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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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가정부는 워낙 오랫동안 강씨 집안에서 일해왔는데도 강한서는 전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빡빡하게 굴었다.유현진은 그에게 그만하라고 타이르고 싶었다. 어차피 뺨은 이미 맞았기에 이제 와서 더 따지는 건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가정부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아, 아가씨예요... 아가씨가 물건을 던져서...”“누구랑 통화해요?”가정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신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곧 신미정으로 바뀌었다.“도련님이에요. 트러플에 대해 여쭤보셔서...”신미정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강한서에게 말했다.“트러플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집까지 전화해서 물어?”강한서는 입술을 얇게 오므렸다.“그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고 싶어서요.”신미정은 벌컥 역정을 냈다.“알아내면 뭐하게? 경찰에 신고해서 나 잡아가게? 잘난 것도 없으면서 일러바치는 건 1등이라니까. 내가 그 트러플을 봤다고 해도 절대 받지 않았을 거야. 나한테 전화할 시간에 네 마누라나 신경 써. 강씨 집안에 시집왔는데도 팔이 밖으로 굽으면 어떻게 해?”말을 마친 신미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한서는 휴대폰을 꽉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한서가 안 전해준 건 아니네.’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됐어, 원래 선물하러 가기도 귀찮았는데 잘 됐지, 뭐.”강한서는 한참 있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아파?”그 말을 들은 유현진은 잠깐 멈칫했다. 강한서가 계속 자신의 왼쪽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걸 발견하고서야 그의 뜻을 알아챘다.억울한 감정이 밀려오며 유현진은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릴까 봐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괜찮은 척했다.“제 자식을 그렇게 세게 때릴 리가 있겠어?”사실 많이 아팠다. 유상수는 그녀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기에 그녀의 뺨은 아직도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자신의 기분을 강한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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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유현진이 그의 말을 들을 사람도 아니었기에 강한서는 일찍이 포기했다.유현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강한서는 그녀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의아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너 술 마셨어?”“아니.”유현진은 얼굴이 새빨갰다.하지만 거짓말을 해봤자 티가 날 것 같아 유현진은 솔직하게 말했다.“많이는 아니고, 조금 마셨어.”겨우 와인 반병뿐이었다. 그녀의 주량으로 와인 반병을 마셔도 전혀 취할 리 없었고 그저 도저히 맨정신으로 강한서를 씻겨줄 수 없을 것 같아 마신 거였다.강한서는 그녀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수건을 건네주며 덤덤하게 말했다.“먼저 한 번 닦아내는 게 좋겠어.”유현진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씻겨본 적이 없었다.전에 두 사람은 욕실에서 사랑을 나눈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유현진이 강한서가 샤워하는 틈을 타 등을 밀어준다는 핑계를 대고 욕실로 들어온 거였다. 등을 밀기는커녕 결국 욕구에 못 이겨 그녀가 먼저 옷을 훌렁 벗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스킨십이 끝나면 강한서는 그녀를 깨끗이 씻어주고 침대까지 안아가곤 했다.강한서는 그녀의 구애를 곧잘 받아줬었다.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침대에서만큼은 열정적이었다.하지만 작년부터 강한서의 열기가 점점 식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아이의 일 때문에 싸움이 잦아졌고 이로 인해 강한서는 점점 그녀에게 흥미를 잃은 듯했다.‘내가 진작 질렸겠지, 뭐.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은 건 그저 핑계일 뿐이야. 아니면 사랑하는 송민영이 마음에 걸려서 그랬나? 개자식. 나랑 질리도록 자고 나서는 이제 와서 사랑하는 여자 생각하는 거야?’이때,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정신을 차려보니 강한서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유현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손이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간 것이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다급하게 손을 움츠렸는데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유현진은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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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강운이었다.