾아온 선물이었다. 뭔가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와 한현진의 피가 섞인 작은 생명체가 한현진의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의 기분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행복, 흥분, 당혹, 두려움 그리고 고마움까지. 그에게 아이는 혈연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사이인 동시에 한현진과의 사랑의 결실이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좋은지 여자아이가 좋은지는 강한서에겐 여전히 정답 없는 질문이었다. 강한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한현진뿐이었다. 그는 그저 한현진과 함께 한 생명을 어른으로 키워내는 그 모든 과정이 기대되었다. 생명의 소중함,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전부 한현진이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강한서의 마음이 간질거렸다. “남자애가 좋은지 여자애가 좋은지 묻는데 대답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려?”한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둔해 빠져서는.’시선을 내린 강한서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다 좋아요.”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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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6화

강민서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초대하지도 않은 결혼식에 가서 뭐 하게?”한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돈 벌러 가지 왜 가겠어. 우리 가게에서 액세서리를 주문했어. 아직 잔금도 안 줬다고.”“결혼식에 넌 돈 벌러 가다니, 미친 거 아냐?”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설마 내가 결혼식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돈을 받아야 한다는 거야? 만약 결혼식 끝나고 환불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어쩔 건데?”강민서가 욱 화를 내며 말했다. “네 머리엔 돈밖에 없어?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뚝, 말을 멈추던 강민서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넌 이젠 송씨 가문의 딸이야. 네가 뭐가 부족해서 돈, 돈거리는 거야?”한현진은 평소와는 너무 다른 강민서를 훑어보며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그 말에 말문이 막힌 강민서가 이를 악물었다. “아무튼 난 분명히 얘기했어. 무슨 일 생기면 울지나 마.”한현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멈칫하던 강민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말을 마친 강민서가 방으로 올라갔다. 한현진은 그런 강민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양시은 딸의 결혼식은 밸런타인데이였다. 예비 신랑은 모 부국장의 외동아들이었고 그 역시 공무원으로 삼대가 모두 공직에 종사하는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였다. 작년 연말 시장 비서로 승진한 양시은의 남편은 창창한 앞날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 결혼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권력을 위한 정략결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양시은을 보며 드디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말했다. 남편의 출세와 함께 딸도 든든한 시댁을 둔 남편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 복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약혼 후 지금까지, 한현진은 한 번도 양시은이 사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한현진의 호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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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7화

전태평이 무슨 속셈인지, 한성우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탄식을 터뜨렸을 따름이었다. 승진하기 전 전태평은 한성우 같은 사업가들과 업무 교류가 많은 부서에서 일했었다. 자연히 한성우와도 식사 자리를 여러 번 가진 적이 있었기에 한성우는 그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장준은 쓰레기 같은 놈이었지만 장씨 가문은 정치력 세력이 있는 명문가였다. 가다가 장준은 외동아들이었으니 만약 전태평이 딸이 제 노릇을 제대로 해 장씨 가문의 대를 이어주기만 한다면 전태평은 장씨 가문을 등에 업고 더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 잠시 말을 멈춘 한성우가 슬그머니 강한서를 훑어보더니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어떤 사모님께서 이번 혼사를 주선하셨다고 들었어요.”한현진이 그런 한성우의 미세한 행동을 알아차리고는 멈칫 몸을 굳혔다. 조금 무딘 차미주가 얼른 말했다. “대체 어느 몰인정한 인간이 이런 결혼을 주선한 거야.”한성우가 말했다. “누군진 나야 모르지. 양시은 사모님과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어.”“이건 그냥 사람 인생 하나 망치는 거잖아. 가까운 사이에 이럴 수 있어? 만약 누가 내 딸에게 이런 사람을 소개해 준다면 난 그 인간 사돈에 팔촌까지 다 불러서 욕할 거야.”한성우가 차미주에게 다가갔다. “내가 같이 욕해줄게. 그래서 우리 딸은 언제 낳아?”“낳긴 뭘 낳아.”두 사람은 결혼식장으로 가는 내내 입씨름을 쉬지 않았고 그 덕에 차 안의 분위기는 한껏 유쾌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차미주가 갑자기 한현진을 끌어당기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너 엉덩이가 왜 이렇게 커진 거야? 힙 운동이라도 한 거야?”“...”그 말에 한현진이 손을 뻗어 엉덩이를 만졌다. “그렇게 티나?”차미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임신하고도 엉덩이 운동이라니, 미쳤어?”“운동하긴 뭘 해.”한현진이 차미주의 손을 자기 엉덩이에 가져갔다. 그러자 차미주는 자연스레 한현진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고 곧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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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8화

