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계속 강한서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강한서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덤덤하게 물었다.“왜 퇴출당했대?”‘뭐야? 모르고 있었어?’유현진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게시판에 남긴 글들을 네티즌들이 찾아냈나 봐. 학폭이라며 작품에서도 퇴출당하고 그랬어.”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군가에게 밉보인 게 틀림없어. 아니면 누가 10년 전 게시판 글을 찾아봐?”강한서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했으니까 그렇게 목덜미를 잡힌 거 아니야.”“요새 새 드라마 촬영한다던데 그 배역을 누가 탐내서 이런 일을 벌였대. 배역 하나로 사람 연예계 퇴출시킨 건 좀 너무하지 않았어?”“자본주의는 다 이래. 예전에 그런 글을 남기지 않았으면 연예계 퇴출당하지도 않았을 거잖아.”강한서가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힘 좀 더 줘봐.”‘입이 무겁긴.’유현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송민영 씨도 이런 방법 자주 쓰지 않을까? 워낙 뒤 봐주는 사람 많아서 말이야.”강한서가 흠칫하더니 미간을 구겼다.“그게 무슨 말인데?”“아니, 그냥 해본 말이지. 송민영 씨가 전에 ‘정상에서’라는 작품에서 다른 성우분 배역을 뺏어갔잖아. 한때 엄청 화제 됐었는데, 이 일이랑 비슷하지 않아?”“어디가 비슷해?”강한서는 기분이 언짢았다.“그 성우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도 아니잖아.”유현진은 바로 그가 했던 말로 반박했다.“그 성우분은 잘못한 일이 없어서 목덜미 안 잡혔겠지.”“돈 받고 본인이 작품 안 하겠다고 했는지 어떻게 알아?”“내가... 내가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유현진은 하마터면 말이 빗나갈 뻔했다.‘돈을 받기는 무슨! 계약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 그러면 어떡해. 보상은커녕 차비도 내 돈으로 냈는데 말이야.’강한서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그 일을 인터넷에서 떠벌리고 다니겠어?”유현진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정말 돈을 받았으면 왜 인터넷에 그런 글을 올렸겠어?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안 하지.”강한서가
소파에는 이미 수많은 옷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녀가 한쪽에 버려둔 옷들은 이미 입어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옷들이었다.유현진은 평소에 옷차림이 보수적이라 원피스를 입을 때에도 종래로 목 아래를 노출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의 의상들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거울 앞에서 몸을 한두 바퀴 돌려보더니 결국 다시 벗어버렸다.그녀는 하얀 피부에 허리는 잘록하고 선이 예뻤다. 다리도 길고 쭉 뻗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몸매였다.강한서는 위층 난간에 기대 커피를 홀짝이며 아래층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중도에 유현진은 차미주의 전화를 받는 것 같았다."나 지금 피팅중이야. 저녁에 주얼리 전시회가 있어." 그녀는 옷을 뒤지며 고민했다. "근데 입을 옷이 없네."강한서...'그러면 드레스 룸에 옷들은 다 쓰레기야?'"응, 그래. 내일 봐. 알겠어."통화를 끝낸 뒤, 그녀의 눈에 흰색 원피스가 들어왔다.강한서도 눈에 익은 원피스였다. 하지만 그녀가 입고 나온 뒤, 강한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 원피스는 지난번 주강운이 자선 이브닝 파티에서 그녀에게 선물했던 원피스였다.강한서는 애써 표정을 숨기며 커피잔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유현진은 이 원피스가 마음에 쏙 들었다. 디자인은 간단하지만 입었을 때 몸매를 강조할 수 있는 원피스였다.그녀는 한참 동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액세서리를 맞추어 보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뒤에 있던 강한서와 부딪혔다. 이때 강한서의 손에 들려있던 커피잔이 떨어지면서 마침 그녀의 원피스를 덮쳤다.유현진은 깜짝 놀라 휴지를 집어서 닦아내려 했지만, 커피는 빠르게 원피스로 스며들어 가 커다란 얼룩을 만들어 더는 입을 수 없게 되었다."당신 왜 갑자기 여기 서 있어?"유현진은 커피 얼룩을 지우며 강한서를 원망했다. '이거 지워지려나? 한 번밖에 안 입었는데.'강한서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당신이 갑자기 몸을 돌릴 걸 내가 알았겠어?"유현진은 강한서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 "나 옷 갈아입
