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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5화

한현진의 질문에 강한서가 멈칫했다.

이건 강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는 임신 중이던 은서의 엄마를 본 적이 있었다. 임신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기와 산모가 무탈하게 건강하기만 하다면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었다.

미혼이었던 20여 년 동안 강한서는 육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리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 역시 일찍 돌아가셨으니 강한서는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강한서였지만 부모가 되는 일에서만큼은 그가 참고할 만한 성공적인 사례가 없었다.

그러니 아이를 낳아 키우는 문제는 그동안의 강한서가 고민할 법한 일이 아니었다.

한현진을 데리고 병원에 갔었던 제일 중요한 원인 역시 한현진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강한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은 강한서에게는 너무 갑자기 찾아온 선물이었다. 뭔가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와 한현진의 피가 섞인 작은 생명체가 한현진의 배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의 기분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행복, 흥분, 당혹, 두려움 그리고 고마움까지.

그에게 아이는 혈연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사이인 동시에 한현진과의 사랑의 결실이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좋은지 여자아이가 좋은지는 강한서에겐 여전히 정답 없는 질문이었다.

강한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한현진뿐이었다. 그는 그저 한현진과 함께 한 생명을 어른으로 키워내는 그 모든 과정이 기대되었다.

생명의 소중함,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전부 한현진이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강한서의 마음이 간질거렸다.

“남자애가 좋은지 여자애가 좋은지 묻는데 대답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한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둔해 빠져서는.’

시선을 내린 강한서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다 좋아요.”

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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