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1609 챕터

제731화

환한 미소를 지은 원유희의 모습이 어찌나 빛나는지 김신걸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아침 먹었어?”“아직 안 먹었어요. 엄마는요?”유담의 말에 원유희가 피식 웃었다.“엄마도 아직이야.”“마침 잘됐네요. 애들과 같이 드세요.”“자, 밥 먹으러 가자.”해림의 말에 김신걸이 유담을 품에 안았고 원유희는 아들 둘을 각각 한 손으로 잡은 채 식탁으로 향했다. 그제야 원유희는 집안에 윤설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아마 김신걸의 말대로 어제저녁 간 모양이다.어전원의 아침상은 매우 풍성했다. 큰 식탁을 반쯤 메운 음식은 어찌나 많은지 마치 뷔페를 연상케 했다.하지만 원유희도 이곳에서 처음 식사를 하는 게 아니기에 이미 익숙했다.맛나게 음식을 먹는 세 아이를 보는 원유희의 눈은 만족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던 그때.“엄마, 어젯밤 아빠랑 데이트한 거예요?”유담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원유희는 아이의 말에 곧바로 변명거리를 찾아 부정하려고 했지만 김신걸이 한발 빠르게 대답했다.“맞아.”“데이트에서 뭐 했어요?”“뭐 했을 것 같아?”불쑥 끼어든 조한의 물음에 이번에는 대답 대신 반문을 던졌다.“음, 나 알아요! 엄마한테 맛있는 거랑 재밌는 거 사줬죠?”“그래.”유담의 말에 김신걸이 짤막하게 긍정하자 세 아이는 곧장 원유희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그 눈빛에 원유희는 포기한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래, 마음대로 말해. 내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우린 어느 때 같이 갈 수 있어요? 우리도 맛있는 거 먹고 재밌는 거 놀고 싶은데.”“아빠, 엄마.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요?”“당연히 되지!”상우와 유담의 말에 조한이 불쑥 끼어들었다.기대에 찬 세 아이의 표정에 원유희는 끝내 거절의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했다.‘우리 다섯 식구가 같이 다니자고?’한 번도 있은 적 없는 일이었다.유일하게 찾아왔었던 기회도 그녀가 핸드폰을 보지 못해 놓쳐버렸으니.‘그런데 김신걸이 동의할까?’원유흰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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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그 시각, 주방 입구에 서 있는 메이드릐 눈빛이 반짝거렸다.그 여자가 바로 윤설이 포섭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받은 건 윤설의 번호가 아닌 장미선의 것이었다. 그것도 사실은 만일의 경우에 윤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장민선은 소식을 듣기 바쁘게 곧바로 윤설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걸 들은 윤설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앞에 놓인 음식 그릇을 바닥에 던져버렸다.“원유희! 감히 내걸 빼앗아? 죽여버릴 거야!”“화내지 마. 그런 년 때문에 화내면 너만 손해야!”장미선의 말에 윤설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어제 신걸 씨한테 전화했을 때 바쁘다고 해서 진짜 바쁜 줄 알았더니 원유희 그년한테 홀랑 넘어가 버린 거였네! 그때 원유희가 바로 옆에서 분명 나 비웃고 있었을 거야! 아!”윤설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식탁 위에 놓인 컵과 수저를 모두 바닥에 쓸어내렸다.순간 쨍그랑 하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아닐 거야. 내연녀 주제에 걔가 무슨 낯짝으로 널 비웃어?”“세상에 낯짝 두꺼운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요. 원유희도 그중 하나일 거고!”장미선의 위로에 윤설은 눈에서 독을 내뿜었다.“나 절대 그년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 다섯이 언제 나가는지 알아내서 날짜를 알려달라고 해요!”“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일러둘 테니까.”마음 속으로 계획이 서자 윤설은 많이 평온해졌다.지난번에 절에가 향을 피우는 거로 그들을 방해했다면 이번에도 똑같이 그들을 방해할 생각이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계획한 날이 언제 올지는 몰랐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일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미리 해놓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송욱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액정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원유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아버지가 깨어났나?’“유희 씨, 어머님더러 휴식하라고 하세요. 이러다가 쓰러지실 수도 있어요. 지금 제대로 휴식하지 않아 위태로워 보이는데 몸이 망가지면 안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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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엄혜정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기가 무사하다는 걸 알아차렸다.