강한서는 정인월이 놀랄까 봐 알리고 싶지 않았다."너 또 밥 제때 안 먹는 거지?" 정인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얼굴 살 빠진 거 좀 봐, 그래 괜찮아졌어?""좋아졌어요, 곧 회사 다시 나갈 거예요.""급해하지 말고, 일단 몸이 우선이야." 정인월은 강한서 손에 들려있는 커피잔을 보고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위도 안 좋은 애가 커피를 마셔?"강한서는 바로 유현진에게 떠넘겼다. "이 사람 거야.""현진이도 안 돼. 오후에 커피 마시면 밤에 잠 못 자."유현진은 강한서를 속으로 수십 번도 욕하고 나서 말했다. "명심할게요, 할머니. 이젠 안 마셔요."정인월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러고는 소파 위에 쌓여있는 옷을 보며 물었다. "갈 데 있어?"유현진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되었다.정인월은 강한서가 아프다고 알고 있는데, 이 와중에 주얼리 전시회에 간다고 하면 아픈 보배 손주를 버리고 가는 것이 되기에 말은 안 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유현진이 핑곗거리를 생각하는 순간,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요. 저녁에 마침 주얼리 전시회가 있어서 보내려고요. 나 좀 휴식하게요."정인월이 물었다. "시윤이가 하는 주얼리 전시회 말하는 거야?"주시윤은 이번 주얼리 전시회의 주최자이자 주강운의 고모이다.강한서는 머리를 끄덕였다.정인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이따 가는 길에 현진이 내 차에 타면 되겠어."강한서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할머니도 가요?""시윤이가 좋은 옥석이 있다고 그래서. 삼청관의 현기도사가 개안한 거래. 마침 시간도 있으니 한 번 가보려고.정인월은 옥석을 좋아하며 미신을 믿었다. 또 마침 현기도사와 친분도 있었다. 삼청관이 재정비할 때도 한주 강씨 가문에서 자금을 내어주었었다.심지어 유현진과 강한서의 결혼 전에도 정인월은 두 사람의 사주팔자를 보러 간 적도 있었다. 그때 말하길, 두 사람은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이라고 했다.유현진은 현기도사가 사기꾼처럼 느껴졌지만,
유현진은 조금은 부러웠다. '돈 많은 사람은 다르네. 50대도 30대의 남자친구를 찾는 걸 보면.'유현진은 분명 사적인 주얼리 전시회라 장소도 크지 않다고 들었는데 도착한 후에야 실제 규모를 알게 되었다.오늘 전시회의 장소는 면적이 어마어마했다. 며칠 동안을 이용해 호화롭게 꾸몄으며 경호원만 해도 근 100명이 되었다. 한주시의 이름 좀 있다 하는 집안의 사모님들도 다 모여있으니 주위는 온통 외제 차들이 줄지어 서서 차 전시회라고 착각할 정도였다.지진씨가 차를 세운 뒤,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전시회장으로 들어갔다.정인월은 워낙에 유명했다. 게다가 이런 공개적인 모임에 보통 참석하지 않다 보니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이름 좀 있다 하는 가문의 사모님들이 몰려와 정인월에게 인사를 올렸다. 정인월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머리는 명석하기에 그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인사를 받아주었으며, 초면이라 해도 예의를 지켜 응답했다.한주시에서 정인월은 발이 꽤 넓었기에 유현진도 덩달아 덕을 보았다."할머니 왜 오셨지?"강민서는 멀리서 걸어오는 그들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할머니 온다는 말씀 없으셨어? 저 여자까지 데리고 왔네."신미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세 사람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가서 할머니한테 인사드려."강민서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할머니는 큰오빠랑 저 여자만 예뻐하는데, 내가 굳이 인사해서 뭐 해요?""네 할머니가 저 여자 예뻐하는 것도 다 네 큰오빠 때문이야. 네가 친손녀인데 널 예뻐하지 않으려고? 어서 가서 인사드려. 사람들 웃기 전에."강민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할머니."정인월은 강민서를 발견하고 이내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강아지도 여기 있었네.""나 엄마랑 같이 왔어요. 고모가 하는 전시회인데, 당연히 와야죠."신미정이 말했다. "어머님, 안 오신다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하신 거예요?"소문에는 정인월이 큰며느리를 가장
