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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경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당신을 누굴 의심한다고 해서 저희가 그 사람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참, 가끔은 그냥 정도껏 하고 끝내요.”원유희는 그곳에 멍하니 서 있었다.처음에는 그냥 의심했다면 지금은 원유희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제성 쪽의 권세를 잡은 사람이 개입했음이 틀림없었다.그녀는 김신걸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윤설은 김신걸의 약혼녀라는 신분으로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김신걸의 헬리콥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유희를 데리고 다시 제성으로 돌아갔다.드래곤 그룹의 옥상에서 헬리콥터는 멈췄고 원유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김신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다가 고건이랑 부딪힐 뻔했다.고건은 원유희가 헬리콥터를 타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무실로 곧장 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막으려고 했다.“원 아가씨, 잠시만요.”마음이 급한 원유희는 문도 두드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펑 하고 문이 열리자 고건의 마음은 목구멍까지 올라갔다.안에는 감신걸 뿐만 아니라 윤설도 함께 있었고 둘은 방금까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쳐들어온 사람 때문에 이야기가 끊겼다.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리며 예리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윤설의 낯색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유희야, 넌 여기 어쩐 일이야?”원유희는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윤설도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 중요한 것은 윤설의 눈시울이 좀 붉었는데 무슨 억울함을 하소연한 것 같았다.뒤따라온 고건은 안절부절못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원 아가씨를 막지 못했어요…….”“무슨 일이야?" 김신길이 물었다.고건은 상황을 보고 문을 닫고 물러나 갔다.원유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강구 쪽에서 운전기사를 매수한 남자를 찾았는데 그 남자가 제성 사람이더라고. 그 사람도 사주받은 것 같았는데 경찰의 얘기론 제성에 있는 권세자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고. 제성에 당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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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윤설은 일어서서 원유희 앞에 가서 깊이 사과하며 말했다.“유희야, 내가 우리 엄마를 대신해서 사과할게. 근데 너희 어머니도 잘못한 게 있잖아. 어쨌든 너희 엄마가 먼저 도발한 거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너희 형부는 가정을 파괴하는 내연녀를 가장 싫어하잖니. 하필 네 엄마는 선을 지킬 줄도 모르고 오히려 더 욕심을 부리잖아. 우리 아버지가 몇번이나 강구에 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너는 분명히 이해할 수 없을 거야.”원유희는 감정을 참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 나는 내연녀이니까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야?’“그러다 못해 아빠가 너희 엄마 때문에 이성까지 잃어서 이혼 얘기를 꺼내니까 우리 엄마가 제정신이었겠어?”윤설은 이어서 얘기했다.“그리고 너희 엄마도 이제 괜찮으니까 이쯤에서 끝낼까?”“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가 안 끝내면 내가 오히려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람이 되는 거지?”원유희의 말투는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네 뜻은 이게 다 우리 엄마가 자업자득한 거란 얘기잖아?”“유희야, 성질을 좀 죽여봐. 어쨌든 이건 집안일인데 소문나면 좋을 건 없잖아? 이게 다 네 엄마가 먼저 남자를 꼬셔서 생긴 일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건 너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김신걸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윤설은 얄미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자극받은 원유희는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만약 그녀가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그건 윤설의 꾀에 들어간 것이다.침묵을 지키는 김신걸, 득의양양한 윤설. 이 모든 것들은 원유희를 분개하고 고통스럽게 했다.“이만 가볼게…….”이 말만 하고 원유희는 돌아서서 사무실을 떠났다.눈을 몇 번 깜빡이며 나오려던 눈물을 다 참았다.‘진범을 찾으면 뭔 소용이 있어? 김신걸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 한 난 참을 수밖에 없어.’원유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헬리콥터는 아직도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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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지금 원수정의 일로 이렇게 얘기하다니?‘왜, 원수정이 한 일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연녀 따위를?’그리고 그녀는 헬리콥터 일이 오늘만 있었던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니면 원유희는 어떻게 돌아왔을까?‘원유희 이 나쁜 년, 김신걸한테 집착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날 속인 것도 모자라 내 10억을 사기 쳐?’‘원수정은 왜 안 죽고 아직도 살아 있는 걸까? 그냥 확 치어 죽었어야지!’윤설은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갔고 장미선은 2층에서 내려오면서 말했다.“아버지 금방 주무셨어. 왜 지금 와? 누가 널 화나게 했는데?”“다 그 원유의 때문이잖아요! 걔가 강구를 어떻게 왔다 갔다 했는지 알아요? 김신걸의 헬리콥터를 타고 다녔다고요! 내 앞에서 그 둘 사이가 특별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아아아아!”윤설은 원유희에게 지자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땅에 내팽개쳤다.“소리 지르지 마. 아버지가 아직도 주무시니까 조용히 해. 아버지가 깨나시겠다.”“아빠도 원유희의 진짜 모습을 알아야 한다고요! 