방금은 그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었다.유정 대표가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곧장 바닥에 널브러진 계약서를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그때.“괜찮아요?”낮은 목소리와 함께 손 하나가 그녀 앞에 쑥 나타나 계약서를 줍는 걸 도와줬다.“괜찮습니다.”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에 엄혜정은 상대한테 시비를 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남자는 방금 주운 계약서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그의 예쁜 손을 타고 올라가자 손목에 차 있는 값비싼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엄혜정은 이내 눈길을 거두고 고개를 들며 인사했다.“감사합니…… 아!”하지만 남자와 마주친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때문에 겨우 주운 계약서가 또다시 바닥에 흩어졌다.엄혜정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혼비백산하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어찌나 놀랐는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몸이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육성현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러시죠?”“아니…… 그럴 리가 없어! 당…… 당신 죽었잖아…….”엄혜정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뒤로 움직였다.“저를 아세요?”육성현은 여자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오…… 오지 마! 오지 마!”엄혜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치자 육성현은 걸음을 멈춘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안 다가갈게요. 그런데 앞을 막고 있으면 다른 차량이 들어서지 못하는데 일어나는 게 어때요?”그의 말에도 엄혜정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오직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너무 똑같아!’가까스로 희미해졌던 악몽 같은 기억이 다시 그녀를 덮쳐 일순 불안에 떨었다.그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가 앞으로 다가왔다.“사장님, 저 여자는 제가 처리할 테니 차에 앉아계세요.”육성현은 엄혜정을 힐끗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다시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그가 떠나가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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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푸딩아, 배고파?”집에 오기 바쁘게 엄혜정은 강아지에게 사료를 줬다.바쁜 일과로 하루 두 끼밖에 챙겨주지 못하는 그녀는 푸딩이 얼마나 배가 고팠을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여보, 왜 나한테 그랬어? 내가 죽으니까 이젠 만족해?’‘혜정아, 나 좀 봐. 나 온몸이 피범벅이 됐어. 와서 피가 맞는지 만져봐.’‘엄혜정, 날 감옥에 처넣으니 만족해? 나 죽어서도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엄혜정!’“아아아아!”어느새 잠든 엄혜정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깨어나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내 잘못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왕!”겁에 질려 머리를 감싸고 있던 엄혜정은 푸딩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푸딩을 바라보던 그녀는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나서야 이곳이 셋방이라는 걸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얼른 손을 뻗어 푸딩을 품에 안았다.“미안해. 놀랐지? 나 악몽 꿨어. 그 사람이 또 내 꿈에 찾아왔어. 한동안은 이런 꿈 꾸지 않았었는데…….”김하준이 감옥에서 죽은 뒤 그녀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악몽에 시달렸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을 버틴 끝에 이제 겨우 악몽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병원 문 앞에서 만난 “육성현”이라는 남자를 떠올리자 엄혜정의 머리는 또다시 복잡해졌다.‘설마 김하준이 살아있었나?’그날 엄혜정은 휴가를 신청하고 다시는 발붙이고 싶지도 않은, 그녀에게 상처만 남겨준 A 시로 향했다.그리고 그 곳에 도착하기 바쁘게 그녀는 김하준의 묘소를 찾아갔다.그녀는 김하준의 시신을 매장한 뒤로는 이곳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묘지 앞에 서자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엄혜정은 무덤 앞에서 노잣돈을 태운 뒤 생화를 그 앞에 놓았다.“김하준,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내 생명을 대가로 당신 행복을 빌어줄 테니까 이번 생에는 나 좀 놔줘…….”