전고윤은 올해 곧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이었다. 강민서보다는 2살이 어렸지만 훨씬 차분해 보였다. 말투나 일 처리 방식 모두 양시은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고 예절도 바른 아이였다. 축의금을 내고 식장으로 향하는 한현진을 전고윤이 불렀다. “현진 이모.”이모라는 호칭에 한현진이 그만 침에 사레가 들렸다. “절 뭐라고 부른 거예요?”전고윤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현진 이모가 엄마를 언니라고 부른다면서 호칭을 잘못 부르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그게 몇 년 전 일인데, 뒤끝이 길어도 너무 길잖아.’전고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지금 신부대기실에 계세요. 모셔 오라고 하셨거든요.”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한현진이 그런 강한서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시은 언니가 신부를 위해 액세서리를 주문했어. 아직 전해주지 못해서 미주랑 같이 가서 피팅해보고 올게. 먼저 가 있어.”입술을 앙다물고 손을 놓은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빨리 와요.”“알겠어.”신부대기실은 예식장과 같은 층에 있어 꽤 가까웠다. 전고윤은 한현진과 차미주를 데리고 곧 신부대기실 앞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역시가 장씨 가문은 이번 결혼식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했다. 신부대기실에서 신부의 메이크업과 드레스를 봐주는 사람만 해도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차미주가 화장대 위에 올려진 박스에 새겨진 로고를 힐끔 쳐다보았다. 재벌가에서도 유명한 샵의 로고였다. 메이크업 한 번에 몇천만 원을 든다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놀랍지도 않은 일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제일 의외였던 것은 신부 대기실에 양시은 모녀뿐만 아니라 신미정도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양시은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현진을 보고는 혐오의 표정을 드러내던 신미정이 곧 눈을 반짝이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넌 왜 왔어?”한현진이 태연하게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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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9화

한현진과 양시은을 번갈아 보던 신미정이 입을 열었다. “한현진, 오늘은 시은 씨 따님이 혼사가 있는 날이니 괜히 여기서 재수 없게 하지 않는 게 좋겠어. 분명 네가 박스를 놓친 거잖아. 물건을 손님께 전달하기도 전에 망가졌으니 이건 너희 잘못이야. 돈 몇 푼 때문에 다른 사람 결혼식 망치지 마. 그 죗값은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꾹 분노를 삭이고 있던 차미주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헛소리 좀 그만하시죠. 아까 현진이가 박스를 건넬 때 분명 아줌마를 등지고 있었어요. 대체 어디에 눈이 붙어서 현진이가 떨어뜨리는 걸 봤다는 거예요? 돈 몇 푼이요? 저런 팔찌쯤이야 물론 아줌마한테는 푼돈이겠죠. 아줌마가 그동안 강한서에게서 뜯어낸 돈이야말로 큰돈이죠.”신미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넌 뭐야? 뭔데 여기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난—”내가 네 애비다. 차미주가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한현진이 먼저 입을 열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편을 들고 싶으시면 돈이라도 대신 내주시면서 편 드시죠. 저희 가게 상품은 모두 직원들이 피땀 흘려 만든 거예요. 오늘 잔금을 결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신부 대기실에서 못 나가요.”말하며 고개를 돌린 한현진이 차미주에게 말했다. “미주야, 물건을 가지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해. 경찰이 와서 처리하라고 하지 뭐.”양시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진 씨, 미쳤어요? 우리 딸 결혼식에 신고라뇨?”한현진이 냉소 지었다.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전 그저 잔금을 받으러 왔을 뿐이에요. 잔금을 못 주신다고 하니 당연히 신고해야죠.”차미주가 얼른 휴대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걸었다. 결혼식 당일 경찰이 들이닥쳐 창피한 상황이 펼쳐질까 두려웠던 것인지 바득 이를 간 양시은이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만해요. 재수가 없어서 그런 셈 치죠. 얼마예요?”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8000만 원이요.”양시은이 굳은 얼굴로 한현진에게 계좌 이체를 하더니 비꼬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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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0화

차미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열었다. “세상에, 그건 인간도 아닌 거 아냐? 사모님이 예전에 자기한테 얼마나 잘했는데.”“전 의원님도 시은 언니께 잘 해줬어.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실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시은 언니는 남편과 딸들에게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어. 신미정은 완벽했던 시은 언니의 결혼 생활에 스크래치를 냈어. 그러니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용서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 다시 신미정과 손잡을 일은 없어.”멈칫하던 한현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아까 들어갈 때 못 봤어?”차미주도 한현진을 따라 목소리를 낮췄다. “뭘?”“언니 따님 눈시울이 붉어 있었어. 아마 울었었던 것 같아. 언니도 그랬고. 이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신미정이 없어서 장씨 가문이 얼마나 명문가임을 말하고 있었지만 언니가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지.”차미주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딸이 결혼하는데 안 우는 엄마가 어딨어? 장가가는 쪽이나 안 울지.”차미주의 말에 한현진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말 하자면 길어. 아무튼 난 시은 언니가 오늘 이런 소란을 피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만약 한현진이 눈꼴 사나웠던 거라면 이런 일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 둘째 딸에게 자기를 공손히 모셔 오라고 시켜놓고 대기실에 도착하니 신미정 앞에서 그런 소란을 피웠다는 건 어쩐지 신미정에서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시은 언니가 혹시 신미정의 속셈을 눈치챈 건가?’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현진은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결혼식은 저녁 7시 10분에 시작되었다. 장씨 가문에서 일부로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아 받아온 시간이라고 했다. 지금은 이제 6시밖에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장준의 어머니는 모 그룹의 회장이었다. 아버지 쪽의 친척들은 대부분 공무원이었다. 뿌리가 깊고 인맥이 넓은 가문이라 청첩장을 돌린 손님들만 해도 88개의 테이블에 앉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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