신걸 씨가 지금 자기 형부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형부를 꼬시고, 어떻게 걔처럼 뻔뻔한 사람이 다 있어요?”윤설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 계집애 설마 평생 신걸 씨의 첩으로 살아가려는 건 아니겠죠? 그럼 전 그 불운의 처가 되는 건가요? 저 너무 억울해요…….”윤설은 말하면서 울기 시작했다.이런 딸을 보자 장미선은 마음이 아팠고 그녀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했다.“울지 마, 울지 마. 엄마가 꼭 방법을 생각해줄게. 절대 원유희가 원하는 대로 될 일은 없어. 기억해, 내연녀에겐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어.”“엄마가 무슨 방법을 생각한다고 그래요? 엄마가 찾은 사람을 봐봐요, 그까짓 일도 제대로 처리 못 하고! 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원수정은 지금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었을 텐데!”화가 난 윤설은 장미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나도 원수정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 돈도 다 냈는데 이런 병신같은 새끼가!”장미선도 좋은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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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아닐 거예요, 제가 있잖아요.”윤설이 말했다.옷을 다 입은 윤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을 지나 나가려 했다.“당신 지금 어디 가?”장미선은 급하게 물었다.윤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났다.“너희 아버지 지금 원수정을 찾으러 가는 거 아냐? 설마…….”장미선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윤설은 그녀를 말렸다.“가지 마요!”“어떻게 안 갈 수가 있겠어? 너희 아버지가 지금 우리를 버리려 하는데…….”장미선은 급해나자 이미지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지금 아빠가 엄청나게 화가 나 계시는데 막으러 간다고 해서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아빠는 피해자인 그 여자만 생각하느라 저희는 안중에도 없다고요!”윤설의 눈빛은 독기를 띠고 있었다.“어쨌든, 전 절대 아버지와 엄마가 이혼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어요!”장미선은 이 말을 듣고서야 그나마 위로받게 되었다. “설아, 네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아니면 너희 아버지는 진짜 날 버릴 거야.”“전 절대 원수정 모녀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누구도 빼앗아 갈 순 없어요!”윤설은 이를 갈며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원유희는 병원에 도착한 후, 간병인 보고 휴식하러 가라고 했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원수정의 손을 잡았는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메었다.“엄마, 언제 깨나세요? 죄송해요, 그 사람들을 상대하기엔 제 능력은 너무나도 부족해요…….”원수정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원유희의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원유희는 그녀 혼자서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녀는 그렇게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침대 옆에 엎드렸다.윤정이 도착했을 때, 그는 원유희가 거기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속눈썹이 모두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딱 봐도 울면서 잠든 것이 분명했다.윤정은 마음이 아프고 자책하게 되었다. 그는 몸에 있는 외투를 벗어서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원유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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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원유희는 장미선이 한 일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말하면 괜히 아빠의 입장만 난처해지겠지. 그리고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을 다시 꺼낼 이유도 없어.”"아빠, 이혼할 거예요?" 원유희는 궁금해했다.“……모르겠어…….”윤정은 윤설의 반응이 그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원유희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희망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침대에서 눈을 감고 있는 원수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역시 욕심을 너무 부리면 안 되는 거였어…….’“이혼할 수 없다면 제발 엄마와 선을 지켜 주세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아빠는 두 사람의 아빠지만 엄마는 나만의 엄마야.’윤정은 흠칫하더니 아주 부끄럽다는 듯이 얘기했다.“네 엄마가 깨어나면 내가 알아서 할게.”“아뇨, 아빠는 여기에 계실 필요가 없어요. 엄마는 제가 알아서 잘 돌볼게요.”윤정은 그녀를 보면서 가슴을 졸였다.“유희야, 지금 아빠를 탓하는 거야?”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윤설의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그러면 엄마한테만 불리해지고 이 일도 끝도 없이 계속될 거잖아요.”윤정은 말을 하지 않고 원수정을 바라보았다.원수정을 위한 것뿐만 아니었다. 자신을 위한 이혼이기도 했다.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이 어땠는지 그와 장미선은 잘 알고 있었다.이혼하는 게 그렇게 큰 죄인가?‘먼저 이혼하고 수정과 다시 만났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인생의 순서는 너무나도 중요했다.저녁, 잠을 이루지 못한 원유희는 일어나 옆 병실로 가서 보았다.그녀는 문 틈새를 통해 허리를 굽혀 원수정의 몸을 닦아주는 윤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마나 가까워야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을까?’원유희는 조용히 문을 닫고 병원 뒷마당에 가서 돌의자 우에 앉아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원유희는 윤정과 원수정 사이의 감정을 당연히 눈치챌 수 있었다.두 사람은 모두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이끌렸고 예전의 감정을 잊을 수 없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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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약간 멍 해진 원유희는 김명화의 표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었고, 바로 그의 손을 밀쳐내며 일어났다.