그녀는 두렵고 고통스러웠다.김하준의 죽음은 마치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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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그때 엄혜정은 고작 16살이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빈민가에 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선량한 소녀였다.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오랫동안 자기 행동을 후회했다. ‘왜 하필 김하준을 건드려서는…….’그렇다고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녀도 그때에는 김하준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라는 걸 전혀 몰랐으니까…….조사를 끝낸 엄혜정은 다시 제성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출퇴근하며 그날 일은 작은 해프닝으로 넘겼다.담당 형사도 그저 닮은 사람일 거라고 했으니까…….그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엄혜정은 오서진의 명령으로 서류를 가져다주러 원유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노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안에 손님이 있다는 걸 발견한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서류를 전해주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육성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두 사람 알아요?”이상함을 눈치챈 원유희가 이내 물었다.하지만 엄혜정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반면 육성현은 오히려 침착했다.“전에 병원 앞에서 만난 적 있는데 내가 하마터면 차로 칠 뻔했거든.”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엄혜정을 바라봤다.“그런데 네 비서였을 줄이야. 세상 참 좁네.”“혜정 씨 괜찮아요?”원유희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사실 그녀는 사람도 좋은 데다 일처리도 깔끔하게 하는 엄혜정이 꽤 마음에 들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괜찮습니다.”엄혜정은 겨우 마음을 다스리며 대답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이 남자가 왜 여기 있지?’김하준은 이미 죽어서 땅에 묻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얼굴을 다시 마주하자 겁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감히 상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스스로 두 사람이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라고 최면을 걸었다.그때 원유희가 계약서를 받아 들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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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검색창에 육성현이라는 세 글자를 검색한 순간 그에 관련된 자료가 바로 나왔다.육씨 가문의 미래 가주이자 유일한 후계자.게다가 인터넷에는 육성현이 어릴 때부터 육씨 가문의 가업을 관리하기 시작해 왔다고 적혀 있었다. 10대 때 해외로 유학을 가고 다시 돌아온 뒤 여전히 가업을 잇고 있다는 자료만 보면 진정한 재벌 가문의 아들이 맞았다.능력뿐만 아니라 기타 방면에서도 모두 두각을 나타내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었다.그런 인생은 그녀가 알고 있는 김하준과는 천차만별이기에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엄혜정은 이 세상에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죽은 김하준이 다시 부활한 줄 알고 심장이 멎을 뻔했으니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있었다.원유희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려오더니 앙증맞은 꼬맹이 세 명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엄마!”익숙한 소리에 놀란 원유희는 이내 고개를 들었고 세 아이를 본 순간 활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여긴 어떻게 왔어?”세 아이는 쪼르르 달려가 엄마의 품에 폭 안겼다.“혼자 왔어?”아이들 뒤를 아무리 살펴봐도 그들을 사무실로 안내한 엄혜정만 보일 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네. 우리 힘으로 찾아왔어요? 대단하죠?”유담은 원유희의 품 안에 안긴 채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까르르 웃었다.“와, 대단하네!”원유희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진선우가 아이들을 따라왔다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지난번 경험도 있기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그저 앞으로 아이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엄마, 이거 우리가 엄마 주려고 산 거예요!”조한이 손에 든 디저트를 내밀며 말했다.“와!”‘디저트도 사 온 거야? 