강한서는 정색하더니 입술을 얇게 오므리며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주강운은 잠깐 주춤했다.“한서야?”강한서는 그제야 ‘응’ 하고 대답했다.주강운이 물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배터리가 없어서.”강한서가 멈칫하더니 그에게 물었다.“현진이를 찾아?”주강운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너 찾으려고 전화한 거야. 그런데 전화를 받아야 말이지, 할 수 없이 현진 씨한테 전화했어.”‘현진 씨?’강한서는 입술을 씰룩거렸다.“무슨 일인데?”주강운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요즘 너무 바빠서 네가 다친 것도 몰랐잖아. 민서랑 얘기하다가 알게 되었어, 네가 다쳤다는걸. 그리고 성우한테 연락해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지.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강한서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괜찮아.”“성우가 그러던데 범죄자가 잡혔다며? 내 도움이 필요해?”주강운은 충분히 두 사람이 최고 형량을 받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필요하면 연락할게.”강한서가 말을 마치자 유현진이 겨우 눈을 뜨며 물었다.“누구야? 왜 이렇게 오래 얘기해?”잠에서 금방 깨어나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잠겼다.주강운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더니 흠칫했다.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강운이야.”그러더니 또 그녀에게 물었다.“강운이랑 얘기할 거 있어?”유현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설마 소송할 일을 얘기한 건 아니겠지?”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강한서를 등진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운 씨,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강한서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주강운이 대답했다.“한서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성우한테서 들었는데 두 사람 사고를 당했다면서요? 안 다쳤어요?”유현진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소송 때문에 전화한 줄 알고 깜짝 놀랐네.’“괜찮아요. 한서가 좀 다치긴 했는데 너무 심각한 건 아니에요.”강한서는 말문이 막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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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강한서가 어젯밤 일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유현진은 고민하고 있었다.‘그냥 사고였다고, 다 큰 성인이 그럴 수도 있다고 덤덤하게 말하면 될까?’하지만 강한서는 어젯밤 일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유현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무턱대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러면 어젯밤 일을 마음에 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그래, 강한서가 먼저 시작했으니 난 그냥 즐겼을 뿐이라고.’그 생각에 유현진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별생각 없이 그냥.”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100억은 이혼 소송을 도와주는 주강운에게 줄 변호사 비용이었으니.물론 유현진은 주강운에게 이혼 소송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었다. 주강운은 강한서의 친구이니 소송을 도와준다고 해도 자신이 아닌 강한서를 도울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니 ‘주강운을 별생각 없이 100억으로 저장했다’라는 유현진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캐묻지도 않았다.“그럼 나는 뭐로 저장했는데?”유현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당연히 이름으로 저장했지, 뭐로 저장했겠어?”하지만 강한서는 바로 유현진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눈치채고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강한서의 시선에 유현진은 등골이 오싹했다. 왠지 모르게 그가 휴대폰을 가져가서 확인할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를 한참 쳐다보더니 이불을 거두고는 침대에서 일어섰다.그는 맨발로 카펫을 밟으며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몸에 걸쳤다.유현진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강한서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강한서는 몸이 얄팍했지만 근육 라인이 굉장히 예뻤다. 복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등 근육까지 탄탄했다. 