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은 마음이 무거워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옆 의자에 앉았다.“유희…… 유희가 탄 헬리콥터가 추락했어.”장미선은 깜짝 놀랐다.“추락해? 그럼 사람은?”“바다에 추락했는데, 아직 사람을 찾지 못했어.” 고개를 떨군 윤정은 감당하기 힘들었다.장미선은 마음속에서 치솟는 기쁨을 억눌렀다.‘바다에 추락했는데,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어?’장미선은 마음은 날카로운 칼과 같았지만,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당신 나쁜 생각 하지 마. 헬기가 추락하기 전에 뛰어내렸다면 살 수도 있잖아.”“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조대원들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생존율이 거의 낮다고 했어.”윤정은 이 하룻밤 사이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아니야, 그 아이는 명줄이 길어서,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몰래 기뻐하고 있는 장미선이었다. ‘지난번에는 원유희가 재난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날개를 달지 않은 이상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요. 곧 점심시간이니까, 먹을 것 좀 가져다 줄게요.”“필요 없어…….”“왜 필요 없어?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 그냥 나한테 보상할 기회를 주는 셈 쳐요. 알았죠?” 그렇게 말한 장미선이 병실을 나섰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기쁨을 주체 못하고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좋은 소식을 말해 줄게!”“나 아직 자고 있단 말이야. 무슨 좋은 소식인데?” 윤설이 힘없이 말했다.“원유희가 신걸의 개인 헬기를 탔다고 하지 않았니? 어제 밤에 헬기가 추락해서 바다에 떨어졌는데, 아직 사람을 못 찾았대.”“뭐!” 윤설이 흥분했다.“믿을 만한 소식이야? 또 잘못 짚은 거 아니야?”“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니? 강구야. 네 아버지를 만났는데, 네 아버지가 그러더라. 이게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어?” 장미선은 그야말로 기쁜 나머지, 자기 처지도 잊어버렸다.윤설은 생각했다.‘헬리콥터는 신걸의 것이야. 만약 추락했다면, 그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어젯밤에 내가
“걱정 마, 꼭 찾을 거야.” 부두에 서 있는 김신걸의 예리한 검은 눈동자는 바다보다 더 깊고 위험해 보였다.“그래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런데 당신 강구에 있어요?”“그래, 좀 늦게 돌아갈 거야.”“유희 일이 중요해요. 난 괜찮아.” 전화를 끊은 윤설은 걱정하던 표정을 싹 지웠다.정말 대단한 연기였다.원유희를 위해 강구에 남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시체를 찾기를 간절히 바랐다.‘바다에 빠졌으니, 아마도 시체는 벌써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야!’그녀는 한 번은 대범하게 김신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원유희를 걱정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었다!장미선은 부두에 가서, 수색구조 인원과 김신걸의 차를 보았다.그녀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 보이는 게 딱 그녀의 마음과 맞아떨어졌다.윤설이 없으니, 장미선 역시 굳이 김신걸과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비록 김신걸이 그녀의 사위였지만, 어디까지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제성의 주인이었다. 신분 차이도 너무 나지만 사람을 압박하는 그 기세 역시 대단했다. 그러니 역시 괜히 가서 쩔쩔맬 필요는 없지.장미선이 병실로 돌아오니 간병인만 있고, 윤정이 보이지 않았다.“그 사람은요?” 장미선이 물었다.“친구를 만나러 갔어요.”장미선이 말했다.“밥 먹을 시간이 다 됐으니 나가봐요. 내가 볼 거예요.”간병인이 바로 나갔다.병상 옆으로 간 장미선은 혼수상태에 빠진 원수정을 보고 비웃었다.“말 좀 해봐. 일찍 죽으면 돼지, 이렇게 반송장으로 민폐를 끼쳐서 어쩔 건데? 네 딸처럼 사람이 한순간 사라져주면 얼마나 좋아.”원수정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악독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손을 뻗어 원수정의 얼굴에 씌어진 산소마스크를 떼어냈다.산소가 없자 원수정의 몸이 또 지난번처럼 경련을 일으키며 바둥거렸다.“너하고 원유희는 정말 내 눈에 거슬려. 깨끗하게 일찍 죽어서 내가 좀 편히 자게 해 줘. 너희들 때문에 윤정의 마음이 나한테 없는 거 아냐. 너희들이 죽는 게 맞지 않아? 사