“재미없어. 난 병실로 돌아갈 테니 마음대로 해.”그리고 자리를 떴다.점점 멀어지는 원유희의 뒷모습을 보는 김명화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구체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그도 잘 모른다.원유희는 다음날 김명화가 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김명화가 병실에 들어섰다. 영양제와 과일도 챙겨왔다.그의 행동에 윤정은 무척 의아스러웠다.“안녕하세요. 마침 일이 있어 강구에 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아주머니는 좀 어떠세요?” 김명화가 먼저 아는 체하며 인사했다.눈을 동그랗게 뜬 원유희 쪽을 바라보며 윤정이 대답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았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군.”“틀림없이 깨어날 거야.”윤정이 말했다.원유희가 앞으로 나서며 김명화를 잡아당겨 병실을 나왔다.“나와!”“뭐 하는 거야?”“병 문안 왔는데 뭐가 문제야?”원유희는 김명화, 이 사람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런 정도의 관계가 아니지 않나 말이다.“우리 아빠가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야.”“뭐가 이상한데? 너와 내 관계? 아직 그게 신경 쓰여? 뭐가 그렇게 켕기는데?”김명화의 말에 원유희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네 아버지가 여기 계시니까,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안 된다고 하지 마.”김명화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가서 말 할래? 아니면 내가 할까?”그의 무뢰한 행동에 원유희는 완전히 어이가 없어졌다.“내가 가!”병원을 나설 때 원유희의 표정은 계속 좋지 않았다.그녀가 아버지에게 말했을 때, 알았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분명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참는 눈치였다.김명화가 언제 식당을 예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즉 계획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나랑 먹는데 좀 기분 좋게 먹자.” 김명화가 자리에 앉은 후에 말했다.원유희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어차피 밥 먹는 건데, 기분 나빠서 뭐 하겠어?”“그래.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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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원유희는 두 시가 다 되어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그야말로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했다. 하도 걸어서 발도 아팠다.그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를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김명화가 점점 더 이해가 안되었다. 계속 이렇게 그녀를 쳐다보면 뭘 어쩌고 싶다는 건지?어렸을 때의 그 김명화로 돌아간 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병실에 들어서니 윤정 혼자만 있었다.“아빠, 식사하셨어요?”“먹었어.” 윤정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김명화는 갔니?”“응, 당연히 돌아갔지.”“김명화와 가까워졌어?” 윤정은 속 사정을 알지 못했다.“예전에 김신걸 집에 살아서 좀 알아요.“윤설이 김신걸과 약혼할 때에 김명화를 포함해서 아무도 가지 않았어. 김명화와 신걸의 관계는 당연히 썩 좋지 않을 텐데?”원유희가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김명화는 김신걸 보고 입으로는 형이라고 불러요. 두 사람이 함께 술 마시는 걸 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나쁘다고 말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차피 김신걸이 미워하는 사람은 김영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부차적이니까요.”윤정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아빠, 오늘은 돌아가세요. 계속 여기 계실 수는 없잖아요.”“됐어, 급하게 돌아갈 필요 없어.” 지금도 윤정은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집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불편해진다. 집에 돌아가 봤자 골치만 아플 뿐이다.그가 정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본 원유가 물었다.“왜요? 아직도 소란스러워요?”그녀는 이혼 문제라고 생각했다.“사람은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계속 잘못하게 되지.” 원수정을 바라보던 윤정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그 사람들이 소란을 피워도 상관할 필요 없어.”원유희가 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나서 돌아가야 했다.“아빠, 한 번 다녀왔으면 해요.”“제성?”“네. 상사가 회사에 한 번 오라고 하네요. 업무상 일 때문일 거예요.”“갔다 와. 가서 며칠 좀 쉬어. 여기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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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병실로 달려가 휴대전화를 집어 든 윤정이 두 손을 떨며 김신걸의 번호를 눌렀다. “네 헬리콥터가 아직 있어? 없어? 위치 확인할 수 있어? 방금 이쪽에 헬기 한 대가 추락했는데, 확인 좀 해 봐!”새카만 눈동자를 세우고 실눈을 뜬 김신걸은 아무 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고 헬리콥터와 연결을 시도했다.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을 뿐 더러 GPS 신호도 사라졌음을 확인했다.앞에서 업무 보고를 하던 고건은 김신걸의 표정이 놀랄 정도로 어두워진 것을 보았다. 그가 무슨 상황인지 물으려 하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일어서며 말했다.“강구로 간다!”사고가 난 구역은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져 있었다. 평소 시끌벅적하던 부두에는 헬기 잔해를 인양하는 구조대원들만 남아 있었다.잠시 뒤 인양해 올린 몇 개의 잔해는 한눈에도 김신걸의 개인 헬기임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 보다 먼저 도착한 윤정이 그에게 물었다.“네 헬기지? 그렇지?”해변에 서서 입을 꾹 다문 김신걸은 뻣뻣하게 굳은 채 꼼짝 하지 않았다.“그렇냐고 내가 묻잖아!” 윤정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저쪽 강구의 책임자가 바쁘게 달려왔다.