운동하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등 근육을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매일 회사 일로 바쁘면서도 시간을 짜내 운동하니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남자라면 다 그런 눈으로 봐?”강한서가 바지를 다 입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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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무슨 기사?”유현진이 눈 주변을 정성껏 마사지하며 물었다. 대본을 종일 봤기에 눈이 아팠다.“배우 Z씨가 출연하고 있는 모든 작품에서 퇴출당했대.”“누구?”“원래 네 배역을 맡기로 한 배우분 말이야. 그래도 좀 이름 있는 여자 연예인인데, 상도 꽤 많이 받고.”유현진이 차이현과 계약한 후, 차미주는 스태프 단톡방에 겨우 들어가 많은 소식들을 알아냈다.이번 유현진이 연기하기로 한 배역은 원래 배우 Z씨로 캐스팅되어 있었다.“왜 퇴출당했대?”“학폭 때문인 것 같아. 전에도 피해자가 몇 번이나 글을 올렸었는데 증거가 없었거든. 그런데 누가 글쎄 배우 Z씨가 10년 전에 게시판에 남긴 글을 찾아냈나 봐. 학폭에 가담했다는 증거라며 난리가 났대. 차 감독님은 진작 알고 계셔서 자른 걸 수도 있고.”‘어쩐지... 이렇게 중요한 배역을 계속 캐스팅 안 했다는 건 말도 안 되잖아. 나 그럼 계 탄 건가?’“너 진짜 다행인 줄 알아, 이 배역 노리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배우 Z씨가 퇴출당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차 감독님께 배우를 추천했겠어. 하지만 이미 그 배역이 너로 결정되었는걸. 그러니까 이 드라마 끝날 때까지 절대 다른 사람 눈에 띄어서는 안 되고.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 정말 조심해야 해.”차미주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이 바닥에서는 워낙 흔한 일이기 때문이니.차이현도 염려하는 부분이 있어 주역 배우 오디션은 워낙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후 역을 맡기로 한 배우 Z씨는 약점을 잡혀 작품에서 퇴출당했다.10년 전 게시판에 남긴 글을 지금 찾아내다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신박했다.차이현이 유현진을 캐스팅한 건 물론 그녀의 연기가 마음에 든 것도 있었지만 Z씨를 폭로한 배후에게 일부러 도발하려는 것도 있었다.‘아무리 다른 사람을 밀어내 봤자 너는 뽑지 않을 거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유현진이 이 배역을 따내게 된 건 정말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신인인 데다가 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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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하지만 유현진은 유상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유현진은 한성우를 60억 넘게 벌어주고, 또 굴 한 박스까지 선물했으니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유상수 씨가 또 부경동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면서, 돈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났대?”유씨 집안의 재력 정도는 그들이 잘 알고 있었다.유현진이 강한서와 결혼하기 전, 유씨 집안은 운주시에서 겨우 삼류 기업에 지나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아내의 전략 덕분이었다.하지만 아내가 사고를 당한 후 유상수는 회사를 다루기 위해 많은 핵심 멤버를 내쫓았었다. 아무리 야망이 커도 워낙 능력이 없었으니 2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부도 위기에 빠졌다.자금도 없고 주문받은 물건은 만들어내지 못하니 유상수는 희망을 곧 졸업한 딸에게 걸었다.유씨 집안은 명문 집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즈니스계에 발을 들였다고 할 수 있었다. 유상수처럼 명예와 이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파렴치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상업 파티나 연회의 단골이었다.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유현진을 데리고 종종 파티에 참석했다.유상수와 아내는 모두 외모가 평범했으나 딸인 유현진의 얼굴은 워낙 예뻤다.연예인 중에서도 예쁘게 생긴 여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리 연예인을 좋아해도 그들과 결혼을 할 건 아니었다.특히 상류사회에서는 결혼할 남녀의 집안이 엇비슷해야 했다. 그래야 서로에게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으니.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의 사생활이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좋았다.유현진은 완벽한 며느릿감이었다.예쁘고 깔끔하게 생겼지, 젊기까지 해. 또 유상수의 독녀라 그녀와의 혼인을 성사하기 위해 유씨 집안이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유상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강한서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덤덤하게 말했다.“회사 주식을 좀 판 것 같아. 부경동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최소 200억은 벌 수 있거든.”