장미선은 화를 애써 참으며 말했다.“그래, 나 먼저 가볼게. 조만간에 다시 올게, 몸조리 잘하고. 다행히 딸내미가 옆에 있으니까 너무 절망하진 않겠어.”장미선의 위로는 아무 쓸모도 없었고 윤정의 표정은 여전히 굳고 어두웠다.“가봐.”장미선은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악독한 눈빛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원수정을 쏘아보았다.‘운 좋은 줄 알아.’윤정은 침대 옆으로 걸어갔고 원수정의 몸에 있던 이불이 잘 덮여 있었음을 보았다. 하지만 이불 가장자리를 힘주어 쥐고 있는 원수정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윤정은 손을 뻗어 원수정의 손가락을 천천히 펴주었고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윤정의 기억으로는 자신이 떠날 때까지만 해도 원수정은 그러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윤정은 방금 장미선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윤정은 그것을 꺼내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윤정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저씨, 저예요. 명화요, 김명화. 유희가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어요. 혹시 유희랑 같이 있어요?”“몰랐어?”“뭘요?”김명화의 차는 놀라운 속도로 부두로 달려갔고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한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김명화는 차에서 내려 롤스로이스로 향했다. 김신걸은 아직도 그곳에 있었고 여기서 떠난 적이 없어 보였다.“무슨 상황이야? 네 헬기가 왜 추락해?”초조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던 김명화는 김신걸이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자 바로 몸을 돌려 고건의 멱살을 잡았다.“똑바로 말해, 원유희 어딨어!”고건은 김명화의 손을 잡고 내팽개치려고 했다.“도련님, 아직도 구조 중이에요. 구조 범위도 확대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원유희가 그 헬기에 있는 게 확실해?”김명화는 고건을 놓아주었고 평소 침착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얼굴의 표정은 차갑게 얼어있었다.고건은 롤스로이스쪽으로 한 번 보곤 얘기했다.“네, 원 아가씨도 그 헬기 안에 있었
“언니, 아직도 웃음이 나와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저 엄청 놀랐어요.”“뭐가 높아? 오버 떨지 마”“요즘에 정신이 없으신 것 같던데 왜요? 집안일떄문에 그래요?”“동생이 지금 실종된 상황인데 아직 찾지 못했어. 이러니까 내가 걱정 안 할 수가 있겠어? 그리고 신걸 씨 쪽에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고 가보고는 싶은데 괜히 방해줄까 봐 가지도 못하겠어…….”“언니는 너무 착해서 문제에요. 신경쓰는 일이 너무 많잖아요.”윤설은 고개를 돌리자 밖에서 들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고 눈동자가 순간 반짝이었다.“신걸 씨?”"손가락은 어때?"김신걸은 윤설의 작은 손가락을 살펴보았다.“옆에서 뭐 하고 있었기에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어?”놀란 매니저는 한쪽으로 물러섰다.“쟤 탓이 아니야. 그리고 매니저가 나 따라 같이 무대에 올라갈 수는 없잖아.”윤설은 매니저를 감싸주었다.“아 맞다, 유희 찾았어?”김신걸이 눈은 밤바다처럼 검었고 너무 깊어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아니.”“그럼 유희는……이젠 가망이 없는 거야?”김신걸은 윤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좀 뜸을 들이고 말했다.“가자, 데려다줄게.”“밖에 기자들이 와 있을 수 있어.”윤설은 걱정된다는 듯이 얘기했다.“꽨찮아.”윤설은 이 말을 듣자 흡족해하였고 손을 내밀어 김신걸과 깍지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앞에 있었고 자신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달려왔다. 살아있는 원유희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으니 죽은 원유희는 더더욱 자신의 상대가 아니고 윤설은 자부했다.김신걸은 윤설을 본가에 바래다주고 별장 앞에서 멈췄다.“들어가서 밥이나 같이 먹지 않을래?”“됐어, 회사에 가봐야 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자기 몸이 상할까 봐 너무 걱정돼.”"괜찮아."윤설은 문 앞에 서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떠나 마지막에 사라지는 것까지 다 지켜보았다. 그와 동시에 표정은 이미 굳을 대로 굳어졌다.“신걸이 벌써 갔어?”
