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35화

그때 엄혜정은 고작 16살이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빈민가에 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선량한 소녀였다.

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오랫동안 자기 행동을 후회했다.

‘왜 하필 김하준을 건드려서는…….’

그렇다고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녀도 그때에는 김하준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라는 걸 전혀 몰랐으니까…….

조사를 끝낸 엄혜정은 다시 제성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출퇴근하며 그날 일은 작은 해프닝으로 넘겼다.

담당 형사도 그저 닮은 사람일 거라고 했으니까…….

그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엄혜정은 오서진의 명령으로 서류를 가져다주러 원유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노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안에 손님이 있다는 걸 발견한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서류를 전해주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육성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두 사람 알아요?”

이상함을 눈치챈 원유희가 이내 물었다.

하지만 엄혜정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반면 육성현은 오히려 침착했다.

“전에 병원 앞에서 만난 적 있는데 내가 하마터면 차로 칠 뻔했거든.”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엄혜정을 바라봤다.

“그런데 네 비서였을 줄이야. 세상 참 좁네.”

“혜정 씨 괜찮아요?”

원유희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사실 그녀는 사람도 좋은 데다 일처리도 깔끔하게 하는 엄혜정이 꽤 마음에 들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괜찮습니다.”

엄혜정은 겨우 마음을 다스리며 대답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이 남자가 왜 여기 있지?’

김하준은 이미 죽어서 땅에 묻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얼굴을 다시 마주하자 겁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감히 상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스스로 두 사람이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때 원유희가 계약서를 받아 들며 입을 열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