“김 대표님이 멀리까지 오셨는데 미처 마중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영상을 봐야겠습니다.” 김신걸의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 전신에서 내뿜는 압박감에 몸이 오싹 떨릴 정도였다.김신걸의 말에 윤정은 희망이 사라졌다.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몸에서 힘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동영상을 찾았다. 김신걸은 차 안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윤정도 차 안에 앉았다.고건이 문 옆에 서서 말했다.“이 동영상이 가장 가까운 건물에서 찍힌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거리가 있어서 아주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책임자는 자신의 직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연신 땀을 닦았다.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김신걸은 동영상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또 보았다.‘잘 안 보여, 또 밤이야.’그러나 그가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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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는 믿기지 않았다. 그가 이제 막 얻은 딸이 이렇게…… 그는 믿을 수 없었다…….병실로 돌아온 윤정은 원수정의 침대 옆에 앉았다.“수정아, 내가……미안하다. 내가 유희를 잘 돌보지 못했어. 유희가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단다. 그래도 유희는 살아있을 거야, 그지? 당신이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유희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니?”그는 원수정의 손을 잡고서 자신을 안심시켰다.“유희는 괜찮을 거야. 신걸이가 그랬어. 반드시 찾을 거라고 말이야.”찾은 후의 모습이 어떨지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하룻밤을 인양했음에도 헬기의 모든 잔해를 인양하지는 못했다. 비교적 큰 잔해들만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찾고 싶은 건 헬기 잔해가 아니라 사람인 것을.해수면 아래의 물살이 세어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그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신걸 때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구의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은 둘째 치고 쪽잠조차 마음대로 잘 수 없었다.구조작업 진행을 주시하던 고건은 대표가 밤새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말리지 못했다.‘원유희 씨가 대표님에게 이렇게나 중요합니까?’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밑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사람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고건은 차 옆으로 걸어갔다. 차 안에서 김신걸은 좌석에 기대어 있었다. 온몸의 컨디션이 엉망인 듯해 보였다.“대표님, 저는 원유희 씨가 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김신걸이 돌아보자 고건이 억지스럽지만 계속 말했다.“진선우는 기술이 뛰어난 조종사입니다. 그런 그가 헬기 추락을 대비해 어떤 자구책도 강구하지 않았을까요? 추락하기 전에 이미 바다로 뛰어내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다른 변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살짝 움직이며 바로 지시했다.“수색 범위를 넓혀 찾게 해. 인근의 주민을 포함해서 모두 다.”“예.” 고건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표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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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윤정은 마음이 무거워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옆 의자에 앉았다.“유희…… 유희가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어.”장미선은 깜짝 놀랐다.“추락해? 그럼 사람은?”“바다에 추락했는데,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어.” 고개를 떨군 윤정은 감당하기 힘들었다.장미선은 마음속에서 치솟는 기쁨을 억눌렀다.‘바다에 추락했는데,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어?’장미선은 마음은 날카로운 칼과 같았지만,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당신 나쁜 생각 하지 마. 헬기가 추락하기 전에 뛰어내렸다면 살 수도 있잖아.”“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조대원들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생존율이 거의 낮다고 했어.”윤정은 이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아니야, 그 아이는 명줄이 길어서,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몰래 기뻐하고 있는 장미선이었다. ‘지난번에는 원유희가 재난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날개를 달지 않은 이상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요. 곧 점심시간이니까, 먹을 것 좀 가져다 줄게요.”“필요 없어…….”“왜 필요 없어?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 그냥 나한테 보상할 기회를 주는 셈 쳐요. 알았죠?” 그렇게 말한 장미선이 병실을 나섰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기쁨을 주체 못하고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좋은 소식을 말해 줄게!”“나 아직 자고 있단 말이야. 무슨 좋은 소식인데?” 윤설이 힘없이 말했다.“원유희가 신걸의 개인 헬기를 탔다고 하지 않았니? 어제 밤에 헬기가 추락해서 바다에 떨어졌는데, 아직 사람을 못 찾았대.”“뭐!” 윤설이 흥분했다.“믿을 만한 소식이야? 또 잘못 짚은 거 아니야?”“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니? 강구야. 네 아버지를 만났는데, 네 아버지가 그러더라. 이게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어?” 장미선은 그야말로 기쁜 나머지, 자기 처지도 잊어버렸다.윤설은 생각했다.‘헬리콥터는 신걸의 것이야. 만약 추락했다면, 그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어젯밤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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