‘네가 지옥에 가더라도 난 꼭 널 잡아 올 거야!’세쌍둥이를 돌보러 온 표원식은 이모를 배웅하러 문까지 갔다. 이모는 낮은 소리로 표원식의 말에 대답했다.“네, 사모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강구에 있대서 간호하러 갔어요. 근데 요 이틀 동안 아이들이랑 페이스톡도 안 하고 그러다 보니 애들이 좀 불안해하더군요.”“전화는 받아요?”표원식이 물었다.“걸어보긴 했는데 핸드폰이 꺼졌더라고요.”“껐다고요?”표원식은 바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병간호하러 갔는데 핸드폰 전원을 끈다고? 그럴 리가.’표원식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었다. 고민 끝에 그래도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고 상대방 핸드폰을 꺼진 상태임을 확인했다.‘수상해.’‘근데 계속 간섭해도 되는 걸까?’원유희의 태도는 아주 명확했고 표원식과 확실히 선을 그은 상태였다. 원유희는 마음을 김신걸을 주었고 표원식과 선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표원식에 마음에 비수를 꼳았다.‘또 갈 이유가……있을까?’복도를 막 나서자 아우디차 한대가 눈앞에서 멈추었고 안에서 김명화가 걸어 나왔다. 김명화는 표원식을 보면서 얘기했다.“너는 왜 여기에서 나와? 원유희는?”“여기에 없어. 전화도 안 받고.”김명화는 자신이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원유희의 자작극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아무래도 원유희는 여전히 김명화의 협박을 받는 상황이었다.“원유희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대.”김명화가 얘기했다.표원식은 흠칫하더니 김명화를 바라보며 얘기했다.“뭐라고 했어?”“김신걸의 헬리콥터를 탔는데 강구 바다까지 갔다가 추락했대. 기사는 이미 다 막아버려서 지금 감히 보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김명화는 거친 숨을 쉬며 말했다. 심지어 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쉽게 정신줄을 놓을 리가 없었다.표원식은 이런 이유로 연락이 안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윤정은 원래도 잠을 깊게 자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인기척을 듣자마자 반응했다. 잠결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윤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급하게 일어났다.“수정아, 깨났어? 일단 말하지 마, 내가 의사를 불러올게.”이 말만 하고 얼른 소환 벨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검사를 시작했다.스스로 호흡할 수도 있었기에 호흡기 사용을 중지했다. “정말 기적이네요! 적어도 1년 반쯤은 계속 혼수상태에 빠질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잘 회복됐네요.”“다른 문제는 없는 거죠?”“의식만 깨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며칠 더 있다가 퇴원하도록 해요.”“그럼 지금 뭐 먹을 수 있을까요?”“네, 조만간에는 유동식만 가능해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먹지 못했으니깐요.”“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윤정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돌아간 후, 윤정은 바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유동식이랑 영양국을 주문했다. 전화를 끊은 후, 윤정은 자기 몸에서 시선 고정한 원수정이랑 물었다.“어때?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 없어?”“없…….”목이 아픈 원수정은 말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자 윤정은 곧바로 원수정에게 물을 따라줬고 다정하게 빨대까지 꽂아줬다. “우선 좀 적게 머셔.”원수정은 두 모금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물을 좀 마시니 목이 많이 편해졌다.메마른 사막에서 걷다가 오아시스를 찾아 물을 마신 기분이었다.“나 입원한 지 오래됐어?”“응, 벌써 보름이 다 됐어.”“그렇게나 오래 있었다고?”원수정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당신 계속 여기에 있었어? 유희는?”이 말을 듣자 원수정이 깨어나서 느꼈던 즐거움은 잠시 잊혔다. 윤정은 시선을 돌려 피했고 대충 얼버무렸다.“유희는 제성에 있지, 제성을 못 벗어나는 거 당신 잘 알잖아.”원수정은 하마터면 이 일을 잊을 뻔했다. 동시에 김신걸에 대한