입이 심심했었는데.’“엄마 마음에 들어요?”상우가 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당연히 마음에 들지. 엄마 마침 디저트 먹고 싶었는데!”원유희는 만족한 듯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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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원유희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심지어 노크 소리도 들리지 않은 터라 원유희는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사무실에 들어선 사람을 확인한 순간 바로 체념했다.‘내가 저 사람한테 뭘 더 바라겠어. 언제나 제멋대로인 사람인데 노크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지.’사무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김신걸이었다.“아빠!”세 꼬맹이는 거의 동시에 그를 부르며 쪼르르 달려갔다.“아빠 우리 데리러 왔어요?”“싫어요. 나 집에 안 갈래요! 더 놀고 싶단 말이에요!”유담의 말에 김신걸이 대답하기도 전에 조한이 다시 소파 쪽으로 달려가 벌러덩 누워버렸다.김신걸은 곧바로 소파 쪽으로 다가가 조한을 일으켜 앉히며 입을 얼였다.“집에 가서 놀면 되잖아.”조한은 아빠의 말에 불만 가득해서는 큰 눈을 부릅떴다.“그럼 엄마도 우리랑 같이 가요?”“그건 엄마한테 물어봐.”김신걸의 말에 세 아이는 동시에 고개를 원유희 쪽으로 돌리더니 반짝반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기대에 찬 아이들의 눈빛에 원유희는 순간 압력을 느꼈다.‘나한테 선택권 넘겨주는 척하긴. 분명 일부러 나 난처하게 하려고 그런 거면서.’애들을 실망하게 할 수 없었기에 원유희는 당연히 거절하지 못했다.“그래 같이 가자.”“와!”원유희는 끝내 타협하듯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세 아이는 어찌나 기쁜지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조한은 심지어 김신걸의 아래를 밟을 뻔했다. 다행히 동작이 빠른 그가 막아서 사고를 면할 수 있었지만.퇴근 준비를 마친 뒤 다섯 식구는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조한과 상우는 앞에서 걸어갔고 유담은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은 채 뒤에서 걸어갔다.그리고 마침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엄혜정이 그들을 보고 인사했다.“대표님.”“누나! 우리 갈게요! 안녕!”“그래.”조한의 말에 엄혜정이 싱긋 웃었다.“우리 아빠가 데리러 왔어요!”유담은 귀엽게 딴 머리를 찰랑거리며 우쭐댔다.아이의 말에 엄혜정은 그제야 김신걸에게 눈길을 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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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아이도 태어났는데 왜 결혼하지 않는대요?”“에이, 당연한 거 아닌가? 아이는 실수로 생긴 거고 진짜 사랑은 피아노 여신 윤설이라는 뜻이겠지!”그 말에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유, 대표님만 불쌍하지.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아무런 명분도 얻지 못하다니.”이 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명분은 없다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 아빠가 김 대표님인데. 한 손으로 제성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모자라 돈 많지, 권력 있지, 잘생겼지.”“좋은 점이 있기는 무슨. 대표님 어머님이 예전에 김 대표님의 부모님 사이에 끼어들었거든…….”이 부장이 열이 나서 설명하고 있을 그때 엄혜정의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 부장님, 퇴근 안 하세요? 이미 퇴근 시간 훌쩍 지났는데.”때아닌 순간 끼어든 목소리에 이 부장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입 주제에 자기 말을 끊었다는 것에 언짢은 듯했으나 곧바로 손을 휘휘 저었다.“다들 퇴근해. 퇴근해!”그 시각 다섯 식구는 어전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원유희와 김신걸이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아주 화목한 가정처럼 보였다.“우리 내일 바다 가는 거 어때?”김신걸의 말에 원유희는 잠시 멍해 있더니 이내 알아차리고 되물었다.“내일 언제?”“오후.”세 꼬맹이도 곧바로 끼어들었다.“우리 내일 바다 가서 놀아요?”“우리 다섯명 함께 가는 거죠?”“한 명도 빠지면 안 돼요!”한편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메이드가 모든 내용을 그대로 장미선에게 전했고 그 덕에 작업실에서 돌아온 윤설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화김에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소파에 내팽개쳤다.“뭐 바다 가서 논다고? 또 원유희 그년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겠지. 안 봐도 비디오네. 방해라도 받을까 봐 멀리 떠나겠다는 건가? 아버지는 아직도 병상에서 오늘내일하고 있는데 바다로 나가 놀 생각만 하다니 정말 뻔뻔하네!”“어떻게 할 거야? 