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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2화

차미주는 한성우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전태평과 양시은은 함께 앉아 있었고 전태평 옆에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왼쪽에는 양시은과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중년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평범한 몸매에 외모도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기품 있는 분위기가 한눈에 봐도 공무원임이 분명했다.

중년 남자는 신랑과 매우 닮았고 그 역시도 정치인 특유의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차미주의 어머니가 집에 걸어둔 단체 사진 속 정치인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고귀한 기품에 근엄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남자와 얘기를 주고받는 전태평은 자기도 모르고 허리를 숙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마에 노비라는 두 글자까지 써 붙이고 머리를 조아릴 행세였다.

차미주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저 테이블이 왜?”

한성우가 차미주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자기야, 자기는 너무 순진해. 장준 쟤 아빠가 신부를 보는 눈빛을 봐봐.”

흠칫하던 차미주가 다시 그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엔 차미주도 드디어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중년 남자가 신부를 바라보는 눈빛은 절대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품을 빤히 살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신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곳도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차미주는 순간 어릴 적 본가에서 돼지를 키우던 양식장 사장님들이 돼지우리의 임신한 돼지를 바라보던 눈빛이 신부를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잘 크고는 있는지, 잘 먹고는 있는지 튼실한 새끼 돼지를 낳을 수는 있을지 관찰하던 그 눈빛...

순간 불쾌한 기분이 차미주를 사로잡아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한성우가 차미주에게 물었다.

차미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신부를 보는 눈빛이 왠지 불쾌하게 느껴져.”

한성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불쾌한 게 당연하지. 자기 아들을 낳아줄 사람인데, 어울릴만한 사람인지 살펴보고 싶겠지.”

차미주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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