자리에 있는 사모님들이며 아가씨들이며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외부에서 아무리 정인월과 신미정의 고부 사이가 좋다고 전해져도 이 오랜 세월, 정인월의 남편이 살아 있었을 때도 정인월은 공개된 장소에서 신미정을 이토록 보살핀 적이 없었다.정인월은 유현진에게 과분하다 싶은 총애를 베풀었다.정인월이 원래 큰손주를 편애하는 데다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 손주며느리이니 더 총애해도 이상한 것 없었다.이 한 가지만으로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그녀들은 껍데기만 화려했지 다들 시댁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트러블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비슷한 집안끼리의 혼인이라고 해도 고부 갈등을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유현진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재벌 집에 시집온 것도 모자라 정인월의 극진한 사랑까지 받고 있으니,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 순간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걸 당신이 사주면 그 2,000억에서 깎을 건 아니지?"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상수한테 속고만 살았어? 돈 얘기만 나오면 눈이 아주 빛난다. 너?""그건 아니고, 돈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유현진이 난데없이 물었다. "강운 씨 고모, 나이가 어떻게 되셔?"강한서는 비록 그녀의 사유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묻는 대로 답했다. "엄마보다 두 살 어려.""그럼 50대라는 얘기잖아. 정말 동안이셔. 안 그래?"강한서가 말했다. "너 본 적 있어."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없는데.""저번에 너랑 같이 게임을 했던 백 여사."유현진은 깜짝 놀랐다. "백 여사가 주 변호사 고모였어?"강한서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진짜 동안인 거야." 신미정도 관리를 잘해 50대의 나이에도 40대처럼 보였는데 백 여사는 심지어 신미정과 비슷한 나이지만 훨씬 동안이었다. 어쩐지 어린 남편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게 당신이 돈 좋아하는 거랑 뭔 상관이야?
"아빠, 이 팔찌 어때요?"익숙한 목소리에 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렸다.이내 어릴적부터 듣고 자란 남자의 목소리가 자상하게 들려왔다. "예쁘네, 맘에 들면 사.""2억이나 하는데요..." 여자는 멈칫거렸다. "너무 비싸요. 됐어요. 아빠가 하는 사업에 자금도 필요할 텐데,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대표님, 따님이 정말 착하세요. 아빠 생각을 어찌나 하는지."유상수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는 고생을 하며 자란 아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철도 들었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도 잘 알지."여자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애가 좋다는데 얼마 하지도 않은 걸 하나 사줘요. 여자애들은 귀하게 키워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야 남자들한테 쉽게 안 속아요."유상수가 웃으며 입을 열려는 순간, 차가운 유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이거 사시게요?"웃고 있던 유상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상수는 그제야 등을 지고 서 있던 사람이 유현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몸을 돌려 서 있는 유현진은 비록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동자는 차가웠다.유현아는 깜짝 놀란 듯이 연기하며 말했다. "언니, 여기는 어떻게 왔어?"유현진이 유현아를 보는 척도 하지 않자 유현아는 속상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유상수는 지난번 병원에서 유현진의 뺨을 쳤을 때의 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유상수는 유현진이 오늘 밤 이곳에 올 줄 몰랐다. 유상수는 옆에 있던 백혜주가 팔을 꼬집었으니 말이지 자칫하면 표정 관리를 못 할 뻔하였다.백혜주가 반가운 척 말을 걸어왔다. "현진 씨, 대표님이 현진 씨는 강 대표를 돌보느라 못 온다고 그러던데, 올 줄 알았으면 픽업 갔을 걸 그랬어요."유현진의 눈길은 백혜주에게로 향했다.40대로 예상되는 이 여자는 너무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눈매가 매혹적이고 몸매도 좋은 데다 스타일도 좋아 30대처럼 보였다.그녀는 유상수의 팔짱을 끼고는 마치 안주인처럼 행동했다.유현