지난번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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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원유희는 당연히 빌린 건 줄 알았는데 김신걸의 말을 듣자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지만 그녀도 요트는 처음이었다. 이런 건 보통 부자들이나 즐기는 것이기에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그녀는 요트를 탈 기회조차 없었다.“엄마, 우리 얼른 요트 타러 가요!”조한은 잔뜩 흥분해서 방방 뛰었다.아이의 모습에 원유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러자고 대답하려던 찰나 가방에 있던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당연히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는데 액정을 확인한 순간 송욱의 이름이 보였다.‘무슨 일이지?;’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는 그녀는 옆으로 잠깐 물러나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원유희 씨, 어머님께서 아까 병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조금 다쳤어요.”“네?”그 말을 들은 순간 원유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처는 이미 처리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가벼운 뇌진탕이라서 휴식하면 돼요.”“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김신걸을 바라보더니 기대에 부푼 세 꼬맹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자 차마 그들의 흥을 깨트리지 못했다. 이윽고 그녀는 김신걸 앞으로 걸어가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로 입을 열었다.“나 급한 일이 생겨 가봐야 할 것 같아. 아이들은 당신이 데리고 놀아.”“무슨 일인데?”김신걸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엄마가 병원에서 넘어져 뇌진탕이 왔대. 가봐야 할 것 같아.”원유희는 김신걸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만약 그가 강요한다면 그녀는 억지로라도 요트에 탈 거지만 그러면 마음 놓고 아이들과 즐길 수는 없을 거다.“아이들 데리고 먼저 올라가.”김신걸의 명령에 경호원들이 아이들을 요트에 안아올렸다.“아빠, 엄마 빨리 와요!”아무것도 모르는 유담은 신나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원유희는 여전히 김신걸의 어두운 눈을 바라봤다.“설마 나 못 가게 할 건 아니지?”“의사와 간병인이 있을 텐데 가서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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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그러니까…….”원수정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기억이 난 듯 고개를 돌렸다.“장미선이 나 밀었어! 나 죽이려고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나도 CCTV 돌려봐서 알아요. 그 여자도 본인이 부주의로 어머니 밀쳤다고 했고. 혹시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엄마가 넘어진 곳이 마침 사각지대로 제대로 확인 못 했거든요.”“그 여자가 부주의로 그랬다고? 그 두 모녀는 내가 죽기를 아주 고대할걸!”“저도 알아요. 그런데 증거가 없어요.”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원수정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아참, 너 아이들 데리고 바다로 놀러 간다며? 설마 안 갔어?”“엄마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왔잖아요.”“그럼 애들은?”“신걸 씨가 데리고 요트 타러 갔어요.”“보아하니 이게 그 모녀의 목적이었네. 너 못 가게 붙잡아 두는 게! 나 상관 말고 아이들한테 가 봐! 이런 기회 흔치 않아.”“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엄마를 그냥 내버려 두고 가요? 게다가 장미선 모녀가 또 무슨 짓이라도 벌일까 봐 불안해서 못 가겠어요.”“걱정 마.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원수정은 그 두 사람이 절대 그럴 배짱이 없다고 자신했다.“내일 다시 얘기해요.”‘지금 돌아가는 건 안 돼.’“너 이러면 그년들한테 놀아는 꼴이 되는 거라고…… 아휴!”원수정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버럭 화를 내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는지 다시 털썩 침대에 누웠다.“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어요. 엄마 지금 가벼운 뇌진탕이래요.”딸애의 말에 그녀는 눈을 감더니 불편함이 사라지자 다시 입을 열었다.“네 아버지는 어떡해? 설마 혼자 있는 거 아니지?”“바로 옆방에 있어요. 제가 왔다 갔다 하며 보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마 장미선 모녀가 있을걸요.”잠시 뒤 옆 병실로 가보니 역시나 두 사람이 안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이 떠나지 않는 한 원유희도 떠날 수 없었다.“이 방법 역시 좋네. 원유희가 바로 나타난 것 봐.”장미선은 계획이 성공한 게 기뻤는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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