부경동의 프로젝트는 잠재적 가치가 높았다.유상수에게는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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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때부터 한성우는 유현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씨 집안의 재력으로 20억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말도 안 하고 그 돈을 친정에 보냈으니 한성우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강한서가 그의 입을 막은 바람에 이 일은 알려지지 않았지, 아니면 정인월도 그렇게 그녀를 예뻐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한성우는 유현진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었다. 설마 전에 자신이 너무 불편한 시선으로 유현진을 바라본 게 아니었나 싶었다.유현진이 만약 정말 유상수의 편이라면 팔찌 일을 그에게 속이지 않았을 것이다.또 유현진이 만약 허영심에 찌든 사람이었다면 강한서와 이혼을 하는 게 아니라 그를 꽉 잡고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유현진은 ‘선셋 스타’ 이다.한성우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그가 실생활에서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라니.그래도 팬심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유현진이 ‘선셋 스타’ 인 걸 알고는 그녀가 마냥 밉지는 않았다.한성우가 강한서를 힐끔 보며 물었다.“설마 유상수 씨를 투자하게 한 건 현진 씨를 도우려고 그러는 거야?”강한서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투자를 많이 할수록 내가 다루기 쉽거든.”한성우는 한숨을 내쉬었다.‘유상수 씨도 참 단순하셔. 강한서 돈을 벌기 그렇게 쉬운 줄 아나? 한서가 작정하면 모든 돈을 다 날려버리게 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참, 모레 강운이 고모가 여는 주얼리 전시회에 갈 거야? 현진 씨가 주얼리 좋아하지 않았나? 너 시간이 없으면 내가 같이 가줄 수도 있는데.”강한서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너 요즘 현진이 많이 찾는다?”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그래?”강한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나 예전에 현진이 데리고 파티 가는 것도 너 안 좋아했었잖아.”한성우가 유현진을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아도 눈치가 빠른 강한서를 속일 수는 없었다.하지만 한성우는 강한서에게 유현진이 ‘선셋 스타’인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진실을 알았을 때의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그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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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그들의 대화를 들은 한성우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얘 왜 이렇게 독설이야.’다행히 유현진은 바로 기분이 풀렸다. 서재로 찾아온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내가 철이 없었어. 네가 나 때문에 다쳤는데 내가 널 잘 챙겨야지. 요즘 유머 모음집 보고 있는데 엄청 재밌거든. 한 번 들어볼래?”강한서는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의아했다. 유현진은 독설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지?’강한서가 한참 그녀를 지켜보고는 말했다.“얘기해 봐.”그러고는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유현진은 뜸을 들이다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어느 날, 엄마 파리가 아기 파리를 데리고 똥에서 식사하고 있었어. 아기 파리가 엄마한테 물었어. ‘엄마, 우리는 왜 똥을 먹어요?’, 엄마 파리는 잔뜩 화가 났어. ‘밥 먹을 때 그렇게 징그러운 얘기를 하면 어떡해!’”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차마 우유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다.다른 한편, 그 얘기를 들은 한성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유현진은 그제야 한성우도 듣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강한서는 겨우 우유를 넘기고는 미간을 구겼다.“네 수준답다.”“엄청 웃겨요.”한성우는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형수님, 개그우먼 해도 되겠어요.”한성우는 빈말이 아니었다. 유현진은 성우를 해서 그런지 캐릭터에 따라 다른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갔는데 꽤 몰입감 있게 들렸다.유현진은 한성우가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한성우랑 영상통화하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나 안 했을 텐데.’유현진이 서재를 떠나려던 그때, 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다른 거 없어?”‘수준 떨어진다더니.’유현진이 대답했다.“있어, 그럼 수준 높은 거로 얘기해 줄게. 옛날 옛적에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가 있었어. 