유상수는 가부장적인 남자다. 하현주와 다툴 때도 사람들은 뒤에서 하도 유상수가 좋은 여자와 결혼했으니 말이지 아니면 오늘의 성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하현주가 사고 난 뒤로 유상수는 하현주가 없이도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만 급급했다.유상수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여자 덕을 보았다는 말이다. 유현진은 유상수의 금지구역을 침범해서 백혜주에게 떠넘겼다.유상수는 표정이 차갑게 변해서 말했다. "도와주고 말고가 어딨어, 파티에 함께 온 파트너일 뿐이야."백혜주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지만 애써 꾹 참고는 눈을 내리깔면서 말했다. "제가 선을 넘었어요."유현아가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백혜주는 유현아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유현아는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옆에 있던 담당 판매원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가씨, 이 팔찌 사시겠어요?"유현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디론 가를 바라보다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내리깔고는 미련 섞인 말투로 말했다. "너무 비싸요. 좀 더 볼게요."유현진이 입을 벌리려는 순간, 한 남자의 조롱 섞인 말이 들려왔다. "2, 000억밖에 안 되는데 언니한테 사달라고 그래. 강씨 가문에서는 기껏해야 몇 끼 식사 비용일 테니. 어릴 땐 필요 없는 물건을 던져줬었는데, 이젠 재벌 집에 시집도 갔고 돈도 많을 테니 동생 챙겨야지."슈트 차림을 하고 유현진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이 남자는 아이돌처럼 얼굴도 잘생겼다. 익숙한 얼굴이라 한참을 생각하던 유현진은 그제야 이 남자가 생각났다. 이 남자는 유현진의 고등학교 동창, 나홍우다.유현진의 표정은 저도 몰래 굳어져 버렸다. 나홍우가 나타나며 그녀는 불쾌했던 과거가 떠올랐다.유현아는 긴장한 듯한 표정과 두려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요. 우리 언니 나한테 잘해줘요."나홍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쓰레기를 너한테 버려주는 게 잘해주는 거야? 어쨌든 널 입양하면서 명예와 이익을 얻었는데 너한테 잘해
갇혔던 아이가 병원에 실려간 뒤, 매일 수많은 기자와 시민들이 병문안을 왔었다.또 아이를 입양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도 종종 찾아오곤 했지만 결국 아이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아이는 낯선 사람에게 유난히 거부감을 보였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곁을 내주며 의지했다.카메라 앞에서 아이는 매번 두려움에 유상수의 품으로 숨어들었다.네티즌들은 유상수에게 그 아이를 입양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러한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어차피 유상수와 하현주는 명예를 쌓으려고 자선 사업을 시작했기에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기껏해야 숟가락 하나를 더 놓으면 될 일이었다.커지는 네티즌의 목소리에 유상수 부부는 입양 조건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입양해 유현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유현아는 유씨 가문에 입양된 순간부터 사회적인 이슈 거리가 되었다.외부에 더 직관적으로 유현아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유상수는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그녀와의 일상을 공개했다.그러다가 유현아가 중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계정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오랜 시간, 이 계정은 수많은 팔로워를 얻었으며 유현아도 꽤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부모가 없던 고아에서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랐다는 이미지는 그녀에게 많은 편리를 주었다.하지만 이는 그저 대중한테 보이는 유현아의 가면일 뿐, 유현진은 그런 수식어가 유현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처음 유현아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부터 유현진은 달갑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두 사람은 사업을 핑계로 그녀에게 큰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업이 잘되고 나서 그제야 함께 할 시간이 생겼건만 갑자기 아이를 입양한다고 하니 달가울 리가 없었다.그러다가 하현주가 유현진에게 유현아의 출생에 대해 말해준 뒤로, 유현진은 그래도 같이 놀아줄 동생이 생겼다며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비록 유현진은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짧은 시간의 내적 갈등을 겪고 나서는 이내 유현아에게 마음을 열었다.처음 유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 유현아는 더없이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