‘저 여자랑 표원식은 무슨 관계지? 아이 일 때문이라도 길가에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건데?’수상함을 느낀 표원식은 고개를 돌리자 옆으로 지나가던 롤스로이스를 봤다. 저런 번호판을 가진 사람은 제성에서 김신걸 한 명뿐이었다. 밤은 깊어졌고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이 동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롤스로이스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고 아래층에 멈췄다.김신걸은 자기도 모르게 원유희의 집으로 들어갔다.심플하고 깨끗했고 공기 중에는 원유희 특유의 단아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있었으며 유치한 우유 향도 섞여 있었다.방에 들어간 김신걸은 침대에 앉았다. 갑자기 위가 뒤틀리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고 얼굴이 구겨졌다. 옆에 있던 서랍을 열자 뜻밖에도 안에 위장약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교활한 여자야.”김신걸은 그 약을 쳐다보며 넋을 잃었다. 약병을 깨뜨릴 만큼 손에 힘을 꽉 주었다.“빨리 나타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참을성이 없다는 거 알잖아…….”오랫동안 머물다가 김신걸은 아래층이 아니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문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김신걸은 경호원에게 직접 문을 열라고 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아이의 물건이었다. 가지런히 깨끗하게 정리해있었다.김신걸은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피노키오, 표원식, 원유희, 시터, 아이……그들 사인 분명히 뭔가 있어.’특히 아이들은 매번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들의 부모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김신걸의 의심은 더 짙어졌다.‘왜…….’아파트에서 나온 김신걸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말했다.“세쌍둥이의 모든 자료를 다 찾아와, 그리고 내일 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해.”“네.”밤, 김신걸은 드래곤 그룹에도 어전원에도 가지 않았고 민이령의 아파트로 향했다. 자신만의 개인 공간으로 생각했는데 냉장고를 열고 가득 찬 야채를 보았을 때 김신걸은 순간 멍해졌다.그리곤 바로
김신걸은 병상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운동자는 위험한 짐승처럼 잠자고 있는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원유희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입술까지 창백했고 얼굴과 손등은 상처투성이였다. 호흡은 평온했지만 크게 다쳤음을 알 수 있었다.휠체어에 타고 있는 진선우는 죄책감을 느꼈다.“죄송합니다. 헬리콥터가 고장 났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바로 원 아가씨를 데리고 내리뛰었는데 너무 높은 곳에서 뛴 탓에 바다에 떨어질 때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바다에 빠진 후 저는 의식을 잃지 않았고 지나가던 요트 덕분에 구조되었습니다. 요트에 오르자마자 저도 쓰러진 탓에 제때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김신걸의 시선은 원유희 몸에 고정될 뿐 한 번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다.“지금 이동이 가능해?”옆에 있던 의사가 답했다.“여러 군데가 골절되었고 바이털도 금방 안정되었기에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고건, 송욱보고 사람 데리고 오라고 해.”“네.”고건은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의사와 간호사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병실을 나갔다.김신걸은 천천히 몸을 숙여 원유희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핏기가 없는 원유희의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다가가 키스했다.진선우는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원유희의 입술색이 붉어지자 김신걸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고 검은 눈동자 속에 담긴 광기와 집착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짙었다.“내가 얘기했었지, 내 허락이 없으면 저승사자도 되돌아가야해.”혼수상태에 있는 원유희는 김신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무방비한 아이처럼 누워있었다. 김신걸은 그냥 원유희가 묵인했다고 생각했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서 그의 탐욕을 엿볼 수 있었다.“선생님…….”진선우는 자리를 피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김신걸이 아직 나가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진선우는 민망하게 제자리에 있었다. 더군다나 어떤 일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다.“말해. 무슨 상황이야?”“헬