어느 날,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물었어. ‘큰~ 물고기야~, 넌~ 어떤~ 음식을~ 좋아해?’, 큰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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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저는... 안 갈래요. 남편이 팔을 다쳤는데 집에서 잘 챙겨줘야죠.”유현진이 주저하며 말했다. 역시나 마음이 흔들린 모양이다.한성우가 말했다.“한서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형수님이 안고 재워야 해요? 한서는 집에 두고 저랑 같이 가죠.”강한서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당장이라도 한성우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그... 그럼... 나, 갔다 올까?”유현진이 조심스럽게 강한서에게 물었다.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가고 싶으면 가. 왜 내 눈치를 봐?”“그래.”유현진이 또 한성우에게 물었다.“모레 몇 시 시작이죠?”“저녁 7, 8시쯤일 거예요. 야광주니 저녁이 되어야 그 아름다움이 보이겠죠. 그럼 그때 형수님 데리러 갈게요.”두 사람이 약속을 잡은 후 한성우는 영상통화를 끊었고 서재는 삽시에 조용해졌다.유현진은 아직 물어보고 싶은 말을 못 물어봤기에 서재에 남아있었다.하지만 강한서는 그녀가 걸리적거렸다.그는 유현진을 힐끔 보더니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아니야, 너 일 봐. 나 여기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강한서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너 여기 있으면 나 일하는 데에 방해돼.”유현진은 겨우 화를 참으며 활짝 미소를 보였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너 너무 피곤하게 일하면 안 된대. 대표님, 서재에 이렇게나 오래 있으셨는데 제가 어깨를 마사지해 줄게요.”강한서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너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유현진은 벌컥 역정을 냈다.“강한서, 네가 다쳐서 미안한 마음에 좀 잘해주려고 하니까 왜 시비야? 싫으면 말아.”강한서가 그녀를 지켜보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어젯밤에도 미안한 마음에 나 보상해 주려고 그런 거야?”유현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서재를 나서려고 했는데 강한서가 그녀의 팔을 잡고는 진지하게 말했다.“나 어깨 마사지해 준다며?”‘마사지는 무슨! 우유를 확 엎어버리고 싶네. 말을 어쩜 저렇게 해?’하지만 유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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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유현진은 계속 강한서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강한서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덤덤하게 물었다.“왜 퇴출당했대?”‘뭐야? 모르고 있었어?’유현진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게시판에 남긴 글들을 네티즌들이 찾아냈나 봐. 학폭이라며 작품에서도 퇴출당하고 그랬어.”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군가에게 밉보인 게 틀림없어. 아니면 누가 10년 전 게시판 글을 찾아봐?”강한서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했으니까 그렇게 목덜미를 잡힌 거 아니야.”“요새 새 드라마 촬영한다던데 그 배역을 누가 탐내서 이런 일을 벌였대. 배역 하나로 사람 연예계 퇴출시킨 건 좀 너무하지 않았어?”“자본주의는 다 이래. 예전에 그런 글을 남기지 않았으면 연예계 퇴출당하지도 않았을 거잖아.”강한서가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힘 좀 더 줘봐.”‘입이 무겁긴.’유현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송민영 씨도 이런 방법 자주 쓰지 않을까? 워낙 뒤 봐주는 사람 많아서 말이야.”강한서가 흠칫하더니 미간을 구겼다.“그게 무슨 말인데?”“아니, 그냥 해본 말이지. 송민영 씨가 전에 ‘정상에서’라는 작품에서 다른 성우분 배역을 뺏어갔잖아. 한때 엄청 화제 됐었는데, 이 일이랑 비슷하지 않아?”“어디가 비슷해?”강한서는 기분이 언짢았다.“그 성우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도 아니잖아.”유현진은 바로 그가 했던 말로 반박했다.“그 성우분은 잘못한 일이 없어서 목덜미 안 잡혔겠지.”“돈 받고 본인이 작품 안 하겠다고 했는지 어떻게 알아?”“내가... 내가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유현진은 하마터면 말이 빗나갈 뻔했다.‘돈을 받기는 무슨! 계약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 그러면 어떡해. 보상은커녕 차비도 내 돈으로 냈는데 말이야.’강한서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그 일을 인터넷에서 떠벌리고 다니겠어?”유현진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정말 돈을 받았으면 왜 인터넷에 그런 글을 올렸겠어?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안 하지.”강한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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